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729 vote 0 2020.12.31 (18:17:57)

    보편성과 특수성, 일반성과 다양성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씌어진 글입니다.


    사실 이런 것을 굳이 세세하게 따질 필요가 없는데 필자가 옛날에 구조론을 보급하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구분해 본 것이다. 보통은 그게 그거다. 보편성과 일반성을 같은 의미로 쓴다. 그런데 다르다. 필자가 이런 미묘한 어감의 차이에 민감한 사람이기는 하다.


    구조론으로 보면 보편과 특수는 질의 차이를 나타내는 말이고, 일반과 다양은 입자의 차이를 드러내는 말이다. 질은 추상적인 개념에 적용된다. 예컨대 사랑은 국경이 없다는 식의 말은 보편성이다. 입자는 구체적인 물건이다. 축구공은 둥글다는건 일반성이다.


    형태가 없는 것은 보편성-특수성이고 형태가 있는 것은 일반성-다양성이다. 이건 구조론에서 필자가 그렇게 규정한 것이다. 보편성은 특수성과 대칭되는 말이고 일반성은 다양성과 대칭되는 말이다. 보편은 어떤 규칙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두루 통하는 것이다.


    예컨대 부부는 일부일처제가 보편적으로 통용되는데 일부다처제 국가가 있다면 특수성이며 보통 전쟁으로 과부가 많아지면 일부다처제가 허용된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일반성은 구체적인 형태가 있는 것이 하나의 근본이 되는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다.


    컵은 일반적으로 둥글다. 네모난 컵이나 세모컵, 5각컵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컵도 있다. 보편은 추상적 원리이며 그에 대항하는 특수는 원리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특정 지역과 특정 시간대의 사정이 결합되어 변질된 것이다. 특수성이 보편성을 이길 수는 없다.


    밥은 입으로 먹는게 보편적이며 목에 호스를 꽂아 위장으로 직행하는 것은 환자가 병원에서 특수한 사정에 의해 일시적으로 그러한 것이며 치료가 끝나면 다시 보편으로 돌아온다. 카톨릭은 보편의 종교이므로 그 지역의 특수성을 인정한다며 제사를 허용했다.


    개신교는 카톨릭의 보편성을 부정하므로 제사를 인정하지 않는다. 개신교는 보편 대신 일반을 들고나온다. 그런데 일반은 보편의 아류다. 구조론으로 보면 질 다음에 입자다. 보편성이 더 넓은 개념이다. 특수는 보편을 이길 수 없고 다양은 일반을 이길 수 없다. 


   이 점이 각별하다. 일반은 구체적인 존재자이며 처음 생겨난 원래의 조상인데 그 원재료를 가지고 다양한 변형을 가하여 얻는 2차적인 생성물이 다양성이다. 국수의 면발은 원래 길쭉한 형태인데 파스타는 국수의 변형으로 형태가 다양한 것이다. 국수가 먼저다.


    피자는 원래 둥근 모양인데 네모피자를 발명했다거나 별모양 피자도 있다거나 이렇게 원재료를 주물러서 재가공을 한 것이 다양성이다. 다양성은 반드시 노가다가 추가된다. 다양성은 일반성을 거쳐서 도달되는 것이다. 기초가 되는 밀가루 반죽이 일반성이다.


    그 반죽으로 면발이 굵은 우동을 뽑거나 면발이 가는 세면을 뽑는 것은 다양성이다. 일반성이 본가라면 다양성은 분가다. 큰집이 아니라 작은집이다. 반드시 일반성을 거쳐 다양성이 된다. 특수성은 보편성을 가림막으로 덮고 다양성은 일반성에 뭔가 추가한다.


    보편에 특수 - 보편원리가 인정되나 특정 환경에서 원리의 발현이 저지된다.
    일반에 다양 - 원래의 일반적 형태에 추가적으로 일이 더해져서 변형된다.


