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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477 vote 0 2003.09.24 (14:09:56)

이곳저곳에 오르는 김의 인터뷰를 보면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왈 초반에는 신주류가 구주류를 능멸해서 신당이 잘 안되었고, 후반에는 구주류가 오바했으므로 둘 다 잘못했다는 식이다.

진실을 말하자! 신주류가 구주류를 자극했기에 구주류가 오바한 것이다. 항상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다. 결론적으로 구주류의 수구성을 폭로한 신주류가 잘한 것이다.

『책임전가의 달인 김근태, .. 수세식도 좋고 퍼세식도 좋지만 어중간은 안좋다.』

깝깝한 소리 하는 사람들 있다. 군(君)은 군다이, 신(臣)은 신다이, 민(民) 민다이 하면서 안민가나 부르자는 사람들 있다. 학생은 공부나 하면 되고, 기업인은 회사나 잘 키우면 되고, 군인은 나라만 잘 지키면 된단다. 누가 모르나?

그래 그 말이 맞다. 조선시대로 돌아가자. 사농공상(士農工商) 하면 된다. 양반은 에헴하면 되고, 상놈은 굽신하면 된다. 남자는 돈만 잘 벌어오면 되고 여자는 애만 잘 키우면 된다. 귀족은 착취하면 되고 노예는 뼈빠지게 일만 하면 된다. 누가 모르나?

우리가 바보냐?

학생이 데모를 안했다면, 독재도 철권을 휘두르지 않았을 것이다. 광주가 가만 있는데 전두환이 총을 쏘지는 않는다. 그런 식으로 아무 짓도 안하고 가만 있으니 딱 청나라가 되어 이른바 ‘아시아적 정체(停滯)‘를 벗어나지 못하므로 영원히 봉건시대를 살게 되는 것이다.

역사에는 필연이 있다. 학생은 데모하게 되어 있고, 독재는 폭력을 휘두르게 되어 있다. 신주류는 구주류를 자극하게 되어있고, 구주류는 오바하게 되어 있다.

‘게임의 법칙’이다. 각자 자기 입장에서 최대이익을 향해 움직이는 것이다. 신주류는 신당을 주도하는 공을 세웠고, 구주류는 민주당을 다시 손에 넣는 이익을 얻었다. 각자 원하는 것을 얻었다. 그 사이에 김근태는 무엇을 얻었나? 남의 탓 하고, 책임전가 하는 논리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김근태의 노무현 떼내기
지난 대선에서 고어는 ‘클린턴 죽이기’로 일관했다. 그 결과는? 졌다. 김근태의 ‘노무현 떼내기’는 고어의 자살골 행진과 같다. 바보짓이다. 클린턴의 약점은 어차피 주가에 반영된 것이니 만큼, 클린턴의 장점을 이용했어야 했다.

고어의 ‘제 손발 다 묶어놓고 계속 두들겨 맞기‘ 전략은 박항서의 히딩크호 계승방식과 비슷하다.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을 수 없다. 박항서호는 히딩크와 차별화해도 죽고 계승해도 죽는다. 어차피 죽어야 한다면 이 상황에서의 차악의 선택은?

계승하자면 자기 축구를 못하고, 차별화 하면 압도적인 히딩크의 여운 때문에 죽는다. 이 경우 두가지 전략이 있다. 장기전략은 차별화로 가는 것이 맞고, 단기전략은 계승으로 가는 것이 맞다. 하수들의 공통점은 장단기적 전술변화를 못하고 한가지 전술만 고집하는 것이다.  

박항서의 궁여지책은 축구협회와의 불협화음을 드러내므로서 실패할 경우, 남의 탓할 건수를 만드는데 몰두하는 것이었다. 김근태는 실패할 경우 책임을 면할 논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하여간 잘못 되어도 내탓은 아니라는 논리 하나는 만들어내는데 성공할 것이다. 그것도 재주라면 재주니까.

초반의 전략은 운신의 폭 넓히기
노무현을 보라.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공통점은 운신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내 발을 묶는 족쇄를 풀고 나 자신에게 자유를 주고, 재량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DJ와 간격벌리기, 민주당과 거리두기, 한나라당과 애매하게 하기들로 얻은 것은 최종적으로 노무현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도록 틀을 짰다는 것이다.

