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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131 vote 0 2021.11.14 (15:55:12)

    두 가지 바보짓이 있다. 지식인의 이분법 삽질과 대중의 요행수 바라기 삽질이 그것이다. 지식인은 경직된 프레임을 걸고 종파놀음, 이념놀음에 분주하다. 이분법적 상황으로 몰아가서 양자택일을 강요한다. 그들은 전술적 유연성 없이 경직된 판단을 내리곤 한다.


    왜인가? 인간은 죽어보자고 말을 안 듣는 동물이다. 인간들을 통제하려면 좁은 구석에 가두어야 한다. 부하들이 만만히 보고 기어오르지 못하게 기를 꺾어놔야 한다. 지식인의 삽질은 말 안 듣는 대중을 제압하고 굴복시켜 복종하게 만들려는 권력적 의도 때문이다.


    문제는 자신이 두목 침팬지의 본능 때문에 권력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것을 옳고 그름의 판단문제로 여기는 것이다. 유가 강을 이긴다. 유는 애매하고 강은 확실하다. 지식인은 강에 끌린다. 지식인이 부드럽게 행동하면 대중이 경멸한다고 여긴다. 천만에. 


    사건은 점점 커져서 강체가 유체로 바뀐다. 초반에 애매하던 사건이 회오리바람처럼 외부의 자원을 빨아들여 강력해진다. 처음부터 유가 강을 이기는게 아니다. 사건이 커져서 밸런스가 작동해야 비로소 유가 강을 이긴다. 초반의 애매한 단계를 거쳐야 강력해진다. 


    초반에 풀어줬다가 적당한 때 군기를 잡아야 한다. 송양지인의 고사다. 전쟁에 예의를 차리기는 개뿔, 기습을 하려면 병사들을 흩어야 하는데 병력을 흩으면 지휘관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주저한 것이다. 방진을 쳐서 병사를 가둬놓고 전쟁을 한다.


    징기스칸은 중앙집권을 고수하면서도 수부테이에게 전권을 넘기고 간섭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엘리트는 대중을 직접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대중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진중권의 대중에 대한 불신과 같다. 롬멜과 패튼은 대중을 겪어봐서 대중을 잘 안다.


    그들은 대중을 풀어놓고도 능히 통제해 보인다. 말 안 듣는 대중도 문제다. 초심자의 행운을 믿고 도박을 한다. 사건 초반의 애매한 상태에 머무르려고 한다. 지식인이 프레임에 가둬서 조지듯이 이들은 틀에 갇히지 않으려 발버둥 친다. 제압되지 않으려고 한다. 


    징기스칸은 귀족출신이지만 중간에 노예생활을 겪으며 민중의 마음을 이해했다. 귀족의 엄격함과 대중의 너그러움을 겸한 것이다. 때로는 가둬서 군율로 이기고 때로는 풀어줘서 민중의 창의성으로 이긴다. 그의 라이벌 자무카는 노예출신이라 카리스마가 없다. 


    그는 부하들을 풀어주기만 하고 가두지를 못했다. 자무카는 귀족의 카리스마가 없어서 대중에게 아부한 것이다. 남의 가랑이 밑을 긴 한신 역시 왕의 마음을 가져보지 못해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소심하게 행동했다. 한신은 그때 가랑이 밑을 기지 말았어야 했다. 


    한신이 병력을 다룰 때는 기술자가 기계를 만지듯이 능란하게 다루지만 자신과 체급이 같은 사람을 만나면 정무적인 판단을 회피한다. 지식인은 사건 초반의 애매함을 받아들이고 융통성을 보여야 한다. 어떤 핵심을 잡은 다음에는 강력한 태도를 견지해야만 한다. 


    대중은 떠보기 행동, 간보기 행동으로 진을 빼지 말아야 한다. 강체는 가둬야 하고 유체는 풀어줘야 한다. 전략적 풀어주기와 전술적인 가두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해야 한다. 항우와 송양공은 민중을 풀어주지 못했고, 소심한 자무카와 한신은 부하를 가두지 못했다. 


    그들은 내 수준에 이 정도면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신을 지방 호족 정도로 낮게 규정한 것이다. 가두기 전문 진중권의 마음은 엘리트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항우나 송양공과 같다. 풀어주기 전문 김어준은 민중 출신 자무카와 카리스마가 부족한 한신과 같다.


    풀어주고 아랫사람에게 칭찬을 들으며 촌놈 주제에 이 정도면 출세했다고 생각한게 한계다. 경계해야 한다. 항우와 송양공은 어리석어서 가두다가 죽었고, 자무카와 한신은 모질지 못해서 풀어주다가 죽었다. 노무현과 문재인도 모질지 못했다. 군기를 잡아야 한다. 


    우리는 끝까지 가야 한다. 가다가 도중에 주저앉아 구석에 틈새시장을 열지 말고, 대중의 작은 칭찬에 만족하지 말고 천하인의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초반에는 부드러워야 이기고 막판에는 모질어야 이긴다. 


[레벨:30]솔숲길

2021.11.15 (07:50:10)

사건은 점점 커져서 강체가 유체로 바뀐다. => 유체가 강체로가 아닌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1.11.15 (08:36:51)

이걸 설명하자면 복잡한데 

구조론에서 사건은 닫힌계 안에서 일어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일들은 열린계입니다.

즉 사건이 일어났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거지요.

강체에서 사건이 일어나며 유체로 바뀌어야 명확하게 닫힌계가 작동합니다.

성냥개비가 적린과 마찰하여 불똥을 튀기는 단계는 강체입니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으로 불이 붙지는 않은 것이며 사건이 일어지 않은 단계입니다.

애들싸움이 어른싸움까지 가지 않은 단계입니다.

유체가 강체로 바뀌는 것은 어른싸움이고 

원문에서는 강체가 유체로 바뀌는게 맞습니다.


국경에서의 충돌 - 강체

전면전으로 비화 - 유체


일반의 귀납 - 닫힌계를 걸지 않고 보면 강체(국경충돌)가 유체(전면전)로 바뀐다.

구조론 연역 - 닫힌계를 걸고 보면 집단 전체의 긴장(유체)이 국경에서의 마찰(강체)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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