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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냥모
read 10964 vote 0 2013.02.11 (23:43:15)

능력과 매력의 방정식

스타일을 창의해야 진짜 진보다




1. 매력있는 사람


2013년 뱀띠해를 맞아 필자가 큰 결심을 했는데, 바로 '매력있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뭐 그렇다고 필자가 영 매력없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것을 사람들이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별개의 얘기다. 매력있는 사람이 연애를 잘하고, 연애를 잘 하는 사람이 삶에 에너지가 넘친다. 방에 틀어앉아 게임만 하는 것도 잘못된 건 아니지만, 점점 고립되고 에너지를 잃어간다. 외부와의 상호작용을 해야 새로운 에너지가 나온다. 


그런데 연애를 못하는 남자들의 고민 중에 하나가 바로 "경제적인 능력이 확보가 되어야 연애를 할 수 있을텐데..." 라는 것이다. 틀린말은 아니지만, 또 그렇다고 그것이 정답은 아니다. 여자의 관점에서는 매력있는 사람이 끌리는 것이고, 경제력은 그 매력 중에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다. 


남자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여자는 이미 판단한다. 사실 남자가 경제적인 능력을 고민하는 것은 그것 때문에 더 멋진 여자와 만나는 것을 생각하기보다는, 그것 때문에 자존심에 상처가 날 경우의 수를 계산하기 때문이다. 그 시점에서 여자 입장에서는 생각도 않하는 것을 말이다. (생각을 안하기보다는 이후에 생각해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꽃뱀이거나...)




2. 보수는 능력있고, 진보는 매력있다?


그래서 '능력'과 '매력' 이라는 키워드로 사분면을 그려보기로 했다. y축을 '능력', 'x'축을 매력으로 보았을 때, 아래와 같은 그림이 그려진다. 오호! 이렇게 보니까 한국의 정치세력이 능력과 매력의 범주에서 설명이 가능하겠구나. 


다들 아시다시피 한국의 보수, 진보 정치세력은 실제 보수, 진보의 사전적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사실 진정한 의미의 보수는 없다. 단지 '보수적 의사결정'이 있을 뿐이다. 보수라는 게 어떤 변화를 피하고, 기존의 가치를 고수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결국 보수란 아무것도 안하는 집단인 것이다. 


아무런 의사결정을 안한다는 것은 외부의 정보로부터 고립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런류의 완전한 환경이 있을 수도 있지만, 현실정치에서는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그러니 엄격한 의미에서는 보수는 없고 진보가 있되, 그 안에 여러개의 격(格) 혹은 차원이 있다고 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인 것이다. 



방정식-2.jpg



한국에서 소위 보수쪽에 있는 사람들은 보수적 가치와는 상관없이 어떤 '목적'에 특화되어있다. 무엇을 원하고, 얼마만큼 넣으면 얼마가 나올 지가 확실하다. 반칙을 하든, 꼼수를 쓰든 어쨋거나 결과물을 낸다. 그 결과물이 대한민국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과실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이쪽 사람들은 영 매력이 없다. 멋이 없고, 맛이 없다. 도덕성은 차치하고라도 정이 안간다. 섹스는 가능한데 연애는 못한다. 

반면 진보쪽 사람들은 어떤가? 개인적으로 보면 머릿속에 지식이 있으니 스토리가 나오고, 예술적인 감각이 있으니 멋이 있고, 맛이 있다. 그래서 연애가 가능하다. 그런데 무능하다. 어째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질 못한다. 과정에서의 공정성이나, 논리적인 정합성을 다투느라 정작 서로가 서로를 발목잡고, 정작 일 자체는 훼손되고 만다. 결국 아무런 의사결정도 하지 못한다. 의사결정을 못하니 협업도, 결과물도 내보일 수가 없다. 

진보 쪽에서 이렇다하게 결과물을 내는 분야는 기껏해봐야 예술 분야에 국한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예술 자체가 굉장히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거나, 권력에 의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 예술이야 제가 만들고 싶은 거 그냥 만들면 되는 거고, 영화처럼 많은 사람들이 협업을 하는 경우라도 감독에게 의사결정권한이 집중되어있으니까. 이런 경우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은 의사결정을 못하거나, 의사결정의 속도가 떨어져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그러니 한국의 정치는 말하자면 '가짜 보수'와 '가짜 진보'의 오랜 싸움인 셈이다. 한미FTA만 보더라도 보수진영에서 찬성하고, 진보진영에서 반대를 한다는 것이 말이나 된단말인가?(외부와의 상호작용을 높이는 쪽이 진보고, 낮추는 쪽이 보수다) 그래서 가짜 보수고, 가짜 진보인 것이다. 

