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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739 vote 0 2021.12.09 (13: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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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인슈타인이 유일하게 볼츠만을 알아줬지만 그때는 아인슈타인이 유명하지 않아서 묻혔다고. 엔트로피를 이해하려면 먼저 사건 개념, 닫힌계 개념, 상호작용 개념, 의사결정구조 개념이 있어야 한다. 백지상태에서 처음 시작하려면 많은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냥 가게를 열면 된다고 믿지만 처음 온 사람은 늪지를 메우고, 나무를 베고, 바위를 치우고, 교량을 건설하고, 길을 닦고, 토목공사를 벌이고 전기와 수도를 끌어와야 한다. 사전에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다.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을 설득하기 어렵다.


    볼츠만은 확률 때문이라고 말했고 마흐와 추종자들은 코웃음을 쳤다. 확률이라고라고라? 장난하냐? 확률은 애매한 말이다. 왜 물은 아래로 흐르는가? 아래가 이겼다. 왜 사과는 떨어지는가? 지구에 가까운 쪽이 이겼다. 왜 열은 한 방향으로 흐르는가? 그쪽이 이겼다.


    구조론은 '게임에 이겼다'는 말을 쓴다. 확률이라는 말은 좋은 레토릭이 아니다. 우연히 그렇게 되었다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그건 과학이 아니잖아. 과학은 주사위를 던져서 운으로 결정하는게 아닌데? 너 점쟁이냐? 이렇게 오해한다.


    사실 확률이 아니다. 초기조건은 확률인데 주사위를 백만 번 던지면 확률이 아니다. 볼츠만은 자신이 본 것을 정확히 설명할 단어가 없었다. 갈릴레이와 같다. 뭔가를 봤고 이론적 확신이 있지만 설명할 언어가 부족하다. 필자도 많은 단어를 새로 만들어서 설명한다. 


    수학의 난제를 푸는 사람은 새로운 공식을 여럿 만들기 때문에 검증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문제의 해답을 검토하는게 아니라 새로운 공식을 검토하는 것이다. 반대로 공식을 만들지 않았다면 보나마나 문제를 푼게 아니다. 검토할 필요도 없이 쓰레기통에 던지면 된다. 


   왜 엔트로피는 비가역인가? 구조론은 간단히 설명한다. 뜨거운 분자와 차가운 분자가 있다. 일단 계를 정해야 한다. 둘을 합친 에너지 중심은 어디에 있을까? 지구도 달을 돌고 달도 지구를 돈다면? 명왕성과 카론으로 이루어진 쌍성계의 에너지 중심은 어디에 있는가? 


    행성의 기조력에 의해 위성이 깨지거나 조석고정 된다. 깨지거나 조석고정 되는 쪽이 졌다. 사실 확률이 아니고 큰 쪽이 이긴다. 확률이라고 하는 것은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뜨거운 철 분자와 덜 뜨겁지만 덩치가 큰 구리분자가 충돌하면? 이런 식이라면 난감해진다. 


    온도 외에 다른 부분이 같다고 가정하면 무조건 뜨거운 쪽이 이긴다. 병든 치타와 건강한 말이 경주를 하면? 치타는 자전거를 타고 말은 킥보드를 타고 경주를 하면? 이런 식으로 애먹이지 말고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간주하면 확률은 필요없고 법칙대로 가는 거다. 


    투수가 던진 공과 타자의 방망이가 충돌하면? 센 쪽이 이긴다. 그런데 하필 변화구를 던졌다면? 투수가 커트를 던져서 타자의 방망이가 부러지면? 이런 잡다한 부분은 논외로 하고 다른 부분이 같다고 치고 투수가 이기든 타자가 이기든 무조건 센 쪽이 이기는 것이다. 


    왜? 의사결정은 한 점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막대기로 두꺼운 유리를 치면? 막대기가 깨지거나 유리가 깨진다. 둘이 합쳐진 계가 만들어지고 그 계의 중심이 도출되며 그 중심이 이동하는 쪽으로 깨진다. 의사결정 지점은 한 점이므로 한 방향으로 진행한다. 


    볼츠만은 알아듣게 설명하지 못했지만 갈릴레이도 마찬가지였다. 갈릴레이는 타협하지 않았다. 그는 고집을 부렸고 입씨름을 하는 중에 많은 단서를 남겼고 그 단서들은 뉴턴이 주워갔다. 반대파가 갈릴레이를 비판하지 않았다면 갈릴레이도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논쟁이 없다면 단서를 남기지 않았을 것이고 단서가 없었다면 뉴턴은 지갑을 줍지 못했을 것이다. 뉴턴은 갈릴레이가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을 채워준 것이다. 새로운 분야는 맨땅에 헤딩하기와 같다. 대중을 설득하려면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론적 확신이 있는 사람은 밀어붙인다. 볼츠만은 비웃음을 당하여 죽었고 갈릴레이는 성질이 더럽다고 욕을 먹었다. 많은 세월이 흐르고 뒤에 온 사람이 위인전을 멋지게 써주지만 말이다.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은 '저 미친놈 봐.'하고 욕을 퍼붓는 것이었다. 


    먼저 와서 나무를 베고 돌을 깨고 늪지를 메우고 도로를 닦고 교량을 놓고 전기와 수도를 끌어오고 관공서의 허락을 맡는게 얼마나 골째비는지 생각해보지도 않고 말이다. 팔짱 끼고 냉소하는 자들은 무시하고 코뿔소의 외뿔처럼 전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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