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애가 숙제를 안해왔다. 교과서를 안가져왔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숙제안해온 아이를 뒤에 나가 서있으라고 한다? 청소를 시킨다?

이거 좀 이상하다.

숙제를 안해오면 자기 손해지, 교사 손해는 아닌데...

 

지각을 한다. 지각한 아이에게도 청소를 시킨다?

이거 좀 이상하다.

 

숙제안해온 아이에게는 숙제를 하고 집에 가라고 한다.

도망간다고?

다시 한 번 숙제를 할 기회를 준다.

그래도 안한다고?

그럼 얘는 숙제가 문제가 아니다.

숙제를 해놓고 안가져 왔다고?

그럼 의심없이 믿어준다.

다음날 검사하면 된다.

 

책을 안가져 왔다고?

책을 안가져 오면 자기만 불편하다.

소외감을 느끼게 되어 있다.

짝에게도 미안하다.

수업에 집중을 못한다.

그걸로 충분히 자연벌을 받았다.

그래도 모자라다고?

그럼 남아서 선생님이 나눠준 학습지를 하거나

교과서를 읽게 하고, 학습활동을 다시 한 번 자기 노트에 하게 한다.

그래도 안한다고?

그러면 그 녀석은 숙제가 문제가 아니다.

숙제 해올 녀석이 아니다.

학교 숙제 밑에 무언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숙제를 가지고 있다.

 

숙제를 안했다고, 책을 안가져왔다고

벌을 줄수는 없다. 숙제와 책은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숙제를 안해온 것과 책을 안해온 '논리적 결과'로 아이에게 미션을 부여하라.

숙제 안해온다고, 책 안가져 온다고 '게으르다, 불성실하다, 넌 왜 그러니?' 비난하면 아이가 어떻게 될까?

자신을 게으른 놈, 불성실 한놈, 난 원래 뭘 못하는 놈으로 여긴다.

자존감 다운되고 열등감 지대로 올라간다.

점점 자기 내면의 깊숙한 곳으로 자아를 감춘다.

남이 자신을 공격하면 대꾸도 못한다.

때로는 남이 자신을 도와주려고 해도, 열등감 때문에 도리어 남을 배척하거나 공격한다.

결국 피해의식 쩔게 된다.

 

아이의 말과 행동을 다루는 것은 1차적 접근이다.

문제행동을 문제증상으로 보라.

열이 문제가 아니라 열을 발생시키는 질병이 문제다.

그럼에도 교사는 열을 내리는데만 열심이다.

당장 문제행동을 수업중에 제압할 필요도 있으나 제압하려고만 하니 문제다.

문제행동 이면의 근본적 원인을 찾으라.

그러면 해결책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그렇다면 함부로 처방을 내리지 마라.

최소한만 행동을 제한하고 아이를 존중하면서 기다려줘라.

 

 

원인을 찾으면 아이가 나아질 것으로 믿는가?

그 원인이 진짜 원인인지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원인을 찾아도 원인이 해결책을 담보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수면위 언저리에서 머무는 것보다 물밑을 살펴보는 것이 낫기도 하다.

그러나, 잘못하면 문제행동의 원인속에 교사도 허우적 댄다.

문제중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문제를 문제로 여기지 않고, 해결의 방향을 보라.

아이가 떠든다고?

사실 보면 떠들지 않는 시간이 더 많다.

아이가 싸운다고?

아이가 싸우지 않은 순간이 더 많다.

아이가 욕을 한다고?

아이가 욕을 하지 않는 때가 더 많다.

아이의 단점만 보이는가?

어떤 아이도 칭찬보다 단점을 더 많이 지적한다면 절대로 달라지지 않는다.

잘못은 때로는 못본 척 넘어가라.

굳이 지적하고자 한다면 살짝 지적하라.

잘못을 자주 한다면 '너도 힘들지' 라고 하며 차라리 위로를하라.

 

 

아이를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라.

사랑 가득한 표정을 눈높이를 맞추라.

적절한 제스처로 아이의 주위를 집중시켜라.

따뜻한 스킨십으로 아이의 두려움과 긴장을 풀어주라.

 

아이는 길어야 공교육 6년차다.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그럼에도 아이는 인정(사랑, 소속감)과 재미(즐거움, 성취감)에 목말라 있다.

 

 

인정과 재미가 충족되지 못하면 아이가 관심갖는 것은 나쁜 목표일 뿐이다.

다른 사람과 힘겨루기를 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 한다.

자신에 대한 관심을 공격으로 알고 복수하려고 한다.

문제를 일으켜서 자신에 대한 관심을 끌려고 한다.

열등감과 패배의식으로 문제를 회피하며 학습 활동을 거부한다.

 

 

아이의 친구들에게 아이의 장점을 물어보라.

아이의 전담임에게 아이의 고질적 문제를 물어볼 수 있다.

문제보다는 아이의 장점을 강점을 물어보라.

선생님은 모르는, 학부모가 알고 있는 아이의 좋은 점을 확인하라.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아이를 칭찬하라.

아이를 격려하라.

아이에게 힘을 불어넣으라.

아이의 장점을 찾아 동기부여가 되도록 도우라.

 

아이의 느낌을 살펴보라.

자기 느낌도 잘모르는 아이에게 느낌을 찾도록 도와줘라.

느낌을 표현하도록 도우라.

정 못하면 선생님이 아이 마음을 읽어줘라.

그리고 천천히 따라 말하게 하라.

그것이 아이가 자신의 느낌을 알아가는 첫걸음이다.

 

 

모든 분노와 폭력은 충족되지 않은 욕구의 비극적인 표현이다.

자연스러운 욕구가 굴절될 때 그것이 문제행동을 이어진다.

