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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양을 쫓는 모험
read 10045 vote 0 2010.04.21 (05:44:59)


1. 폴란드 대통령, 카친스키의 죽음


2010년 4월 18일 폴란드 카친스키 대통령의 장례식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그의 죽음을 애도하였고, 세계 각국의 지도자가 장례식에 참석하였지만, 아이슬란드 화산활동에 의한 비행기 사고를 경계하여,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몇몇 국가의 지도자들은 참석하지 못했다고 한다.



폴란드 대통령의 죽음01.jpg

 


카친스키 대통령은 어린시절 아역배우였고, 1970년대에는 공산당에 대한 반체제 운동의 중심 자유노조 부위원장으로 활약하였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전환을 주도하였다고 한다. 우리가 독재와 싸우던 바로 그 시절, 지구 반대편에서 그 역시 또 반대쪽의 독재와 싸웠던 것이다. 


그리고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폴란드의 카친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에 카틴숲 추모행사로 향하던 도중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였다. 폴란드는
대통령, 군 참모총장, 국회의원 등 을 포함한 국가 지도급 인사와 수행인원 97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그들을 태운 비행기는 러시아 스몰렌스크 공항에 도착하기 직전에 추락하였다고 한다.






2. 카틴 숲 대학살



폴란드 카친스키 대통령은 왜 러시아의 카틴 숲으로 향했을까? 카틴 숲 학살사건은 2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40년, 스탈린의 명령으로 소련의 카틴에서 폴란드 군 장교, 기술자, 지식인 등의 포로 27,000 여명을 학살하고, 그 시체를 매장한 사건이다. 스탈린은 2차 대전 후, 폴란드의 독립을 우려하여 군장교를 중심으로 집단 학살을 하였던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개곰 님의
폴란드의 눈물 참고)


이후 카틴 숲 대학살 사실이 밝혀지자, 소련은 그것이 패전국 독일이 행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사건이 미궁에 빠진 채 50 년이지나,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소련의 지도자가 되면서 카틴 숲 대학살에 관한 조사를 승인하고, 그 결과가 소련에 의하여 자행되었음이 밝혀지자 폴란드에 공식 사과를 하였다.


카친스키 대통령 내외는 카틴 숲 사건을 다룬 영화 '카틴'(Katyń)을 만드는 데에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이 영화는 1939년 9월 17일 소련의 폴란드 침공을 기억하기 위해 2007년 같은 날짜에 개봉되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안제이 바이다(Andrzej Wajda)가 감독한 이 영화는 2008년 폴란드 영화상과 80회 아카데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카친스키 대통령은 폴란드의 앙금으로 남은 카틴 숲 학살사건을 추모하고, 러시아와 폴란드의 관계회복을 위하여 러시아로 날아갔던 것이다. 카친스키 영부인은 카틴 숲 사건의 피해자 가족으로 알려졌다. 그의 삼촌이 바로 카틴에서 살해당했다. 카틴 숲 사건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은 폴란드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과 마리아 카친스카 영부인이 함께 변을 당해 폴란드 국민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영화 카틴의 마지막 장면, 권총으로 한명씩 사살하고 있다.)


카틴 숲 대학살은 소련이라는 국가에 의한 조직적인 범죄이고, 50년간 진실을 은폐하였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조직적으로 은폐했던 그 사건을 '역사' 라고 부르고 있다. 역사의 한 장면이 되었으며, 또 그것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떻게 이러한 반전이 일어난 것일까? 어째서 소련의 고르바초프는 카틴 숲 학살에 관한 조사를 승인하고, 폴란드에 공식 사과를 했던 것일까? 그럴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던가?




3. 거짓과 진실의 작동원리



'진실은 언제나 승리한다.' 이 말은 100% 참일까? 그런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역사속의 굵직한 사건들을 보면, 아무리 거대한 권력이 진실을 은폐하여도 언젠가 그 진실이 드러나게 되어있다. 우리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시절의 왠갖 지랄맞은 사건들을 통하여 체험하였다.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그런 희망을 진리라고 굳게 믿고 있다.


거짓과 진실. 하지만 원래 거짓과 진실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거짓과 진실의 관계는 빛과 그림자의 관계와 같다. 빛이 있으면 동시에 그림자가 생겨나는 것 처럼, 태초에 사건이 있었고, 그것을 거짓으로 은폐하는 순간 상대적으로 진실의 씨앗이 뿌려지는 것이다. 진실은 하나의 씨앗과 같다. 줄기와 잎과 꽃과 열매의 형태가 고스란이 씨앗 안에 들어있고, 시간이 흘러 진실의 나무가 자라나 그 열매가 맺혔을 때, 비로소 우리는 그것을 역사의 바구니에 담는다.


