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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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667 vote 1 2018.04.28 (16:37:37)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에너지로 산다.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사건에서 나온다. 우리에게 무슨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가? 세계 각국에서 수천 명의 기자가 판문점에 몰려왔다고 하니 뭔가 큰일이 일어난 것만은 분명하다. 생각하라. 무엇이 잠든 우리를 깨우고 있는가? 무엇이 우리를 일으켜 세우고 있는가? 무엇이 우리를 들뜨게 하고 흥분하게 하고 춤추게 하고 노래하게 하고 마구 날뛰게 하는가?


    우리는 어떤 대가를 찾으려고 한다. 보상을 기대하는 것이다. 물질적 이득이기도 하고 심리적 보상이기도 하다. 남북통일하면 시베리아 가스관을 연결하고 큰돈을 벌게 된다거나 혹은 백수라면 남남북녀로 맺어져 솔로탈출을 기대한다거나 혹은 묘향산 관광을 기대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런 것은 가짜다. 둘러대는 말에 불과하다. 진정으로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밑바닥 진짜는 사랑도 아니고 행복도 아니다.


    쾌락도 아니고 돈도 아니고 명성도 아니고 성공도 아니다. 그런 것들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625 때다. 낙동강까지 내려갔다가 압록강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금강까지 밀렸다가 임진강에서 끝났다. 그렇게 오르내리는 동안 죽은 병사는 많지 않다. 정신없이 우르르 몰려다녔을 뿐이다. 희생의 대부분은 민간인 학살로 인한 것이며 남북한 병사들은 휴전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백마고지에서 죽어갔다.


    UN의 이름으로 세계 각국의 병사와 기자가 한국에 몰려와 있었다. 생중계하다시피 되었다. 세계가 주목하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하루에 수천 명의 병사를 백마고지에 쓸어 넣었다. 미친 거다. 왜? 남들이 지켜보니까 그렇지. 왜 한국전쟁이 일어났는가? 사실은 4.3 때 전쟁은 이미 발발해 있었다. 왜 4.3은 일어났는가? 한반도 전체가 제주도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는 3차대전의 조짐에 몸을 떨었다.


    화약고는 한반도다. '조만간 저기서 아마 뭔가 큰 것이 터질 것이라. 이번에는 1차대전의 참호전도 아니고 2차대전의 전격전도 아니고 핵전쟁이라네. 싹 죽는 거지. 볼만할 거야.' 다들 숨죽이고 한국을 주시했던 거다. 유럽이라면 남자라는 남자는 죄다 죽어서 기운이 빠져 있었는데 미국과 중국, 한국은 아직 힘이 남아있었다. 남자라는 남자는 죄다 죽어서 여자가 트랙터를 몰아야 했던 러시아는 힘이 없었다.


    스탈린은 전쟁을 피했지만 미국은 무적의 소련군 탱크군단과 겨뤄보고 싶었다. 미국이 유황도에서 죽 쑤고 있을 때 단 보름 만에 70만 관동군을 생포해버린 그 막강한 소련군 전차부대 말이다. 바그라티온 작전에서 전차 6천 대로 독일군을 밀어버린 그 압도적인 능력 말이다. 미국인들은 쫄았고 그래서 허세를 부려보고 싶었다. 장소는 한반도가 적당하다. 산악이 많아 소련이 전차 3만 대를 끌고 올 일도 없고.


    세계는 한국을 주시했고 한국은 제주도를 주시했다. 남들이 쳐다보니까 뭐라도 해야 한다. 625 때 우리가 세계대전의 주인공이 되었다며 흥분했듯이 지금은 우리가 시리아와 이라크의 난맥상을 끝막고 진정한 인류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에너지는 거기서 나오는 것이다. 대표성이다. 이라크에서 우크라이나에서 팔레스타인에서 리비아에서 아프간에서 시리아에서 인류의 지성은 수준을 들키고 말았던 거다.


    인류는 형편없는 존재였다. 과연 그런가? 아니다. 그것은 기독교 문명권과 무슬림 문명권의 실패에 지나지 않는다. 유교 문명권이라면 다르다. 한국에는 선비가 있다. 그들은 다른 것을 훈련받았다.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인류를 대표해야 한다. 거기서 에너지가 나오는 것이다. 이것은 트럼프의 공적도 아니고 김정은이 잘한 것도 아니고 문재인의 능력도 아니고 인류의 원래 수준임을 우리는 밝혀야만 한다.


    왜 우리는 기뻐하고 있는가? 통일은 작은 것이다. 큰 것은 인류다. 여러분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무의식 깊은 곳에서 말하고 있다. '너 누구야?' '나는 인간이다.' '인간이 뭔데? 뭐가 잘났는데?'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사 단위로 사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준표 승민 철수들은 바보다. 그들은 세계사 단위로 사고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김정은 결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김정은이 얼마나 큰 기회를 잡았는지 모른다.


    핵을 가져봤자 김정은에게 아무 이득이 없다. 인류를 흔들어 놓을 수 있다면 그게 큰 거다. 고르바초프가 개방해서 소련이 어떤 이익을 얻었는가? 중국의 연착륙 상황과 비교하면 고르바초프가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다. 사실 망친 것은 옐친이지만 말이다. 고르바초프는 러시아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에 기여하려고 한 것이다. 소련을 희생시켜 인류에게 이바지했다. 인간은 이익을 따르는 존재가 아니다.


    이익을 따를 때도 있지만 이익은 천하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자원을 조달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천하를 움직이는게 인간의 진짜 목적이다. 본인이 의식하지 못한다 해도 그러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끝끝내 인간을 믿어야 한다. 인간을 믿고 기적을 믿어야 한다. 김정은의 결정은 스위스 생활 때 결정되어 있었다. 스위스의 급우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시 봤네 하며 감탄할 정도가 되어야 만족하게 되는 것이다.
   
    인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천하와 내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더불어 함께 나아간다는 느낌을 가지므로 나는 진보의 편에 서 있음을 기뻐한다. 인생에서 성공과 실패는 아무것도 아니다. 과정에서 다 용해되고 마는 것이다. 진짜는 내가 천하의 의사결정 중심과 얼마나 가까운가다. 개미는 아무리 행복해도 개미에 불과하다. 인간과 개미는 아무 차이가 없다. 인간과 개의 차이는 전혀 없다. 


    다른 것은 사건이다. 사건을 일으키고 사건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군인은 전쟁 속에서 대접을 받고, 선수는 시합을 뛰어야 기쁨이 있고, 운전기사는 핸들을 쥐어야 보람을 느낀다. 인간은 문명을 진보시켜야 사는 맛이 있다. 사건을 일으키지 않는 개와 돼지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문명을 진보시키지 않는 보수꼴통들은 개나 돼지와 같은 존재이다. 그래도 병풍 역할이 주어지기는 하지만 단지 병풍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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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18.04.29 (02:38:19)

" 인류는 형편없는 존재였다. 과연 그런가? 아니다. 그것은 기독교 문명권과 무슬림 문명권의 실패에 지나지 않는다. 유교 문명권이라면 다르다. 한국에는 선비가 있다. 그들은 다른 것을 훈련받았다.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인류를 대표해야 한다. 거기서 에너지가 나오는 것이다. 이것은 트럼프의 공적도 아니고 김정은이 잘한 것도 아니고 문재인의 능력도 아니고 인류의 원래 수준임을 우리는 밝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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