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눈이 내렸습니다. 서걱이는 눈길, 토끼 발자국 하나 없는 추운 길 걸어 성당과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능선에 서 있습니다. 비는 내려 바다를 모으고 내린 눈은 가슴에 쌓이는 것일까요 첫눈 밟으며 첫 마음을 생각했습니다. 움푹 페인 곳에 더 깊이 쌓일 줄 아는 당신이라는 첫눈, 행동하는 양심의 첫 마음처럼 그 눈길을 걸어갔습니다. 가도 가도 발자국 하나 보이지 않은 그 길 위에 당신이 동행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앞장서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언제고 그랬듯이 빈 바람 빈 손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 버린 십자가 등에 지고 절름 절름,철책을 넘고 있었습니다. 철책에 찢긴 십자가에는 당신의 심장 같은 헌혈이 뚝뚝 흐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빨갱이라 부르는 당신의 십자가가 너무 커서 귀퉁이 한 켠 잘라내어 나눠도 져 봤건만 내 십자가는 매번 작았습니다. 그 십자가, 마저 잘라낼 수 없는 한반도의 어두운 하늘 한으로 뒤덩킨 삼천리금수강산 이었습니다. 첫눈의 마음으로 첫눈의 사랑으로 그 시린 삼천리를 흰빛으로 덮어버린 당신, 당신은 첫 순정, 첫 마음입니다. * 문정현, 문규현 신부님 한겨례통일문화상 수상에 부처 * 글 : 사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