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거병과 위청 중국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인물은 흉노를 토벌한 곽거병이다. 그야말로 만화 속에서 툭 튀어나온 주인공처럼, 18세에 몸을 일으켜 거침없는 영웅놀이를 하다가 24세 딱 좋을 나이에 드라마처럼 꿈 속으로 사라졌다. 대조적인 인물로 외삼촌 위청이 있다. 2030이 곽거병이라면, 4050은 위청이다. 어려울 때는 위청의 신중함이 좋고, 이기는 싸움은 곽거병의 유쾌함이 좋다. 지금은 곽거병이다. 적들이 한 숨 돌릴 여유 주지말고 사정없이 몰아쳐야 한다. 적들에게 괜찮은 대선후보가 있으면 위기에 단결하게 되지만 지금은 그게 없으므로 몰아치면 각개격파 된다. 과거의 트라우마 잊어야 한다. “곽거병과 위청은 동시대에 활약했으며, 혈연이기도 해서 종종 비교대상이 되었다. 위청은 소년기에 노예로 살았기에 사람들에게 겸손하게 대하였고, 항상 아랫 사람을 챙겼다. 반면 곽거병이 철이 들었을 때에 이미 황제의 외척이었으며, 외숙부가 흉노 정벌에 큰 공을 세우고 있었다. 그는 위청과는 대조적으로 오만하고, 병사가 굶고 있을 때에도 자신은 호화로운 막사에서 연회를 열었다. 그러나 의외로 궁정의 병사 사이에서도 곽거병이 더 인기가 있었다. 위청은 겸손이 도를 지나쳤으니 아부가 되었다. 그에 반해 곽거병의 오만한 카리스마는 그를 더 믿음직한 용장으로 여기게 했다. 한 무제도 과감한 곽거병을 더 챙겼다.” [위키백과] 곽거병은 알렉산더를 연상케 하는 인물이다. 알렉산더는 왕자였고 곽거병 역시 왕족으로 태어났다. 20대의 어린 나이에 몸을 일으켜 거침없는 정복을 성공시켰다. 갑자기 병으로 요절한 점도 닮았다. 밑바닥에서 박박 기며 자수성가한 흔한 레파토리와 다르다. 단점의 보완이 아니라 장점의 극대화다. 다만 이 방법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항우도 비슷하다. 명장 항량의 조카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거칠 것이 없었다. 처음부터 충분한 지원이 있었으므로 외부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성공해서 오만했다. 셋 모두 불패의 기록을 세우고 있다가 갑자기 죽었다. 장점의 극대화라는 점에서 셋은 같다. 반면 제갈량은 매번 철저한 계산으로 싸웠지만 후방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해서 졌다. 제갈량과 유방은 외부의 도움으로 컸기 때문에 외부지원에 목을 매야 했다. 유방은 소하의 충분한 지원 덕에 성공했고, 제갈량은 유선의 의심 때문에 실패했다. 그런데 우리는 제갈량의 스토리에 너무 익숙해 있다. 제갈량이 배후의 유선에게 잘보여야 했듯이, 우리도 배후에 있는 호남에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다. 그게 틀린 것이다. 곽거병은 후방보급과 지원부대가 없는데도 계속 쳐들어갔다. 알렉산더 역시 마찬가지다. 후방지원을 하려고 해도 지원부대가 알렉산더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이다. 계속 동진해서 PK를 점령하면 호남에서 지원부대가 안 와도 상관없다는 말이다. 그렇다. 한국인은 삼국지를 잘못 읽어서 너무 제갈량주의에 빠져 있다. 그거 어리석다. 누차에 걸쳐 지적했듯이 제갈량이 삼국지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인물이다. 삼국지 스토리를 쓴 자들이 지식인 유림이기 때문이다. 병법을 모르는 곽거병은 매번 무모하게 싸웠지만 매번 천행이 따라 운으로 이겼다. ‘나무위키’에 의하면 카이사르도 곽거병과 비슷하다고 한다. 매번 대책없이 위험하게 사지로 들어가서 임기응변으로 이겼지만 그게 지속가능한 방법인가 하고 까는 전문가들 많다. 왜 카이사르는 항상 운이 좋을까? 그것은 카이사르가 환경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곽거병도 같다. 농경민이 유목민 땅에 들어가서 싸운다. 모든 상황이 돌발상황이다. 곽거병은 그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 보급도 없고 지원군도 없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떠올릴 수 있다. 소벨중위에게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기본 속도가 빠르다. 진격속도가 빠르면 모든 불운이 비켜간다. 전장에서 의사결정을 빨리하면 적군의 총알도 피해간다. 알렉산더의 방법도 이와 같다. 롬멜도 이와 같다. 롬멜은 항상 운이 좋았는데 그것은 진격속도가 터무니없이 빨랐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속도가 빠르면 불운이 비켜간다. 지식인들이 모르는 맹점이다. 제갈량은 완벽한 방법으로 공격하지만, 완벽하다는 것은 시간을 끈다는 것이고 적이 대책을 세울 충분한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차라리 맹장 위연의 신속한 공격 주장이 옳을 때가 있다. 의외성은 적과 아군에게 똑같이 위험하다. 이 때는 오직 체력이 앞선 자가 이긴다. 과거병이 이기는 방법이다. 정치도 같다. 깜깜이선거와 같은 돌발변수는 적과 아군에게 똑같이 위태롭다. 이 때는 머리가 좋은 쪽이 이긴다. 빠르게 의사결정하는 쪽이 이긴다. 안전한 보험 들어놓고 싸우는 자가 진다. 지금은 유연하게 대응하는 쪽이 이긴다. 변화를 만들어내고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는 2030의 유쾌함이 이긴다.
한국인은 삼국지를 너무 많이 읽어서 망합니다. 제갈량 같은 바보는 패죽여야 합니다. 전쟁은 그렇게 하는게 아닙니다. 하긴 글이나 읽는 선비가 무엇을 알겠습니까? 곽거병은 병법이라곤 한 줄도 몰랐지만 싸움마다 이겼습니다. 징기스칸과 수부테이가 전략전술 공부해서 이겼을까요? 고착된 정치노선에 목을 매면 패배하고 계속 움직이며 확률을 높여가면 방법이 찾아집니다. |
거침없는 진격에 귀를 스치는 바람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