    이런 논의를 하는 이유는 사람들은 특수한 것과 다양한 것을 창의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보편이 없으면 특수가 없고, 일반이 없으면 다양에 도달할 수 없으므로 둥근 피자를 못 만드는 사람이 네모피자를 만들어 보겠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기본이 먼저다.


    기초가 안 된 상태에서 뭔가 신기한 것을 창의하겠다고 하면 사기 치고 있는 것이다. 허경영이 이상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지만 과거 민중당 출신으로 좌파 아이디어를 훔친 것이다. 좌파짓 하다가 장사가 안되니까 아이디어를 도둑질해서 우파로 변절한 것이다.


    히틀러도 한때 뮌헨 공산당에 프락치로 들어가서 공산당 활동을 감시하는 경찰 끄나풀을 하다가 거기서 배운 공산당 아이디어를 베껴서 반대로 써먹었다. 제 2의 혁명을 주장하던 나치당 내부의 좌파들은 장검의 밤에 숙청당했다. 나치가 오래 가지 못하는 이유다.


    히틀러 - 이런 아이디어 어때?

    뮌헨 공산당 - 소련에 물어보고 결정하자.

    히틀러 - 씨바. 우리 맘대로 하는 거지 우리가 소련 졸개냐?

    뮌헨 공산당 - 저 새끼 위험한 놈이다. 작살내라.

    히틀러 - 내가 먼저 작살내마. 다 덤벼.


    구조론의 아이디어를 역으로 이용하여 구조론을 공격하겠다며 필자의 말을 그대로 베껴서 반대로 써먹는 뻔뻔한 도둑놈들이 한둘이 아니다. 염치가 없는 자들이다. 구조론을 조금이라도 배우면 제자다. 제자는 예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구조론의 권력원리다.


    다른 곳에 없고 구조론에만 있는 아이디어이기 때문이다.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공개된 지식과 다르다. 교사는 어디서 배운 남의 지식을 전수하므로 로열티를 주장할 수 없지만 구조론은 고유한 나의 지식을 전수하므로 내게 지식의 용도를 지정할 권리가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기본이 안 된 채로 이상한 아이디어만 찾는 것이다. 그런 괴력난신 행동은 좋은게 아니다. 젊었을 때 눈길을 끌어보려고 얄궂은 짓을 하기도 하지만 인간이 계속 그렇게 살면 안 된다. 다양을 원하면 일반으로 가고 특수를 원하면 보편으로 가라.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113 이명박 사면 문재인 구속 1 김동렬 2021-01-04 4278
5112 천재가 오해되는 이유 image 김동렬 2021-01-03 4218
5111 이낙연 배후는 동교동? 5 김동렬 2021-01-02 5159
» 보편성과 특수성, 일반성과 다양성 김동렬 2020-12-31 4729
5109 허선아, 개새끼들의 전성시대 김동렬 2020-12-31 4488
5108 인생의 정답은 YES다. 김동렬 2020-12-29 4073
5107 윤석열과 기레기들 김동렬 2020-12-28 4540
5106 유사 지식인 설민석들의 문제 김동렬 2020-12-28 4322
5105 유물론과 유심론 1 김동렬 2020-12-27 3670
5104 구조론과 엔트로피 image 김동렬 2020-12-27 3013
5103 엘리트냐 민중이냐? 1 김동렬 2020-12-26 3479
5102 열역학 1법칙과 2법칙 5분 정리 4 김동렬 2020-12-26 3454
5101 엔트로피 3초 이해 image 김동렬 2020-12-25 3861
5100 예수는 누구인가? 김동렬 2020-12-24 4018
5099 권력과 의리 김동렬 2020-12-24 3696
5098 세상은 의미가 있다 14 김동렬 2020-12-23 4348
5097 철학과 인간 1 김동렬 2020-12-23 3724
5096 개혁의 정답은? 1 김동렬 2020-12-23 3493
5095 공자의 권력과 노자의 이득 김동렬 2020-12-22 3514
5094 구조론 간단정리 image 김동렬 2020-12-22 3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