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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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504 vote 0 2018.05.24 (15:54:39)

 

    버닝 – 이창동의 귀여운 탐미주의


    -  이 글은 어떤 영화에 대한 글이지만 영화평론이 아닙니다. -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 그러나 돕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늘 말하듯이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주는건 돕는게 아니다. 보따리까지 찾아줘도 충분하지 않다. 결혼해줘야 하고 취직시켜줘야 한다. 전체과정을 책임져야 한다. 미국이 북한을 도울 수 있을까? 북한은 언제든 미국을 도울 수 있다. 그러나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기껏해야 트럼프의 재선이나 도울 뿐이다.


    많은 미국인은 시큰둥하다. 강자와 약자가 있다. 약자는 언제라도 강자를 도울 수 있지만 강자는 약자를 도울 수 없다.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줄 수 없다. 딜레마다. 약자가 강자를 도와줘봤자 강자에게 별 이득이 없다. 생쥐가 코끼리에게 비스켓을 전달해줘봤자 코끼리에게 한 끼의 식사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미국 코끼리는 북한 생쥐에게 고마워하지 않는다.


    반대로 코끼리가 생쥐에게 비스켓을 양보한다면 생쥐의 한 끼 식사가 넉넉하다. 문제는 그러다가 깔려 죽는 수가 있다는 거다. 생쥐를 도우려다가 생쥐를 죽이기가 다반사다. 거지를 돕는다면서 평생 거지상태에 머무르게 한다. 섣불리 약자를 돕는 일은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주는게 아니라 도리어 물에 적응하게 만든다. 동남아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유람선을 탄 관광객들이 물속에 동전을 던지면 아이들이 잠수하여 동전을 입에 물고 나온다. 관광객들은 적선했다고 믿지만 사실은 아이들을 물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배고픈 길냥이에게 밥을 주면 길냥이는 사냥능력을 잃어버린다. 길냥이를 한 번 챙겨줬다면 죽을 때까지 챙겨줘야 한다. 이때 길들여진 고양이는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야성을 잃게 만들었으니 나쁘다고 해야 할 판이다. 북한은 미국을 이롭게 할 수 있으나 미국은 별로 고마워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은 북한을 살려줄 수 있으나 지금 김정은이 암살될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돕는다고 손을 댔다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라. 돕기는커녕 시체의 산을 쌓았다. 이런 현실의 딜레마를 냉정히 인식해야 한다.


    일본 원작 만화나 소설을 한국에서 영화화하면 뜨는 공식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녀는 괴로워나 올드보이가 그렇다. 전제조건이 있다.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면 안 되고 대거 뜯어고쳐야 한다. 리틀 포레스트는 원작만화를 안 봐서 모르지만 너무 일본색이 강하다. 버닝은 일본과 한국의 장단점이 녹아있어 적절히 균형을 취했다고 보겠다. 본질을 들여다보기로 하자.


    일본은 선종불교+도교사상이라면 한국은 대승불교+유교주의다. 일본의 선종불교와 한국의 대승불교는 차이점이 있다. 교종과 선종의 차이다. 조계종이나 태고종이나 보조국사 지눌의 정혜쌍수를 표방한다. 둘을 통합하지만 선종이 앞서고 교종이 따른다. 여기에 한국불교 특유의 화엄사상이 가미되어 있다. 화엄은 졸라 강한 거다. 한국요리처럼 맛이 아주 강하다.


    한국의 대승은 원효사상이고 그것은 일원론+화쟁론이며 화엄사상이고 원융사상이다. 화엄은 개인이 아니라 인류를 구원하는 것이며 곧 스케일 크게 가는 것이며 원융은 원효가 속세로 돌아와 설총을 낳은 파계행각과 같이 구애됨이 없는 거침없는 전진이다. 일본은 작고 소박하며 개인주의고 서정적이며 모호하게 간다. 한국은 크고 대담하며 집단주의고 강하다.


