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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826 vote 0 2020.06.18 (15:04:46)

    회의주의와 구조론
        

    나는 일체의 개소리를 혐오한다. 나사 빠진 소리는 들어줄 이유도 없다. 닥쳐! 개소리하는 자는 일단 배제해야 한다. 대화를 거절하는 방법으로 나는 그들과 대화한다. 황희정승의 논법이 그러하다. ‘네 말도 옳고 네 말도 옳다’는 말은 종놈들을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웃으면서 거절하는 움베르토 에코의 기술이다.


    예컨대 유기농이라는 단어가 있다. 일상적으로는 쓸 수 있는 말이지만 적어도 과학을 숭상하는 사람은 진지한 자리에서는 이런 비과학적인 단어 쓰면 안 된다.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유기농 식품을 비판하는게 아니라 그 단어를 비판하는 것이다. 최근에 필자가 유기농 비판을 하는 이유가 있다. 나무위키에도 유기농 비판이 많다.


    유기농은 보나마나 개소리인데 다들 찰떡같이 믿고 있으니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없어서 말조심을 하다가 나무위키를 검색해보고 어라! 우리 편이 많잖아? 그렇다면 말을 꺼내도 되겠군. 하고 말하게 된 것이다. 직접 검색해 보시라. 나만 유기농을 비판하는게 아니다. 단 식품비판이 아니라 언어에 대한 비판이다. 


    한의학은 의학이 아니고, 이발소 그림은 그림이 아니고, 낙서는 문학이 아니고, 뽕짝은 음악이 아니다. 이발소 그림도 그림이라고 우기는 사람이 더러 있지만 그런 사람과 대화하면 안 된다. 물론 말은 된다. 주술도 아프리카에 가면 어엿한 과학이다. 부적도 위약효과가 있으니 약이라면 약이다. 공자 선생의 정명사상이 그러하다.


    언어를 바로 세워야 한다. 유기농은 일단 언어가 아닌 거다. 유기농이니 천연이니 하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도대체 뭐가 유기농이냐고? 신토불이라는 말처럼 막연한 포장기술에 불과하다. 저급한 상업주의에 푸드포비아다. 음식차별이 사람차별로 간다. 정보가 많아져서 천일염이 정제염보다 나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천연이라고 하면 인공물이 아니라는 건데 조미료는 천연이다. MSG가 사탕수수를 발효시켜 만든 천연 조미료다. GMO라는 단어도 위험하다. 이미 인간은 선사시대부터 무수히 유전자 조작을 저질러 왔다. 이영돈의 착한 먹거리 소동처럼 장삿속으로 괴설을 퍼뜨리고 있다. 이런 것들을 엄격히 규명하자고 하니 회의주의와 통한다. 


    그런데 나는 긍정주의다. 회의주의는 뭐든 알 수 없다는 사상인데 알 수 있다. 말을 똑바로 하면 된다. 대부분 알 수 없는게 아니라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며 그것은 좋은 언어가 없기 때문이다. 구조론이 정답이다. 애매한 것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좋은 언어다. 관계를 말하면 되는데 대상을 지목하므로 사실이 왜곡되는 것이다.


    어떤 대상을 지목하여 말하면 무조건 틀린다. A는 어떻다고 말하면 그것은 틀린 말이다. 들어볼 필요도 없다. 일단 언어가 부실하다. A가 이러하면 B는 저러하다고 관계로 말해야 한다. 그냥 A를 지목하면 관측자의 개입에 의한 정보의 왜곡이 일어난 것이다.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몸에 좋다는 말이다. 뭔 소리여? 뭐가 좋다는겨?


    이건 언어가 아니라 개가 하품하는 소리다. 어떤 성분이 어떤 장기에 어떻게 작용한다고 말해야 한다. 그것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 것이다. 좋든 싫든 작용하는 것은 모두 조절이 되어야 한다. 고기를 먹으면 배가 더부룩해서 운동선수는 시합 전에 고기를 안 먹는다. 탄수화물을 먹으면 혈당이 올라가서 경기에 집중을 못 한다. 


    무엇을 먹든 다 안 좋다. 그러므로 시합 전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무엇을 먹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매사에 이런 식이다. 모든 좋은 것은 나쁜 것이다. 모든 약은 독이다. 그러므로 좋다 나쁘다로 말하면 안 되고 A 분량 만큼 B 타이밍으로 조절하라고 말해야 한다. 핸들링이 들어가야 한다. 막연히 좋다고 말하면 무조건 거짓말이다. 


    이해되는가? 나는 언어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실이 어떻든 중요하지 않다. 말을 제대로 하자. 회의주의와 관련하여 아이작 아시모프는 다음과 같은 유쾌한 비유를 들었던 적이 있다.


    1) 누군가가 실험실에 소금 10kg이 있다고 주장한다. → 그냥 평범한 주장이다. 누구나 그럴 만하다고 생각하며 쉽게 믿지만, 그만큼 특별할 것도 없다.


    2) 이번에는 실험실에 금괴 10kg이 있다고 주장한다. → 그것은 특별한 문제가 된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며, 직접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정말로 있다면 믿지만, 없다면 믿지 않는다.


    3) 이번에는 자기 실험실에 아인슈타이늄 10kg이 있다고 주장한다. → 아무도 그것을 믿지 않고 헛소리로 취급한다. 정말로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무의미한 데다 시간낭비다. 냉담한 회의주의자들이 유사과학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로 이것이다.


    아인슈타이늄이 어딘가에 있다 혹은 없다는게 문제가 아니라 그게 아인슈타이늄이냐 하는게 더 중요하다. 이 사람은 단계를 건너뛰고 있다. 내 사무실에 뭐가 10킬로 있는데 거기에 아인시타이늄 성분이 섞였을지도 모른다고 말해야 한다. 이 사람은 아인시타이늄이 있는 장소를 특정한다. 그런데 왜 그것이 있는 장소가 중요하냐고?


