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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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960 vote 1 2018.01.10 (18:14:42)


    전두환은 특이한 캐릭터다. 주변에 많은 인물이 달라붙었는데 그중에는 인재도 있었던지 통금해제, 컬러TV, 과외폐지, 삼청교육대, 국풍81, 졸업정원제, 프로야구, 야한영화 등을 밀어붙였는데 나름 참신한 데가 있었다. 일부 정책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이런게 쉽지 싶지만 그냥 되는게 아니고 머리 돌아가는 참모가 있어줘야 한다. 그런 참모를 쓰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역시 대통령은 줄을 잘 서야 한다. 노무현은 정치를 잘했기에 그 다음에 온 사람이 고생했다. 지지율 10퍼센트 찍은 이명박이다. 워낙 이명박이 말아먹었기 때문에 박근혜는 그냥 이명박을 털기만 해도 지지율 50퍼센트는 무난했다. 그런데 제대로 털지도 못했다. 문재인은 이명박근혜를 털기만 해도 기본 점수 나온다. 적폐청산이다. 전두환도 마찬가지였다. 박정희를 털었다.


    이승만은 조선왕실 일족을 날려버렸고, 박정희는 이승만을 날려버렸고, 전두환은 박근혜를 치워버렸다. 이전 정권의 계승자를 자처하지 않고 새로운 권력을 창출한 것이다. 노태우와 김영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조갑제가 이들을 모두 엮어서 가짜 족보를 만들어냈다. 조선왕조>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은 친하지 않다. 문재인과 노무현이 친한 것과 다르다.


    전두환은 워낙 박정희가 조져놓았기 때문에 반사이득을 누렸다. 그리고 국민은 다음에 또 뭐를 터뜨리나 하고 숨죽여 지켜보았다. 나오는게 없었다. 국풍 81이라고 전국의 조폭들을 여의도에 모아서 생쇼했는데 국풍82와 국풍83은 어디를 갔는지 꿩 궈먹은 소식이더라. 뭔가 일을 벌이는듯 하더니 슬그머니 바닥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섹스, 스크린, 스포츠 3S도 나름 볼만했다.


    갑자기 애마부인이니 하는 얄궂은 성인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변두리 극장에서 한 번 입장하면 동시상영으로 여러 편을 볼 수가 있었다. 야간통금 해제로 성매매 업소가 대박맞았으니 양은이파, 서방파, OB파가 조폭전성시대를 열었다. 무엇인가? 박정희 시절의 엄숙주의, 권위주의가 뒤로 물러가고 조폭과 양아치, 또라이들 전성시대가 열려버린 것이다. 헬 게이트가 열렸다.


    돌아이 시리즈라는 영화도 나왔다. 전 국민이 또라이가 되어 미쳐 돌아가는 판이 되었다. 구조론으로 말하면 질, 입자, 힘, 운동, 량에서 운동과 량이 힘을 쓰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류인생들에게 발언권을 주면 희한한 일이 일어난다. 일베충이 권력을 쥐면 코미디가 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억압된 만큼 뒷구멍으로 자유로워졌다. 제왕은 권위를 잃었다. 전형적인 독재와 다르다.


    마키아벨리즘에서 멀어졌다. 결정타는 아웅산 테러다. 전두환은 당연한 북폭을 하지 않았다. 왜지? 국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가지다. 아! 알고보니 전두환은 좋은 사람이었어. 우리 착한 두환이! 이렇게 된 거다. 하나는 '쫄았네 쫄았어. 다 개발해놓은 핵을 미국에 바치고 바짝 엎드리더니 이번에도 미국 형님이 어험 하는 기침소리에 놀라 박박 기는구먼.' 꼬리 감춘 똥개다.