    한국은 보다 정치적이고 명확하게 간다. 대립과 갈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는 말이다. 하루키와 이창동의 차이는 정확히 일본과 한국의 차이다. 이창동의 버닝은 일본식 소박함과 한국식 대담함의 어떤 균형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닫힌 공간에서 펼쳐지는 초록물고기나 박하사탕의 어떤 처연함과 그 주변의 탐미적인 카메라 움직임들은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처연한데 아름답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로 아름다운데 처연하다. 에너지가 있다. 열린 공간이다. 종수는 언제든지 발을 뺄 수 있다. 외부로부터 에너지가 들어온다. 종수는 왜 집요한 것일까? 사랑하기 때문에? 장난하나? 웃기셔~! 유치한 사랑타령 빼자. 섹스신이 있었지만 연애장면이 별로 없다. 종수가 해미를 찾아다니는 이유는 개츠비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사회의 근본모순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종수는 사회의 어떤 약한 고리를 발견하고 에너지가 업된 것이다. 조직의 어떤 급소를 발견하면 인간은 흥분한다. 호르몬 나와준다. 메타포다. 종수와 벤의 대립은 강자와 약자, 빈자와 부자. 동양과 서양, 남한과 북한, 재벌과 서민의 대립구도에서 연역되어 온 것이다. 위에서 내려오므로 에너지가 있는 거다.


    그런데 왜 일본은 좋은 원작을 영화화하지 못할까?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다. 너무 일본 원작을 따라가서 망한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원작은 언제나 그렇듯이 아이디어만 던져놓고 결말이 흐지부지된다. 한국적 변형은 올드보이처럼 어떻게든 묵직한 주제의식을 담아낸다. 대립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한국은 일단 며느리와 시어머니 대립이 있다.


    버닝은 부자 사이코패스와 가난한 시골청년의 대립이다. 해미는 꿈과 현실의 대립을 상징한다. 그레이트 헝거가 해미의 이상주의라면 리틀 헝거는 해미의 현실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모순에서 해미는 치인다. 일본 만화와 소설은 그러한 대립이 없거나 희미하다. 모든 대립은 근본 국가주의에서 비롯된다. 남북한의 대립이 종수와 벤의 대립으로 나타나는 거다.


    친일파와 독립군의 대립, 자한당과 민주당의 대립으로 투사된다. 그래서 에너지가 있다. 종수가 해미를 사랑해도 에너지가 안 나온다. 그러나 국가의 어떤 약점을 봐버렸다면 참을 수 없는 거다. 그런 나라는 불을 확 싸질러버려야 한다. 놀고먹는 벤이 십원한푼 없는 해미를 농락하는 모순은 대한민국의 모순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종수의 피가 끓어오르는 거다.


    감독이 파주의 확성기방송을 사용한 것도 그러한 본질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만약 일본영화가 이렇게 대립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면? 그 대립은 근본 영국여왕과 일왕 아키히토씨의 대립에서 출발한 것이라고라고라? 이건 아니잖아. 관동과 관서의 대립인가? 풍신수길과 덕천가강의 대립? 너와 나의 대립이 사실은 뿌리가 있는 것이며 에너지의 공급자가 있는 거다.


    일본의 와和 사상은 그러한 대립을 부정하는 것이다. 일본과 미국의 대립 이렇게 되면 자민당은 매우 곤란해진다. 일본은 정점에 왕이 있기 때문에 왕과 대립하지 못하고 그러므로 일본영화는 시시해진다. 한국은 왕을 쫓아낸게 한두 번이 아니라서 대립을 드러내도 수습이 된다. 그래서? 남자가 먼저 말을 걸어야 하나 여자가 먼저 말을 걸어야 하나? 다시 원점이다.


    남자가 가만있는데 여자가 먼저 접근해와서 자고 가라는 것은 일본 방식이다. 리틀 포레스트에도 여자가 남자에게 구애한다. 남자가 여자에게 구애해야 한다는 식으로 되면 페미니즘은 거기서 막힌다. 그런데 한국은 남자가 먼저 말을 건다. 코끼리가 생쥐에게 먼저 말을 걸면 그것은 위태로운 사정이다. 언제라도 약자가 먼저 강자를 도와야 한다. 그런데 이상한 거다. 


