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328 vote 0 2021.05.26 (10:08:04)

  

    메커니즘으로 사유하라


    모기가 사람의 피를 빨아먹을 때는 침 6개를 사용한다. 거기다 침을 고정시키는 장치까지 도구 7개를 쓴다. 살을 찢는 톱날이 2개, 톱날을 고정시키는 바늘이 2개, 혈액응고 방지 주사기 1개, 피를 뽑아내는 빨대 1개. 빨대를 고정시키는 껍데기 1개로 총 7가지 도구가 사용된다.


    일단 침을 하나 가볍게 박고 그 침을 빼면서 톱날을 밀어넣는다. 반대쪽에도 같은 방식으로 톱날을 박는다. 이 과정을 되풀이하며 혈관까지 도달한다. 양쪽의 톱날 사이를 벌려서 혈액응고 방지제를 투입하고 빨대를 꽂아서 피를 뽑아낸다. 외부에서는 껍데기로 빨대를 고정시킨다.


    뭐든 간단하지 않다. 공사판에서 노가다를 해보면 안다. 무슨 일을 하든 그냥 하는게 아니고 비계를 설치하고 사전에 여러 가지 고정장치를 사용해야 한다. 구조론으로 보면 하나의 일을 할 때마다 5가지를 조치해야 하는데 인간의 손과 팔이 여러 가지를 하므로 망치만 가지고 된다.


    우리는 그러한 사전조치를 의식하지 못한다. 숙달되어 한꺼번에 여럿을 하기 때문이다. 백인이 처음 젓가락질을 시도하며 어려워하는 것과 같다. 손으로 볼펜을 쥐어도 절차가 복잡하다. 손가락 세 개로 볼펜을 쥐고 손아귀까지 네 곳을 사용하는데 손목이 받쳐줘서 글씨를 쓴다.


    한 가지 작업을 하려면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 인간은 팔꿈치나 어깨, 체중, 받침대 등을 두루 사용하면서 망치나 드라이버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착각한다. 그건 우리가 숙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링컨이 말했다. 내게 나무를 베는데 6시간을 주면 4시간을 톱날을 가는데 쓰겠다고. 


    남군을 충분히 몰아붙인 후에 노예해방선언을 하겠다는 말이다. 이 순서가 틀리면 망한다. 노무현은 말했다. 목수가 오전 내내 연장만 벼르더니 오후에 집을 한 채 뚝닥 짓더라고. 모기는 말했다. 내게 연장 7개를 주면 여섯 개로는 살을 뚫는데 쓰고 마지막 한 개로 피를 빨겠다고. 


    그런데 우리는 과연 모기보다 현명한가? 뭐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복잡한 사전절차가 있다. 천안함 사건만 해도 그렇다. 그냥 폭탄이 터졌다. 그런데 왜 형광등이 멀쩡하냐? 어휴. 무슨 말을 할 수가 없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거다. 그런데 폭탄이 뭐지? 따지자면 복잡하다. 


    탄약병 출신은 아는 건데 폭탄이 그냥 터지는게 아니다. 개스로 터지는게 있고 파편으로 터지는게 있다. 탱크 전면장갑 두께가 80센티인데 쇳덩어리에 맞는다고 그게 뚫리겠냐? 튕겨 나간다. 2차대전 때 소련제 T34가 그렇다. 어지간한 대포알은 튕겨내서 판처 파우스트로 잡았다.


    대전차 고폭탄의 원리가 모기의 침과 비슷하다. 대포알이 날아가는 관성의 힘으로 장갑을 뚫는게 아니다. 메탈제트를 이용하여 열로 쇠를 녹여서 작은 구멍을 뚫는다. 열로 장갑을 녹이려면 대포알이 철판에 달라붙어야 한다. 이게 핵심이다. 모기가 톱날을 쓰는 것과 같다. 


    팔뚝 근육에 힘을 주면 모기는 침을 빼지 못한다. 톱날이 근육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구리와 텅스텐으로 된 메탈제트를 이용하여 뜨거운 액체가 쇳덩어리를 붙잡고 고열로 전면장갑을 녹여낸다. 어떤 적을 상대하느냐에 따라 사용하는 포탄이 다르다. 다양한 포탄이 있는 거다.