    이렇게 된 것이다. 게에다 북한으로부터 식량지원을 받아들였다. 한강둑이 무너지고 고양일대 주민들은 북한 쌀로 떡 해먹고 북한 담요 덮었다. 이건 정말이지 웃긴 사태다. 이때도 국민 반응은 두 가지. ‘아 우리가 오해했군. 우리 두환이 귀엽네. 두환이가 비록 돌아이지만 나름 착하다구.’이런 흐름과 '전두환이 쫄았네. 쫄았어. 카리스마가 없어. 알고보니 양아치였어. 겁 먹었어.'


    이렇게 된 것이다. 결정타로 212총선에서 참패. 83년에 아웅산에서 줘 터지고 85년에 김대중 귀국에 줘터지고 양쪽으로 얻어맞았다. 김대중 귀국 때는 미국 하원의원 두 사람이 동행했다. 그래서? 국민은 전두환을 순한 양으로 오해했다. 젊은 참모들이 ‘각하!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입니다.’ 라고 말하면 전두환은 승인해 줬다고. 이번에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개헌하시지.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왜? 물러터졌거든. 아웅산 보복도 못해. 북한에 쌀을 구걸해. 김대중 귀국 못막아. '가오'를 구겨버린 것이다. 이쯤 되면 카리스마는 아주 박살이 났다고 봐야 한다. 국민은 우리 귀여운 두환이가 늘 그랬듯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개헌에 찬성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호헌이란다. 억! 그야말로 탁 하니 억이었다. 국민은 기함했다.


    무엇인가? 국민은 사실 누군가를 지지하고 말고 이런게 없다. 진보고 보수고 이런게 없다. 맥락을 따라가는 것이다. 전두환이 통금해제, 컬러TV, 과외폐지, 교복폐지, 국풍81, 졸업정원제, 프로야구, 야한영화를 줄줄이 내놓으니 또 뭔가를 하나보다 하고 기대한 것이다. 그런데 뚝 끊어졌다. 뒷소식이 없다. 이게 다여? 끝이여? 그럼 끝이네. 끝이면 물러나야지. 이렇게 되는 거.


    전두환 다음 노태우, 노태우 다음 정호용, 정호용 다음 김복동으로 대통령 순서가 정해져 있었다. 이것들이 장난하나? 국민은 착한 두환이가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일 줄로 알고 박수칠 준비를 했는데 뒤통수 맞았다. 그래서? 김영삼 지지파는 김대중 집권후 고려연방제 통일을 두려워했다. 그 경우 김영삼의 집권기회는 영원히 없다. 김영삼이 김일성과 회담을 추진한 것도 같다.


    정권재창출 수단이다. 김대중 지지파는 김영삼이 집권하면 백퍼센트 정호용, 김복동 일당이 쿠데타를 할 것이고 결국 이들과 야합하여 군부정권을 연장시킨다고 보았다. 무조건 김대중과 반대로 가는 김영삼이 북한과 대립구도를 악용하고 지역감정 악화시킬 것으로 보았다. 김영삼이 나중 하나회를 정리하기는 했지만 그건 92년이라서 가능했던 거다. 88년이면 사정이 다르다.


     88년 총선에서 제 3당으로 몰락했듯이 소수파 김영삼 입장에서 군부와의 대립구도 유지는 무리다. 노태우가 전두환을 백담사로 보내는 바람에 내부분열이 일어나서 군부가 약화된 결과로 나중 김영삼이 정리할 수 있었던 거다. 결론은 김영삼파와 김대중파가 서로를 비난하면서 각자 시나리오를 써대는 바람에 국민의 호기심이 급상승 해버린 것이다. 호기심 이거 위험하다.


    김대중은 빨갱이다. 김일성과 손잡는다. 이렇게 선전하면? 어! 그거 잼있네. 김대중과 김일성이 손잡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지? 국민은 호기심을 느낀다. 마찬가지로 김영삼이 되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된다고 하는 각종 설들은 그만큼 국민의 기대치를 높여놨다. 전두환에게는 더 이상 내놓을 콘텐츠가 없었다. 하나 내놓은 그림이 '노태우 다음은 정호용, 정호용 다음은 김복동이래.'