    강자가 약자를 도와야지 어떻게 약자가 강자를 돕는가? 그러나 현실이다. 강자가 약자를 도우면 약자가 다친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공부 못하는 아이를 도우면 컨닝으로 잡혀간다. 강자는 쉽게 약자를 도울 수 없다. 사자는 사슴을 도울 수 없다. 언제라도 사슴이 사자에게 허벅지의 우둔살을 양보할 뿐이다. 잔인한 물리학의 법칙이다. 슬프지만 받아들여야만 한다.


    여자가 먼저 남자에게 들이대야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 경우 남자가 다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거지가 재벌을 도와서 문제가 해결되겠냐고? 재벌이 거지를 도와야 문제가 해결된다. 그런데 다친다. 남자가 들이대면 여자가 다친다. 위태로운 것이다. 친일파들은 헷갈렸다. 일본이 강하고 조선이 약하다. 강한 일본이 약한 조선을 도와야 한다. 그래 우리 일본이 청나라와 러시아의 침략으로부터 조선을 구해줄게.


    이렇게 되는 거다. 이등박문이 조선을 돕는다고 떠들고 다녔는데 그 결과는 친일파의 대거 탄생과 일본군부의 정한론이었다. 약자를 돕는다고 시작해놓고 약자를 죽이는 결과로 되는 일은 흔하다. 약자인 종수가 강자인 벤을 꼬셔야 이야기가 되는데 강자인 벤이 약자인 종수를 건드리니 위태로움이 그 가운데 있다. 벤은 영화에서 단 한 번도 악의를 드러낸 적이 없다.


    언제나 자상한 눈빛으로 종수를 도우려고 하였다. 그러나 사이코패스였다. 부자, 강자, 남자는 언제든 빈자, 약자, 여자에게 말을 붙일 수 있지만 위태롭다. 빈자와 약자와 여자가 먼저 말을 걸어야만 진행될 수 있는데 일본은 그렇게 하지만 한국은 그게 안 된다. 그런데 약자가 먼저 말을 걸면 시작은 좋은데 진행이 안 된다. 여자 “우리 사귀자.” 남자 “응 모텔 가자고?” 


    여기서 끝난다. 더 이상 스토리 진행이 안 된다. 모텔을 가면 남자는 이득이지만 여자는 이득이 없다. 여자가 남자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지만 남자는 여자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다. 그래서 돈을 준다. 돈밖에 줄 게 없으니까. 돈을 주면 권력관계가 작동한다. 그리고 진정한 관계는 파탄난다. 권력이 움직이면 상황은 종료다. 끝난 거다. 해미는 늘 종수를 이롭게 한다.


    종수는 해미를 이롭게 할 수 없다. 돈을 주랴? 돈이 없다. 옛날이 좋았다. 옛날에는 남자가 여자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있었다. 괴롭히는 양아치를 때려줄 수도 있었다. 과거에 장원급제하면 정경부인 만들어줄게. 이런 것도 가능했다. 요즘은? 삼성에 취업해서 사모님 소리 듣게 해줄게. 이러다가 싸대기 맞는다. 80년대에 먹히던 수법이고 여자도 경제력 있는 시대다.


    그래서? 여자가 남자에게 먼저 말을 걸 수 있는 사회가 선진국이다. 국가의 모순, 사회의 모순, 상부구조의 문제를 개인에 끌어들일 때 에너지가 증폭된다. 하루키에게 없는 것이 그것이다. 버닝은 개인을 소재로 삼지만 국가를 이야기한다. 불을 확 질러버려야 할 것은 시골 헛간이 아니고 헬조선이다. 강자와 약자 중에 누가 먼저 상대방에게 말을 걸어가야 하는가?


    제갈량이 유비를 찾아가야 하는가 유비가 제갈량을 찾아가야 하는가?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 순수한 사람을 건드리면 누군가 죽는다. 어쨌든 당신이 종수라면 벤 앞에서 대담하고 뻔뻔하게 말을 걸어야 한다. 퀴어영화라도 찍어야 한다. 가만있다가 갑자기 욱해서 불을 확 싸질러버리면 영화지 현실이냐고?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건 강자가 약자에게 거는 말이다.


