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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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5]오세
read 5127 vote 0 2010.04.14 (15:00:29)

21세기는 각자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시대.

밤하늘에 찬란하게 빛나는 별들이 그대를 이끌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대 자신이 별이 되는 시대.


그래서 나도 내 나름의 스타일을 완성하려 한다.


상담도 마찬가지다. 상담에서도 나의 스타일이 있으며 나는 그 스타일을 완성할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상담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내면의 민주주의가 바깥의 민주주의로 이뤄진다'


안에서 이뤄진 것이 바깥에서도 펼쳐지게 하는 것. 병리의 본질은 독재와 다를 바 없다. 내면의 무수한 목소리들 중 어느 한 놈이 독재, 아니면 몇 놈이 뭉쳐서 귀족정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병리다. 치유는? 내 안에 있는 모든 인격들에게 발언권을 주는 것, 권리를 되돌려주고 힘을 불어넣어주는 것. 내 안에 육십억 인류를 담는 것. 그것이 진짜 치유고 성장이다.

내 안에 있는 수 많은 인격과 목소리들이 각자 신나게 떠들어도 그 속에 조화가 깃들어 있는 것. 자비로운 주시의 빛 속에서, 마치 엄마를 믿고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듯이, 그렇게 내 안의 무수한 인격들이 자유롭게, 그리고 신나게 뛰어노는 것. 그것이 진짜다.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발언하고 권리를 행사하되 서로를 해치거나 억압하지 않는 것. 설령 서로 싸우더라도 룰을 지키는 것. 각자 따로 놀아도 보이지 않는 손(주시)의 힘을 입어 무언가를 낳는 것, 창조하는 것. 계급, 인종, 성별 등에 의해 차별 당하지 않는 것. 깨어있는 인격들의 조직된 힘으로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를 이루는 것.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이다.

그리고 이러한 민주주의는 바로 우리의 내면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

내가 지향하는 상담은 바로 이러한 민주주의가 우리 안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내면의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우리는 '나'를 아는 것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우리'를 알아야 한다.

진실로 우리가 던져야 할 화두는 이제 <나는 누구인가?>가 아니다. 그것은 독백적이다. 답을 얻기 위한 질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인가?>는 다르다. 그것은 <나>를 포함하고 있으며 나와 네가 둘이 아님을 바라보게 한다.



조두순은 사이코패스다? 아니다 우리가 사이코 패스다. 우리 문화, 사회, 정치 구조 하에서 나온 것이 바로 조두순이다. 그리고 그러한 구조는 누가 만들었나? 바로 우리다. 우울증? 자살? ADHD? 진실로 그 중 단 하나도 개인이 창조한 것은 없다. 세상 그 어떠한 병리도 개인이 만들어낸 것은 없다. 모든 병리는 <공동체>의 병리로부터 출발한다. 모든 병리는 <관계>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출발은 <우리>여야 한다. <나>가 아니다.


<나>로부터 출발하는 상담은 마치 형사가 사건 현장에서 포착한 단서들만 가지고 귀납적으로 역추적해 범인을 잡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우리>로부터 출발하는 상담은 다르다. 그것은 범인이 이미 누구인지를 알고 범인을 잡으러 가는 것과 같다 바꿔 말하면 병리의 원인을 이미 파악한 상태에서 치유에 접근하는 연역적 접근인 것이다.


나는 연역적인 접근을 할 것이다. 한 개인이 주변의 가족, 사회, 문화, 정치 등 각종 집합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적응하였는지, 적응하지 못하였는지, 그 속에서 어떠한 순기능과 역기능을 보이고 있는지를 추적할 것이다. 이를 통해 "병리란 바로 병리적인 사회에 대한 일종의 적응"임을 깨닫도록 유도할 것이다.


유전적인 문제 때문에, 성격적인 문제 때문에, 아님 몇몇 개념없는 불교도, 기독교인들이 말하듯 죄나 카르마 때문에,...... 다 개소리다. 예수님은 죄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 하셨고 부처님은 연기를 말씀하셨다. 그게 다 우리의 책임을 묻는다는 소리다. 죄없는 자가 그 누구이며, 연기의 인드라망 속에서 과연 그 누가 자유로울 수 있는가?


더 이상 개인에게 그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 책임은 나눠지는 거다. 여기에서 말하는 책임이 법적 책임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유념하라. 손해를 입혔으면 손해를 배상하고, 피해를 입혔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뤄야 한다.


내가 말하는 책임은 그런 것이 아니다. 범죄, 병리, 부적응 등 우리가 피하려 들고, 치유하려 드는 모든, 이른바 문제거리들이 사실 개인의 창조물이 아니라 집단의 창조물임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끝까지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한, 문제는 영원히 지속된다. 결코 완전히 치유되지 않는다.


