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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7314 vote 0 2003.09.24 (21:47:14)

『한 마리 멸치대가리에 그렇게 깊은 뜻이?』

강삼재는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왕년의 민주투사가 하는 말이니 아마 맞는 말일 것이다.

그래! 강삼재의 결백을 믿어주기로 하자. 최병렬은 당 밖의 뭔가를 가리키고 있다. 또한 원내 제 1당의 대표가 하는 말이니 신뢰할 수 있다.

액면 그대로 받으면, 김영삼의 대선잔여금과 바꿔치기 되었다는 우회적인 고백이 된다. 즉 안기부는 돈이 거쳐가는 통로에 불과했다는 말이다.

에둘러 말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이렇게 자수해주니 고맙다.

강삼재는 심부름꾼에 불과하다. 김덕룡은 뒤에서 망이나 본거다. 진범은 김영삼이다. 그 돈이 나라의 재산을 훔친 것이든, 혹은 재벌들에게 뜯은 대선잔여금이든 간에 일단 장물이 나왔으니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

전직대통령 체면에 감옥소를 가기가 그렇다면 거제도 멸치어장이라도 팔아 국고에 물어내는 수 밖에.  

김영삼은 멸치어장 팔아서 물어내라
세상에 제일 비겁한 것이 보스가 부하에게 죄를 떠넘기는 짓이다. 대권을 잡기 전이라면 야망이 있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은 이미 퇴임한 뒤다. 더 이상 숨겨서 무엇하겠다는 것인가? 살 날도 얼마 안남았는데 죽기 전에 정리할 건 정리하는 것이 옳다.

멀쩡한 인간이 돌연 새대가리 짓을 하면 뭔가 있다. 김영삼! 생각하면 지난 5년간 욕이란 욕은 다 먹어 가면서 꾸준이 DJ를 비난해온 것이 다 깊은 뜻이 있었던 거다.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까지 한 양반이다. 머저리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주 바보는 아니다.  

흥선대원군이 '상갓집 개'라고 욕먹어가며 개망나니 짓을 하는 것이 다 이유가 있었고, 김영삼이 또라이짓도 다 속셈이 있다. 9단 김영삼이 그동안 꾸준히 꼴통짓을 해온 것은 그래봤자 본인에게 득될거 하나 없다는 사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더 큰 죄를 감추기 위한 엄호사격이었던 것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수면하의 0.917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권노갑이 DJ 엄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튀지 않고 버틴 것이 다 이유가 있었듯이, 구주류도 그렇고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국민은 이래도 속고 저래도 속지만 좀 제대로 속일 줄 아는 넘들에게 속아야 덜 쪽팔릴거 같다.

역사, 냉정하게 앙뜨와네뜨의 목을 치다
'
역사'라는 넘은 참 인정머리라곤 없는 넘이다. 전두환 노태우 때도 전직대통령을 구속까지 시키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있었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바와 같다. 민주화 과정에서 공이 없지는 않은 김영삼을 감옥까지 보내자니 나도 맴이 쪼끔은 아프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저렇게 들고 일어나 강삼재의 결백을 주장하며 김영삼구속을 우회적으로 암시하고 있으니, 김영삼이 끝내 멸치어장을 처분하지 않는다면 구속까지 각오해야 하지 안겠는가? 700억 물어내기 아깝다면 후하게 쳐서 하루에 3만원씩 징역으로 때우는 것도 방법은 되지 싶다.

깃털 뽑기도 한계가 있다. 이제는 몸통을 끓는 물에 담가야 한다. 법적 책임을 지든, 정치적 책임을 지든, 역사의 심판을 받든 어떻게든 심판을 피해갈 수는 없다. 역사가 항상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는 살아서 지금 우리와 같이 호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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