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287 vote 0 2014.10.01 (21:51:09)

 x9788932904375.jpg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에 ‘두려움과 떨림’이 있다. 일본에서의 실화를 각색한 것인데, 작가는 중대한 실수를 했다. 일본의 대기업에 취직한 엘리트 백인여성이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게 되었다는 건데, 아멜리 노통브는 끝까지 자신이 왜 화장실 청소를 명령받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한 것이다.


    아마 지금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소설을 읽은 일본인 누구도 아멜리 노통브에게 진실을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물론 소설이니까 실제로 화장실 청소를 하게 된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직간접의 유사한 경험이 있었으니 그런 소설을 빙자한 처절한 복수극이 나온 것이다.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이라는 단체가 도쿄 한류거리에서 재일교포를 비방하고 있다는 뉴스는 다들 들어서 알 것이다. 그런데 왜 아무런 특권이 없는 재일교포가 욕을 먹는가? 2CH 오타쿠들의 설명에 의하면 ‘부라쿠민=자이니치=야쿠쟈’ 이렇게 되어 있다고. 부라쿠민 특혜다.


a15b9e82976042b046b8d27660ec7ec6.jpg

    이 사진의 배경이 먼 옛날이 아니라는데서 조금 놀라주자. 부라쿠민은 상투를 트는게 금지되어 있다. 집은 현편없는 판자집이어야 한다. 


    부라쿠민은 70년대까지 남자의 외출이 금지되었고 여자들만 감시하에 외부의 시장에 들를 수 있었으며 그 이유는 외부인이 부라쿠민 마을에 들어가면 즉시 살해되므로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물론 지금은 일본인 중에도 그런게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되었다.


    아마 이는 극단적인 경우일 것이다. 부라쿠민이 도시에서 화장실 청소나 도축업, 가죽세공 따위의 일를 해야 했으므로 외출을 못한다는건 말이 안 된다. 그러나 2CH에 의하면 아직도 부라쿠민 마을에 편의점 같은건 상상할 수 없으며 낮에도 사람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기 어렵다는 식이다.


    70년대 이후 부라쿠민 마을에 많은 돈이 쏟아졌다. 부라쿠민 마을은 집세가 싸므로 내막을 모르는 재일교포들이 대거 입주하였다. 부라쿠민 마을에 쏟아진 돈은 모르고 재일교포가 먹는 구조다. 물론 이는 2CH 오타쿠들의 입장이다. 부라쿠민은 취직이 안 되므로 당연히 야쿠자라는 식이다.


021.jpg

    일본말 '무라'는 마을의 신라식 표현 '모라'와 닮았다. 중국기록에는 신라의 도시를 건모라(큰마을)로 부른다고 기록하고 있다. 모라는 신라지명에 흔적이 많다. 모량리 등으로 다수 포착된다. 

    부라쿠민을 지칭하는 에타穢多라는 말은 더럽다는 뜻이다. 이쯤되면 왜 냄새나는 백인 아멜리 노통브에게 화장실 청소를 맡겼는지 알만한 것이다. 히닌非人이라고 하는데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부라쿠민이 사람이라면 나비나 벌은 새가 되겠네.’ 라는 동요가 과거에 널리 불려졌을 정도이다.


51bd5ec51e84da30e6c5 (1).jpg


    여기서부터 에타지역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동화는 부라쿠민의 완화된 표현.


51bd5f26263cda30e6c5.jpg


   아멜리 노통브가 이걸 봤으면 자신이 일본에서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그 내막을 알았을 거다. 화장실 청소하는 사람은 부라쿠민이라고 써놓았다. 


image023.jpg


    왜 논 가운데 들판에다 이런걸 세워놓겠는가? 살해될 수 있다는 경고다. 경찰서가 대놓고 이런 짓을 하는 모양이다. 


    우서사건을 참고할 수 있다. 1930년 대만 원주민 족장의 아들 결혼식이 있었는데 순찰을 돌던 일본 경관은 포도주를 따른 잔을 권유받았으나 ‘금수의 피로 더럽혀진 손으로 따르는 잔을 받을 수 없다’며 거절했다. 폭력사태가 커져서 일본인 135명이 살해당하고 부족민 700여명이 살해당했다고.


    일본인에게는 아멜리 노통브의 손이 ‘금수의 피로 더럽혀진 손’이었던 것이다. 우서사건은 영화로도 나왔다고 하는데, 대만 원주민은 사람의 목따기를 - 하여간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검색하면 사진이 나오는데 비위가 약한 사람은 보지 않는게 좋다. 대만이나 일본은 고립된 섬이다.


    외부인이 부락민 마을에 들어가면 즉시 살해된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이해될법 하다. 재특회의 시위는 사실 지자체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 부라쿠민을 겨냥한 것이다. 그것이 다테마에 뒤에 숨은 그들의 본심이다.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를 떠나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적나라한 본질이다.


    자민당의 아소 타로가 총리로 유력했던 노나카 히로무에게 "저런 부락민 출신 같은 자가 덴노를 보좌한다면 일본은 그대로 망할 것이다"고 망언을 한게 먼 옛날 일이 아니다. 부락민 출신의 정치인 하시모토가 일본유신회를 이끌며 부락민 차별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생각해보면 이치가 맞다.


