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프로필 이미지
[레벨:7]현강
read 2527 vote 0 2019.08.05 (11:12:11)

----토대를 일치시키는 데 실패한 경우

액체로 가득찬 잠잠한 냄비에 돌멩이를 던져보자.
냄비 안은 액체 매질이라는 내부적 대칭들로 균일한 계가 성립해있었다. 
또한 액체와 고체끼리는 운동량이 전달된다는 공유되는 토대가 있다.
액체는 외부에서 작용한 대략 운동량이라는 외력을 물결파를 생성하며 내부적으로 처리한다.

이번엔 같은 냄비에 성냥불을 던져보자.
그랬더니 수면이 잠깐 불타오르다가 이내 불이 꺼졌으며 냄비엔 액체가 좀 남아있었다.
사실 냄비엔 물과 기름이 함께 들어있었던 거다.
물과 기름이 불이 붙느냐 아니냐만으로 분류될 순 없지만 이번엔 외력이 성냥불이라는 설정 하에 들어가보자.

기름은 가연성이라는 내부적 대칭들로 균일한 계가 성립해있었으며 물은 비가연성이라는 내부적 대칭들로 균일한 계가 성립해있었다.
다만 성냥 역시 가연성이라는 토대 위에 있으므로 성냥불에 대하여 물은 토대가 달라 반응하지 못하는 즉 비사건이며 비존재이다. 
엄밀히는 열의 전도성이라는 토대에서는 물온도가 미약하게 오르는 반응이 있었겠으나 이 경우엔 기름에서의 반응과 비교하자면 안 쳐준다고 할 수 있겠다.
기름은 외부에서 작용한 대략 불씨라는 외력을 불을 번지게 함으로서 내부적으로 처리한다.

물에 성냥불을 던졌는데 불이 안 붙는 걸 보고 계는 균일했다면서 왜 사건이 벌어지지 않나고 말하면 오류다. 
물 내부적 대칭들의 균일함과 외력과는 토대가 일치하지 않으므로 이 경우 외력이 외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의 온도가 코딱지만큼 올랐을 수는 있으니 열의 전도라는 관점에선 사건이 일어났다고 할 수도 있겠다.
마찬가지로 기름에 돌멩이를 던져놓고 어째서 스파크가 일어나지 않냐고 질문할 순 없다.



----서열관계를 착각하는 경우

토대라는 말엔 이미 전체와 부분과 그 사이 서열관계까지 들어있다.
기름과 성냥불의 사건을 자세히 뜯어보자.
기름에 성냥불이 닿으면 가연성이라는 내부적 대칭들로 균일한 '기름-접촉-성냥불'이라는 계가 성립한다. 
가연성 물질은 탈 거면 다 같이 타든가 아니면 다 같이 잠잠해야하는 데 초기에 이 계엔 성냥불 부분만 불타오르고 있으므로 에너지의 평형이 무너졌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모순을 일으킨 성냥불의 다이빙은 기름 입장에서 외력이라 할 수 있다. 
이건 액체에 돌멩이를 던지는 경우에도 마찬가지 식이다.
여기서 착각하지 말아야 할 대목은 화염이 계의 부분인 성냥불에서 전체인 기름까지로 확산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에너지의 입장에서는 내부적으로 수렴한다는 점이다.
토대가 되는 가연성은 불이 접촉했을 때 옮겨 붙을 수 있다면 다 옮겨붙는다는 개념이므로, 성냥불이 기름에 옮겨붙는 건 토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내부로 결따라 진행하는 거다.

다만 계 내부가 불 타게 될수록 더 이상 탈 것이 남지 않게되는 건 점점 이상 수렴이 진행될 포텐셜은 소모되어 간다는 말이며 이 맥락에서도 전체와 부분의 서열관계는 명확하다.
귀납적으로 눈에 보이는 하부구조의 확산과 연역했을 때 상부구조의 확산은 에너지의 맥락에서 위상이 전혀 다르다.
다시말해 상부구조의 수렴은 하부구조에서 확산으로 착각될 수 있으나 그것은 착각일 뿐이다.
사건은 내부적으로 수렴수렴할 뿐이며 그와 동시에 통제가능성 면에선 효율을 소모하므로 확산확산이라 할 수 있다.

틀린 귀납-불이 번지므로 확산하는구나.
바른 연역-가연성의 토대 위에서 비가연성이라는 외부로 탈출하지 못하고 내부적으로 결따라 진행하므로 사건은 수렴하는구나.

방향성이 헷갈린다면 전체와 부분의 관점에서 사유하는 연습을 해야한다.
방향성을 사유하다가 까딱 단어에 매몰되어 맥락을 놓쳐버리면 귀납적으로 사유하는 즉 틀린 연역을 해버리게 된다. 
전체와 부분과의 서열관계를 혼동하면, 사유는 확산해버려서 돌고 도는 순환에 빠지거나 아예 방향을 착각해서 산으로 가니 결과적으로 귀신이 있다는 헛소리와 같게 된다.
전체와 부분을 분류하는 관점으로 사유하면 이미 그 사이에 명백하게 뒤짚히지 않는 서열관계가 의식되니 헷갈릴 여지가 줄어든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구조론 매월 1만원 정기 후원 회원 모집 image 29 오리 2020-06-05 139291
1607 비슷한 둘을 짝지어 보세요 image 10 챠우 2019-08-15 2716
1606 몬티홀 딜레마와 계 그리고 베이즈추론 11 챠우 2019-08-14 2996
1605 역사의 가정 - '일본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image 2 수원나그네 2019-08-13 2422
1604 약자가 지는 이유 챠우 2019-08-12 2398
1603 어떤 둘은 만나지 않는다 챠우 2019-08-08 2559
1602 상품과 금융시스템에 대한 유효수요 2 현강 2019-08-06 2454
1601 [제민] 신의 건축 인간의 건축 1 ahmoo 2019-08-06 2561
1600 경험을 넘어서. 아제 2019-08-05 2410
1599 정신 차리자. 1 아제 2019-08-05 2389
» 구조론 용어를 헷갈려하는 경우 현강 2019-08-05 2527
1597 구조론의 가치와 사용법 챠우 2019-08-02 2593
1596 중첩이 대칭을 낳는다 현강 2019-08-02 2297
1595 9월 20일에 뜻있는 행사가~ image 수원나그네 2019-07-29 2374
1594 에너지 루트를 점검하자 systema 2019-07-27 2310
1593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 systema 2019-07-27 2411
1592 교육의 성공과 에너지 이상우 2019-07-22 2320
1591 강제징용문제에 대한 일본 변호사들 의견[수정] 2 수원나그네 2019-07-15 2379
1590 생명로드44 - 일본 원전오염수, 그리고 탈핵학회 image 1 수원나그네 2019-07-09 2410
1589 판구조를 읽자. 1 systema 2019-07-06 2412
1588 [집결장소 수정] 이번 기회에 친일매국 찌라시를 처단할까요? image 2 수원나그네 2019-07-02 2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