    그냥 모기는 피를 빤다고 믿고 그냥 포탄은 터진다고 믿는 사람과 무슨 대화를 하겠는가?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가지고 말해야 한다. 음모론을 쓰는 사람은 이런 복잡한 내막을 절대 말하지 않는다. 고속기동을 하는 배가 물속에서 폭탄을 맞아도 물이 파편을 막아주므로 끄떡없다.


    설사 배가 깨진다고 해도 두 동강이 나지는 않고 격실이 있기 때문에 전함이 쉽게 침몰하지 않는다. 명중탄을 여러 발 맞고도 밤새 떠 있는 배는 2차대전사에 허다하게 많았다. 물속에 있는 사람은 소총을 맞아도 안 죽는다. 총알은 물속에서 몇 미터도 진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속을 가는 어뢰와 공중을 가는 대포알은 날아가는 방식이 다르다. 배를 깨뜨리려면 정확하게 흘수선을 때려야 하는데 이는 물 위에서 폭탄이 터져야 한다는 말이다. 이 경우 배가 두 동강이 나지 않는다. 천암함이 그런 식으로 두 동강 날 수 있는 가능성은 우주 안에 하나뿐이다. 


    단 하나의 가능성 외에 전혀 확률이 없다. 0이다. 좌초로 안 되고 잠수함이 박아서 그렇게 안 된다. 이건 절대다. 의심나면 실험을 해보면 된다. 오로지 딱 하나 개스로 치는 방법으로만 가능한 것이며 그 이유는 개스가 가장 넓은 면적을 커버하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자. 


    수십 노트의 속도로 고속기동을 하는 배를 조그마한 폭탄이 어떻게 잡아? 파편 쪼가리로? 물이 파편을 막아주는데? 턱도 없는 일이다. 쇳덩이를 냅다 던져서 맞춰버려? 맞아봤자 관통한다. 두 동강으로 쪼개지지 않는다. 연평해전만 해도 대포알 한두 발로 적선을 침몰시키던가?


    고속기동을 하는 배를 대충 때려서 맞추려면 공간의 면적을 장악해야 하고 그 방법은 개스뿐이다. 개스가 직접 배를 깨는 것이 아니다. 개스는 물을 밀어올린다. 개스의 팽창하는 압력이 밑에서부터 배를 들어올리고 배는 공중으로 들어올려져 자체 무게에 의해 허공에서 절단된다.


    쇠를 깨는 것이 아니고 철판을 찢는 것이다. 차력사가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찢는 기술과 같다. 우주 안에 딱 하나의 그 방법밖에 없다. 한강 의대생 사건도 그렇다. 메커니즘을 태어나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꼴통들이 헛소리를 한다. 과정을 말하지 않으므로 대화가 안 된다. 


    그냥 실종되었다고 우길게 아니라 메커니즘을 가지고 말해야 한다. 친구가 한강에 다시 왔을 때까지는 실종이 아니고 잠을 자고 있는 사람이 걱정되어 깨우러 온 것이다. 사람이 그 자리에 없다면 집에 갔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이다. 실종판단은 그 후에 경찰이 내린 판단이다.


    시간을 뒤바꿔서 왜 실종자를 수색을 하지 않느냐고 따지고 있으니 허폐가 뒤집어질 일이다. 붙잡아 앉혀놓고 인과율부터 가르쳐야 하나? 초등학교를 다시 보내드려야 하나? 분노에 차서 감정을 앞세우며 압박하고 있으면 대화할 상황이 아니다. 그게 집단 히스테리 현상이다. 


    인공지능도 그렇다. 인공지능이라고 할 만한 것은 아직 없다. 알파고는 전자계산기와 같은 바둑연산기에 불과하다. 반도체를 병렬로 많이 박아놓은 기계다. 결국 사람이 만든 프로그램이다. 시리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비롯해서 다양한 인공지능이 선보이고 있으나 전부 가짜다. 


    지능이 없다. 아이큐가 0이다. 자기가 방금 한 말을 까먹는다. 사람이 대화에 흥미를 갖는 이유는 단계적으로 파고드는 재미가 있기 때문인데 인공지능은 1초 전에 한 말과 1초 후에 한 말이 연결되지 않으므로 흥미를 느낄 수 없다. 사실이지 컴퓨터 게임을 해도 재미가 있다. 


