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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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853 vote 0 2013.02.27 (00:47:44)

길을 가다보면 길고양이나 기타 야생동물과 마주치는 일이 생기는데

우연히 같은 방향이 되면 고양이는 신경질적으로 뒤를 흘끔거리며 계속 같은 방향으로 도망갑니다. 

그냥 90도로 꺽어서 풀숲에 숨으면 되는데 그걸 몰라요.

슬금슬금 몇 미터를 가다가 뒤돌아보다가 가다가를 반복하는 거지요.

한번은 밤중에 자전거를 타고 하천 옆 자전거길을 가는데 

살쾡이가 나타나서 한참을 도망가며 아주 사납게 카악을 구사하더군요. 


이유가 뭘까요?

1) 멍청해서 사람이 자기를 쫓아오는줄 안다.
2) 길고양이는 멍청해서 사람이 다니는 길이라는 개념이 없다.
3) 동서남북의 방향개념이 없어서 90도로 꺾지 못한다.
4) ?

1, 2, 3번은 그것도 말은 되지만 정답은 아닙니다.
구조적인 본질은 따로 있습니다.


[레벨:6]빛의아들

2013.02.27 (01:06:23)

쉬운 문제가 아닌데요^^

 

4) 본질...고양이의 본성이 그렇게 셋팅되어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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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7 (01:11:01)

거의 정답에 가까운데 그 본성이 뭐냐구요.

하여간 개는 좀 다릅니다. 대부분의 동물이 비슷하지만.

[레벨:6]빛의아들

2013.02.27 (01:18:07)

그걸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할지...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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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7 (01:20:00)

개는 남의 땅에 잘 들어가기 때문에

'어? 내가 오줌표시 해놨는데?.. 아 먼저 찜했다구요. 미안하게 됐수다.' 

이러고 슬금슬금 눈치보며 옆으로 비켜갑니다.

가끔 개도 멍청하게 도주하는 수가 있긴 하지만. 

[레벨:6]빛의아들

2013.02.27 (01:25:08)

고양이는 자기가 있는 곳에서 얼마정도로 영역 설정하고 있고  그 밖에 있을때는  가만히 있다가  자기가 설정한 영역안으로 침범하면.....카악하고  위협을 하는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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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7 (01:28:26)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고양이의 인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여기가 내구역이라고 주장해 보는데 상대가 세어보이면

쑤그리 할 작정으로 응수타진을 합니다.

근데 사람이 고양이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고 무대뽀로 밀고들어오기 때문에

뭐 이런 무식한 새뀌가 다 있지 하고 어리둥절 눈치를 보는 거죠.

슬금슬금 도망을 가지만 그래도 내 땅인데 그냥 당하고 싶지는 않아 계속 신호를 보냅니다.

근데 사람이 그 신호를 못알아보는게 문제.

고양이의 예법으로는 앞에 터줏대감 고양이가 있으면 지나가더라도 약간 우회해서 가는게 맞습니다.

그대로 직진하면 예의도 모르는 무식한 넘이죠.

 

[레벨:6]빛의아들

2013.02.27 (08:41:32)

남을 배려하는 마음 또한 동물에게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어제는 이해하지 못해서 뎃글 달지 못했어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3.02.27 (10:27:32)

항상 숨겨진 전제가 있고

상부구조가 있는데 우리가 그걸 놓친다는 거죠.

 

아래에 소개한 영화 더 헌트의 문제도 잘못된 상부구조 때문입니다.

가족적인 분위기가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우입니다.

 

"형님! 진짜 제가 안 그랬다니깐요?"

"이보게 동생. 니 마음 다 알아. 그래도 니가 마을사람들 앞에서 한 번 빌어야 내 체면이 서잖니?"

 

답이 없는 거죠.

통합진보당 분열도 대개 이런 구조입니다.

 

타인이라는 전제로 공적 시스템을 쓸거냐 가족이라는 전제로 사적 시스템을 쓸거냐.

공적 시스템으로 가면 같은 마을에 못 살고

사적 시스템으로 가면 거짓 연기를 해야 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6]id: 15門15門