    헬조선은 약자가 강자에게 거는 말이다. 시위를 하고 촛불을 들고 항의를 하는 것은 약자가 강자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다. 약자가 강자에게 먼저 말을 걸고 강자가 여기에 적절히 호응할 때 세상은 바뀐다. 단, 강자가 호응할 때는 전부 책임져야 한다. 북한이 먼저 미국에 회담을 제의해야 회담이 성공한다. 반대로 미국은 북한을 전부 책임져야 진정한 해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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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결말을 해석할 필요는 없다. 두 시간 반을 끌었는데 어떻게든 끝을 내야 하니까 그런 거고 본질은 종수와 벤의 만남이다. 만남은 가능한가? 위태롭기 짝이 없다. 이상과 현실. 그레이트 헝거와 리틀 헝거. 벤은 종수를 도울 수 있지만 대신 종수의 이상을 죽인다. 그것은 종수를 죽이는 것이다. 부자가 빈자를 도와야 하는게 아니고 빈자가 부자를 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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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갈량과 유비일당은 둘 다 약자이고 강자인데 제갈량이 먼저 말을 걸었다고 봐야 한다. 유비가 제갈량을 찾아간 것은 스스로 낮추어 약자인 척한 것이고 실제로는 제갈량이 약자다. 단, 제갈량을 뒤에 있는 엘리트 집단을 포함하면 제갈량이 강자다. 그래서 엘리트 집단 포함했을 때는 약자인 유비가 먼저 찾았고 제갈량 대 유비의 일대일로는 제갈량이 말을 걸었다.


    유비가 찾아왔는데도 집을 비우고 없는 척 쇼를 한 것은 제갈량의 돌출행동인데 이런 돌출행동은 말을 거는 방법이다. 제갈량이 유비를 테스트한 것이다. 테스트한 것이 말을 건 것이다. 강자가 말을 거는게 보통이지만 이래서는 단순한 상하관계가 되어 의리가 성립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재벌회사가 신입사원들에게 사원교육을 빙자하여 이상한 짓을 많이 시켰다.


    서울역 앞에 늘어서서 지나가는 행인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영화에도 신입사원을 군대식으로 제압하는 장면이 있다. 종수가 어이없어하며 나가버린다. 지금은 반대다. 오타니가 MLB 팀들을 면접 보는 세상이다. 요즘은 10대 소년이 억대 유튜브 조회수를 올리는 시대라 재벌이 사원들에게 면접을 봐야 한다. 옛날식으로 하면 S급 사원들이 다 사표 낸다.

    

    여자가 남자에게 말을 걸고 약자가 강자에게 말을 걸고 취준생이 회사쪽에 질문하는 사회가 선진국이다. 삼성이 취직하러 온 저커버그군과 잡스군에게 압박면접을 하면 결과가 어떻게 되겠는가 말이다. 재벌이 인재를 섬겨야 한다. 그러나 약자에게 먼저 말을 걸라고 하면 꼭 화를 내고 시비를 거는 형태로만 말을 거는 게 우리의 한계이기도 하다. 웃으면서 말 못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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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21]사발

2018.05.24 (19:04:43)

진리는 나의 빛 @silver660204 13시간 전

열정 패기 명석 성실 학습력 과감성 정의감 유머감 자애로움 담론주도력 토론과 연설능력까지

건국이래 노무현만한 천재는 없었습니다

노대통령서거는 끈질긴 좌우협공의 결과물

도저히 이길수없는 상대라서 그런겁니다

이젠 그들도 깨닫겠죠

제2제3의 노무현을 준비해두셨다는것

이길수 없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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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내용과는 별 상관없지만 어제 고 노무현 대통령님 서거 9주기를 맞아 트위터 아이디 '진리는 나의 빛'님의 트윗 하나를 기념으로 올립니다.

제2의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제3의 노무현: (바라건대) 김경수 경남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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