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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501 vote 0 2021.05.15 (20:52:34)

      

    넙치가 어린 유생일 때는 가재미 눈을 하고 있지 않다. 자라면서 눈이 한쪽으로 돌아간다. 눈이 반쯤 돌아간 중간단계의 화석이 발견되지 않아서 한동안 학계에서 논란이 있었는데 최근에 어떤 학자가 중간단계의 화석을 찾아내서 논란을 정리했다고 한다. 


    인류의 진화과정도 비슷하다. 충분한 숫자의 잃어버린 고리가 발견되지 않았다. 원숭이와 인간의 중간형태인 반직립 화석은 없다. 인간의 조상은 700만 년 전부터 일찌감치 직립했다. 왜 인간은 직립했을까? 간단하다. 사막화로 인해 나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지구에 수심이 얕은 천해가 많았다. 곤드와나 대륙으로 육지가 모두 붙어 있었던 시절이다. 빙하기에 천해의 수위가 줄어들면 물 반 고기 반이다. 황새들이 몰려와서 파티를 벌인다. 메기는 진흙 속으로 파고들어 살아남고 넙치는 모래 속에 숨어서 살아남는다. 


    환경이 변했기 때문에 유전자가 변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런 간단한 문제를 학자들은 고민할까? 이게 몇십 년씩 논쟁할 거리가 되나? 황당한 일이다. 위하여로 사고하기 때문이다. 위하여는 플러스다. 학자들은 진화를 플러스로 여긴다. 애초에 번지수가 틀렸다.


    진화는 마이너스다. 새로운 유전자가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의 변이를 차단하는 안전장치가 풀린 것이다. 많은 유전자의 조합이 만들어져 일제히 진화하는 시기가 있다.


    눈이 반쯤 돌아간 넙치의 조상은 그걸로 어떤 이득을 얻었지? 이게 플러스 사고다. 얻는게 없는데 왜 변이를 해? 자살변이냐? 학자들이 이걸로 수십 년간 논쟁한 것이다. 얻긴 뭘 얻어? 천해의 수위가 낮아져서 다 죽을 판인데? 


    인간의 조상이 처음 나무에서 내려왔을 때는 민첩하게 달리지 못했을 텐데 어기적거리며 들판을 걸어다녀서 무엇을 얻었지? 얻긴 뭘 얻어? 나무가 없어서 다 죽을 판인데? 인간의 조상은 직립을 해도 나무를 잘 오를 수 있는 긴 엄지발가락을 가지고 있었다. 언제든 숲으로 돌아가야 할 판이었던 것이다. 직립해서 무슨 이득을 본 것이 아니고 직립하지 않은 애들이 다 죽었다.


    더 좋은 쪽으로 진화한다는 것은 결과론이다. 환경변화로 단순한 것이 추려지는 것이다. 환경이 복잡해졌으므로 복잡한 것이 살아남는다. 인간은 더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 튼튼한 두 다리를 얻어 열심히 돌아다니는 방법으로 추운 지방에서 더운 지방까지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환경에의 대응이 복잡해진 것이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세상을 마이너스로 바라보는 사고를 익혀야 한다. 마이너스로 본다는 것은 메커니즘으로 본다는 것이다. 메커니즘은 톱니가 맞물려서 돌아가는 것이다. 거기서 무엇을 뺄 수 있을 뿐 더할 수는 없다. 달리는 자동차에서 바퀴 하나가 빠질 수는 있지만 더 추가될 수는 없다. 달리는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언가 더해졌다면? 그것은 결과론이고 더 높은 단위에서의 마이너스다. 저기서 잃은 것이 여기로 굴러온 것이다. 마이너스와 플러스는 쌍이다. 그런데 마이너스가 먼저다. 닫힌계가 지정되기 때문이다. 닫혀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올 수 없다. 날아가는 비행기와 같다. 이미 이륙했다면 거기에 추가될 수 없다. 빠질 수는 있다. 일단 연료가 소모된다.


    구조론은 세상을 사건으로 본다. 사건은 닫힌계 안에서 추적된다. 사건은 움직이고 움직임에 의해 외부와 단절된다. 닫혀 있으므로 플러스는 없다. 위하여는 플러스다. 과학자는 위하여라는 단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 닫힌계를 지정하지 않고 메커니즘을 보지 않는 비과학적인 접근이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규명을 할 때는 무언가 잃은 쪽을 사건의 원인으로 잡아야 한다. 얻은 것은 결과다. 결과는 논외다. 원인을 추적하는 것이다.


    진화는 변이를 얻은 것이 아니라 변이를 차단하는 유전자를 잃은 것이다. 인간의 조상은 직립을 얻은 것이 아니라 숲을 잃은 것이다. 넙치는 눈이 돌아간게 아니라 물이 줄어든 것이다. 넙치의 조상이 눈이 반쯤 돌아가서 그걸로 무슨 이득을 얻은게 아니고 그렇지 않은 애들이 수위 저하로 새들에게 먹혔다. 