가짜 보수가 어쨌거나 결과를 내는 이유는 협업(Collaboration)이 가능하기 때문이고, 가짜 진보는 안되는 이유는 협업이 안되기 때문이다. 반면 가짜 보수는 창의적인 사고를 못한다. 창의를 하는 사람이 매력이 있다. 창의를 못하는 집단은 매력이 없다. 지난 대선만 보더라도 창의적인 공약은 대부분 진보진영에서 나왔다. 사실 보수진영에서는 진보의 공약을 컨닝한 게 아니던가?



3. 실용주의와 합리주의와 소통주의


이러한 능력과 매력의 방정식은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 비교되는 측면이 있다. 능력있되 매력없는 실용주의는 카스트의 바이샤, 매력있되 능력없는 합리주의는 '크샤트리아' 그리고 능력과 매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 소통주의가 최상위층인 '브라만'에 빗대어 말할 수 있다.


방정식-5.jpg


인도의 카스트제도와의 관계를 김동렬 칼럼니스트의 글로 인용하자면...


◎ 합리주의, 계몽주의 - 인간을 조직하여 권력을 창출한다.

◎ 미학, 깨달음, 돈오 - 인간을 상승시켜 집단지능을 형성한다. 


이 둘은 크샤트리아와 브라만처럼 계급이 다르다. 가는 길이 다르다. 방향이 다르다. 물론 합리주의도 필요하고 계몽주의도 필요하다. 그런데 정치인과 학자는 신분이 다르다. 합리주의, 계몽주의는 주어진 문제를 해결한다. 


(중략)


실용주의를 비판할 때는 합리주의가 강조되지만 깨달음을 논할 때는 합리주의가 비판된다. 실용주의는 바이샤 계급이고 합리주의는 크샤트리아 계급이고 깨달음은 바르만 계급이다. 애초에 차원이 다르다. 미신을 믿는 사람이나 행운에 기대는 사람 앞에는 이성을 강조해야 한다. 그게 합리주의다. 


그런데 이성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소통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이성은 소통을 못한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 때는 이성으로 만든게 아니고 특유의 소통능력으로 만든 것이며 이성을 터득한 사람은 스티브 잡스 밑에서 개발자 하고 있다. 이성은 프로그래머밖에 못한다. 패션 디자이너 밑에서 재단사 노릇 밖에 못한다. 


원문링크 : <합리주의 그리고 부조리> - 김동렬 칼럼니스트





4. 스타벅스는 커피를 팔지 않았다


매력도, 능력도 있는 소통주의는 무엇인가? 바로 '스타일'을 제시하는 것. 스타일로 소통하고, 소통의 힘으로 결과물을 내놓는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스타벅스'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비유하자면 '자판기 커피'는 '실용주의', '에스프레소'는 합리주의, '스타벅스'는 소통주의다. 



커피.jpg



싼 값에 대량생산되는, 작은 종이컵에 질이 떨어지는 자판기 커피는 목적을 위해 사람을 쥐어짜는 성과위주의 실용주의와 같다. 물론 커피로서의 기능을 하긴 하지만 맛이 떨어지고, 어째 폼이 나질 않는다. 


(스타벅스 이전의) 에스프레소는 커피의 깊이있는 맛을 전해주지만, 커피를 아는 소수만이 모여서 원두가 어쩌고를 논할 뿐이다. 각자가 전문적인 지식을 가졌고, 수준이 상당히 높지만 확장성의 한계가 있다. 일반화 되지 못한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팔지 않았다. 커피를 파는 척하면서 사실은 커피통을 판 것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악세사리를 판 것이다. 하나의 스타일을 제시한 것이다. 