    멕시코 제도혁명당의 돌려먹기 수법인데 이것이 결정적으로 전두환의 카리스마를 침해했다. 그리고 국민은 모두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왜? 웃겼잖아. 말기의 전두환 정권은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였다. 섹스, 스크린, 스포츠로 놀아날 때부터 웃겼다. 하층민의 지지를 받으려는 어설픈 인기정책은 치명적인 부메랑이 된다. 정치를 희화화시키기 충분하다. 엘리트를 통제할 수 없다.


    알아야 한다. 국민의 지지는 잠정적 지지다. 진보, 보수에 관심없다. 집권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남녀간에라도 마찬가지다. 사랑도 잠정적이고 우정도 잠정적이다. 상대방의 다음 수를 본다. 넌지시 떠 보고 상황에 맞게 대응한다. 그게 인간이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이다. 질은 외교다. 입자는 국내 엘리트를 통제하는 카리스마다. 힘은 경제다. 운동은 전두환의 3S 정책이다.


    량은 당원을 동원하는 거다. 북한과 대결구도를 유지하는 한 외교를 할 수단이 없다. 외교가 망해서 다 망한다. 아웅산. 쌀구걸, 김대중 귀국이 대표적인 외교몰락이다. 국민은 늘 민생타령을 하지만 푸틴은 외교로 지지율을 올린다. 외교는 문재인이 잘하고 있고 다음은 국내의 엘리트를 제압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야 한다. 언론과의 긴장관계는 필수다. 언론에 아부하면 죽는다.


    카리스마가 죽어서 죽는다. 87년은 무엇인가? 민주화 열망의 정체는 무엇인가? 나는 전두환이 미국에 숙이고 북한에 밀리고 3S로 놀아나는 바람에 국가라는 권력서열에서 상부구조가 몰락했다고 본다. 카리스마 죽었다. 전두환은 완고한 가부장이 아니라 코미디언처럼 보였다. 민주화의 진짜 목적은 상부구조 건설이다. 외교시스템이 돌아가고 국내 엘리트를 제압해야 한다.


    바로 그것이 민주화다. 전두환은 3S로 조폭전성시대를 열어 국가를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놓았다. 권력서열이 붕괴되었다. 국가의 엘리트는 권위를 잃었다. 희화화된 국가를 재건하고 싶은 열망이 민주화 열망이라고 나는 진단한다. 그때 나는 학교선생을 똥개로 봤고 대한민국의 모든 관료와 기득권자와 엘리트를 우습게 보았다. '니들이 암만 그래봤자 웃긴 두환이 졸개잖아.' 


    이런 거였다. 결론은 민주주의는 합당한 권력서열의 조직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교관계의 정상화이고 다음 국내의 엘리트를 제압하여 카리스마를 이루어 엘리트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며 그다음이 경제성장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레기들과의 싸움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특히 북한과 다투면 외교는 없다. 바로 약자 포지션에 되어 일본, 미국에 납작 엎드려야 한다.


    일본형님 미국형님 북한이가 가만있는 날 때려요. 북한이 때찌해줘요. 이렇게 된다. 전두환이 그런 꼴을 만들었다. 박정희는 핵개발로 어찌해보려 했고. 선거만 한다고 민주화가 아니다. 합당한 권력서열이 조직되어야 하고 내부경쟁에 의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되어야 하고 국민의 역량을 백퍼센트 동원하는 의사결정구조가 세팅되어야 한다. 한때 국민은 전두환을 지지했다.


    근데 왜 민심이 180도로 바뀌었을까? 전두환이 뭐를 잘못해서? 당연히 잘못했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그래서 전두환은 아직도 납득을 못하는 것이다. 이명박도 박근혜도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른다. 민주화는 전두환의 살인만행 때문에 국민이 분노한게 아니고 국민이 스스로 욕망한 것이다. 분노는 국민의 억눌러져 있던 욕구에 불을 붙였을 뿐이다. 도화선에 불만 붙인 거다.