그 결과 노무현의 책임범위는 커졌다. 이제는 잘 되어도 노무현 탓, 잘못 되어도 노무현 탓이 되게 되었다. 결과는? 노무현이 하수라면 재앙이 되겠고 고수라면 극적인 반전을 끌어낼 수 있다. 반면 특검도 거부하고, 파병도 거부하고, 구주류는 얼싸안고 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노무현은 뒤로 빠지고, 대신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열씸히 싸운다. 노무현은 뒤로 빠지고 대신 진보세력과 수구세력이 이전투구를 한다. 이 경우 노무현 본인은 편하다. 잘못된건 모두 한나라당 탓, 수구세력 탓, 부시 탓 하면 된다. 그러나 이는 소인배의 정치다.

‘리더’라면 모든 상황을 최종적으로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김근태식 사고는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것이다. 모든 책임을 부시에게 전가하는 김민웅식 사고, 모든 책임을 김정일에게 전가하는 조갑제식 사고, 후세인에게 전가했다가 이젠 전가할 대상 마저 잃어버린 부시식 사고는 어린이의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태도이다.

하여간 소인배들은 대권을 쥐기 무섭게 협회와 마찰하여 책임전가할 대상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박항서다. 물론 협회의 잘못도 크지만 ‘된 사람’이라면 그걸 속으로 앓고 말아야지 겉으로 드러내어서 안된다. 보스와 참모를 구분짓는 선이 그거다.  

왜 고어는 실패했는가? 클린턴을 멀리한 결과 운신의 폭이, 행동반경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보폭이 좁아져서 소극적인 인물, 나약한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된다. 한마디로 ‘범생이’가 된 것이다. 반대로 고어가 클린턴을 적극 두둔했다면?

초반에는 ‘미친 넘’ 소리를 듣고 지지도가 약간 하락하겠지만,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자기 재량권이 커지고, 운식의 폭이 넓어져서, 더 많은 활동을 하게 되고 ‘정력적으로 움직이는 인물’, ‘의리의 사나이 돌쇠’ 라는 평을 얻게 된다.

정치를 하려면 ‘범생이' 보다는 ’꼴통‘ 소리를 들어야 한다. 내가 그 시점의 고어였다면 클린턴을 두둔해서 욕을 태배기로 먹는 대신 ‘고어는 클린턴 때문에 손해봤다’는 여론을 조성하여 동정표를 얻는데 주력했을 것이다.

알아야 한다. 민심은 항상 이중적이다. 민심은 먹이를 만나면 마구 물어뜯지만, 끝까지 견뎌내면 존경심을 보이며 도리어 복종한다. 대통령을 하려면 그래야 한다. 때로는 민심과 맞서고, 때로는 여론의 몰매를 견디고, 끝내 그것이 존경심으로 변하도록 유도하라는 말이다. 노무현처럼 말이다.


신당출범은 내년 2월이 적절하다
신당지지율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당연한거다. 필자는 진작부터 내년 2월경에 출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해왔다. 지지율 올리려면 구주류와 몇판 더 싸워야 한다. 몇판 더 싸우기 위해서는 지지율을 더 낮추어서 구주류의 오바질을 더 유도해야 한다. 비관할 필요는 없다.

대안이 없을 때의 대안은 내각제
하긴 뭐 김근태 말고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김근태는 깜이 안되지만 정치라는 것이 꼭 깜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시스템이 좋으면 깜이 안되어도 정치를 할 수 있다. 깜이 안되는 사람끼리 모여서 그럭저럭 꾸려가는 것이 내각제다.

DJ나 노무현 만한 ‘깜’은 사실 100년에 하나 쯤 나오는 것이다. 내각제도 나쁜 것은 아니다. 내각제 되면 김근태처럼 깜이 안되는 사람도 해먹을 수 있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내각제를 지지해 왔다. 내각제를 해야 진보정치가 살기 때문이다.

길게 보고 가자. 고수라면 적에게도 퇴로 하나쯤은 열어줘야 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기약없는 희망을 주는 것도 좋다. 내년 총선에 내각제 분위기 약간 띄워주는 것도 트릭이 된다.

노무현이라는 ‘깜’을 이미 얻었는데 아쉬울거 없는 우리가 내각제를 주장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못이기는 척 하고 내각제를 수용해버리는 것도, 장기적으로 이 나라 민주화의 일보전진을 이루어내는데 보탬이 된다.   

속이면 일단은 속아주는 것이 고수다. 김종필류 퇴물들이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것이지만 전략적으로 선점할 필요는 있다. 진짜로 지역주의를 깨려면 내각제를 해야한다. 진짜로 진보정치를 하려면, 보수양당이 나눠먹는 미국모델로 가지는 말아야 한다.

노무현 다음에는 노무현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신당이 내각제를 선점하는 것도 나쁠 것 없다. 당장 내각제 하자는 것은 아니다. 10년 후도 좋고 20년 후도 좋다. 길게 보고 미리미리 한 점씩 포석을 깔아두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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