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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030 vote 2 2022.08.08 (15:34:05)

    인간의 거죽을 쓰고 지구별에 초대받았다면 갈 데까지 한 번 가봐야 한다. 인간이 머리를 쥐어짜서 도달할 수 있는 한계점까지 사유를 밀어붙여 봐야 한다. 그런데 포기한다. 조금 가다가 부서진 기와 조각이라도 하나 주우면 곧 도중에 주저앉아 점방을 열고 장사를 시작하는게 보통이다.


    모든 것의 꼭지점에 신이 있다. 신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동시에 신은 최고의 발견이기도 하다. 발명된 신과 발견된 신은 다르다. 발명된 신은 이름이 붙지만 발견된 신은 이름이 없다. 유태인이 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이유다.


    상호작용의 이해가 중요하다. 신은 권력의 근거다. 상호작용의 랠리를 이어가는 힘이 권력이다. 배구 시합을 해도 그렇다. 내가 서브를 넣으면 상대가 받아야 한다. 서브를 넣는 쪽에 주도권이 있다. 권력은 상호작용의 주체측에 있다. 주체지향의 관점이 요구된다. 인간이 신의 이름을 말한다는 것은 신이 객체화된다는 의미다. 인간의 객체지향적 사고방식이 문제다.


    권력은 주체에 있고 객체에 없다. 능동에 있고 수동에 없다. 주인에게 있고 손님에게 없다. 신의 이름이 붙는 순간 신은 인간의 도구가 된다. 인간이 서브를 넣고 신이 받는 셈이다. 신이 나의 바깥에 존재하는 타자가 되고 객체가 되는 즉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이미 우상이다.


    상호작용의 의미는 대상화, 객체화, 타자화, 도구화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신은 남이 아니다. 신을 나 바깥의 어떤 타자로 보는즉 우상이다. 진짜 신을 섬기는 사람은 없다. 신은 섬겨질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을 섬기든 모든 섬기는 대상은 주체인 인간과 분리되어 상호작용이 끊어진 타자다. 인간에게 섬겨지는 것은 모두 우상이다.


    신의 본질은 권력의 연결이다. 권력은 주체와 객체의 상호작용에 의해 연결된다. 신의 발견은 권력 메커니즘의 발견이다. 신을 섬긴다는 것은 권력을 위임하는 것이다. 의사결정을 남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상호작용이 끊어지고 일방작용이 된다. 권력의 위임은 신의 파괴다.


    자동차와 운전자는 한 몸이다. 의사결정을 떠넘기면 두 몸이다. 주체와 객체가 분리되면 안 된다. 권력을 위임하면 안 된다. 위임을 뒤집으면 대표다. 신은 대표성이다. 인간이 신을 대리하는 것이 우상화, 타자화, 도구화, 대상화에 따른 인간 소외를 극복하는 길이다.


    인간이 신을 대리하는 상황은 많지 않으나 언제라도 그 상황에 대비한 긴장상태에 머물러야 한다. 신과 호흡을 맞추어 불시에 날아오는 신의 서브를 받아낼 수 있는 준비된 상태로 대기해야 한다.


    연주자는 악기 하나만 신경쓰면 되지만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전체를 책임져야 한다. 관현악단을 구성하는 120명의 연주가 매끄럽게 연결된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연출해야 한다. 어사는 임금을 대리하는 사람이다. 임금을 섬기는게 아니라 대신한다는 점에서 포지션이 반대다.


    1. 신은 허무주의를 반대한다. 허무주의는 사건의 맥락과 그에 따른 의미를 부정한다. 사건을 구성하는 자원들을 개별적으로 끊어서 바라보므로 맥락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2. 신은 유물론을 반대한다. 인간이 상호작용의 주체라면 물질은 객체다. 상호작용을 부정하는 객체중심적 사고에 매몰되어 주체와 객체를 연결하는 의미를 보지 못하게 된다.


