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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684 vote 0 2021.05.27 (18: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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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와 타짜를 비교하면 백 대 빵으로 친구가 낫다. 타짜는 원작을 잘 살린 오락영화에 불과하다. 당연히 원작이 낫지만 영화도 볼만하다. 원작의 짝귀를 못 살린게 아쉬운 부분. 도박의 낭만을 상징하는 짝귀와 반대로 도박의 야만을 상징하는 아귀 중에서 낭만을 빼버리는 바람에 가치가 절반으로 추락했다. 


    하긴 제한된 상영시간 안에 다 소화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고. 속편에서도 짝귀 캐릭터가 죽은게 안타까운 거. 친구는 조폭물 사태를 일으킨 주범으로 몰려 손해본 영화다. 당시 집계가 엉터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초의 천만영화에 지금 기준으로는 1600만 관객이다. 미성년자 관람불가인데 그 정도 했으니.


    고딩들이 아버지 양복 훔쳐 입고 영화표 사려고 극장 앞에 줄 선 것을 보았다. 친구는 오늘날의 충무로를 혼자 일으켜 세운 영화다. 이후 조폭물이 범람했지만 그래야 시장에 자본이 들어온다. 헐리우드 영화는 더 악랄한 범죄미화가 널려 있다. 대부 시리즈는 진짜 조폭미화인게 당시 마피아가 따라다녔다. 


    마피아를 비하하면 감독을 죽인다고. 영화를 보고 마피아들은 만족했다. 원래 마피아 스타일이 안 그런데 영화 보고 정통 마피아는 저렇게 하는구나 하고 마피아가 거꾸로 영화를 따라 했다고. 하여간 홍콩 느와르도 그렇고 서부영화도 그렇고 죄다 거짓부렁이고 범죄미화인 것은 맞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서부영화는 일단 사기인게 서부시대라는게 없었다. 카우보이라는 것도 왜곡된 것이고 영화에 나오는 그런 것은 없었다. 이탈리아에서 촬영한 가짜 서부영화 보고 착각해서 진짜 서부시대라는 한 시대가 존재했다고 믿는 사람이 있으니. 상관없잖아. 흥행만 되면 그만이지. 서부 특유의 스펙타클이 있다는 말씀.


   친구는 자빠져 죽은 충무로를 혼자 힘으로 일으켜 세웠다. 이걸로 충무로에 자본이 들어왔고 이후 봉준호의 기생충까지 흘러온 것이며 모든 한국 감독은 곽경택의 신세를 지고 있는 셈이다. 조폭마누라는 나름 볼만한 오락영화인데 영화 이름에 조폭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매를 벌어서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


    관객이 보고 만족하면 그만이지 평론가들이 무슨 개소리야? 속편이 나오는건 이유가 있다구. 뻔뻔하게 영화 이름에 조폭을 넣어도 되냐? 조폭미화 혐의를 피하려고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페미영화처럼 사기쳐도 되는 거냐? 이렇게 솔직하게 나와야지. 글자 배웠다는 평론가들이 치졸하기는. 에휴!


    친구의 진짜 의미를 이야기 해주랴? 왜 친구를 죽이고 싶어질까? 한강 의대생사건만 그런게 아니다. 누구나 친구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다. 지겨운 녀석. 미워서 죽이는게 아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죽이는 거다. 왠지 친구라면 그래도 용서해줄 것 같은 느낌. 친구니까 배신해도 이해해 주겠지. 이런거.


    친구니까 배신하고 친구니까 죽인다. 김재규에게 물어봐라. 왜 죽였냐고? 친구니까 죽였지. 박정희도 죽으면서 웃었다. 내게 정직하게 총알밥을 먹여주는 친구는 역시 재규 뿐이구나. 다들 나한테 알랑방귀나 뀌지. 역겨운 놈들. 그런 인간의 이중심리를 아는가? 친구라서 사랑하고 사랑하므로 죽이려는 마음을.


    친구니까 노무현을 배신해야지. 조경태. 친구니까 조국을 엿먹여야지. 진중권서민.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허유가 까불다가 조조한테 죽을 때부터 그랬다. 친구니까 죽여드려야지. 홍콩 느와르도 마찬가지 친구를 배신하고 형제를 죽이는 영화. 그래서 흥행한다. 조폭은 오락을 위한 설정이고 본질은 친구다.


    600만 찍은 쉬리가 먼저 나왔지만 쉬리는 그냥 쉬리다. 블록버스터는 이렇게 만든다는 것을 처음 보여준 블록버스터 교과서. 친구 제작비 18억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 친구는 아류 조폭물 흥행스코어 전체를 포함시켜서 일구어놓은 시장규모를 봐야 한다. 영화 친구를 이해 못하면 정신적으로 미성년자다.


    90년대까지 한국 평론가들은 홍콩영화를 평론하지 않았다. 피아노줄 가지고 사기치는건 영화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그럼 뭐가 영화야? 문학작품을 영화로 옮긴게 영화지. 영화와 소설을 혼동한 것이다. 사실 60년대만 해도 흥행영화는 다 소설을 영화로 옮긴 것이었으니 그럴 만했다. 영화는 소설과 다르다.


    소설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이 스펙타클이다. 씨네21 이후 달라졌지만 여전히 엘리트주의가 기승을 부린다. 조폭은 천민들의 영역이니까 점수를 깎아야지 하는 심사. 천박한 차별주의 습관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조폭은 배경이고 본질은 따로 있다. 그걸 꿰뚫어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친구를 위해서라면 대신 죽어줄 수 있다. 나는 널 위해 죽을 수 있어. 너도 날 위해 죽을 수 있냐? 그럼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죽는 걸로 하자. 가위바위보는 했다 치고 그냥 네가 죽어라. 이런 심리가 있다. 근친을 죽이는 것에 별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자신을 죽이는 것과 같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문명국가일수록 존속살인의 죄를 엄하게 묻는 이유다. 타자성의 원리다. 가족도 타인이고 친구도 타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대부에도 형을 죽이는 이야기가 나온다. 울림이 있다. 친구를 쏠 때 총알은 조금 더 야무지게 나간다. 동생은 원래 스페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잉여. 잉여들의 눈물이 있다.


    심금을 울린다는건 그 오묘한 지점을 흔들어 댈 때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이금재.

2021.05.28 (04:27:14)

커플이 살벌하게 싸우는 게 다 이유가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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