    진행될수록 범위를 좁혀가는 단계가 있기 때문이다. 매 순간 출발점으로 되돌리면 누가 게임을 하겠는가? 만렙을 닦아놨는데 쪼렙으로 간주하면 무슨 재미로 게임을 해? 사람을 만나면 먼저 인사를 하고 상대방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그런게 있다. 진행과정이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매 순간이 첫 만남이다. 초 단위로 상대방의 두뇌에서 나에 대한 기억이 삭제되고 있다. 내가 흑인인지 백인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상대방은 관심도 없고 말해줘도 1초 후에는 모른다. 닫힌계를 치고 질 입자 힘 운동 량으로 범위를 좁혀가는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닫힌계가 없으면 가짜다. 사건 개념이 없으면 가짜다. 의사결정이 없으면 가짜다. 전략이 없으면 가짜다. 미래에 대한 예견과 대비가 없으면 가짜다. 단계적으로 대칭을 만들어가며 범위를 좁혀가는 과정이 없으면 가짜다. 인류는 짚신벌레 수준의 인공지능도 성공시킨 적이 없다. 


    그냥 이름을 인공지능으로 붙인 것이다. 한마디로 정리하자. 지능이란 무엇인가? 전략이다. 개도 사람과 친하려고 꼬리를 흔든다. 선제적인 대응이다. 개가 먼저 사람에게 다가와서 꼬리를 치는 것이다. 가만있어도 고양이가 내 품에 와서 안긴다. 그것이 전략이다. 지능이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시험공부 습관 때문이다. 시험을 치다보니 인공지능이 시험문제에 답안 맞추는 거라고 착각한다. 네가 문제를 내면 내가 답을 맞출께. 날씨? 프로야구 결과? 극장에 걸린 영화 제목? 난 다 맞출 수 있어. 사람이 질문하고 인공지능은 답한다는 전제를 깐다. 


    그건 후수다. 선수를 쳐야지. 먼저 질문해야지. 선수를 치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전략이 없는 인공지능은 가짜다.


[레벨:4]고향은

2021.05.26 (14:19:14)

"인공지능은 매 순간이 첫 만남이다. 초 단위로 상대방의 두뇌에서 나에 대한 기억이 삭제되고 있다. 내가 흑인인지 백인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상대방은 관심도 없고 말해줘도 1초 후에는 모른다."



인공지능은 메커니즘과 맥락을 모른다

메커니즘과 맥락이 있으려면 나(메신저)에 대한
기억과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
메커니즘과 맥락은 메신저에 대한,
안하무인眼下無人인 자세를 지양한다
인공지능은 영혼없는 객관적(장점과 단점을 가진)인 자료와 사실을 그저 산술하고 연산한다
인공지능은 생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309 우주는 단순한 것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김동렬 2021-05-27 3692
5308 꼰대왕 윤석열 김동렬 2021-05-26 4315
5307 사건은 머리와 꼬리가 있다 2 김동렬 2021-05-26 3433
» 생각을 좀 하고 살자 1 김동렬 2021-05-26 4328
5305 전기차와 인공지능의 한계 김동렬 2021-05-25 4154
5304 정상회담 퍼펙트 김동렬 2021-05-24 4380
5303 정신병의 원인 2 김동렬 2021-05-24 4484
5302 플러스알파를 아는 것이 아는 것이다 3 김동렬 2021-05-23 4264
5301 인지부조화는 틀렸다 1 김동렬 2021-05-20 4650
5300 석가는 왜 왔니 왜 왔니? image 4 김동렬 2021-05-19 4276
5299 세상은 마이너스다. 김동렬 2021-05-18 3523
5298 자기소개를 극복하는 글쓰기 1 김동렬 2021-05-17 4553
5297 일론 머스크의 삽질 7 김동렬 2021-05-17 4337
5296 추상적 사고를 훈련하자 김동렬 2021-05-16 4304
5295 나비효과의 오류 김동렬 2021-05-16 3698
5294 위하여냐 의하여냐 4 김동렬 2021-05-15 3397
5293 타블로 죽이기와 한강 의대생 사건 2 김동렬 2021-05-14 4750
5292 우주의 방향성 9 김동렬 2021-05-13 3396
5291 언어의 문제 1 김동렬 2021-05-13 3825
5290 비열한 내로남불 1 김동렬 2021-05-12 3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