사건  >  거짓(은폐)  >  진실




거짓과 진실이 상반된 형태의 개념이 아니라, 최초 사건에서부터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하나의 사건이고, 다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사건의 성격(상태)이 변하는 것이 정확한 얘기다. 최초에 사건에 거짓이라는 또하나의 사건이 추가되고, 진실이라는 또하나의 사건이 추가되고 하는 식이다. 거짓과 진실을 상반된 개념으로 인지하는 것은 시간의 흐름을 제외하고, 역사속의 결과만을 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거짓이 진실에 우선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진실은 비가역이다. 진실이 먼저 나오고, 후에 거짓이 나오면 그것을 진실이라 말하지 않을 테니까.




거짓의 성격 - 순간을 모면하거나, 짧은 시간동안 소수의 편익을 극대화


진실의 성격 - 미래로 다수의 공익을 진보시킬 동력원



거짓이란 것 자체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것이다. 필연적으로 진실이 승리하는 이유는 거짓은 시간의 텀이 짧은만큼, 사회를 유지시키는 에너지가 없다.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글라스노스트(정보공개)와 페레스트로이카(개혁)을 외친 이유도 당시 폐쇄적인 소련사회로서는 더이상 연방을 유지시킬 에너지가 없었음에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진실이 승리하는 패턴은 늘 이런 식이다. 진실의 힘이 세져서 만방에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거짓과 은폐로서는 더이상 사회를 이끌어갈 동력이 상실되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진실이 부상하는 것이다. 진실은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고리에서 터져나온다.


진실은 거짓과 은폐를 일삼은 권력자를 처단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 자체가 공공의 미래의 동력원으로 삼아 제도를 개혁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에너지로 쓰는 것이다. 나쁜 넘을 벌주려고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나쁜 넘을 벌을 줘야지 신뢰를 회복하고, 신뢰를 회복해야지 미래의 에너지를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 조직, 국가, 세계가 모두 수천, 수만의 약속으로 작동하고, 그 약속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4. 거짓으로 뒤틀린 천안함



백령도 인근에서 천안함이 침몰된 이후, 지금까지도 그 원인에 대해서 이렇다하게 밝혀진 사실도 없고,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지만, 국민이 천안함 사건에 관하여 알고있는 공통된 사실은 이명박의 실용정부가 국민에게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사건이 일어난 정확한 시간, TOD 화면, 실종자와 가족간의 통화내역 등 어떤 사실을 숨기거나 왜곡하기 위한, 또 무언가를 모면하기 위한 말을 매일 국민 앞에 떠벌리고 있다.


천안함.jpg



이번 천안함 사건도, 역사속의 기록될 하나의 진실이 나타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비단 천안함 침몰의 사실관계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은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본다. 기존의 종이신문, 방송 미디어와 트위터와 블로거까지 가세된 인터넷 미디어 간의 미디어 전쟁인 것이다.


현재로서 종이신문과 방송 미디어는 하나같이 천안함의 침몰의 원인을 어뢰에 의한, 그것도 북한의 어뢰라고 단정지어 보도하고 있는 반면, 인터넷 언론이나 블로그를 보면 북한의 어뢰설은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양상이다. 하나에 사건에 관하여 완전히 대치되는 입장의 미디어.


기존의 종이신문과 방송 미디어는 통제가 가능하고, 인터넷 미디어는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르게 말하자면, 통제 받지 않는 미디어가 통제 받는 미디어보다 월등할 수 있는가? 자유와 자율의 힘이 통제된 권력 이상의 에너지를 발현할 수 있는가?


그들은 거짓으로 사실을 은폐하고, 우리는 진실을 밝혀 미래의 동력으로 삼는다.

 

 

5. 국가의 신뢰


국가의 신뢰는 국가와 국가간의 신뢰도 있지만, 정부와 국민과의 신뢰도 있다. 내부의 신뢰가 구축되어야, 외부의 신뢰가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천안함 실종차를 구출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애초에 구출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방송 된 것처럼, 근처에 있던 속초함은 새떼에 총쏘느라 시간을 허비했고, 구조팀은 산소를 주입한답시고 인양을 미루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선택적으로 보호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국가는 이미 신뢰를 잃었다. 군대간 장병의 생명을 보장하지 못하는데 어떤 어미가 자식을 군에 보낼 것이며, 검찰이 성상납을 받는데 어떻게 한명숙 후보에 관한 수사를 용인할 수 있을것이며, 해외 체류중에 사건이라도 날 것을 걱정하여 외국에 가겠는가? 정부의 말을 신뢰하지 못하고, 대통령의 눈물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은 정말이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이명박의 눈물01.jpg 



그들은 천안함의 관한 기초적인 사실까지도 거짓을 말하고, 그 거짓을 보호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을 말한다. 이명박 정부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보다, 은폐하는 쪽의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 한 것이다. 무엇을 숨기고 싶었을까? 북한에 공격받은 사실을 숨기고 싶었을까? 우리 군함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것을 숨기고 싶었을까?


