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공인 신분의 위력이 작용한 특수상황인데 한국기원의 내막을 모르는 네티즌들이 일반인의 연애로 착각하고 황당한 댓글을 달고 있다. 기자가 조회수를 의식하고 제목을 이상하게 뽑은 것도 있다. 12승 122패의 코세기 기사와 김성룡 9단의 지위는 말하자면 KBO 총재와 배트걸의 관계쯤 된다. 사이비 교주와 신도와의 관계나 혹은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관계도 같다. 심리적으로 제압된다는 말이다. 만약 KBO 정운찬 총재가 배트걸과 잤다면 당신은 그것을 연애로 보겠는가? 클린턴과 르윈스키가 순수하게 연애를 했다고 해도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조선일보 사장과 여자 연애인이 만났다면? '기획사가 상납했네.' 이렇게 된다. 이 사건은 한국문화를 잘 모르는 외국인 여성과 외국인이면 만만하다고 본 혹은 동유럽 여성은 성적으로 문란하므로 뒷탈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사냥꾼의 흉계로 일어한 사건이다. 바닷가를 산책한 이유는 기세로 제압하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 보통은 제압된다. '한국문화가 원래 이렇구나. 별 수가 없구나.' 하고 피해자가 자포자기하도록 만들려는 덫이다. 문제는 이 수법에 넘어간다는 거다. 일반인은 다르다. 김성룡 9단과 12승 122패의 기력은 비교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바둑해설가로 명성을 얻고 있었다. 바둑이라는 영역 안에서는 거의 신과 개미의 관계다. 심리적으로 제압될 수 있다. 인간은 원래 설계를 하고 덫에 가두면 죄다 넘어간다. 여러분은 운이 좋아서 기술 좋은 사기꾼을 안 만난 것이다. 작정하고 작업을 걸면 열이면 열 다 넘어가는게 인간이다. 인간은 그만치 약한 존재다. 그러므로 보호받아야 한다. 세력을 가지고 있거나 뒷배경이 있으면 괜찮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거나 엘리트 친구를 두어야 한다. 누구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 안에 있어여 하며 외국인은 세력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으니까 만만한 타겟이 된다. 주민센터에서 목격한 일인데 친절하던 공무원이 조선족인지 중국인인지 모르지만 한국말을 잘하는 노인에게는 매우 불친절하더라. 신분증을 내놔라 하면서 여권도 신분증이라는 사실은 절대 말해주지 않는다. 표정과 말투가 달라지더라. 이런 것에서 각도가 1도만 틀어져도 인간은 태도를 바꾼다. 피부색만 달라도 태도가 바뀌고 나이만 달라도 태도가 바뀐다. 그 사람이 투표권을 가졌어도 과연 공무원이 그랬을까? 절대 그럴 일이 없다. 한국 공무원들이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바뀐거 확실하다. 도로가에서 돈 뜯는 교통경찰도 사라졌다. 90년대 후반까지는 흔히 있었는데 말이다. 그때 그 시절 다들 면허증 뒤에 5천 원짜리 넣어갖고 다녔잖아. 면허증을 건네주었다가 돌려받으면 5천 원은 사라져 있잖아. 그때 5천 원이 요즘 가치로 1만 원 쯤 된다. 김영삼 시절 김대중 대통령의 단식 한번에 대한민국 공무원이 다 바뀐 거 맞다. 약간의 차이가 아니라 굉장히 큰 차이다. 단번에 갑을관계가 역전되었다. 공무원 위에 단체장 있고 단체장 위에 유권자 있다. 김성룡 9단의 신분은 피해자 입장에서 하늘같은 존재다. 도마 위에 오른 생선의 처지가 되는 것이다. ‘네까짓게 어쩔건데? 여기는 내 나와바리고 너는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 신세구나.’ 이런 눈빛으로 바라본 사실 자체가 유죄다. 위력적 상황이며 심리적으로 제압 들어갔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권력자의 처신이 일반인과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김성룡 9단에게는 한국기원 안에서 그만한 힘이 있었다.
총잡이가 총을 꺼내들면 이미 위력행사는 시작된 것이다. 공기가 살벌해진다.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어도 범죄는 일어났다. 조폭이 칼을 꺼내들었으면 그 칼로 사과를 깎았어도 공갈죄다. 조선일보 사장이 여자 연예인을 만났다면 이미 범죄는 시작됐다. 사이비 교주가 신도와 사적으로 만났다면 그게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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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력적 상황이며 심리적으로 제압 들어갔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권력자의 처신이 일반인과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