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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320 vote 0 2008.12.30 (23:15:23)

 

세상을 이해하는 기본

세상을 바르게 보는 방법은 구조로 보는 것이다. 구조론은 서로 다른 둘이 맞물리는 접점에서 발견되는 규칙성을 탐색한다. 서로 다른 둘 사이에 무엇이 있는가? 관계가 있다. 그러므로 구조로 본다는 것은 관계로 보는 것이다.

세상의 기본은 관계다. 관계는 ‘맞섬’이다. 그것은 ‘네가 이렇게 하면 나는 이렇게 한다’는 식의 대칭논리다. 그곳은 상대성의 장(場)이다. 이때 너와 나는 ‘작용 반작용의 법칙’에 의해 하나로 엮인다.

둘이 엮여 하나를 이루되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인 그것이 구조다. 인체의 관절부분이다. 힘이 전달되는 부분이다. 외부세계와 대립각을 세운 지점이다. 만남과 헤어짐, 사랑과 이별의 장이다.

세상은 구조의 얽힘에 의해 크게 통일되어 있다. 그것이 엮여서 질서로 나타나고 혹은 맞서서 가치로도 나타난다. 구조가 하나의 핵에서 비례로 엮이느냐 두 개의 핵에서 반비례로 엮이느냐에 따라 다르다.

● 하나의 핵 (▷▷) - 비례로 엮여 질서를 이룬다. 전체와 부분 사이에 성립하며 지배와 종속의 수직적 질서를 구축한다. 요소환원주의, 질량보존의 법칙, 에너지의 환원성질을 성립시킨다.

● 두 개의 핵 (▷◁) - 반비례로 엮여 가치를 이룬다. 별개의 둘 사이에서 성립하며 대등하게 맞서 수평적 질서를 구성한다. 상대성 이론,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정보의 집적도를 성립시킨다.

▷▷로 핵이 하나일 때 전체와 부분, 중앙과 지방의 엮임이 질서다. 질량보존의 법칙을 성립시키는 요소환원주의와 인과율이 유도된다. 에너지 개념이 부분과 전체 사이의 환원성질을 설명한다. 근대과학은 이 원리에 기반하고 있다.

▷◁로 핵이 둘일 때 대등한 둘 사이의 맞섬에서 가치가 성립한다. 상대성 원리, 역설의 법칙이 유도된다. 정보의 일방성으로 나타나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 성립된다. 근대과학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다.

구조론은 이 원리에 기반을 둔다. 서로 다른 둘이 만나 서로 엮여서 하나이며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일 때 하나가 다른 하나에 종속되어 전체가 하나로 되느냐 아니면 맞서서 끝까지 둘로 남느냐다.

세상은 구조에 의해 크게 얽혀 있다. 얽혀서 하나일 때 에너지를, 둘일 때 정보를 성립시킨다. 에너지는 남자와 남자가 힘을 합쳐 이룬 질서이고 정보는 여자와 남자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성립시킨 가치다.

남자와 남자가 합쳐진 팀에서 결원이 발생하면 외부에서 보충할 수 있다. 남자와 여자가 합쳐진 가족에서 결원이 발생하면 외부에서 보충할 수 없다. 이때는 하나가 역할을 잃으면 다른 하나도 같이 역할을 잃는다.

남자와 남자라면 ▷▷로 뒷사람이 앞사람의 등을 보고 있다. 부부라면 ▷◁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다. 가치는 자석의 N극 S극처럼 서로 마주보고 있어서 하나가 힘을 잃으면 다른 쪽도 힘을 잃는 것이다.

세상 모든 마주보고 있는 것이 그러하다. 한 방향을 보고 있는 열차의 한 량이 이탈해도 나머지는 계속 달릴 수 있다. 그러나 마주보고 있는 젓가락 두 짝 중 하나가 이탈하면 나머지 하나도 용도를 잃는다.

가치란 서로 마주보고 있던 ▷◁ 중에서 한 짝을 잃어 홀로 남은 ▷가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을 때 마침 ◁를 만나 다시 ▷◁를 회복함으로써 ▷와 ◁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금이 특별히 가치 있는 이유는 금이 그 변하지 않는 성질로 하여 그 부족함을 채워주는 ◁의 역할을 잘해내기 때문이다. 금은 나머지 한 짝이 손실되어도 변하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며 언젠가 만날 ▷를 기다려주는 미덕이 있다.

세상은 에너지와 정보, 질서와 가치, 한 핵과 두 핵, 집합원리와 대칭원리, ‘한 방향 보기’와 ‘마주보기’로 모두 설명된다. 전자의 에너지는 근대과학에 의해 충분히 해명되었고 후자의 정보는 아직 충분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정보를 이해해야 한다. 맞물림을 이해해야 한다. 가치를 이해해야 한다. 그것은 둘이 서로 마주보고 상대성을 성립시키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마주본다는 것이다. 완성한다는 것은 마주본다는 것이다.