 

미순이 효선이 사건(2002) >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2008) > 천안함 침몰(2010)



 

미국과 해상에서 합동훈련을 했다는 점과 한준위의 죽음, 그리고 미국측 움직임을 보았을 때에 이명박 정부가 가장 숨기고 싶어하는 사실은, 가장 모면하고 싶어하는 상황은 천안함 침몰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미순이 효선이 사건,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사건과 이어지는 또 하나의 미국과 얽힌 사건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 광화문 앞 100만 촛불이 아니던가?


전쟁이라고 치면, 전장을 좁히면 미디어를 통제한 '거짓'이 승리하고, 전장을 넓히면 에너지가 넉넉한 '진실'이 장기전으로 끌고가서 승리한다. 얼마전 KBS <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가 몰래카메라에 홀딱 속아넘어갔던 것도 한정된 공간에서 일을 꾸몄기기 때문이다. 광장에서라면 그런식으로 속일 수가 없다.


천안함도 마찬가지다. 국가 내부의 사건이라면 거짓으로 무마 될 수 있겠지만, 이것이 국제적인 이슈가 된다면, 진실이 밝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북한 어뢰피격설이나 미국 개입설이나 모두 국제적인 잇슈가 될 것이므로, 어찌되건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건이 마무리 되지는 않을 것이다.


먹고 튀느냐, 튀기전에 잡히느냐의 문제가 남았을 뿐.



 


 



www.changtle.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0.04.21 (10:08:01)


사건이 일어나는 이유는
밑바닥에 에너지가 고여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모든 거짓은
사건을 거기서 종결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건을 종결시키려는 이유는
첫째 나이가 많아서 곧 돌아가실 분이라 앞으로 진행될 사건에 관심이 없어서

둘째 사건으로 돈을 벌었으므로 목적을 달성한 바 이제는 사건에서 손을 뗄 요량으로
이렇듯 억지로 사건을 종결시키는 모든 행위는 거짓입니다.

밑바닥에 에너지가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사건을 종결시키면

그 남아있는 에너지가 진실 쪽으로 이동하여
계속 꺼진 불씨를 살려가기 때문에 진실이 드러나고 맙니다.

그러나 모든 진실이 드러나는 것은 아닙니다.
드러날 가치가 있는 진실이 드러날 뿐.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양을 쫓는 모험

2010.04.21 (13:25:20)

사건(발생, 에너지) > 거짓(역설, 공간) > 진실(역설의 역설, 공간+시간)

최초 사건에 에너지가 있다는 말씀은, 사건 자체가 살아있는 유기체적인 성격이라고 방점을 찍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권력자들이 사건을 거짓으로 덮는 것은 공간상에서 길목을 차단할 수 있으면 완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평면의 공간에서는 그것이 옳은데, 실제로는 시간개념이 들어가기 때문에 거기에서 역설에 역설이 일어나지요.

정지된 상태에 함선에 모든 조건이 충족된 상태에서 버블제트 어뢰 피격실험은 성공하지만(공간개념), 운동중인 천안함에 낮은 수심 등의 유기적인 상황이라면 (시간개념) 버블제트의 가능성을 생각하기 힘든 것 처럼 말입니다.

드러날 가치가 있는 진실이란, 역사의 진보의 동력원을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인류는 좌로 가든, 우로가든 결국 진보하려는 성향이 있으므로, 어떤 거짓이 진실로 드러난다는 것은 그것이 사회 진보의 동력원, 즉 가치가 있다는 것.

[레벨:15]오세

2010.04.21 (10:12:17)

드러날 가치가 있는 진실이 드러날 뿐이다.
참으로 무서븐 말이구려.
그리고 그 가치를 찾아내는 이가 역사를 쓰는 것이고. 드러날 가치를 발굴하고 키우고 지켜내는 일이 진보. 드러날 가치를 억누르고 무시하고 짓밟는 것이 보수꼴통. 그러나 역사는 진보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담

2010.04.22 (17:59:10)

은폐도 사건이지요.

인류는 낳기 겨룸, 죽이기 싸움으로 다음 걸음을 결정했습니다.
많이 죽이는 쪽이 위세를 떨치지만, 많이 낳는 쪽이 결국 모든 것을 물려 받지요.

인류 자체가 지성망입니다.
인터넷을 얻어 이제 생명이 인류를 낳으며, 부여한 의무를 제대로 실천 할 때에 이른 것.

소련이 강한 연방 건설을 구실로 폴란드 지도부를 학살한 짓은 그 자체가 큰 사건이지요.
혁명이라 자칭하여 그들이 만드어낸 나라는 서열국가였지요. 일당과 일인 지배체제로 세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학살을 선택하게 하고, 덮어두게 했겠지요. 그러나 끝은 오고. 다른 사건이 시작 된 것. 개혁과 개방.

과거는 끊임 없이 재해석 됩니다. 감추둔 진실 또한 재확인 됩니다.
지성의 편,
진리의 편,
생명의 편,
인류의 편에 선 이들은 시공을 넘어 공동사유하고, 공동작업 합니다.

진실은 끊이 없이 부름을 받지만, 거짓은 공간의 메마름과 시간의 차가움을 넘지 못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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