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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076 vote 0 2021.11.05 (09:15:13)

    많은 숫자로 이기는 것은 전략이고, 적은 숫자로 지지 않는 것은 전술이다. 전략은 전장 바깥에서 결정되고 전술은 전장 안에서 결정된다. 전략은 전장 밖에서 외부를 연결하여 절대적인 힘의 우위를 만들어내고, 전술은 전장 안에서 내부를 단절하여 상대적인 힘의 균형을 만들어낸다. 


    전체적으로 불리해도 지형을 이용하여 적은 숫자로 다른 곳을 교착시켜놓고 특정 국면에서 승리를 반복하면 이길 수 있다. 산맥과 강과 요새에 적은 숫자로 길목을 틀어막아 적의 군대를 찢어놓고 그렇게 아낀 쪽수를 긁어모아 적의 취약한 한곳을 두들기면 국지전을 이길 수 있다. 


    반대로 국지전에 응하지 않고 모든 군대를 끌어모아 중앙에서 건곤일척의 대회전으로 단판승부를 내면 많은 숫자로 이길 수 있다. 전략이 전술에 앞선다. 전략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전술로 세부를 확정하는 것이다. 항우는 적은 숫자로도 매번 전투를 이겼으나 결국 전쟁에 졌다.


    전술만으로는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진다. 전략 안에서 전술이 유의미하다. 전술은 전황을 교착시키고 전비부담을 가중시켜 적이 스스로 물러나게 하는 방법으로 아군의 영토를 방어할 뿐 궁극적으로 전쟁은 실력으로 이겨야 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사고가 전술적 사고에 앞선다. 


    밸런스의 원리가 작동하므로 모든 전쟁은 50 대 50으로 교착되는 경향이 있다. 저쪽에서 5만 명을 동원하면 이쪽에서도 어떻게든 병력을 긁어모아 비슷한 쪽수를 만들어 대치한다. 동서고금의 전쟁이 그러하다. 공격하는 쪽은 적지에서 싸우게 되므로 여러 핸디캡을 안고 싸운다. 


    초반 전투는 공격이 이긴다. 자신이 유리할 때 침략하기 때문이다. 적군은 아군의 공세종말점까지 후퇴하여 보급선이 늘어지게 만든다. 산맥과 강과 요새를 이용하여 전황을 교착시킨 다음 요행수를 기다린다. 싸움을 끝내려면 축을 움직여서 균형을 깨고 기세를 얻어야 한다. 


    그러려면 축을 만들어야 한다. 서로가 공유하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지점을 만들고 그곳을 장악하여 이긴다. 러일전쟁의 뤼순전투나 1차대전의 베르덩 전투나 2차대전의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그러하다. 어느 쪽이든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대칭의 축을 만들고 그곳을 먹으면 이긴다. 


    팽팽한 균형이 깨지고 한쪽이 기세를 얻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되도록 외부변수를 줄여서 판을 단순화 시키고 몰빵을 해야 한다. 국지전을 연결하여 중앙에서 건곤일척의 대회전을 열고 실력으로 이겨보여야 한다. 속임수로 이기면 적이 승복하지 않고 재도전을 해오기 때문이다. 


    적군에게 배운 속임수를 자기도 써먹으려고 하기 때문에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 실력으로 이기면 기술을 배우려고 일단 고개를 숙이고 들어온다. 전략의 기본은 적을 달고 와서 자신이 원하는 전장에서 싸우는 것이다. 실리와 세력 사이에서 바꿔치기를 반복하여 적을 유인한다. 


    적은 희망고문에 빠져 요행수를 바라고 쫓아온다. 전술은 전략과 반대로 혼란을 조성하고, 외부 변수를 늘리고, 피아구분을 어렵게 하고, 싸움의 결착을 지연시킨다. 정규전보다 유격전을 선호한다. 전술이 흥하면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 중국사에서 5대10국의 혼란이 그렇다.


    고려 무신정치의 혼란, 일본 전국시대의 혼란, 로마 군인황제 시대의 혼란처럼 싸움이 끝이 나지 않는다. 전술은 제한된 국면에서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극대화 하는 기술일 뿐 궁극적으로 전쟁을 끝내는 방법은 아니다. 전술은 현장에서 결정되고 전략은 천리 밖에서 결정된다. 