당신은 시커먼 액체에 5,000원이나 지불한 것인가? 빈 스타벅스 커피통을 들고만 다녀도 그 자체로 당신을 만족시켜주는 뭔가가 있기 때문에 5,000원이 아깝지 않은 것이다. 스타벅스 커피통이 당신을 말해준다. 거기에서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커피빈, 탐앤탐스, 카페베네 등은 스타벅스의 스타일을 복제한 것이다)


내용물은 파는 것은 하수다. 형식이 내용을 결정한다. 당신이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면, 소주를 마시냐 맥주를 마시냐에 따라서 대화내용이 결정된다. 한복을 입었냐 양복을 입었냐에 따라서 대화 내용이 결정된다. 상부구조는 따로 있다.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하는 대화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서 하는 대화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스타벅스가 옳은가 그른가는 별개로, 그것은 그것을 마시는 사람들에게 어떤 스타일을 제시하고, 만족시켜준다. 고작 커피통 만으로 말이다. 매력도 있고, 능력도 있다. 무엇보다도 품이 많이 들지 않는다.


맛이냐? 서비스냐? 분위기냐? 


식당이라면, 맛 좋은 음식을 중심에 놓은 곳은 실용주의고, 서비스의 질을 중심에 놓는 곳은 합리주의고, 분위기를 중심에 놓아야 소통주의다. 인테리어 비용을 얘기하자는 게 아니다. 어떤 컨셉으로 세팅하는가에 따라서 서비스와 메뉴와 맛과 가격이 정해진다. 상부구조에 의하여 하부구조가 따라가는 것이다. 그 안에 미학이 있어야 한다.



5. 스타일을 창의해야 진짜 진보다


진짜 진보라면 능력도 있고, 매력도 있어야 한다. 창의적인 시도가 있어야 하고, 가시적인 성과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힘을 빼야 한다. 힘을 주고, 품을 많이 들이고, 사람 쥐어짜고 하는 게 아니라, 힘을 빼고,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야 한다. 설렁설렁 하는 것 같은데, 뭔가 허접해보이는데, 사람들이 모여들고, 이야기 되도록 해야한다.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들 때, 처음부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사람 쥐어짜가면서 하지는 않았지 않은가?(주커버그가 인간적으로 매력이 있냐는 것과는 별개의 얘기지만)


그저 사람은 사람을 만나길 원한 것이고, 만날만한 장소를 제공한 것 뿐. 그저 사람은 사람에 대하여 보다 많은 정보를 원하고, 페이브북은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한 것 뿐.


진짜 고수라면 힘을 빼야 진짜 고수다. 진짜 진보라면 스타일을 창의해야 진짜 진보라는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3.02.12 (00:51:43)

5단락의 첫 문단에서....
이야기도록...-> 이야기 되도록
인것 같소.^^

스타벅스 커피통 이야기.... 감명 안받을라 했는데...받아 버렸소.ㅋㅋ
프로필 이미지 [레벨:20]냥모

2013.02.12 (01:02:37)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3.02.12 (15:10:54)

이런 논의들은 구조론의 맥락 하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기존의 진보-보수 논의틀 안에서는 절대 바른 결론이 안 나옵니다.

 

'진보는 있고 보수는 없다'는 대전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죠.

보수는 진보의 하부구조입니다.

 

그림자는 빛의 하부구조일 뿐 독립적인 실체가 아닙니다. 

빛은 분명한 실체입니다. 둘은 절대 대등하지 않습니다.

 

빛은 있고 그림자는 없습니다.

그림자라는 말도 있고 그런 현상도 있지만

 

이는 언어적 편의일 뿐 자연의 실재는 아닙니다.

전기와 자기가 별도로 있는게 아니라 전자기 하나가 있는 겁니다.

 

남극과 북극이 별도로 있는게 아니라 자전축 하나가 있는 겁니다.

실재하여 있는 것과 그에 딸린 현상은 명백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구조론적으로는 어떤 둘이 만나면 포지션 5가 생겨납니다. 

둘은 실재하나 3은 가짜입니다.

 

무에서 유가 생겨납니다.

그러나 이 그림자들은 실재가 아니므로 원본이 사라지면 자동소멸 합니다.

 

분명히 무에서 유가 생겨나지만 질량보존의 법칙을 어기지는 않습니다.

대신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생성합니다.

 

무엇인가?

'보수는 유능하고 진보는 무능하다는 거냐?..' 이건 아니라는 말이지요.

 

보수의 유능도 원래 진보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훔친거죠.

 

보수의 유능은 진보에 포함되기 때문에 안쳐줍니다. 

진보는 미래를 설계하고 보수는 결실을 수확하므로 원래 그런 거죠.

 

가구는 실용성이 없어야 가구입니다.

원래 그런 거에요.

 

그걸 모르겠다면 인가이 아입니다.

대화는 불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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