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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465 vote 0 2021.12.02 (13:23:15)

    어제 유튜브 생방송에서 언급하다가 말았던 이야기입니다.


    우주는 너무 넓고, 별들은 너무 많고, 말이 통하는 사람은 너무 없다. 외계인이라고 쳐서 검색해 보면 외계인에게 납치되어서 생체실험을 당했다는 둥 외계인의 아기를 임신했다는 둥 하는 개소리는 많지만 정작 외계인이 뭔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논하는 사람이 없다.


    인류가 일천 년 안에 외계인과 조우할 확률은 거의 없다. 일만 년 안에도 없다시피 하다. 지구인이 밤새 불을 켜서 지구의 밝기가 변하는게 외계인의 눈에 관측되기 시작한게 50년 전부터라면 50광년 이내에 있는 외계인들이 지금쯤 지구의 변화를 포착했을 수도 있겠다.


    과학자들이 살펴봤는데 150광년 이내에는 생명체가 살만한 행성을 거느린 별이 없다고. 골디락스 존이 있다고 해도 지구 정도의 문명에 도달할 확률은 거기서 다시 만분의 일이다. 골디락스 존을 일만 개 찾으면 그중에 하나쯤 지구 뺨치는 고도의 외계문명이 있겠다.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일억 년 전에 문명에 도달했다가 순식간에 망해버렸을 수도 있다. 지구만 해도 우주문명의 역사가 인류가 달에 도착한 이후로 50년 정도인데 벌써 망할 조짐이다. 이대로면 100년 안에 지구는 망한다. 운이 좋으면 근근이 살아남을 수도 있겠지만.


    광속의 1/100을 넘어가면 우주의 먼지와 충돌하여 우주선이 박살난다고 봐야 한다. 광속에 근접한다는건 만화가들의 희망사항이다. 2천 광년 너머에 외계인이 있다해도 편도에 20만 년이 걸린다. 드론을 보내면 되는데 왕복 40만 년짜리 프로젝트를 누가 시도하겠는가?


    인류의 모습은 생존확률이 낮은 디자인이다. 높은 지능은 낮은 연비로 생존에 유리하지 않다. 지구보다 크기가 작아도 안 되고 물이 적어도 안 되고 지구보다 커도 안 된다. 산소가 있어도 안 되고 산소가 없어도 안 된다. 결정적으로 외계인이 있다면 오래전에 만났다.


    그들은 지구에 생명이 출현하고 40억 년 동안 찾아오지 않았다. 40억 년간 안 오다가 내일 온다는건 이상하다. 오더라도 1만 년 후가 아닐까? 대충 찍는다면 2천 광년 안에 지구와 왕래할 수 있는 거리 안에는 외계인이 없다. 외계 생명체가 있어도 진화하지 못한 거다.


    2만 광년으로 넓히면 뭐가 있겠지만 그들이 적어도 2만 년 이전에 지구를 향해 연락을 해오지는 않았다. 만약 그들이 지구를 방문하고자 한다면 초소형 무인드론을 정찰대로 보내올 것이다. 직접 지구에 오지 않고 멀리서 지구를 관측만 하고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슬픈 것은 지구인이 상상한 외계인의 생김새가 너무 못생겼다는 점이다. 외계인을 실제로 만난다면? 그들은 지구인을 비웃을 것이다. 이 정도로밖에 상상을 못했다구? 왜 지구인은 좀 더 멋진 디자인의 외계인을 떠올리지 못할까? 뚫을 수 없는 천장이 있는 것이다.


    우산의 산傘이 우산처럼 생겼음을 알 수 있다. 이 글자가 생기기 전부터 우산과 일산은 있었던 것이다. 수천 년 동안 우산의 디자인은 바뀌지 않았다. 더 좋은 우산을 발명한 사람은 없다. 나무를 타는 원숭이는 대개 못생겼다. 인간은 영장류 중에서 그나마 잘 생겼다.


    만약 털이 있다면 인간도 털 빠진 고양이 같이 피부가 쭈글쭈글할 것이다. 뚫을 수 없는 천장이 있다. 더 좋은 디자인의 우산, 더 좋은 디자인의 외계인, 더 멋진 기능의 젓가락을 발명할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다. 그거 원래 안 되는 거다. 뚫을 수 없는 천장이 있다고. 


    넘어갈 수 없는 문턱이 있다. 거기서 걸러진다. 왜? 피할 수 없는 접점의 문제 때문이다. 구조론으로 보면 어떤 둘의 접점은 벌거벗어야 한다. 노출되어야 한다. 귀는 소리를 모으는 형태라야 한다. 고양이 귀는 쫑긋하다. 감정을 표현한다. 사람의 귀는 원숭이와 같다.


    우산은 비와 접촉하고, 젓가락은 손가락과 접촉한다. 접촉의 문제 때문에 걸러지는 것이다. 인간은 용케 넘어왔지만 말이다. 지구는 용케 거르는 문턱을 넘어왔지만 말이다. 왜 외계인은 지구로 오지 않을까? 그놈의 우산 문제 때문이다. 빌어먹을 디자인 문제 때문에.


    만약 누군가 더 멋진 디자인의 우산과 더 멋진 디자인의 외계인과 더 멋진 디자인의 젓가락을 발명한다면 외계인은 구태여 부르지 않아도 자랑하려고 제 발로 지구로 찾아올 것이다. 야! 지구인 너희들 뭐야? 지구인들은 왜 그렇게 못생겼니? 우리처럼 잘생겨야지.


    흰 피부에 노랑머리에 푸른 눈으로 무장하고 자뻑에 걸려 세계로 돌아다닌 백인들처럼 말이다. 우리는 조금 더 큰 세계를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주는 과연 무한한 것일까? 무한 개념은 편리한 도피다. 시간이 137억 년으로 유한하면 공간적으로도 유한할 것이다. 


    그 바깥은? 북극의 북쪽이다. 그런데 왜 우주는 사방으로 생긴게 똑같지? 중심에 더 트래픽이 높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태양계가 은하계 외곽에 위치하듯이 지구는 우주의 한 귀퉁이에 있어야 정상이다. 딱 가운데 있을 리가 없잖아. 몇 가지 가설이 있을 수는 있다.


    137억 년이 다가 아닐 수도 있다. 관측가능한 우주 바깥에 그 백배나 천배나 만배나 무한대로 넓은 우주가 있을 수도 있다. 누가 그렇게 균일하게 만들었지? 지구에서 사방으로 바라보면 별이 더 많이 모인 쪽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우리들 눈이 삐었을 수 있다.


    지구표면에서 어느 방향을 보더라도 같은 방향을 본다. 정동진에서 동쪽으로 계속 가면 인천에 상륙하게 된다. 우주도 같다고 봐야 한다. 공간이 휘어지기 때문이다. 빛은 직진하지만 공간은 직선이 아니다. 모눈종이 눈금이 아니다. 공간은 도처에서 건너뛸 수 있다.


    ###


    어떤 둘이 맞물리는 접점에서는 단순화 된다. 칼날은 뾰족해야 한다. 컴퓨터 게임에 나오는 복잡한 디자인의 멋진 칼은 실전에서 쓸모가 없다. 단순함이라는 장벽이야말로 인류가 넘을 수 없는 절대적인 한계다. 예술작품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넘을 수 없는 장벽을 설치하여 아류와 차별화 한다. 외계인이 여태 지구에 방문하지 못하는 이유도 같다. 단계를 넘을 때마다 장벽이 생긴다. 장벽을 열 개는 넘어야 여기까지 도달하는데 지구와 인류는 용케 장벽을 넘었으니 운이 좋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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