내 안에 마주보기의 밸런스를 갖추는 것이 결을 품고 이야기를 품고 동그라미를 품는 것이다. 비로소 소통할 수 있다. 마주보기로 맞선다. 세상 전부와 맞서고 역사와 맞서고 신(神)과 맞선다.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구조로 보아야 한다. 관계로 보고 질서로 보고 가치로 보고 상대성으로 보고 역설로 보고 패턴으로 보고 모델로 보고 포지션으로 보고 소통으로 보고 작용 반작용으로 보아야 한다.

맞섬으로 보아야 한다. 질서와 가치의 맞섬, 에너지와 정보의 맞섬, 질량보존의 법칙 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의 맞섬으로 보아야 한다. 하나의 맞섬이 하나의 존재가 된다. 있다는 것은 맞서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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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평등한가? 누구나 평등을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도시는 온통 차단된 벽들의 연속이다. 외제차 탄 사람은 당당하게 입장하고 마티즈 탄 사람 문 앞에서 눈치 보며 겉돌고 있다. 이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다 똑같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다. 인간은 다 똑같다. 잘 나고 못난 것이 없다. 진정한 인간의 가치는 객관이 아니라 주관, 주관이 아니라 직관으로 가려지기 때문이다.

객관은 불완전한 것을 평가한다. 주관은 완전한 것을 평가한다. 직관은 더불어 소통하는 것을 평가한다. 모든 불완전한 것은 차별되고 모든 완전한 것은 평등하며 모든 소통하는 것은 아름답다.

일에는 일의 ‘결’이 있다. 일의 1사이클이 있고 우선순위가 있고 접근경로가 있다. 동기부여가 있고 과제수행이 있고 성과보상이 있다. 그 1사이클의 결이 진행되는 동안 존재는 불완전하다. 모든 차별은 그 불완전에서 비롯된다.

삶에는 삶의 결이 있다. 각자는 각자의 삶의 결을 따라 자기완성의 동그라미를 그린다. 그 동그라미가 완성되는 지점에서 모두는 평등하다. 우월함도 없고 열등함도 없다. 각자 자기다움에 도달할 수 있다.

진정한 것은 인류가 힘을 모아 함께 그려가는 동그라미다. 집단지능의 동그라미고 공동체의 동그라미고 인류문명의 동그라미다. 함께 가꾸어야 할 21세기 이 시대의 삶의 양식으로서의 현대성의 동그라미다.

존재는 어떤 일의 진행과정에서 그 불완전에 의해 객관으로 차별되고 자기다움의 완성에서 그 완전성에 의해 주관으로 평등하며 인류가 힘을 합쳐 완성시켜 가는 삶의 양식에서 그 소통에 의해 직관으로 보상된다.

인간은 종속될 때 그 질서 앞에서 차별되고 맞설 때 그 가치 앞에서 평등하다. 하나의 핵을 가지고 하나의 방향을 바라볼 때 앞선 자와 뒤진 자가 차별되고 두 핵을 가지고 서로 마주볼 때 인간은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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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랑을 하게 된다면 민감해진다. 주위의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인다. 늘 보던 산도 들도 별도 달도 바람도 풀꽃도 더 빛나고 더 아름답게 보인다. 그리고 칭찬을 하고 싶어진다. 모든 사물의 움직임에 예민해진다.

그만 바짝 달아오르게 된다.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느끼고 그 변화의 흐름에 동화되면서 생기를 얻는다. 그것이 사랑의 결이다. 사랑의 호흡이고 사랑의 맥박이고 사랑의 리듬이고 사랑의 밸런스다.

조각가는 최고의 작품을 만들었을 때 그 마음에 도달한다. 연주자는 최고의 연주를 성공시켰을 때 명상가는 깨달음의 희열에 빠져들 때 작가는 최고의 작품을 탈고했을 때 그 마음에 도달한다.

모든 창조적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그 마음의 의미를 안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은 사랑에 빠졌을 때 하던 일을 성공시켰을 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때 그런 감정에 빠지게 된다. 그 마음의 뜰에 고운 달 하나 뜬다.

바로 그때가 모든 사람이 평등해지는 지점이다. 작품을 창조한 예술가, 시를 퇴고한 시인, 제자를 길러낸 스승, 아이를 낳은 엄마, 연인을 사귄 젊은이, 그때 그들은 모두 같아진다. 위대한 소통이 그 가운데 있다.

