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은 쉽다 여전히 공기가 맵다. 인류는 길을 잃었다. 지성은 빛을 일었다. 김지하가 생명을 말해봤자 생명의 포지션을 모른다. 그 생명 어디서 찾아 어디에다가 써먹으랴! 먼저 생명의 구조를 알지 않으면 안 된다. 노동운동, 통일운동에 주력하던 민주화 세력이 문화운동으로 대거 방향을 틀었지만 결정적으로 문화의 포지션을 모른다. 우선순위를 모르고 접근경로를 모른다. 어디부터 손대서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른다. 사태는 교착되고 만다. 장산곶 매의 발목에 꼬인 실매듭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안타까움은 계속되고 난국은 타개되지 않는다.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돌파구는 어디에 있는가? 구조가 아니면 안 된다. 좋은 감독이 있어도 포지션을 모르면 소용없다. 감독은 감독 포지션에 있어야 제 능력을 발휘하는 법. 구조는 포지션을 알고, 접근경로를 알고, 일의 우선순위를 알아서 꼬인 문제를 술술 풀어내는 것이다. 구조는 쉽다. 누구든 생선을 보면 그 안에 가시가 있고 건물을 보면 그 안에 뼈대가 있다는 사실을 안다. 조개는 뼈가 없는 듯 해도 껍질이 뼈다. 민달팽이는 뼈가 없지만 물체에 살살 붙어다니며 그 물체를 뼈로 삼는다. 돌멩이는 뼈가 없지 싶어도 중력이 뼈고, 물은 뼈가 없지 싶어도 물을 담아내는 그릇이 뼈고, 공기는 뼈가 없지 싶어도 기압이 뼈고, 사랑은 뼈가 없지 싶어도 그대 가슴 떨리게 하는 긴장이 뼈다. 다 뼈가 있다. 글쟁이는 글에서 뼈를 찾고, 음악가는 리듬에서 뼈를 찾고, 시인은 압운에서 뼈를 찾고, 화가는 소실점을 찾고, 약사는 약에서 뼈를 찾고, 정치인은 민주주의에서 뼈를 찾고, 역사가는 진보에서 뼈를 찾으면 된다. 각자 자기 분야에서 뼈를 찾으면 된다. 뼈가 구조다. 무엇이 어렵다는 말인가? 구조는 쉽다. 구조가 어렵게 여겨지는 이유는 필자가 구조를 정보에서 시스템에 이러기까지 발전시켜 놓아서 그런 것 뿐이다. 수학이 어려워도 미분적분이 어렵지 ‘1+1=2’는 쉽다. 건축이 어려워도 백층건물 짓기가 어렵지 초가집 짓기는 쉽다. 난해한 구조론을 다 알 필요는 없다. 각자 자기 분야에서 다섯 뼉다구를 찾아보기다. 어느 분야든 정보(보이는 현상)≫포지션(짝)≫평형계(판단과 결정을 내리게 하는 밸런스)≫구조체(대외적으로 나타나는 일 단위의 동그라미)≫시스템(발전하는 유기체의 생명성)의 다섯 뼉다구를 찾아낼 수 있다. 도처에 있다. 건물에만 뼈대가 있는 것은 아니다. 생명에도, 역사에도, 문화에도, 예술에도 뼈가 있다. 소설에도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있고 자동차에도 연료계≫수온계≫엔진회전계≫속도계≫주행거리계 있다. 뼈를 찾았으면 그 다섯 중에서 톱 포지션을 차지하고 계에 밀도를 걸어주면 된다. 긴장을 조성해주면 된다. 대상을 장악하고 통제할 수 있다.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다.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다. 큰 뼉다구에서 작은 뼉다구로 가는 방향성만 알면 된다. 어머니, 아버지라 할 절대경로와 부인, 남편이라 할 상대경로만 알면 된다. 반드시 주소가 있다. 정해진 경로대로 길을 찾아가면 정답 나온다. 사실은 관찰하여 패턴을 발견하면 되고, 의미는 맞물리게 이어주면 되고, 가치는 짝지어 판정하면 되고, 개념은 종합하여 독립시키면 되고, 원리는 소통시켜 낳고 응용하면 된다. 구조는 참 쉽다. 정답 나와준다. www.drkimz.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