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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176 vote 0 2013.02.26 (22:55:26)

개그콘서트 사랑받는 이유 있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인기는 3사 개그 프로그램 중 단연 최고다.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2월 24일 방송된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은 19.2%였다. 22일 방송된 MBC '코미디에 빠지다'가 3.4%, 23일 방송된 SBS '개그투나잇'이 4.1%인 것에 비하면 몇배나 높은 수치다. 시청자들은 왜 이렇게 '개그콘서트'를 사랑하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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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가 '개그콘서트'를 사랑하는 것은 이들의 개그가 유쾌하고 공감되는 한편 통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개그가 유독 시청자에게 공감과 통쾌함을 선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시청자의 현실 인간관계 양상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레알사전'와 '위캔 척'은 남녀의 생각과 취향 차를 극명하게 대조시킨다. 각자의 입장차이를 정확히 꼬집는 것이다. '현대레알사전' 속 남녀는 사전에 정의된 단어를 각자의 입장에서 재정의한다. 남자를 대변하는 박영진에게 '영화관'은 '마돈나'다. '마실 것 돈주고 사왔더니 나초도 사달라고 하는 것'이란다. 여자를 대변하는'이희경'에게 '영화관'은 '포미닛'이다 '포인트 적립 미안하지만 니 꺼 말고 내 껄로'라는 뜻이다.

'위캔 척' 또한 마찬가지다. 최효종은 세상에 알아야 할 다양한 지식에 대해 핵심 개념만 파악해 아는 척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여기에도 남녀의 차이가 반영됐다. 여자의 화장품에 대해 남자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최효종은 '21호, 23호'만 기억하라고 한다. '꿀광 메이크업'까지 알면 더 알 것이 없단다.

최효종의 말에 남자 방청객들은 잘 모르기 때문에 웃음이 난다. 그의 말이 그럴 듯하게 들리는 것이다. 반면 여자 방청객들은 다 알기 때문에 웃음이 난다. 지나치게 단순화 되긴 했지만 최효종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헌대레알사전'과 '위캔 척'은 이렇 듯 남녀의 차이를 간파하고 둘의 입장 차이를 간명하고 유쾌한 개그로 풀어낸다.

반면 웃음과 더불어 비판정신이 빛나는 코너들도 있다. 이 코너들은 상대방의 말과 몸짓을 과장되고 우스꽝스럽게 표현한다. 비판 대상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희화화함으로써 잘못된 점을 꼬집는 것이다. 코너 속 개그맨들은 시청자들이 하고싶었던 말과 감정을 대신 표현해주기도 한다. 이들의 개그가 시정차에게 곧 위로가 되는 것이다. '갑을 컴퍼니', '미필적 고의', '정여사', '네가지' 등이 대표적이다.

'갑을 컴퍼니'는 회사 내 다양한 인간 군상의 특징적인 모습을 연기한다. 회사 구성원은 한 마디로 오합지졸이다. 열심히 일하는 신입사원도 있지만 상사들은 히스테리 부리는 여대리, 항상 취해있는 사장, 사장의 술상무이자 보좌관, 언제나 감을 관계만 따지는 부장 등으로 하나같이 문제가 있는 것이다.

갑의 입장인 회사 사장 김준호는 을의 입장인 회사원들에 건네는 인사 첫마디로 회사가 적자라는 사실을 알린다. 이어 내뱉은 그의 말은 적자가 여러분의 탓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하는 말은 회사를 여러분의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원들을 부르는 호징은 '월급쟁이'다. 가장 우스운 것은 사원들에게 이런 말을 건내는 사장의 모습이다. 사장 김준호의 모습은 엉망진창이다. 김준호는 술에 취해 눈이 풀려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고 비틀 거린다.

이상한 상사와 더 이상한 사장, 이들의 개그는 직장인들이 회사 생활을 하며 느끼는 애환을 담아냈다. 사장의 존재는 가능한 문제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통쾌감을 선사한다. 이에 시청자는 웃게 되는 것이다.

'미필적 고의'와 '정여사'는 부자들의 행태를 비판한 개그다. 택배기사 박성광은 부자의 집에 물건을 배달해 주지만 정작 그 집 사람들은 자신들의 상황에만 빠져 박성광을 외면한다. 떄로는 얼음 조각, 때로는 벽걸이 텔레비전을 들고 비틀 거리는 박성광의 모습은 우스운 한편 안쓰럽다. 시청자들은 자기 의무는 다 하지 않고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집안 사람들을 비판하게 된다.

'정여사'는 부자임에도 주변에 인색하고 교양없는 여자다. 정여사는 언제나 교양을 강조하지만 그녀의 행태로 볼 때 그것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정여사는 떼쓰고 우기기를 좋아한다. 자신의 뜻대로 모든 일이 진행되길 바라는 이기적인 여자다. 실제였다면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하다. 시청자들은 정여사의 우람한 면모에 웃음짓지만 동시에 정여사를 비판하게 된다.

시청자들은 일차적으로 박성광을 홀대하는 집안 사람들과 정여사를 비난한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진짜 비난해야 할 대상은 박성광이 배달간 집안 사람들과 정여사가 아니라 이들이 연기하는 실존 인물들이다. 이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개그맨들에게는 웃음만이 전달되지만 그 너머에 존재하는 실제 대상에게는 비판이 전달되는 것, 그것이 '개그콘서트'가 의도하는 바다.

'개그콘서트' 모든 코너 속에서 엿볼 수 있는 하나의 메시지는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다. 그러기 위해 '개그 콘서트'의 개그맨들은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연기한다. 또 각각 입장이 다른 개개인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준다. 따라서 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신이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대변해 주고 자신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주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모든 것은 웃음 안에서 유쾌하게 이루어진다.