    3. 신은 유심론을 반대한다. 관념은 주체의 객체화다. 객체중심적 사고에 대한 반발로 주체에 주목하지만 상호작용을 깨닫지 못하므로 주체를 객체화 하는 오류를 저지른다.


    4. 신은 귀신을 부정한다. 귀신이 있다는 말은 신이 없다는 말이다. 신이 있으므로 천사도 없고 사탄도 없고 도깨비도 없고 요정도 없다. 주인이 있으면 당연히 대리인은 없다.


    5. 신은 권력을 긍정한다. 권력은 씨족에서 부족으로, 국가로 의사결정단위를 발전시켜 가는 동력이다. 집단의 상호작용에 대한 통제권 개념이 어려우므로 신으로 대체한다.


    6. 신은 일신이다. 다신론은 족장과 같은 중간자가 권력을 가로채는 사유화 행동이다. 모든 괴력난신과 삿된 주장과 각종 음모론의 배후에는 권력의 사유화하려는 동기가 있다.


    7. 신은 일원이다. 이원은 신에 맞서 대항권력을 만드는 기동이다. 다원은 권력을 분양받아 사유화하려는 기동이다. 권력은 근원에서 나오며 대표될 수 있으나 나눠질 수 없다.


    8. 신은 주체의 관점이다. 일원성과 다양성은 동전의 양면이다. 뿌리는 하나고 가지는 여럿이다. 객체는 다양하고 주체는 단일하다. 다양성 집착은 객체지향적 사고의 오류다.


    9. 신은 미지수 X다. 인간이 물리를 다 아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여 모르는 것은 판단을 유보한다. 모든 현상이 물질을 거쳐 가지만 물질은 의사결정의 매개자이며 그림자다.


    10. 신은 상부구조다. 다양성을 내세워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다는 이율배반은 곤란하다. 이쪽이 맞다면 저쪽은 틀렸다. 대칭된 둘을 모두 긍정하려면 상부구조로 올라서야 한다.


    11. 신은 전략이다. 부분은 단절되고 전체는 연결된다. 의미는 전체에서 부분으로 투사된다. 전체의 전략 안에서 개별적인 판단이 기능한다. 신의 계획 안에 개인의 의미가 있다.


    12. 신은 권력의 근거다. 권력은 상호작용의 지속가능성이다. 만유는 연결되어 하나의 커다란 사건을 이룬다. 먼저 일어난 결정이 다음 결정을 제한한다. 맨 처음 결정이 근거다.


    13. 신은 수염 난 할아버지가 아니다. 우상화된 신의 모습에 투영된 족장의 이미지는 인간의 사회성에 따른 권력 메커니즘을 이해시키기 어려운데 따른 편법으로 고안되었다.


    14. 신은 연결이다. 이상이든 천국이든 무엇이든 인간이 도달하려는 최종 목적지가 제시되면 사건은 거기서 끊어지고 인간은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다. 의미는 부단한 연결이다.


    15. 신은 표현이다. 신은 인간이 믿고 의지하는 외부의 대상이 아니라 표현해야 하는 내부의 압박이다. 대상화되고 타자화되면 남남으로 되어 관계가 단절되고 소외가 일어난다. 신은 권력이다. 권력은 상호작용의 지속가능성이다. 랠리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지속적으로 주체가 객체를 이겨서 양의 피드백을 이루어야 한다. 이 하나의 권력 메커니즘에 의해 만유는 널리 연결된다.


    인간은 신을 섬기려고 한다. 섬김은 음의 피드백이다. 인간에게 이득이고 신에게 손해다. 지속가능하지 않다. 엔트로피에 의해 모든 의사결정은 구조손실을 일으키므로 사후 의사결정비용의 청구에 대한 사전담보가 필요하다.