    제갈량이 현지에 안 가보고 마속에게 구체적인 전술을 지시한게 잘못이다. 구조론은 판을 단순화 시키고 저울을 팽팽하게 만든 다음 결정적인 축을 움직여 기세를 끌어내는 긍정주의, 낙관주의, 능동적 태도, 자유의지, 강자의 철학, 전략적 사고, 선제대응, 합리주의를 추구한다. 


    반대로 부정주의, 비관주의, 수동적 태도, 숙명론, 약자의 철학, 전술적 사고, 후속대응, 실용주의는 특정 국면에서 전술적 유연성으로 사용된다. 전략을 주로 하고 전술을 종으로 해야지 그 반대는 안 된다. 전술은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그 유혹에 빠져 대사를 그르치곤 한다.


    전략은 최종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다. 승부처에서는 과감하게 베팅해야 한다. 승부처가 아닐 때는 작은 실리를 내주고 큰 세력으로 교환해야 한다. 손해를 감수하고 희생을 치러야 그 승리가 온전히 내것이 된다. 꼼수로 얻은 것은 결국 원위치 되기 마련이다. 


    정치판에서 전술적 승리에 집착하여 곳곳에 장벽을 쌓다가 스스로 고립되어 말라죽는게 보통이다. 국지전에서 이기려면 적군이 집결하지 못하게 단절시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속도가 느려진다. 몽골의 침략을 받은 호라즘이 40개의 성에 병력을 분산시켰다가 각개격파 되었다.


    정치판의 네거티브 공격은 아군의 기동을 느리게 만드는 자충수다. 네거티브에 나서는 한 명만 싸우고 나머지는 관망한다. 꼼수로 이기면 작은 곳을 얻지만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아무도 움직이지 않아서 망한다. 싸움의 불길은 흐름이 계속 이어져야 하는데 기세가 꺼져버린다.


    적의 실수에 편승하여 이길 것이 아니라 아군이 잘해서 이겨야 한다. 그래야 군대가 긴장하고 긴밀한 연결상태가 유지되며 중앙에서의 의사결정이 말단에서 실행될 수 있다. 유방이 팽성대전에서 꼼수로 빈집털이를 시도하다가 항우의 본대를 만나 단번에 궤멸된 것과 같다. 


    지는 군대의 특징은 많은 군대를 끌어모았으나 그중에 한 부대만 전투를 하고 있고 나머지는 놀고 있다는 점이다. 모택동 군대가 오면 장개석 부하 장군들은 하필 왜 이쪽으로 오냐? 저쪽으로 가라. 하며 다른 장개석 부대와 싸워라. 하고 쫓아버린다. 보통은 이러다가 망한다.


    징기스칸은 18 쿠리엥 전투에 패배하고 부족장이 갖고 있던 지휘권을 빼앗아서 군대를 일원화 시켰다. 부분을 연결시켜 중앙을 건설하고 전체가 한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군대를 만든 것이다. 보통은 국지전의 승리를 위해 제 손으로 유기적인 연결을 끊다가 망한다.


    사람들이 전략보다 전술에 의지하는 것은 이론적 확신의 부족 때문이다. 작은 전투를 내주고 큰 지역을 차지해야 하는데 작은 전투에 지면 사기가 떨어지고 지휘권을 빼앗긴다. 이 문제는 충분한 훈련과 정비된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한다. 막상 큰 전투가 벌어지면 올인하지 않는다.


    요행수를 노리고 다음 막연히 기회가 있을 것으로 여기지만 다음 기회는 없다. 레이테 해전에서 일본군의 구리다 턴이 유명하다. 찬스가 왔는데도 거함 야마토가 아까워서 머뭇거린다. 충분한 훈련과 정비된 시스템과 이론적 확신을 가져야 담대한 승부를 할 수 있다. 


    전략은 눈에 보이는 소를 희생하여 적을 달고 와서 반드시 이기게 하는 보이지 않는 대를 얻은 다음에 가진 전력을 몽땅 쏟아부어 최후의 단판승부로 이긴다. 변수를 제거하여 밸런스를 유도하고 저울의 축을 차지한 다음 축을 움직이는데 따른 기세의 힘으로 밀어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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