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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242 vote 0 2021.11.10 (16:38:55)

    손가락이 열 개니까 인류의 조상이 쉽게 10진법을 사용하게 되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부족민은 하나, 둘 다음이 없다. 하나는 홀이고 둘은 짝인데 그다음은 없다. 3은 발견은 혁명이었다. 어원을 연구해보니 3은 삼각형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냥 나온게 아니다.

    

    왕과 지주와 경작자가 소출을 1/3씩 나눠가지는 데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원, 투, 쓰리와 한, 둘, 셋은 공통된다. 넷, 다섯, 여섯은 한셋, 둘셋, 셋셋이다. 3진법에서 10진법이 나왔고 4진법에서 12진법이 나와서 한동안 10진법과 12진법이 섞였던 흔적이 각국 수사에 남았다.


    어떤 천재적인 부족민이 손가락을 관찰하여 단번에 열까지 세고 숫자를 보급하여 지적혁명을 일으키는 일은 절대로 없다. 3진법 4진법은 혁명이었고 그걸 반복해서 10진법 12진법을 만든다. 인류가 머리를 쥐어짠게 하루이틀이 아닌데 1만 년간 구조론을 몰랐던 이유다.


    어떤 똑똑한 부족민이 10진법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안 해봤겠느냐고. 발가락 숫자를 더해서 20진법까지 밀어버려. 그게 먹힐 리가 없다. 인간들은 죽어보자고 말을 안 듣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혼자 그러다가 마는 것이다. 갈수록 태산이다. 점점 암담해진다. 


    이쪽은 길이 없구나 하고 포기한다. 물량빨, 장비빨로 못 이기는 일본군은 전투기 제로센과 산소어뢰에 희망을 걸었는데 둘 다 닌자가 독침을 쏘듯이 콕 찌르고 잽싸게 튀는 것이다. 제로센은 최대한 무장을 줄이고 조종사의 선회기술에 승부를 걸었다. 나름 머리를 썼다.


    물량으로 게임이 안 되니까 노가다로 땜빵 하려는 것. 그게 지고 들어가는 자세다. 지고 들어가면 진다. 독일이 이기면 묻어가려고 한 것. 로또를 긁은 셈이다. 일본군의 산소어뢰는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듯이 실력에서 안 되니까 꼼수 한 방으로 이겨보려고 한 것이다.


    산소어뢰는 영국이 먼저 개발했는데 성능이 신통치 않아서 폐기했다. 미군은 초반에 에탄올 어뢰가 성능이 신통치 않아 유명한 어뢰 스캔들을 일으켰다. 일본군은 초반에 산소어뢰로 재미를 봤다. 산소는 다루기 어려운 맹독성 물질이라서 영국도 개발하다가 포기했다.


    일본은 간첩행위를 잘못해서 영국이 산소어뢰 개발에 성공한 줄 알고 영국이 하는데 일본이라고 못하겠느냐 하고 도전해서 성공했다는 일화가 있다. 문제에 답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간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구조론은 답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가는 것이다.


    이론적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확률이 51이면 계속하면 된다. 감염 재생산 지수가 1 이하면 결국 가라앉고 1 이상이면 점점 확산된다. 혹시 모르잖아 하는건 없다. 본질은 연역과 귀납의 차이다. 귀납은 이것저것 집적거려 보는데 그럴수록 잘 안 된다. 암담해진다.


    귀납은 되면 1초 만에 되고 안 되면 할수록 더 안 된다. 물건을 찾는다고 치자. 운이 좋아서 1초 만에 찾거나 아니면 찾는다고 뒤적거려서 더 깊숙이 감추어지거나다. 연역은 칸을 구획해서 계획적으로 찾는다. 연역이 확실히 찾기는 하지만 추론을 하므로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 


    쉬운 문제는 귀납으로 푸는게 맞고 어려운 문제는 연역으로 푸는게 맞다. 쉬운 문제는 점쟁이가 통박으로 맞추듯이 대충 때려잡아도 얼추 맞는다. 어려운 문제는 연역이 아니면 안 된다. 방향을 바로 잡고 밀어붙여야 한다. 일본은 잘못된 정보지만 확신을 가지고 도전했다.


    그래서 성공한 것이다. 역사에는 이와 같은 일이 무수히 많다. 동시에 발명하는 일이 많은게 그러하다. 누가 성공했다고 소문이 나면 너도나도 뛰어든다. 실제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후발주자가 더 빠를 수도 있다. 질소를 합성해서 비료를 만드는 하버-보슈법도 그렇다. 


    하버가 먼저 성공하지 보슈가 더 완벽한 제조법을 성공시켰다. 하버가 참고한 르 샤틀리에의 법칙을 생각할 수 있다. 하버는 학자의 직관으로 알아챘다. 질소 분자 하나와 수소 분자 셋이 암모니아 분자 둘로 바뀌려면 압력을 높여야 한다는 사실을. 밸런스가 바뀌면 회복한다.


    분자 숫자를 줄여서 압력을 낮추는 쪽으로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반대로 압력을 낮추면 기껏 생성된 암모니아가 다시 질소와 수소로 되돌아간다. 구조론에서 말하는 하나의 밸런스에서 다른 밸런스로 갈아탄 예다. 사건에는 밸런스가 있다. 밸런스는 엔진과 같다. 


    엔진이 있으면 속도를 높일 수도 있고 낮출 수도 있다. 어떻게든 답을 찾을 수 있다. 밸런스를 모르면 아무거나 집적거릴 수밖에 없으며 그럴수록 사공이 많아져서 배가 산으로 간다. 어떤 핵심이 있다. 핵심은 밸런스의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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