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037 vote 0 2022.02.14 (20:45:05)


    상대성이론이 없다면? 그래서 광속이 무한이라면? 외계인들이 대거 쳐들어올 텐데 큰일이다. 타임머신이 있어서 과거인과 미래인이 대거 몰려온다면 큰일이다. 오버투어리즘이잖아. 중국 관광객 1억 명이 명동을 휩쓸어버리면 어쩌지? 다행히 광속이 브레이크를 걸어준다.


    시진핑의 삽질 덕분에 중국인 관광객이 명동을 쓸어버리는 일은 일단 피하게 되었다. 중국인을 막을 구실을 줬어. 광속의 제한 덕분에 안드로메다 아저씨들을 걱정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 베개를 높이 베고 잠을 잘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정적우주론은 우리를 곤란하게 한다.


    시공간이 무한하면? 밤중에 이불 속에서 이런 상상을 하다가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나만 그런가? 영원한 허무. 영원한 시공.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태초에 너도 없고 나도 없고 아무것도 없고. 잠이 오냐? 빅뱅은 137억 년에서 일단 잘라준다. 137억 년 너머는 생각하지마.


    어린 시절에 도깨비, 귀신, 초능력 따위를 연구했다. 귀신들을 퇴치해야 남산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내가 안심해야 한다. 여우가 미녀로 둔갑해서 나그네를 유혹하여 잡아먹는다는데 어쩌지? 낯선 곳에서 밥을 얻어먹을 때는 국물에 사람 손톱이 있는지 확인해야 해.


    귀신의 부재를 확인하고는 안심했다. 거기서 내 인생의 큰 방향이 결정된 것이다. 신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자. 이래서 우주를 창조할 수 있나? 엉망진창이잖아. 광속이 무한이고 시공간이 무한이면? 하느님 할배라도 우주를 만들어낼 방법이 없다. 곤란하다. 잠이 오느냐구. 


    직관적으로 아닌 거다. 내가 잠을 자야 하니깐. 내가 밥을 먹어야 하고, 내가 숨을 쉬어야 하니깐. 일단 내가 살고 보자고. 상대성이론은, 양자역학은, 빅뱅이론은, 불확정성 원리들은 적어도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을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 


    불확정성은 우리가 존재의 최종보스 근처에 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정된 위치가 있다면? 벗겨야 할 양파껍질이 많이 남아있다. 아직 멀었다. 그게 있으면 곤란하다. 존재는 균형이고, 균형은 둘의 상호작용이고, 둘이면 에너지의 장을 이루고, 장은 구조론으로 질이 되겠다.


    그다음은 입자이니 우리가 입자 근처까지 탐색했다는 결론을 얻게 한다. 인류는 마침내 마지막 양파껍질 한 겹 앞에 멈추어 선 것이다. 위치가 집이라면 집은 두 남녀가 서로를 결박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약속이 지켜져서 위치가 있다. 혼자가 된다면 떠돌이라서 위치가 없다. 


    어떤 하나는 단독으로 위치를 가질 수 없다. 두 개의 파동이 서로 엮여 있을 때 그 균형점을 위치라고 하는 것이다. 자기장의 중심과 같다. 천칭저울의 축이다. 우주에 균형이 있다는 말이다. 세상이 밸런스에 의해 지배된다고? 밸런스는 조정된다. 어찌 든든하지 않겠는가? 


    어둠 속에서 두려워 하다가 전깃불을 켠듯이 환해지는 것이다. 한결 마음이 놓인다. 이젠 먹던 밥을 마저 삼킬 수 있다.


    질문 - 빅뱅 이전은 뭐죠?


    과학자 - 이 양반이 북극의 북쪽이 어디냐고 묻고 있어. 빅뱅 이전에 시공간이 없는데 뭘 질문하는 거야. 꺼져. 아마추어랑은 대화가 안 되네. 에헴. 휴~ 살았다. 겨우 따돌렸어. 곤란한 녀석을.


    질문 - 존재의 크기는 왜 존재하지요?