욕구는 왜곡되어 다른 사람에 대한 피해를 낳는다.

그럼에도 이러한 인간 내면에 대한 이해를 사람들은 하려고 하지 않는다.

아이의 고통이 담긴 문제증상을 문제행동을 취급한다.

수업 방해자, 문제아로 취급한다.

 

 

아이의 욕구에 귀기울이라.

아이가 자신의 욕구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우라.

이것은 느낌을 알고 표현하는 과정과 같다.

자신의 느낌을 알고 욕구를 알고 충족하는 순간 아이는 서서히 성숙한 인간으로 변모한다.

이제 진솔하게 자신을 표현한다.

상대방의 느낌을 공감하면서 경청한다.

서로 연결된 느낌을 받게 된다.

상대방에 대한 연민이 생긴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욕구를 알게 된다.

그 사람의 욕구가 충족되도록 돕는다.

서로의 욕구가 충돌할 때는 윈윈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

그렇게 삶은 풍요로워진다.

 

 

백창우 선생님이 교사연수에서 하신 말이 떠오른다.

"선생님, 당신의 자식이 좋은 교사를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다들 침묵에 빠졌다.

사회에서 뭐라하든 그래도 교사집단은 나은 집단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을 내문제로 받아들여 나의 자식이 담임을 잘 만날 확률을 물으니 뭔가 막힌 듯한 느낌이다.

백선생님은 답을 했다.

"그건 운빨입니다"

헛웃음이 나왔다.

결코 가볍지 않은 선문답과 같았다.

 

교사란 직업적 굴레에서 잠시 이탈하라.

먼저 인간으로 자신을 돌아보라.

자신이 인간임을 알았다면, 인간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라.

자신에 대해 이해하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자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인간에 대한 통찰이 이루어지고 자신의 삶에 대한 통찰이 이루어진다.

 

그만큼 교사는 성장한다,

 

 

아이도 성장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1]이상우

2013.03.11 (12:59:08)

초등교사를 대상으로 쓴 글입니다.

현장의 문제해결 관점으로 썼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3.03.11 (13:55:16)

명문이오.

어린이들은 단지 선생님을 존경하고싶을 뿐이오.


문제는 일 대일 대립구도가 이루어지는 즉 존경심은 깨진다는 거.

선생님의 배후에 뭔가 보일 때 존경심이 생기는 거.


[레벨:15]오세

2013.03.11 (14:13:52)

전송됨 : 트위터

멋진 글이네요. 

가슴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린 단어들이 심금을 울립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3.03.11 (14:41:58)

책을 안가져 왔다고?

책을 안가져 오면 자기만 불편하다.

소외감을 느끼게 되어 있다.

짝에게도 미안하다.

수업에 집중을 못한다.

그걸로 충분히 자연벌을 받았다.

.........
맞소. 아이는 충분히 벌 받았소. 거기다 대고 또 야단치면 울게되오. 상처받게 되오.
아이는 칭찬이 좋소.
어른이 된 지금도 칭찬이 좋소.ㅋㅋㅋ^^

어린이 헌장....^^
[레벨:15]오세

2013.03.11 (14:44:02)

전송됨 : 트위터

상우님이 어린이 헌장 하나 쓰면 되겠네유. 자연벌이라는 표현 참 좋소


프로필 이미지 [레벨:18]차우

2013.03.11 (23:44:05)

가슴에 있던게 탁트이는 느낌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레벨:4]sunbee

2013.03.11 (23:47:14)

좋은 글에 감동 받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5]pinkwalking

2013.03.12 (03:01:27)

'왜 어떤 시험관은 "이런 식의 답안을 내놓는 것은 문제 출제자를 우롱하는 짓"이라는 식으로 말할까?

그는 그 낙제 후보생이 정말로 자신을 우롱하려고 그런 답을 썼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라고 어느 책에 있던 글이 생각나더군요.

위에 동렬 선생님 표현하신 것처럼 가르치는 위치-자체로 우위에 있음에도-에 있으면서도

늘 일대일 대립구도를 의식하고 준비하는 건 학생이 아니라 선생님인 듯합니다.

우리 교육의 각박한 현실을 핑계대기에는 너무 많은 분들이, 너무 자발적으로 그런 구도에 들어서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감사합니다..

[레벨:11]큰바위

2013.03.12 (10:15:31)

이상우.

한국에 이런 선생님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이다.

 

가르치려 들지 않고,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도록 깨달음을 줄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교육이 어디 있을까?

 

아이들 안에 감추어진 보물,

채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미 신이 그 아이에게만 부여한 위대한 "보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수만 있다면

그게 참 교육인거다.

 

책을 안가져오면 어떻고,

학교 좀 빠지면 어떻고,

사고를 치면 좀 어떠랴.

 

단 산불을 낸다거나, 

약한 아이를 괴롭힌다거나,

남의 것을 훔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걸 사고라고 하면 곤란하다.

 

이미 보고 있지만,

5년 뒤, 아니 10년뒤 이상우 선생이 만들어 가는 세상을 보고 싶다.

 

화이팅이다.

[레벨:6]Nomad

2013.03.12 (23:15:43)

멋지다 멋져.


이상우 선생님 한 천 명만 어디서 모셔올 수 없을까?

프로필 이미지 [레벨:30]ahmoo

2013.03.13 (10:53:56)

올해 안에 좋은 원고 완성하시오! 안나오면 쳐들어가오.

[레벨:2]괴독먹사

2013.03.18 (13:57:50)

안녕하세요 이상우 선생님

 

선생님의 글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우는 발령대기자 입니다...

 

저도 여러 활동을 통해 아이들을 많이 사랑해왔다고 자부해왔습니다만

 

선생님을 이렇게라도 뵈니 여전히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음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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