진짜배기 상담가들은 다들 말년에, 혹은 좀더 빨리 이를 깨닫는다. 로저스도 그랬고, 융도 그랬다. 윌버는 상담가는 아니지만, 암튼 내가 앞에서 말한 부분들을 진작에 깨닫고 요즘 <통합 정치학>이란 저서를 쓰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최근 의식 연구자 중 하나는 <의식>은 본질적으로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관계적, 전체적, 맥락적임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들 속에서 이제 상담자들도 깨어날 때가 되었다. 나는 진정 묻고 싶다. 아직도 내담자가 병들어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내담자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목소리가, 비명이 내 안에도 그대로 울리고 있음을 느낀다. 진실로 단 한 명이 병들어 있을 지라도, 그것은 우리 모두의 병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어려서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지금도 그렇다. 나는 정치라는 것이 인간의 내면 상태, 의식 수준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깨달았고, 그 깨달음은 지금도 그대로이다. 나는 진정으로 내면의 민주주의를 이룬 사람들이 모여야 진짜 민주주의가 실현된다고 생각한다. 그 전엔 다 가짜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지금 민주주의라 믿고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가짜다.


여전히 내적 노예 상태로 살고 있는 이들이 대다수다. 그리고 상담이라는 미명 하에 이러한 노예 상태를 부추기는 경우도 있으니, 참으로 암담한 일이다. 이는 상담자가 내면 세계도 일종의 정치의 장이라는 점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본다. 보수와 진보는 사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도 있고 자본주의 공산주의는 미국하고 구소련에만 있는게 아니라 내 안에도 있다. 바깥 세상의 모든 것이 내 안에도 그대로 있다.


따라서 상담자는 정치에 민감해야 한다. 사회에 민감해야 한다. 상담자의 촉수는 개인의 내면 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모든 것을 향해 다채롭게 뻗어나가야 한다. 왜냐면 그래야 진짜로 내담자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내담자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88만원세대 내담자들에게 <그래도 니가 힘을 내서 열심히 스펙을 쌓아 취업해야지> 쪽으로 유도하겠는가? 아니면 <씨발, 이 좆같은 세상, 우리 다 같이 힘을 합쳐 좀 바꿔보자. 우리 같이 힘을 내서 좀 사람사는 세상으로 바꿔보자> 쪽으로 유도하겠는가?


내가 지향하는 상담은 후자다. 병리적인 세상으로의 적응은 병리적 적응일 뿐. 그것이 지름길이고 빠른 길이고, 내담자를 위한 길처럼 보일 순 있어도, 내담자가 현실을 있는그대로 직시하게 하는 현이 더욱 빠르고 곧고 옳은 길이다. 현실의 참혹함, 잔인함, 무도함. 부조리를 있는그대로 보게 하는 것이 진짜 상담이다. 노예로 하여금 훌륭한 노예가 되게 하는 것은 단기적으론 행복하지만 장기적으론 비참하다. 노예로 하여금 그대가 원래부터 노예가 아니라, 원래는 스스로의 주인임을, 세상의 주인임을 깨치게 하는 일은 단기적으론 괴롭고 힘들고 비참하지만 장기적으론 행복하다.


마치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상담자들에게도 두 가지 알약이 있다. 하나는 맛은 존나 좋고 통증도 줄여주지만 병은 안 낫는 약. 하나는 맛도 존나 없고 통증은 더 강화되는데 병은 치료되는 약. 당신은 어떤 알약을 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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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게시판에 올린 글이오. 이곳에도 올리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0.04.14 (15:06:21)


막연히 민주주의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계가 진행하는 방향성을 잡아나가는 것이 중요하오.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에너지가 추가투입되어야 하고
구조가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하오.

그러지 않으면 민주주의로 인하여 오히려 서로 충돌하여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잡고 원한을 쌓게 되오.
 
지속적인 의식의 확장 없이
제 자리에 머무르면 고인물처럼 썩게 마련이오.

[레벨:15]오세

2010.04.14 (16:43:39)

그렇소. 의식의 성장/확장. 일신우일신. 창조하는 삶이 답이오. 

1. 방향성 부여
2, 에너지의 지속적인 추가적인 투입

성장의 핵심이구려!

[레벨:17]눈내리는 마을

2010.04.14 (20:05:14)

지정학적 고립이 사상적 열린계를 압도합니다.
중공과 키신저의 미국이 핑퐁외교하며 소련과 바보 대만을 물먹인게 언제적인데,
북한과 미국이 물밑접촉하는 사이에, 중국 일본을 숙주삼으려는 미국의 꽃놀이패로 전락한 현재 우리 정부.
근데 그 우리 정부가 지금의 우리 민주주의가 뽑은 정부.

오바마와 워싱턴 디시의 싱크탱크들이 이명박정부와 한국인들의 수준을 절대 모르지 않는바,
우리의 '아파트'에 대한 욕망이 고점에서 지정학적 고립으로 인한 '피해'와 만나는 지점에서
상황은 급변할 것이오.

우리는 세팅상 고민할수 밖에 없는 존재. 다만 그 고민을 최적화시킬만한
세력군이 필요한 상태. 선수층이 얇은건 우리의 착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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