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read 37712 vote 0 2008.12.31 (01:08:16)

 

에로스와 아가페

그리고 플라토닉 러브가 있다.

친구간의 우정이 있는가 하면 남녀간의 애정도 있다.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이 있는가 하면

널리 인간을 사랑한다는 의미에서의

박애주의도 있다.

아가페 - 완전한 하느님이 불완전한 인간을 구원하는 즉 내리사랑

에로스 - 불완전한 인간이 완전을 지향하는 치사랑

플라토닉 - 육체관계를 배제한 정신적인 교감

그러나 과연 그럴까?

에로스와 아가페의 구분은 의미없다.

사랑은 주어진 상황에서의 완전을 찾아가는 것이며

온전한 나 자신이 되는 것이다.

어떤 환경이 주어지든

온전한 나 자신이 되는 데는 단 하나의 길이 존재할 뿐이다.

에로스와 아가페의 구분은

굳이 말하자면 환경의 차이에 불과하다.

우정과 애정의 차이 따위는

본래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친구간의 사랑이나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이나

남녀간의 사랑이나

인류에 대한 사랑이나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함이나

‘네’가 ‘내’고 ‘내’가 ‘네’라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타인을 온전히 자기동일시 할 수 있느냐는 거다.

나의 전부로 그의 전부를 만날 수 있느냐이다.

그것은 주어진 상황에 대응한다.

거기가 전장이라면 전우를 위해 대신 죽을 수 있음이다.

거기가 병원이라면 가족을 위해 내 장기를 떼어줄 수 있음이다.

구분되는 점은 환경의 차이에 불과하다.

네가 내고 네가 내라는 본질은 같다.

사실이지 육체와 정신을 분별함도 의미없다.

사랑은 온전한 것이며

완전할 때 인간은 자유롭고

그 자유를 행사함에 있어서 장애물 따위는 없는 것이다.

꽃을 사랑한다면 그 꽃을 꺾지 말아야 하듯이

그 사랑하는 대상의 입장을 존중할 뿐

예수가 말한 사랑이든

석가가 말한 자비이든

묵자가 말한 박애이든

그것은 온전히 같은 것이다.

나의 바운더리 안에

너를 초대할 수 있기 위하여는

내가 완전해지고

또 네가 완전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나의 완전으로 감염시켜

너를 완전하게 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신의 완전으로 하여 감염되어

나를 완전하게 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어떤 경우에도 신의 완전성을 재현하기라는

본질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다.

인간이 문득 불완전함을 느끼고

사랑을 갈망하게 되는 것은

자신이 온 곳을 모르고 갈 곳을 또한 모르기 때문이다.

본래 완전에서 왔으며 그 완전을 재현하기로 가는 거다.

완전한 것을 보면 우리는

상상력과 영감 그리고 활력을 얻는다.

완전한 것은 어떤 극적인 만남의 형태로만 존재한다.

그러한 만남을 욕망하는 것이 사랑이다.

완전한 자유로 독립할 때

의미가 배달되고 가치가 실현되는

온전한 소통으로서의 완전한 만남이 가능하다.

깨달음을 구하는 이가 완전한 자유를 꿈 꾸는 것은

완전한 사랑을 위해서이다.

###

피아니스트라면 처음 몸으로 익히기다. 손가락이 자판을 기억하듯이 근육이 건반을 기억한다. 근육이 곡을 기억한다. 오직 피나는 연습으로만이 도달이 가능하다. 한 곡을 무리없이 연주할 수 있다.

둘째는 화성의 구조를 머리로 이해하기다. 이 단계는 고교생 정도의 실력이 되었을 때 시작한다. 보통은 실패한다. 극소수가 살아남아 진정한 피아니스트의 길을 가게 된다.

셋째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기다. 이 단계는 상당히 우수한 피아니스트의 수준이다. 이 단계를 성공적으로 극복했을 때 대가가 된다.

이렇듯 곡은 기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한 단계 더 높은 방법을 사용할 때 마다 혼란이 있고 좌절이 있고 슬럼프가 있다. 그 고비를 뛰어넘는데 성공한 극소수의 사람만이 성공한 피아니스트가 된다.

###

야구선수가 타격폼을 바꾸면 처음 며칠 간은 잘 되는듯 하다가 곧 다시 슬럼프로 빠져버리는 현상이 있다. 편법의 한계 때문이다.

아직 변형된 타격폼에 맞는 근육이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선수는 그 근육이 아닌 주변의 다른 근육의 힘으로 방망이를 휘두르게 되는데 이는 일시적으로만 가능하다.

투수라도 그러하다. 중간계투형 투수와 완투형 투수는 쓰는 근육이 다르다. 선수가 포지션을 바꾸면 슬럼프에 빠지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애초에 쓰던 근육은 잊어버렸고 새로 바꾼 근육은 적응하지 못한다.

볼링을 치더라도 그렇다. 초보자가 칠 때에는 힘으로 친다. 금방 한계를 드러낸다. 지쳐버리는 것이다. 기술로 바꿔야 한다.

방법은 여럿이 있다. 우리는 그 중 하나의 방법을 쓰다가 일정한 수준에 도달했을 때 더 높은 단계의 방법으로 바꿔줘야 한다.

###

본능적 사랑이 있고, 감성적 사랑이 있는가 하면, 이성적 사랑도 있다. 본능이 배라면 감성은 그 배의 돛이고 이성은 그 배의 키다.

키는 물 속에서 저항을 유발하여 그 배의 속도를 늦추지만 실제로는 두 배로 더 빨리 항해하게 한다. 아니 키가 없으면 항해는 실패하고 만다.

본능은 벽에 등을 기대어 안심하는 것이고, 열정은 바깥을 바라봄으로써 꿈을 얻는 것이며 이성은 안을 들여다 봄으로써 깨어 있는 것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10 조영남의 실패담 김동렬 2008-12-31 10478
109 행복의 비결 김동렬 2008-12-31 10256
108 깨달음의 의미는 김동렬 2008-12-31 7554
107 반야심경의 이해 김동렬 2008-12-31 11748
106 진공묘유(眞空妙有)라 했던가 김동렬 2008-12-31 9330
105 사랑은.....이다 김동렬 2008-12-31 10849
» 에로스와 아가페 김동렬 2008-12-31 37712
103 예술이란 무엇인가?-거장 백남준의 퇴장에 부쳐 김동렬 2008-12-31 7748
102 철학이 무엇인가 묻길래 김동렬 2008-12-31 8442
101 마음에서 마음으로 소통하기 김동렬 2008-12-31 8801
100 달마어가 세계를 아우를 때 까지 김동렬 2008-12-31 7561
99 우리는 또 만나야 하고 소통을 시도해야 한다 김동렬 2008-12-31 8178
98 '완전’은 미학은 근본적인 주제 김동렬 2008-12-31 7706
97 나의 전부를 들어 당신의 전부와 만날 때 김동렬 2008-12-31 6943
96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한다 김동렬 2008-12-31 8993
95 사랑은 신과의 대화다 김동렬 2008-12-31 9492
94 어떤 대상에 마음이 끌리는 이유는 김동렬 2008-12-31 9011
93 멋 혹은 매력 김동렬 2008-12-31 8542
92 유교적 이상주의와 아르마니의 미학 김동렬 2008-12-31 8483
91 퇴계와 추사가 만나는 방식은? 김동렬 2008-12-31 7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