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유교적 이상주의와 아르마니의 미학

밸런스가 있다. 밸런스와 밸런스의 호흡 사이에 미(美)가 있다. 진정한 미(美)는 모든 것의 무게 중심이 존재의 당사자에게로 돌려지는 것이다.

존재 그 자체로 집중 시키는 것이다.

괴석은 다른 어떤 것을 대리하여 표방하는 즉 존재의 이유가 언어로 설명되는 것이다. 잘못이다. 그것은 구속이다.

자유로와져야 한다. 독립적 인격으로 우뚝 서야만 한다. 강한 개인이 되어야 한다. 다른 것을 위한 구색맞추기로 동원되지 말아야 한다.

자기 자신이 존재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심석(心石)이다. 내면의 단단함이 표면의 부드러움으로 승화한 것이다. 백자 달 항아리처럼.

조선 선비들의 이상주의 논의가 헛되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심석의 미(美), 그것은 조선 백자의 단아함과 같다.

그것으로 미의 극한에 도달하고 마침내 미(美)의 1사이클을 완성시킨 것이다.


패션 디자인에 비유한다면 예컨대 ‘조지오 아르마니’의 명성을 빌어 말할 수 있다. 그의 양복 슈트는 단순함이 주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천의 흐름으로 부드러운 몸의 곡선이 최대한 드러나게 한다. 그가 패션계에 이러한 개념을 선 보인 후로 옷에 대한 개념이 한 차원 높아진 것은 물론이다.

심석(心石)이 가진 표면의 부드러움과 내면의 단단함, 그리고 조선 백자의 표면의 부드러움과 내면의 옹골찬 심지에서 발견하는 미의 개념은 아르마니의 슈트가 주는 단순하고 부드러운 라인에서 느껴지는 미의 개념은 같은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빨랐다. 그들이 이제서야 도달한 것이다. 몸을 이리 저리 눌러 보고 조여보고, 강조하고 하다가 마참내 표면의 자연스러움과 내면에 무게중심을 둔 강력한 존재감을 포착한 디자인에 이른 것이다.

내면의 단단함이 표면의 부드러움으로 승화한 심석의 경지와 조선 백자 달항아리의 그것은 강력한 존재감이다.

주변을 압도하는, 광채가 있는 그것은? 매력이다. 주위를 끌어당기는 기운이다. 결코 허풍을 떨지도 않고 부산을 떨지도 않으면서 조용히 그리고 은밀히.

자신이 존재의 중심으로 우뚝 선다. 그러므로 화려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렇게 주변을 정리하여 비워두므로써 도리어 다가오게 한다.

허영심 많은 강남의 유한부인들은 자신의 몸매의 단점을 가리기 위해서 김봉남선생의 화려한 옷을 입지만 서구의 멋쟁이들은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기 위해서 아르마니의 단아한 슈트를 입는다.

남성 옆의 부수적 존재가 아닌, 혼자서 완성된 독립적 인격의 여성이 아르마니의 슈트를 소화할 수 있다. 다른 것을 위하여 장식으로 봉사하지 않는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나약한 군중이 아닌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강한 개인이 그 옷을 소화해낼 수 있다.

그의 옷을 빛나게 하는 옷 속의 여성과 남성은, 심석의 단단함과 같은 내면이 단단한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의 옷은 그 안의 존재를 부드럽게 휘감는 것이다.

최고의 이태리 디자이너들이 최근에야 겨우 도달한 미의 개념이, 마침내 500년 전 조선시대 선비들이 향유하던 미의 개념에 이르렀던 것이다.

(아는 이름이 아르마니 밖에 없음 .-; 결론적으로 조선 유교주의 미학의 정수와 현대 패션계의 미학은 본질에서 일치한다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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