    과학자 - 물질은 고유한 위치를 가질 수 없으므로 상대적 위치를 만드느라고 크기가 존재하는 거야. 상호작용이 밸런스를 이루려면 각도가 맞아야 하니까. 각을 맞추느라고 크기가 있는 거지. 그래서 세상이 번듯하게 있는 거지. 에헴 휴~ 살았다. 겨우 따돌렸어. 곤란한 녀석.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아인슈타인의 정적우주론은 굉장히 많은 설명하기 곤란한 부차적인 문제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래서는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다. 빅뱅 덕분에 과학이 쉬워졌어. 참 다행이야. 불확정성 때문에 대충 둘러댈 수 있게 되었어. 참 다행이야.


    우리는 마침내 그럴듯한 우주의 모형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답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단서를 찾은 것이다. 우주는 균형이야. 위치든 운동량이든 균형을 만드는 부속품일 뿐이라구. 비로소 신이 우주를 창조할 수 있다.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좋구나.


    정확한 내막이야 어찌 알겠느냐만 어렴풋이 단서가 보이고 방향이 보인다. 어디까지 왔는지 느낌이 온다. 범위가 압축되고 있다. 바람이 건듯 불고 언젠가는 안개가 개일 것 같다. 희망이 있다. 밤이 무섭지 않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2]락에이지

2022.02.15 (02:10:02)

불확정성의 원리 라는 말을 들으니까 저는 허영만의 만화 타짜가 생각나더군요^^(허영만 그림, 김세영 글)

불확정성의 원리 라는 말을 저는 예전에 타짜 4부 '벨제붑의 노래' 를 읽으면서 처음 들어본 거 같습니다.

타짜 4부 첫장면에서 그 부분이 나오는데 파일이 있나 제 컴퓨터를 찾아보니 있어서 몇장 올려볼까 합니다.


天™0001.jpg

天™0002.jpg

天™0003.jpg

天™0004.jpg

天™0005.jpg


뒤에도 주인공이 확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얘기가 이어지는데 그냥 여기까지만 올리죠. 

몇장만 올리는데 저작권에 문제가 될려나요?

첨부
프로필 이미지 [레벨:22]이상우

2022.02.16 (01:41:55)

법적으로는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올렸으니 법적 책임이 문제가 되지만, 상업적 목적도 아닌 원글의 참고자료 형태로 만화의 일부분을 올렸으니 문제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지요. 오히려 출판사 입장에서는 홍보가 되었다가 좋아할 겁니다. 저도 읽어보고 싶을 정도의 내용이니까요.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748 본질과 현상 김동렬 2022-02-25 3253
5747 우크라이나의 위기 김동렬 2022-02-25 4441
5746 생각을 하자 김동렬 2022-02-24 3155
5745 젤렌스키 윤석열 image 1 김동렬 2022-02-24 3853
5744 첫 단추를 꿰는 문제 김동렬 2022-02-23 2969
5743 이재명과 진보세력 image 김동렬 2022-02-23 3405
5742 안철수의 선택 1 김동렬 2022-02-21 4085
5741 인간들에게 하는 말 김동렬 2022-02-21 3102
5740 부끄러움을 모르는 한국인들 image 김동렬 2022-02-20 3787
5739 세상은 변화다. 김동렬 2022-02-19 2965
5738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넘어 김동렬 2022-02-18 2875
5737 아리스토텔레스가 본 것 김동렬 2022-02-18 3092
5736 미국이 전쟁에 지는 이유 김동렬 2022-02-17 3263
5735 그림의 실패 image 김동렬 2022-02-17 3537
5734 입자냐 파동이냐 김동렬 2022-02-16 2798
5733 인간의 길(업데이트) 김동렬 2022-02-16 3019
» 불확정성의 원리 2 김동렬 2022-02-14 5037
5731 브루투스의 배신공식 김동렬 2022-02-14 3299
5730 인간이냐, 짐승이냐? 1 김동렬 2022-02-13 3270
5729 인간이 퇴행하는 이유 김동렬 2022-02-12 3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