    진짜는 따로 있다. 70년대 초는 10퍼센트가 대학진학 했다. 80년대 중반은 반이 대학진학 했다. 중산층의 등장이다. 그렇다면 권력서열이 바뀌어야 한다. 국민의 학력이 낮을 때는 박정희식 권위주의 ,엄숙주의가 먹혔다. 전두환은 그게 약발이 다 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개그정치를 했다. 3S로 광대쇼 한 거다. 정치판은 우스워졌다. 생쇼를 지켜보니 억눌린 욕망이 꿈틀거렸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스마트 시대다. 네티즌의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다. 권력의지 발동이다. 기레기들은 아는 것도 없는 주제에 그런 국민을 억누르려고 한다. 전두환이 3S로 우스워졌듯이 기레기들도 거듭된 오보쇼로 우스워졌다. 그땐 신문기자들이 똑똑했다. 지금 네티즌은 5천만 중에 정예요 대표다. 5천만 중에 제일 똑똑한 사람과 기레기들은 매일 대결해야 한다. 그런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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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21]사발

2018.01.10 (19:23:57)

위에서 세번째 문단에 "전두환은 박근혜를 날려버렸다"... "전두환은 박정희를 날려버렸다"..의 오타인 듯요.


전두환이 박근혜도 날린 건 맞지만 문맥상으로 봤을 때....ㅎㅎ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8.01.10 (20:15:07)

박근혜를 공주대접 안 하고 몇 푼 줘서 쫓아버렸다는 말이지요.

당시 전두환에게는 껄끄러운 존재였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1]사발

2018.01.11 (08:41:42)

오타가 아니었군요. ^^

[레벨:0]달래아빠

2018.01.12 (22:39:08)

동렬님께 드리는 아주 수준 낮은 질문인데요.

동렬님 글을 읽다가(제대로 읽었다는 뜻은 아니고요), 동렬님의 글은 대체로 한 문단이 다섯 줄로 되어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것도 각 문단의 다섯째 줄 길이도 대체로 비슷하다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최근 글 10편만 살펴봤는데, 한 문단이 네 줄로 된 글도 두 편이 있네요.

그런데 그 글은 모두 네 줄입니다.

그리고 이번엔 네 번째 줄의 길이가 거의 일치합니다.

내용을 읽고 놀랄 수준이 안 되다 보니, (읽지 못하고) 보고 놀랍니다.

우연인지요?

의도적이신 건지요?

글을 쓰기 시작하실 때 처음부터 글 전체가 체계적으로 세팅이 돼 있으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답을 해 주시면 고맙고요,

답을 안 해 주시면 수준 낮은 질문에 그냥 웃고 넘어 가셨구나 생각하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8.01.12 (23:02:31)

당연히 길이를 맞춰놓은 겁니다.

길이 고치다가 오타도 많이 나오고 

억지로 늘이거나 줄여서 어색한 표현도 있고 그렇죠.

[레벨:0]달래아빠

2018.01.15 (08:09:16)

일부러 맞추셨구나.

저는 그냥 술술 나오는 대로 쓰셨는데도 저절로 맞춰졌을 것이란 상상을 했네요.

동렬님도 인간적이신 면이 있다는 생각이~^^


그럼 혹시 이렇게 길이를 일부러 맞춰서 글을 정리하는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제가 시각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글을 읽다가(문장도 안 끝나고, 문단도 안 바뀌고) 짜증을 느끼는 경험을 종종 해서인지, 글은 일단 시각적으로 다가온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동렬님의 글처럼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된 글은 아직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앞으로도 볼 일이 별로 없을 것 같고요). 동렬님만의 이유가 있다면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8.01.15 (11:19:26)

글자수 맞추다가 한 번 더 읽어보게 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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