    아소 타로 말대로 천황으로 숭배되는 덴노가 부락민 차별의 원인이다. 덴노가 없어져야 부락민 차별이 없어지는 구조이므로 모두가 하시모토는 덴노를 반대할 것으로 짐작한다. 이를 역으로 찌르고 들어가야 살아남는다. 히틀러가 돌격대 간부를 학살해 프러시아 귀족들에게 인정받았듯이.


    히틀러의 만행은 서로 깔보았던 프러시아 귀족집단과 히틀러의 배짱대결 와중에 일어났다. ‘흥 너 이건 못할걸?’ ‘문제없어. 함 볼래?’ 이런 식이다. 한나 아렌트의 순진한 생각이야말로 엄청난 오판이다. 그들은 철저히 계산된 행동을 했다. 순진한 공무원이 아무 생각없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천만에! 그런 생각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해가 없는 거. 외부에서 때려주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구조일 때는 외부에서 막강한 물리적 힘이 때려줄때까지 전진한다. 알면서 가는 것이다. 하사 히틀러의 자해학살과 마찬가지로 부라쿠민 하시모토의 자해망언은 철저히 계산된 망언이다.


    역린이 있으면 그 반대도 있다.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급소가 있듯이, 반대로 빨아주면 백퍼센트 먹히는 급소도 있다. 히틀러나 하시모토나 재특회나 정확히 그곳을 타격한 것이다. 인간이 개인의 판단으로 어떻게 한다는건 굉장히 순진한 생각이다. 분명히 보이지 않는 집단의 의지를 읽었다. 


    재특회나 일베충이나 하시모토나 히틀러나 다 계산대로 가는 것이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사실을 뻔히 알지만 그들은 집단으로부터 끝없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결국 그렇게 행동하고 만다. 인도의 카스트도 분명히 기능이 있다. 필연의 구조가 있다. 구조는 반드시 외부에서 깨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7]風骨

2014.10.01 (22:52:52)

한국에도 재특회 같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고

그것은 정치 성향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듯 합니다.


그것은 필리핀 출신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자스민을 비난하는데는

이상하게도 일베와 오유가 모두 위아더 월드 인데서 잘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아기를 낳지 않으니까 새로운 인력을 외국에서 수입을 해야 겠고

그래서 한국에 올 외국 이민자들에게 홍보용으로 내세운게 이자스민일 뿐인데,

일베와 오유 모두 이자스민이 한국을 망치는 만악의 근원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외국인 노동자가 불법체류자가 되어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며

다문화 가정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한국 사회가 나락에 빠질 거라고 주장하지만,


그들의 주장을 하나하나 캐보면 '한국인≠다문화 및 외국인 노동자' 라는 것이 

기본적 전제로 깔려 있습니다. 

이들은 한국인 보다 열등하므로 더 쉽게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지요.


아마 이러한 이들을 내버려 둔다면

'다문화'라는 말이 결국은 '부락쿠민'이라는 말과 동의어가 되어버릴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예전 부터 '다문화'라는 말 자체를 없애야 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출신이 어디이든지 간에 한국어를 사용하고 

한국 문화에 젖어 사는 살면서, 한국인으로 살아갈 자녀를 양육한다면 

바로 그 사람이 한국인이지 왜 다른 용어를 만들어 굳이 구별을 두는지, 

오히려 구별을 두는 말을 두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보니 단지 용어를 없애는게 해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만리행

2014.10.01 (23:57:28)

えたひにん에타히닌에 대한 차별어로 ヨツ요츠라고 있습니다.
소나 말이 네 발四つ足이므로...
ヨツ = 四つ足 = 動物  = 畜生, 즉 에타히닌은 짐승.

[레벨:3]파워구조

2014.10.02 (13:32:25)

1차원은 2차원에서만 보이고, 2차원은 3차원의 경지에서 내려다 보아야 온전히 모두 보이고, 
3차원은.... 어딘가에서 보면 보이겠죠?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967 진화는 일대일이다. image 김동렬 2014-10-23 13722
2966 피케티와 빌 게이츠 1 김동렬 2014-10-22 7469
2965 양자적 관점 image 1 김동렬 2014-10-20 7133
2964 천지창조의 방법 image 김동렬 2014-10-19 7642
2963 천재는 어떻게 발명되는가? image 1 김동렬 2014-10-19 13599
2962 여성이여, 마녀가 되라. image 1 김동렬 2014-10-15 8258
2961 구조론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image 6 김동렬 2014-10-13 11214
2960 첫 번째 패는 무조건 바꿔라 image 2 김동렬 2014-10-10 8116
2959 의사결정학이 새로 나왔습니다. image 19 김동렬 2014-10-07 8258
2958 지적설계설의 아이러니 김동렬 2014-10-05 6691
» 아멜리 노통브의 착각 image 3 김동렬 2014-10-01 10287
2956 점 선 면 입체 그리고 차원 1 김동렬 2014-09-30 8950
2955 오컴의 면도날 13 김동렬 2014-09-29 8968
2954 열역학 법칙이란 무엇인가? 4 김동렬 2014-09-26 7714
2953 첫 번째 패는 바꿔야 한다 5 김동렬 2014-09-25 12330
2952 자전거 여행 image 2 김동렬 2014-09-25 7114
2951 믿음의 문제 image 1 김동렬 2014-09-24 7177
2950 이야기의 5단계 3 김동렬 2014-09-22 8165
2949 진화란 무엇인가? 3 김동렬 2014-09-22 6575
2948 글쓰기는 캐릭터가 9할이다 1 김동렬 2014-09-21 8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