    얕은 물에서 눈을 위로 끌어올린 넙치와 망둥이가 살아남았다. 빙하기가 끝나자 천해의 물은 점점 줄어들어 결국 완전히 사라졌다. 물가에서 살던 고래의 조상은 깊은 바다로 휩쓸려갔다. 넙치도 깊은 바다로 갔다. 망둥이는 아직도 물가로 돌아오고 있다.


    세상은 마이너스에 의해 결정된다. 숲의 소멸, 천해의 소멸, 변이를 막는 차단장치의 소멸이 원인이다. 무언가의 소멸에 의해 사건은 일어난다. 무언가 플러스되는 일도 있지만 과학자는 그 경우에도 더 높은 단위로 올라가서 거기서 소멸을 찾아야 한다. 높은 단위에서의 마이너스가 낮은 단위에서의 플러스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위하여는 플러스고 의하여는 마이너스다. 의하여로 보면 3초 안에 답을 찾을 수 있는데 위하여로 보니 간단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이 원리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무엇이든 과학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무언가의 부재를 원인으로 짚어야 한다. 


    살이 쪘다는 플러스가 아니라 운동이 부족했다는 마이너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통제되기 때문이다. 다리를 다치면 걸을 수 없고 걷지 못하면 살이 찐다. 다리를 다친게 원인이고 살이 찐건 결과다. 다리를 치료해야 한다. 늘어난 뱃살만 탓하면 곤란하다.


    진화생물학은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을 폐기해야 한다. 선택한다는 것은 플러스다. 거기에 메커니즘이 없다. 우연론이다. 우연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는 말이고 그것은 모르겠다는 말이다. 그걸로는 무언가를 예측할 수 없다. 예측할 수 없고 재현할 수 없다면 아는게 아니다. 모르겠다는 주장이 지식일 수는 없다.


    생물의 진화는 유전자의 특별한 변이능력 때문이다. 유전자는 애초에 특정 환경에서 변이의 방아쇠가 격발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너무 많은 변이는 좋지 않기 때문이다. 유전자 안에 조절 메커니즘이 있다.


    환경변화는 대량멸종을 일으킨다. 대량멸종은 포식자의 감소로 인해 거꾸로 대량번식을 일으킨다. 대량번식이 열성인자의 생존확률을 증가시켜 대량변이를 일으키고 대변이가 대진화를 일으킨다.


    개와 늑대의 차이로 알 수 있다. 치타는 세계적으로 1종 1속밖에 없어서 멸종위기다. 치타는 변이를 일으키지 않는다. 너무 진화했기 때문이다. 시계의 태엽이 다 풀려버린 것이다. 그것을 되감을 수 없다. 잘 달리는 치타가 변이를 일으킨다면 느려진다는 건데 굼뜬 치타는 사냥할 수 없다. 죽는다. 극단적인 환경에 적응한 종은 환경이 변하면 멸종한다.


    늑대도 변이를 일으키지 않는다. 추운 지방의 극단적인 환경에 적응해 있다. 개는 변이를 일으킨다. 변이의 방아쇠가 격발된 것이다. 회색늑대의 자손은 그대로 회색늑대다. 개의 자손은 다양한 바둑이가 나온다. 누렁이와 백구와 흑구가 나온다. 단모종과 장모종이 나온다. 장모종만 모아놓아도 일정한 확률로 단모종이 나온다.


    러시아 과학자가 여우로 실험해서 증명했다. 자연환경에서 여우의 자손은 그냥 여우다. 인간의 손을 타면 열성인자가 살아남아 여우개가 된다. 원래 짖지 않는 여우가 개처럼 짖어댈 뿐 아니라 흑백 바둑이도 나온다. 


    개가 짖는 것은 사람의 말을 흉내내는 것이다. 사람이라는 환경에 맞추어졌다. 개는 늑대에 비해 유전적 다양성이 높아진 것이다. 유전체계는 특별한 환경에서 변이의 방아쇠가 격발되어 다양성이 적은 늑대에서 다양성이 높은 개로 바뀐다. 원래 그렇게 되어 있다.


    자연선택설은 우연설이다. 결과론이라서 내부에 조절 메커니즘이 없다. 모든 사건의 모든 원인은 조절 메커니즘이다. 자연선택은 메커니즘이 아니므로 결과를 통제할 수 없다. 사건의 다음 단계를 예측할 수 없다. 능동적인 사건의 주체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원인이다. 