    희귀원소인 아인슈타이늄은 지구 어딘가에 있는데 그게 하필 내 서랍에 분량으로는 10킬로그램이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즉 이 사람은 1) 아인슈타이늄은 지구에 흔히 있다. 2) 어떤 사람이 그것을 10킬로나 가질 수도 있다. 3) 그 사람이 바로 나다. 이 두 가지 전제를 깔고 들어가고 있으며 그러한 전제를 숨긴 속임수를 쓴 것이다.


    당신 서랍의 사정은 나중 문제이고 아인슈타이늄이라는 물질이 지구에 많이 있을 수 있다는 논문을 쓰는게 먼저다. 무한동력을 발견했으면 그걸로 전기를 만들게 아니라 열역학법칙을 깨뜨리는 논문을 발표하는게 먼저다. 발명 이전에 발견이 먼저다. 그런데 사이비들은 발견을 하기 전에 발명을 먼저 한다. 순서가 틀린 것이다.


    발명특허를 받기 전에 전기를 먼저 생산하고 아니 전기를 생산하기도 전에 그걸로 주식을 먼저 발행한다. 아니 그 이전에 기업을 먼저 코스닥에 우회상장을 하고 아니 그 전에 코인을 발행한다. 나중에 해도 되는 것을 먼저 하는 것이다. 순서만 보면 거짓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언어의 문제인 것은 언어의 순서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인류의 공공재인 언어를 공격한 것이다. 말하자면 축구시합을 하는데 심판을 죽인 것이다. 언어는 약속인데 그 약속을 깬다. 언어는 전제 다음 진술인데 그 규칙을 파괴한다. 축구는 심판을 정하고 경기를 진행하는데 시합 시작을 알리는 휘슬을 울리기 전에 심판을 죽인다. 심판을 죽이는 자와 시합할 이유가 있겠는가? 


    언어를 죽이는 자와 대화할 이유가 있겠는가?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회의주의자들이 과거에 스켈렙인지 뭔지 하는 토론사이트를 만들었다는데 그들은 한의사를 매우 싫어한다고 한다. 나는 한의사를 싫어하지 않는다. 단 공자의 길에서 벗어났다가 잘못된 시스템에 발목이 잡힌 예로 한의학의 수렁을 드는 것이다. 


    빠져나갈 길이 없다. 625 때 의사 부족으로 임시조치를 했다가 망한 것이다. 내가 다른 나라의 의사라면 한의사를 인정하는 나라와는 의학교류를 안 한다. 심판을 죽이는 자와 시합을 하겠는가? 문제는 그 스켈렙인지 하는 자들이 진보사이트인 안티조선 우리모두에서 나왔다가 변희재의 미디어워치로 대거 넘어갔다는 사실이다. 


    왜 진보성향 과학적 회의주의자들이 변희재 똥이 되었을까? 구조론에서 부단히 보수꼴통을 까는 이유가 있다. 가만두면 저절로 보수화되는 법칙이 있다. 진보 애들은 낭만적인 성향이라서 실실 웃으며 유기농이니 한의학이니 천연이니 하며 개소리를 해도 넙죽넙죽 받아준다. 천안함 음모론 따위 유치발랄한 주장도 들어준다.


    그들은 인내심이 있고 착하다. 마음씨 좋은 이모처럼 말이다. 그런데 진지한 자들은 보리까끄래기처럼 가시가 걸려서 이건 아니지 하며 화를 내다가 점점 보수꼴통이 된다. 그런 법칙이 있다. 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사람을 나는 보지 못했다. 엄격하고 진지한 태도를 견지하면서 꿋꿋하게 낙관주의와 진보정신을 이어가는 사람 말이다. 


    보수꼴통을 구조론연구소에서 절대 용납하지 않는 이유다. 어쩌다가 낙관주의=진보주의로 되고 회의주의=보수주의로 되었다. 그런데 이 경향은 나이를 먹어가는 정도와 관련이 있다. 젊었을 때는 회의주의=진보주의였다가 점점 비뚤어져서 결국 변희재 똥이 된다. 그때 안티조선 우리모두에서 토론했던 그 사람들이 배반하다니.


    어찌 슬프지 않은가? 그런데 그렇게 된다. 인간은 그만치 약한 존재다. 당신 스스로를 돌아보라. 혹시 이미 똥이 되었는가? 상당히 발효 중인가? 조금씩 똥이 될 기미가 보이는가? 인간은 누구나 나이 들면 꼰대질을 하게 된다. 날로 새로워지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 사람은 진보에 버티고 있다. 그렇게 된다.


    새로운 것으로 낡은 것을 치려면 진보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보수화되는 이유는 아이디어 고갈 탓이다. 진리를 발견하는 동안만 인간은 신선하다. 그것을 이용하려는 순간 이미 똥이 되어 있다. 이런 덫은 아인슈타인도 피해 가지 못했다. 구조론은 언어적으로 회의한다. 그냥 매사에 부정적인 태도는 과학자의 교만이다.


    사실이 아닌 말을 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어순이 안 맞는 개소리를 하니까 문제다. 말을 하자. 짖지 말고 사람의 말을 하자. 어순을 맞추자. 전제 다음에 진술이다. 명사 다음에 동사다. 이 규칙만 지켜도 진리는 스스로 명백해진다. 계 내부의 메커니즘에 에너지의 방향성을 태우는 일원론이라는 원칙을 견지하면 곧을 수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6.18 (15:58:41)

"진리를 발견하는 동안만 인간은 신선하다."
http://gujoron.com/xe/121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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