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념과 도구 개는 목줄에 묶이기 싫어하고 천재는 이념의 올가미를 싫어한다. 이념은 나중에 족쇄가 되지만 도구는 쓰기 나름이다. 천재는 양쪽을 교착시켜 놓고 둘을 동시에 틀어쥐려고 하므로 이념적 극단에 갇히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이념보다는 도구를 선택한다. 이념은 힘을 주고 도구는 상황을 준다. 포커의 고수들은 좋은 패를 이용해서 먹지 않고 상황을 이용해서 먹는다. 좋은 패를 이용해서 먹으면 패턴을 읽히기 때문이다. 상대가 좋은 패를 쥐었을 때의 베팅 패턴을 기억하고 죽어버리면 그 판을 먹어봤자 건식이다. 상황이 도구다. 상황에 갇히면 상대방은 올가미에 걸려든 셈이다. 좋은 패는 일방적이다. 상황은 상대적이다. 변수가 제곱으로 늘어난다. 여기에도 란체스터 법칙이 적용된다. 좋은 패로 먹으면 산술급수적으로 먹지만 상황으로 먹으면 판을 제곱으로 키워 먹는다. 내 패가 어떤지는 상관없이 게임의 흐름으로 봐서 상대방이 지금 올인할 수 있는 타이밍이 아니면 세게 블러핑을 쳐야 한다. 상대가 약점을 보이면 무지막지하게 때려죽인다. 바둑을 두어도 실리와 세력을 동시에 노리는 위치에 두는 게 상황을 이용하는 것이다. 단수를 쳐도 양단수를 치고 장기를 두어도 양수겸장을 부른다. 고수는 이런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3분만 대화해보면 그 사람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이념적 언어를 쓰느냐, 도구적 언어를 쓰느냐다. 이재명은 언어가 다르다. 문제는 일반인에게 오해되는 점이다. 바보는 자신을 가두려고 한다. 구석으로 들어가고 제 발로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가는 자가 있다. 스스로 자기 목에 개 목줄을 채워서 자기 몸값을 올리려고 한다. 자기 자신을 비싸게 팔아먹으려는 자다. 배신자는 인간실격 낙인이 찍힌다. 스스로 낙인을 찍는다.
배신자는 날개가 꺾여 주인이 구해주지 않으면 살 수 없다. 바보들은 자신을 불구로 만들고 결함을 만든다. 인간쓰레기 낙인이 찍혀 어디로 도망가지 못하니까 쓸만한 노예라고 주장하는 문수다. 주인님에게 자신이 쓸만한 도구라는 사실을 증명하려는 의도이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보다 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간다. 기의 언어는 천재의 언어이고 결의 언어는 바보의 언어다. 호텔경제학은 기의 언어다. 기본소득도 출발점의 기에 선다. 이후 변화가 따르며 유능하면 흥하고 바보이면 망한다. 호텔경제학을 바보가 하면 망하고 천재가 하면 흥한다. 기본사회를 바보가 하면 망하고 천재가 하면 흥한다. 도구이기 때문이다. 도구는 핸들이다. 바보가 핸들을 잡으면 반드시 사고 난다. 호텔경제학이든 기본사회든 이재명만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위험하다. 이재명은 천재다. 천재는 천재 특유의 스킬이 있다. 그것이 극단의 법칙이다. 호텔경제학은 사고실험을 돕기 위해 극단적 상황에 비유한 것이다. 극단에 익숙한 이재명은 이준석이 극단의 언어로 속인다는 사실을 금방 간파해 낸다. 침소봉대 수법을 들추었다. 이재명의 장발장 에피소드다. 진짜 장발장 한 명을 위한 공짜 물품으로 생계형 범죄 예방에 성공했다면 90%가 가짜라도 무방하다. 모르는 사람은 90퍼센트라는 숫자에 긁힐 수도 있는데 그러므로 극단의 법칙을 공부해야 한다. 하긴 일반인은 구조론을 모르니. 극단으로 몰아서 사고실험을 하면 자명해진다. 천재들은 본능적으로 이 방법을 안다. 반대로 사고실험을 할 줄 모르면 천재가 아니다. 미야모도 무사시가 유명하다. 사무라이 칼이 한 치라도 길면 이익이라는 일반인의 생각이 틀렸다. 짧은 칼로 파고들면 이긴다. 긴 창을 든 그리스의 팔랑크스가 짧은 글라디우스 든 로마군을 이기지 못한 것과 같다. 긴 칼로 공격은 할 수 있지만 회전반경이 커서 수비를 못한다. 로마군의 글라디우스는 길이가 70센티에 불과하지만 갑옷의 틈새를 찌르기에 적당하다. 수비는 방패로 한다. 이창호는 확실한 반집을 얻고 불확실한 열 집을 포기한다. 긴 칼이 불확실한 열 집이면 짧은 칼이 확실한 반집이다. 실전에서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천재다. 천재와 범인의 갈림길이다. 배에 싣고 있는 황금을 바다에 던지면 침몰을 면할 수 있는데 못한다. 네덜란드인이 문제를 해결했다. 해적선 열 척을 보내 한 척만 살아와도 이익이다. 그런데 살아서 돌아오는 한 척이 어느 배인지 모른다. 보험에 들면 된다. 통계를 내면 된다. 확률을 계산하면 된다. 보험에 들면 안심하고 황금을 바다에 던져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이재명은 천재다. 천재는 도구를 쓴다. 도구는 중립이다. 양쪽을 동시에 틀어쥐고 상황에 따라 압력의 강도를 조절한다. 도구를 바보가 쓰면 망하고 천재가 쓰면 흥한다. 이념은 물고기다. 도구는 낚싯대다. 물고기는 당장 배고픔을 면할 수 있지만 다시 굶주린다. 쓰이려는 사람은 보통 사람이고 천재는 쓰려는 사람이다. 쓰이려는 사람과 쓰려는 사람은 접근법이 다르다. 언어가 다르고 사고방식이 다르다. 보통은 먹히면 흥하고 안 먹히면 망하지만 천재는 먹히면 먹히는 대로, 안 먹히면 안 먹히는 대로 상황에 맞게 대응한다. 이재명의 정치는 모험이지만 반집을 확실히 이긴다. 이재명이 정동영 선거에 뛰어들었을 때 바보짓으로 보였지만 정청래를 얻었다. 문재인을 공격해서 안티를 만들었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내공이 쌓였다. 뻘짓으로 열 집을 손해봤지만 반집은 남겨놓았다. 반집을 확실히 이길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시행착오는 다 해봐야 한다. 부질없는 모험도 하고 무모한 도박도 하고 할 건 다 한다. 나중에는 그게 백신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누구나 이런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실천한 사람은 이창호와 미야모도 무사시다. 이재명의 여러 구설수가 쓰이려는 사람 기준으로 보면 신뢰를 잃었지만 쓰려는 사람 기준으로 보면 밀당을 터득한 것이다. 그는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들면서 선의 위치를 알아냈고 선이 조절되는 방향도 알아냈다. 물러설 때와 나아갈 때를 아는 경지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