    인간에게는 의사결정을 위임하는 방법으로 신에게 스트레스를 떠넘기려는 의도가 있다. 신이 손해보는 구조를 만든다. 그 경우는 연결이 끊어지고 상호작용이 지속되지 않는다. 반대로 인간은 신을 표현해야 한다. 가수는 노래해야 살고, 화가는 그려야 살고, 배우는 연기해야 산다. 내부의 압박을 받아 잠복한 가능성을 결국 표현하게 된다. 내부의 압박이 자아다.


    신의 마음을 나의 마음으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하는 것을 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내가 이기는 게임을 설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모두가 자신이 이기는 게임을 한다. 도둑도 잡히기 전까지는 이기고 있다. 도박꾼도 오링되기 전까지는 이기고 있다. 히틀러도 죽기 하루 전까지는 이기고 있었다. 수십년 동안 그는 유럽에서 가장 강한 남자였다. 현실에서 져도 정신승리로 이기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속가능한 게임을 하려면 권력 메커니즘이라는 청구서를 받아야 한다.


    표현하는 방법으로 이길 수 있다. 바둑알은 바둑을 두는 기사의 마음을 표현한다. 감추어진 것을 드러낸다. 신은 인간의 본성을 표현한다. 자아를 드러낸다. 자아는 자신을 통제하는 권력이다. 자기 자신을 연주할 수 있다.


    무언가 믿고 의지하려는 것은 자신을 권력이 없는 약자로 규정하는 것이며 그것은 자아를 부정하는 것이며 신과의 연결을 부정하는 행동이다. 작가에게 저작권이 있듯이 표현하는 자에게 권력이 있다. 표현의 부정은 자유의지의 부정이다. 인간에게는 신을 표현하는 만큼 권력이 주어진다.


    신은 권력의 근거다. 신의 부정은 권력부정이다. 권력부정은 연결부정이다. 연결부정은 상호작용 부정이며 그것은 존재부정이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권력이 있다.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자아를 드러낼 수 있다. 신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유물론은 자원이 연결되지 않고 개별적으로 존재한다고 본다. 각자도생이다. 틀렸다. 우주는 통합적 존재다. 유물론은 연결된 사건을 보지 않고 파편화된 물질을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오류다. 컴퓨터의 모든 자원은 연결되어 있다. 의사결정은 연결의 중심이 되는 CPU에서 일어난다.


    권력은 강자가 약자를 지배할 요량으로 만들어낸 착취도구가 아니라 우주의 작동원리다. 존재의 연결방식이다. 존재는 연결이 끊어진 채 내던져진 물질도 아니고 막연한 관념도 아니고 긴밀한 상호작용이다. 그런데 상호작용은 끊어질 수 있다. 연결되어야 전구에 불이 켜지고, 생명에 호흡이 켜지고, 문명에 진보가 켜지고, 삶에 의미가 켜진다.


    말단부까지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시합에 출전했다면 결승전까지 연결되어야 의미가 있다. 우주는 그냥 있는게 아니라 연결되어 호흡하고 있다. 상호작용하고 있다. 랠리를 끊으면 죽는다. 인간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둘 뿐이다. 연결하거나 끊거나다. 때로는 끊어서 새로 연결할 자원을 조달한다. 연결이 단절보다 조금이라도 우위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결국 끊어진다. 모든 생명은 죽는다. 21세기다. 부분적으로 끊어졌으나 핵심적인 연결이 살아있다. 빅뱅에 의해 연결이 단절보다 우위를 이루었다. 지구는 태양 에너지의 공급으로 연결이 우세하다. 결국 모두 끊어진다. 태양도 죽는다. 모두 끊어지기 전까지가 우리에게 주어진 무대다. 그 무대에서 최대한 자아를 표현하는 게임이다. 도달할 종착역 따위는 없다.


[레벨:12]garanbi

2022.08.08 (17:26:24)

결국, 소통이 되어야 권력이 결따라 작동됨.

[레벨:11]큰바위

2022.08.08 (19:30:04)

내가 본 신에 대한 설명 중에 가장 명확한 설명. 

[레벨:4]JD

2022.08.08 (21:33:02)

아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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