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주의가 어떻고, 주장이 어떻고, 사상이 어떻고, 이념이 어떻고 말들 하지만 개소리다. 언어가 문제다. 말을 똑바로 해야 한다. 일찍이 말을 똑바로 하라고 가르친 철학가는 없었는가? 없었다. 황폐한 중에 공자의 정명사상이 그나마 좋은 가르침이 된다. 그의 괴력난신, 온고이지신, 술이부작, 극기복례는 모두 말을 똑바로 하는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 괴력난신은 근거 없는 개소리를 하지 말자는 거다. 음모론, 초능력, 사차원, 텔레파시, 안아키, 신토불이, 귀신, 천국, 내세 기타등등 무수하다. 온고이지신은 흘러간 옛날 것이 아니라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이다. 공자가 그 시대의 수준에 맞게 표현을 그렇게 했을 뿐 우리가 맥락을 헤아려서 들어야 한다. 공자가 무슨 논문을 쓴 것도 아니고 대화 중에 직관적으로 내뱉은 말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화두를 던진 것이다. 스승이 뼈대를 세우면 제자가 살을 채우는 것이다. 공자가 빠뜨린 부분을 우리가 채워야 한다. 직관은 그냥 나오는게 아니고 관점에서 나온다. 그 관점을 포착해야 한다. 술이부작은 귀납하지 말고 연역하라는 말이다. 모형을 복제해야 한다. 극기복례는 동물적 본능과 집단의 무의식에 휘둘리지 말고 차분히 생각하여 이성적으로 판단하라는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공자가 다 했잖아.' 다만 후학들이 공자의 참뜻을 모르고 아랫사람들을 제압하고 단속하는데 이 말을 써먹으니 어찌 유감천만이 아니겠는가? 한 줄기 빛이 다양한 피사체를 만나 스크린에 여러 가지 그림자를 만든다. 다양한 피사체를 보지 말고 하나의 빛을 봐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인간이다. 그사이를 바로잡는 것이 의리다. 말을 똑바로 하여 의를 세울 수 있다. 언어는 화자와 청자의 대칭을 따르며 주거니 받거니 호응하여 담론과 명제를 만든다. 담론은 부르는 말과 응답하는 말이 호응하고 명제는 전제와 진술이 호응한다. 공자가 불렀으니 우리가 대답할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