2013.02.27 (13:11:25)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진링의 13소녀에서 착오했던 것은 13명의 창녀가 자신을 희생하는 고결한 가치의 
행위를 했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동렬님의 말씀대로 그녀들은 창녀에서 성녀로 
포지션을 바꾸는 이 시대가 원하는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입니다.
이처럼 더 헌트에서 주인공을 마을 사람들이 적으로 돌리는 것 역시 그들이 광기에 
휩싸이거나 비이성적이어서가 아니라 이제껏 마을을 이루어왔던 암묵적인 룰을 
지키기 위해서고 그것을 예의라고 생각하는 합리적인 생각에서 마을사람들이 
가치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51%의 사람들이 시대의 흐름을 타고 나아가려는 진보가 
아닌 과거로 회귀하는 박근혜를 선택한 것은 자신들이 생소하고 적응할 수 
없는 답없는 미래보다는 이미 익숙하고 자신들의 포지션을 확실히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기사에 나온 이탈리아의 허경영이라고 볼 수 있는 말도 안되는 
공약을 내세운 정치가가 내각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 것 역시 이미 10여년간 
베를루스코니의 독재를 일상화하며 살아온 이탈리아인들이 그에 반대되는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이 또한 경제위기로 인해 각종개혁과 시대의 흐름에 
강제적으로 이탈리아가 휩쓸리게 되는 분위기 속에서 이에 반발한 이탈리아 국민들이 
유로존탈퇴 그리고 온갖 개혁을 거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허경영을 선택함으로써 
베를루스코니를 뽑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자신들이 이미 
익숙하고 포지션을 쉽게 찾을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가치판단이라는 것은 어떤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자신을 지배하는 상부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사회현상에 대한 가치판단을 통해 일어나는 우리가 느끼는 
온갖 감정들은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상부구조의 결을 드러내는 일종의 징후라고 
생각됩니다. 때문에 구조론의 사유를 가진 우리가 이러한 가치판단으로 인한 현상을 
보면서 감정을 표출한다는 것은 그들을 지배하는 상부구조를 보았기 때문이고 
그 합리주의와 '위하여' 속에서 2차 대전의 비극을 일으킨 전근대성과 봉건성을 
발견한 우리는 부조리를 깨닫고 반응하는 거라 생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현상에 대한 가치판단이란 것은 그 사람 혹은 그 집단이 가지고
있는 상부구조를 드러낸다는 것이고 그 가치판단에 대해 우리가 가치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그들이 비이성적 혹은 비인도적 아니면 비합리적인 선택을 했다는 맥락이
아니라 그들의 상부구조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드러내고 앎으로써 그 깨진 그릇을
담을 수 있는 더 큰 상부구조로 (즉 미학, 현대성, 깨달음등) 옮겨 담는 맥락에서 
그들에 대해 가치판단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맥락으로 깨진 그릇을 
여전히 깨진 그릇으로 담으려던 영화리뷰를 쓴 기자에 대해 동렬님이 거짓말이라고
말씀했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식으로 어제와 오늘 혼란한 머릿속을 정리해봤는데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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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7 (13:33:57)

대략 맞는 말씀이오.

전쟁영화의 경우 감독들이 야바위 수법을 쓰는데

그것은 양자택일을 만들어 놓고 한쪽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주인공을 나쁘게 만들어놓고 독일군을 더 나쁘게 만들면 

관객들은 주인공 편을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진링의 13인을 비판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일본군이 더 나쁘니까요.

제가 치를 떠는 것은 더 나쁜 일본군을 동원하여 

나쁜 행동(창녀에 대한 편견)을 정당화 하는 감독의 광기입니다.

지옥의 묵시록만이 전쟁영화의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전쟁 자체를 해체하지 않는 한 답은 없습니다.

더 헌트의 마을사람들도 모듈판단을 합니다.

숨은 상부구조가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글쓴이 또한 모듈판단을 통하여 나쁜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패턴인데 더 나쁜 것을 이용하여 독자를 나쁜 길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마을사람들이 루카스탓을 하듯이 글쓴이는 편견탓을 합니다.

폐쇄된 공간이라는 잘못된 구조는 그대로 두고 말이지요.

나쁜 조폭과 싸우는 선한 조폭이라는 환상을 만들고

끝없는 싸움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봉건적 태도입니다. 

이런 사이비 지식인의 속임수에는 과감하게 저항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나쁜 것과 비교한다고 해서 나쁜 것이 정당화 되지는 않습니다.

모듈판단 자체가 나쁜 겁니다.

모듈판단의 문제는 상부구조로 치고 올라가서 

더 나은 모듈을 만드는 방법으로만이 해소될 수 있습니다.

그 차원에서는 답이 없다는 거죠.

굴뚝안에서 청소부가 흰얼굴이든 검은얼굴이든 답은 없습니다.

나쁜 감독과 글쟁이들은 검은얼굴이 더 나쁘다는 것을 입증해 냅니다.

그러나 이는 흰얼굴에 묻은 검댕을 정당화 하려는 궤변입니다.

둘 다 나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굴뚝 자체가 나쁜 거에요.

나쁜 굴뚝 안에서 더 나쁜 놈 씹기가 얼마나 비열한지 알아채야 합니다.

정답은 언제라도 구조의 해체에 있습니다.

사람탓을 할 필요는 없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사람(영웅)에 대한 환상 역시 버려야 합니다.

굴뚝의 파괴와 현장이탈만이 정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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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7 (13:57:45)

실존주의나 다다이즘으로 대표되는

2차대전의 재난 앞에서 이성의 무기력함에 대한 비판은 

결국 합리주의 그 자체의 한계를 드러낸 것입니다.

합리주의로는 진정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나쁜 놈을 죽여버리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자신은 이미 나쁜 놈이 되어 있습니다.

마녀사냥은 계몽주의, 문자의 보급, 인쇄술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원래 독일놈들은 글자도 몰랐고 독일어라는 것도 없었습니다.

활판인쇄가 보급되고 마르틴 루터에 의해 독일어가 탄생하자 마녀사냥이 시작된 거죠.

이는 원인과 결과를 따지는 이성적 사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원인과 결과를 따져보았더니 마녀가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겁니다.

이성적 사고가 모오류의 신념을 주입하여 재앙을 세계 단위로 확대시킵니다.

그 결과로 이차대전이 일어난 거죠.

5퍼센트의 유태인이 독일 토지를 거의 대부분 지배한다는 사실이 규명되자

이성적으로 유태인이 만악의 근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거죠.

상부구조를 모르면 반드시 재난이 일어납니다.

김규종은 잘못된 믿음이라는 또다른 마녀를 만들어 낸거죠.

마녀 잡는데는 마녀가 최고라는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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