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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454 vote 0 2021.11.18 (00:13:26)

과학에 대한 각종 오해와 통념들

과학은 "왜(Why)" 에 대해 설명하는 학문이다.

예를 들어 지구가 중력으로 물건을 잡아 당기는걸 생각해보자. 왜 잡아 당기는가? 라는 질문에 중력 때문이라고 한다면 오답이다. 중력은 물체가 물체를 잡아당기는 현상을 말하지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굳이 대답하자면 모든 물체가 물체를 잡아당기고, 지구가 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어떤 방식으로' 잡아당긴다고 설명할뿐 왜 물체가 클수록 크게 잡아당기는지 전혀 대답할 수 없다.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인지도 알 수 없고. 굳이 따지자면 "왜(Why)"를 설명하는 학문은 사회과학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학을 연구하는 현장에서 "왜(why)"를 등한시한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오히려 "왜 이렇게 되는가" 하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면 아무리 어떻게 하는 건지 설명을 잘 해도 인정을 못 받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실험으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어떻게" 하니까 기존 방법보다 원하는 신호와 배경 사건들로 잘 쪼갤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왜" 그 방법이 잘 작동하는지를 잘 설명하지 못 하면 퇴짜 맞기 일쑤이다. 논문들만 보더라도 "어떻게" 했다라는 설명만 있지 않고 사용한 방법 하나하나에 대한 근거와 정당성, 그러니까 "왜" 썼는가에 대한 설명을 세세하게 달아놓은 걸 볼 수 있다.

그리고 "왜(why)"에 대해 설명하는 것 역시 과학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빛의 질량이 "왜" 0인가를 이론적으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게 과학이 하는 것들 중 하나이고 과학자들이 관심을 크게 갖는 것을 보면 말이다. 사실 이쯤 되면 과학이 "왜(why)"를 설명하는 학문인지 "어떻게(how)"를 설명하는 학문인지 딱 잘라 말하는 게 가능해 보이지도 않고 별로 의미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어떻게를 묻는 분야는 과학이 아닌 철학이며, 어쩌면 답이 없을지도 모르는 심오한 문제다.

다만 주의할 게 뭐냐면 "왜(why)"라는 질문의 초점이 무엇이냐에 따라 과학이 다루는 것이냐 그렇지 않은 것이냐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주어진 현상에 대한 더 근본적인 원인을 묻는 질문은 다루지만 목적을 묻는 질문이면 과학에서 다루지 않는다. 왜 중력이란게 존재하는지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긴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그 근본적인 원인을 찾으려는 시도이지[8] 어떤 형국으로 그렇게 되는지의 관해서는 과학자들에게 관심 있는 주제가 아니다. 요약하자면 "왜 가능한가"와 "왜 했는가" 정도의 차이가 나는 질문들로 "왜(why)"를 분류할 수 있고, 과학자들은 그 중 전자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가능한가" 같은 질문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으로 바꿀 수 있긴 하고, 그러면 정말로 자연과학이 "어떻게(how)"를 설명하는 학문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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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도 '왜?'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좀 아는 사람이 위 인용한 내용을 쓴 것이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 한 명도 넘게 있으니 다행이다. '왜?'라는 엉터리 질문이 과학을 망친다. 왜는 호출이며 원인이 결과를 호출하므로 왜?도 과학의 일부가 된다. 그런데 뭐든지 왜? 하고 묻는 것은 태만한 짓이다. 사건이 아니라 사람을 호출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이언스의 어원은 센다는 뜻이다. 과학은 계측이다. 지구는 왜 물건을 잡아당기는가? 지구가 당기는게 아니고 물건이 지구 쪽으로 쏠리는 것이다. 잡아당기지 않았는데 당긴다고 하므로 질문이 잘못되었다. 중력은 어디서 어디로 작용하는가 하고 질문하는게 맞다. 에서으로를 적용하면 견적이 나와준다.

나무위키에도 나오지만 그리스인이 인류 중에 유일하게 과학적 사고를 한 것이다. 나무위키는 사이언스의 어원을 잘못 설명하고 있는데 그리스인의 사이언스는 계측하고 계량하는 것이다. 셈하는 것이다. 왜?는 사회과학에 어울리는 질문이라는 나무위키 말이 맞다. 인간들은 동기와 목적이 있으므로 왜?가 적용된다. 그러나 바람이 무슨 동기와 야망이 있어서 부는 것은 아니다. 바람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분다. 왜?를 사회과학에 사용하는 것도 잘못되었다. 인간은 동기와 목적의 동물이 아니라 에너지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있는 사람을 건드리면 반응하는 것이다. 개인에 목적이 있는게 아니라 상호작용에 방향이 있는 것이다. 

인간의 행위는 대개 동기가 없다. 동기는 일방작용이고 인간의 행위는 대부분 상호작용이다. 상호작용은 에너지가 사건을 격발한다.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는 어떤 동기 때문이 아니라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왜 그러는게 아니고 거기에 빠진 것이다. 늪에 빠진 사람은 어떤 목적으로 빠진게 아니고 늪에 의해서 빠진 것이다. '왜 빠졌니?' 하고 물으면 답답하다. 누군 빠지고 싶어서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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