    사건의 머리와 꼬리가 있다. 머리가 능동이고 꼬리는 수동이다. 머리가 원인이다. 마이너스가 능동이고 플러스는 수동이다. 마이너스가 원인이다. 돈을 버는 것은 플러스고 일을 하는 것은 마이너스다. 나의 체력을 고갈시키기 때문이다. 일을 해야 돈을 번다. 마이너스가 먼저다. 일의 강도는 내가 조절할 수 있지만 돈은 주는 대로 받는다. 조절할 수 없다. 세상은 내가 통제권을 틀어쥐고 있는 마이너스로 해결해야 한다.


    밥을 적게 먹는 것은 조절할 수 있지만, 더 먹는 것은 조절할 수 없다. 위장의 사이즈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이너스도 가능하고 플러스도 가능하지만, 항상 마이너스가 먼저다. 마이너스 부분을 먼저 확정해 놓고 그 정해진 범위 안에서 플러스를 조절할 수 있다.


    자연선택은 자연이 능동적인 의사결정의 주체이고 종은 수동적인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기는 것이 주체다. 자연선택은 우연이 필연을 이겼다는 해석이다. 틀렸다. 먼저 움직여서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이긴다. 유전자 안에 능동적인 변화의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환경이 변하면 방아쇠가 격발된다. 개의 다양한 변이가 대표적인 예다.


    동굴 물고기는 동굴을 만나면 눈을 버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동굴환경은 자원이 빈약한 대신 포식자가 없기 때문에 가늘고 길게 살기 전략을 선택하고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눈을 버린다. 이 동굴에서 저 동굴까지 헤엄쳐 간 것이 아니고 각자 환경을 찾아가서 변한다. 동굴에 들어가기 전부터 동굴에 들어갔을 경우에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동굴에의 대비가 없는 다른 종들은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인간의 조상은 원래부터 나무가 사라졌을 경우에 유전자적으로 대비하고 있었다. 침팬지는 나무를 떠나지 않는데 말이다. 인간의 조상은 나무가 드문 사헬지대에 정착해서 언제든지 나무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포식자가 발견되면 나무까지 빠르게 달려야 한다. 나무가 없어서 계속 달렸다. 그리고 인간이 되었다.


    유전자는 원래부터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필요한 변이를 만들어내는 조절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변이가 모듈 단위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인간은 다리만 곧게 펴진 것이 아니다. 척추와 어깨와 목과 얼굴이 함께 변한다. 빠르게 달리면 머리가 흔들리기 때문에 주둥이가 돌출하지 말아야 한다. 


    중심을 잡다보니 입이 들어가고 목이 가늘어지고 뇌용적이 커진 것이다. 코끼리는 코만 길어진 것이 아니다. 기린이 목만 길어진 것은 아니다. 밸런스를 유지하려면 많은 것이 동시에 변해야 한다. 유전자는 원래 여러 가지가 동시에 변하게 세팅되어 있으므로 변이는 짧은 기간에 급격하게 일어난다.


    정치든 경제든 사회든 내부에 조절 메커니즘이 없는 모든 이론은 틀린 이론이다. 세상을 조절 메커니즘으로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메커니즘은 톱니가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므로 플러스가 불가능하다. 무조건 마이너스다. 플러스는 마이너스의 결과로 일어나는 2차효과다. 위하여를 버리고 의하여를 써야 한다.


[레벨:2]우산객

2021.05.16 (00:30:15)

'세상은 병렬처리되기 때문에 원인이 결과를 찾아가기는 쉬워도 결과가 원인을 수집하기는 힘들다. 조절메카니즘에 더하여 , 어쩌면 단박에 변이가 가능한 것도 병렬처리의 산물일 수 있다. 무수한, 그중에서도 의미있는 조합이 한주기에 가능하기 때문이다.'<br />
[레벨:3]불휘

2021.05.16 (16:10:57)

놀부가 심술을 부린 이유는 뭘 얻기 '위하여'가 아니라

놀부 뱃속에 심술보가 있어서 심술보에 '의하여' 심술이 나왔다.


이렇게 봐도 되겠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1.05.16 (16:40:36)

심술보라는 것도 플러스입니다.

보는 보자기고 보자기에 뭔가 잔뜩 들어있으며 그것은 플러스죠.

마이너스로 봐야 합니다.

심술은 심리적 불안정성입니다.

놀부는 내면의 불안정성을 심술행동으로 흘리고 다니는 것이며

놀부의 심술행동은 그의 내면이 심리적인 균형이 깨진 상태라는 사실을 알게 합니다.

균형이 깨지면 외부환경을 개입시키는 

즉 외부에 내부의 심리적 공백상태를 호소하려는 행동을 하게 되는데

그게 심술로 나타납니다.

어린이가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면 짝을 괴롭힌다든가 하는 거지요.

그게 심해지면 공황발작을 일으키거나 자해를 하게 됩니다.

[레벨:2]우산객

2021.05.16 (18:16:39)

아 착각했습니다. 제 심술이 들킨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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