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5228 vote 0 2002.09.11 (12:19:49)

신의 의미는 구원에 있다. 구원의 필요는 인간의 비참에 있다. 비참의 이유는 조종당함에 있다. 즉 인간은 자기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새 가상의 누군가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주로 죽음, 상실, 상심, 이별, 소외의 지점에서 발견된다.

인간의 모든 행동을 규율하는 기본적인 잣대는 자기일관성과 자기정당화다. 곧 인간은 일관된 행동과 정당한 행동을 하려는 지향이 있다. 이러한 일관의 규율과 정당화의 규칙은 예의 죽음, 상실, 상심, 이별, 소외의 지점에서 교란된다.

즉 인간은 죽음, 상실, 상심, 이별, 소외의 지점에서 일관성과 정당성을 획득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이주일은 죽기 며칠전까지 월드컵을 성원하고 금연운동에 앞장선다. 그건 무의미하다. 죽음이 무로 가져가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최후의 순간까지 그러한 부질없는 노력을 그만두지 않는다.

문제는 그러한 노력들이 실패한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죽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비참해진다. 그것은 어색하고 부끄럽고 부자연스럽고 챙피하고 허무하고 쭈뼛쭈뼛한 거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의 대응은 어리광이다. 인간은 어리광을 부리는 방법으로 그러한 어색함과 부자연스러움과 챙피함의 지점을 우회하려고 한다. 그러한 어리광은 세상에 대한 공격성, 증오, 분노, 홧병, 자학 등으로 나타난다.

여기까지를 정리하면
1. 신의 의미는 구원에 있다.
2. 인간은 구원되어야 한다.
3. 구원되어야 하는 이유는 비참하기 때문이다.
4. 비참은 조종당하기 때문이다.(라디오가 방송국에게)
5. 조종당함은 주로 죽음, 상실, 상심, 이별, 소외의 지점에서 나타난다.
5. 조종당함의 나타탐은 부자연스러운 행동에 있다.
6. 부자연스러움의 노출은 어색함, 챙피함, 허무함, 부끄러워함이다.
7. 부자연스러울 때 인간은 어리광을 부린다.
8. 어리광은 타인에 대한 공격, 증오, 분노, 홧병, 자학 등으로 나타난다.
9. 구원의 의미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자연스러움을 획득하는데 있다.
10. 방송국에 조종당하는 라디오로서는 결코 자연스러움에 도달할 수 없다.

신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라디오는 방송국에 의해 규율된다. 라디오는 결코 방송국이 틀지 않는 소리를 내지 못한다. 그대의 발언은 신에 의해 제어된다. 아기의 어리광은 엄마의 시선 안에서 유의미하게 성립한다.

인간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은 자기도 모르는 새 신 앞에서 어리광을 부리는 태도이다. 그들은 보모의 시선을 끌기 위해 오줌을 싸는 고아소년과 같다. 지금 당신의 행동이 바로 그러하다.

구원은 무엇인가? 자신의 방송을 트는데 있다. 자신의 방송국을 운영하는데 있다. 조종된다면 어떤 경우에도 비참 뿐이다.

비참을 직시하여야 한다. 어리광부리지 말고, 울지 말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부자연스런 태도 취하지 말고, 어색해 하지 말고, 쭈뼛거리지 말고. 오줌싸지 말고.

자신의 방송을 틀지 않는 한 그러한 어리광 가득한 부자연스러움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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