개그는 사람을 상대로 하는 것이고 '개그콘서트'는 이것을 잘 알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하는 '개그콘서트'를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유다.

(사진=KBS 2TV '개그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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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이 뜨는 이유는 구조론의 질과 관계가 있습니다.

웃찾사 박승대 코미디를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렸는데 분명히 트렌드가 있습니다.

 

그냥 웃긴 것을 모은게 아니고 집단지능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인터넷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구요.

 

공감개그라 할 수 있는데 이건 과거에 없던 새로운 형식이고

아마츄어 웹툰착가들이 퍼뜨린 것입니다.

 

코미디는 옛날부터 전해내려오는 공식이 있습니다.

보케와 츠코미로 역할분담이 되어서 보케가 사고를 치고 츠코미가 혼내는 형식입니다.

 

그런데 최근 개콘개그는 그런 공식이 없거나 희미합니다.

거제도를 예로 들면 전통적인 바보개그지만,

 

보케가 츠코미에게 야단맞고 반성하는게 아니라 한 술 더 뜨죠.

공감개그는 구조론의 질에 해당되는데 상호작용 그 자체로 승부를 봅니다.

 

예컨대 최효종이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이렇다 여기서 끝입니다.

그래서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지 않는 거죠.

 

시에 비유하면 산은 높고 물은 깊다로 대칭시키고 거기서 끝내는 거.

지하철 시는 꼭 교훈을 주죠. 그러니까 효도하라.. 헛소리.

 

개콘에서 개그의 구조를 찾아보세요.

최불암개그 참새개그부터 ..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개그.

 



[레벨:6]빛의아들

2013.02.27 (00:45:23)

구조론으로 파악할수는 없어요^^    내 능력 밖이지요.....

하지만 개콘을 보면 느끼는게 있습니다.   그냥 속이 시원합니다.

저는 요즘 개콘을 생활화 하고 있습니다.

 

골수 꼴보수들에게 가서  한마디 하죠....

박그네 대통령 되니  행복하십니까? 살림 나아지셨습니까? 

이 한마디면  박그네 찍은 분들.....속이 부글부글 하겠지요.

티내지 못하면서 말입니다. ㅋㅋ

 

 

[레벨:30]솔숲길

2013.02.27 (08:40:31)

질 - 팀개그. 따로따로지만 하나로 어울림. 

현대레알사전에서 나쁜남자 국이는 따로지만 같이 감.

 

입자 - 주인공개그. 심형래 개그. 최불암 개그. 찰리채플린 개그. 혼자 다 함.

 

힘 - 만담 개그. 보케와 츠코미 개그. 달인 개그.

둘이 밀고 당김.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3.02.27 (10:43:55)

질은 관객의 역할이 아닐까요?

관객없어도 되는 개그와 있어야만 되는 개그는 차이가 있습니다.

[레벨:9]길옆

2013.02.27 (13:50:31)

(개그콘서트를 심현섭, 김영철 나온던 이후로 본 적이 없어서 지금은 어떠한 지 모르겠지만

위의 글을 읽고 느낀 점을 써봅니다)

 

원래 츠코미의 역할은 보케의 황당한 말을 듣고  관객들이 느낄 것을

조금 빨리 캐치해 대신해서 말함으로써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반면 개그콘서트는 보케와 츠코미의 역할을 자신들이 독점하는 기존의 코미디 형식을 깨고

관객들에게 일정의 지분을 넘겨 코미디에 참여시킨다는 것이 각별하다고 보여집니다.

즉 자신들은 보케,  관객들은 츠코미역을 맡게되는 것이지요.

 

개콘은 기승전결의 기의 역할만 맡고 재미와 웃음을 유발하는

승전결은 츠코미역의 관객들이 완성해 가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츠코미역을 잘하는 팀이 대체로 인기가 좋음)

 

기존의 일방향의 코미디가 아니라

관객들이 극에 직접 참여해서 극을 함께 이끌고 완성해감으로써

관객들이 관객의 포지션을 초월해서 스스로 극의 주인공이 되어간다고 볼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개콘은 개콘만이 아니라 관객까지 포함해서 개콘일 것입니다.

 

현실을 반영한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관객의 적극적인 반응

근데 이건 젊은이라야 할 수 있지요.

박할매 찍는 늙은이들은 전혀 불가능하구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개념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아닐까라고 봅니다.

 

세상의 주인이냐 떨거지냐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3.02.27 (14:06:04)

최규종의 위캔척은 

새롭게 알려주는 지식을

'관객은 이미 알고 있다'는 점을 웃음의 포인트로 삼습니다.

근데 방청객이 다 아저씨라면? 

나 같은 사람은 '앞마당이 털린다'는게 뭔지 몰라요.

스타를 안해봤으니.

네가지도 비슷한 포맷인데.. 

검색어 순위를 알고 있어야만 의미가 있습니다.

이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남자어와 여자어의 차이로 볼 수도 있는데


* 여자 - 어제 종로에서 영숙이를 만났다.(여성관객은 이미 웃음 터짐)

* 남자 -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안 웃음) 

[레벨:10]다원이

2013.02.27 (21:46:47)

개콘은 '낳는 자궁'을 만드는데 성공했음. 일종의 시스템이랄까...
장정들을 훈련소에 넣고 돌리면 군인이 되어 나오듯, 개콘도 어떤 틀(주형)을 만들었고, 입구에 어떤 재료든 집어넣으면 출구에서 개그가 되어 나오는 것. 오랫동안 돌릴수 있는 틀을 만드는게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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