인간은 낳음으로 소통한다. 개인은 자유를 낳아 소통하고 연인은 사랑을 낳아 소통하고 공동체는 이상주의를 낳아 소통한다. 우리는 자유로 평등해지고 사랑으로 동등해지고 이상주의로 대등해진다.

송아지를 낳은 암소는 먹이를 가져다주는 주인에게도 당당하게 큰 울음소리로 경고하여 자신이 낳아낸 새끼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 그 낳음의 현장에서 암소와 주인은 대등해지는 것이다.

한송이 꽃을 피워낸 작은 들풀도 당당하게 고개를 쳐들고 떳떳하게 하늘을 바라본다. 무엇이 인간을 평등하게 하는가? 낳음이 인간을 평등하게 한다. 내 안에서 토하여 낳아낼 때 인간은 떳떳해지는 거다.

그러므로 품음이 있어야 한다. 희망을 품고, 이상을 품고, 꿈을 품고, 씨앗을 품고, 비전을 품고, 드라마를 품을 때 엄마 품 속의 아기처럼 자연스러워진다.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이,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모든 부자유한 것, 모든 고립된 것, 모든 미완성된 것에 차별이 있다. 낳지 못하는 것은 불완전하다. 품지 못하는 것은 불완전하다. 사랑을 품지 못하고 희망을 품지 못하고 이상주의를 품지 못할 때 그 인간은 실격이다.

그 표정은 비굴해지고 그 포즈는 초라해진다. 어색하고 부끄럽다. 인간은 당당할 때 소통한다. 떳떳할 때 하나 된다. 자연스러울 때 평등하다. 평등할 때 참여한다. 참여하여 완성시킨다. 진정한 가치는 그곳에 있다.

모든 존재는 낳음의 존재이다. 무엇을 낳을 것인가? 가치를 낳고 미(美)를 낳고 사랑을 낳고 소통을 낳고 자유를 낳는다. 낳기 위하여 품는다. 무엇을 품을 것인가? 꿈을 품고 희망을 품고 이상주의를 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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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세상이 있었다. 인간이 그 세상에 왔다. 인간은 세상과 맞선다. 인간은 맞서는 존재이다. 맞섬이 인간의 실존이다. 역사와 맞서고 운명과 맞서고 환경과 맞선다. 그 맞섬의 결과는 인식과 판단과 행동으로 전개된다.

인간은 맞서고 품고 낳는다. 그것이 삶의 결이고 실존의 결이다.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은 곧 어떤 대상과 맞서 있다는 것이며 그 내부에 무언가를 품고 있다는 것이며 밖으로의 낳음을 예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도로와 맞서 엔진의 마력을 품고 주행을 낳는다. 건물은 중력과 맞서 층층이 품고 주거공간을 낳는다. 상대하여 맞섬과 안으로 품음과 밖으로 낳음에 의해 존재는 자기 자신을 메커니즘적으로 구축한다.

세상을 이해하는 기본은 ‘맞섬’이다. 그것은 ‘네가 이렇게 하면 나는 이렇게 한다’는 대응논리다. 다른 말로는 상대성(相對性)이다. 모든 존재는 그 맞서 있는 타자에 의해 상대적으로 규정되는 존재이다.

인간의 본성은 태어날 때 그 본질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의 누구와 어떻게 맞설 것인지에 의해 상대적으로 규정된다. 그 상대성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곧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A가 이렇게 하면 B는 이렇게 한다.’ 이것이 상대성이다. 수요가 이렇게 하면 상대적으로 공급은 이렇게 한다는 것이 경제학이다. 여당이 이렇게 하면 야당은 이렇게 한다는 것이 정치학이다.

수요는 공급과 맞서 상대성의 장(場)인 시장을 성립시킨다. 정치인은 유권자와 맞서 그 상대성의 장인 민주주의를 성립시킨다. 물질의 작용은 반작용과 맞서 그 상대성의 장인 입자를 성립시킨다.

‘1이 이렇게 하면 2는 이렇게 한다’는 것이 수학이다. ‘산이 이렇게 하면 물은 이렇게 한다’는 것이 지리학이고 ‘솔이 긴장시키면 도가 이완시킨다’는 것이 음악이다. 그러한 대결구도에서 존재의 결이 얻어진다.

시(詩)의 결은 기승전결의 전개로 동그라미를 성립한다. 소설의 결은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로 1 사이클을 완성시킨다. 모든 학문은 무언가와 상대하여 맞섬으로써 내부에 결을 이루어 자기 존재를 구축한다.

모든 학문분야의 개론을 성립시키는 페이지들의 전개는 그 본질이 되는 하나의 근원적인 맞섬을 다양하게 풀어놓은 것에 불과하다. 361로 바둑판의 천변만화가 흑과 백의 맞섬 하나로 귀결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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