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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613 vote 0 2021.10.25 (11:20:29)

    우리는 세상을 대칭으로 이해한다. 전후, 좌우, 상하, 원근, 내외, 경중 따위 대칭을 나타내는 단어는 수백 개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개념들이 게임에 속해 있다는 사실 모른다. 대칭은 상호작용을 나타낸다. 상호작용은 랠리가 있고 게임은 주최측이 있다. 랠리를 죽이면 그 팀은 진다. 주최측을 애먹이면 패널티가 주어진다. 주최측은 흥행을 원한다. 올라갈 팀이 올라가야 흥행이 된다. 시합 중에는 개입하지 않만 시합이 끝나면 룰을 바꾼다.


    한 번의 시합에서는 대칭되는 둘 중에 어느 쪽이 이겨도 상관없지만 게임이 반복되면 승률은 51 대 49가 되어야 한다. 방향성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래야 주목도가 올라간다. 그것이 게임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상관없지만 대개 오른손이 더 힘이 세다. 달에 첫 발을 딛을 때는 힘이 센 오른 발로 체중을 버티고 왼발을 먼저 내딛는다. 우주인은 좌파다.


    유가 강을 이긴다. 의리가 차별을 이긴다. 합리가 실용을 이긴다. 일부일처제가 일부다처제를 이긴다. 부계사회가 모계사회를 이겼다. 자영농이 농노제를 이기고, 농노제가 노예제를 이긴다. 부르주아가 이긴다. 역사에는 필연의 법칙이 있다. 진화에는 필연의 방향이 있다. 생물이든 문명이든 환경과 맞물리는 정도를 높이는 쪽이 이기게 되어 있다.


    민주주의는 도시로 진출한 부르주아 계급의 활력에 기대는 제도다. 시골에 짱박혀 있으면 자연히 외부인에 대해 방어적으로 되고, 방어적인 태도를 가지면 비용을 절약하게 되며 민주주의와 같이 낭비가 심한 제도를 유지할 수 없다. 독재자의 명령 한마디로 될 것을 민주주의는 3년 동안 입씨름을 한다. 민주주의가 극도의 비효율에도 불구하고 작동하는 이유는 더 많은 혁신으로 공산주의를 이겼기 때문이다. 움직이지 않는 자의 비용절감보다 움직이는 자의 혁신이 더 중요한 가치다.


    같은 조건에서는 젊은 사람이 이긴다. 국가와 국민이 대등하면 국민 승. 강자와 약자가 대등하면 약자 승, 어른과 아이가 다 같이 잘못했으면 어른이 잘못한 것이다. 미래가 있는 쪽에 가산점을 주어야 한다. 기계적인 평등은 허무하고 장기적으로 이길 사람이 이기게 하는 판정이 필요하다. 승부의 목적은 강자를 선별하는데 있는게 아니라 집단적 학습에 있기 때문이다. 집단의 흐름과 기세를 끌어내고 조직을 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동원을 잘하는 나라가 이긴다. 부족민은 가족이 없거나 희미해서 동원되지 않는다. 12살을 넘으면 집에서 아이를 내보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더 다수를 동원하는 제도이다. 민주주의는 모의전쟁이다. 내전이 벌어지면 팽팽해진다. 이때 마지막에 가담하는 자가 승패를 좌우한다. 몸값이 극대화 되는 것이다. 50 대 50이 되면 마지막 한 표가 전체의 운명을 결정한다. 민주주의 게임의 참가자들은 자기 한 표의 가치를 극대화 하려고 하므로 어떻게든 집단의 긴장을 끌어낸다.


    주체성이 타자성을 이긴다. 자신의 계획을 가진 능동적인 의사결정이 상대의 반응을 떠보고 맞대응하는 안티를 이긴다. 공자가 주체성이라면 노자는 타자성이다. 오자병법이 주체성이라면 손자병법은 타자성이다. 그런데 타자성이 비용을 절약하므로 인간은 자연히 타자성에 끌리게 된다. 자신을 약자로 간주하고 상대방을 강자로 간주하며 약자가 강자를 떠보는 츤데레 행동을 한다. 이때 강자가 자신을 응징하는가 혹은 포용하는가를 보고 자신의 대응을 결정한다. 왜냐하면 실제로 자신이 약자이기 때문이다. 약자행동을 하다가 계속 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게 된다. 어른의 행동을 해야 어른이 된다. 약자는 상대방을 통제할 지렛대가 없으므로 능동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지 못한다. 상대의 의사를 먼저 확인하고 대응을 결정하려다가 낚인다.


    신무기가 구무기를 이긴다. 초반에는 총이 칼에 지기도 하지만 결국은 이긴다. 총은 져도 총을 개량할 아이디어를 얻고 칼은 이겨봤자 실력을 들켜서 얻은게 없다. 혁신은 실패해도 데이터를 얻고 경험치를 쌓는다. 이쪽에서 실패했다면 저쪽에 승산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행위가 태도를 이긴다. 인지부조화다. 막연히 행동을 인지에 맞춰야 한다고 여기지만 불가능하다. 늑대에게 쫓기는 사슴은 방향을 틀지 못하고 직진만 계속한다. 머리를 쓴다고 속도를 줄인 사슴은 죽고 줄기차게 달린 사슴이 살아남았다. 행위에는 가속도가 걸려 있고 관성력이 걸려 있다. 액션에는 현찰이 걸려 있다. 단순히 심리적인 불편함 때문에 태도를 바꿔서 행위를 정당화 하는게 아니라 많은 경우 물리적으로 행위를 바꿀 수 없다. 팔이 짧은 여우는 포도가 완전히 익어서 땅에 떨어질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팔이 닿지 않는 곳의 포도는 신 포도로 간주하는게 맞다.


    제품의 소재는 기능을 이기고, 기능은 성능을 이기고, 성능은 효능을 이기고, 효능은 장식을 이긴다. 소재의 변화는 제품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기능의 변화는 해당되는 부분이 좁다. 소재가 같으면 기능을 고치고, 기능이 같으면 성능을 고치고, 성능이 같으면 효능을 고친다. 효능은 가격이다. 가성비가 좋으면 이긴다. 그다음은 장식을 추가하고 디자인을 고친다.


    빛은 있고 어둠은 없다. 빛은 광자가 있고 어둠은 암자가 없다. 진보는 있고 보수는 없다. 진보는 자체동력이 있고 보수는 자체엔진이 없다. 선은 있고 악은 없다. 선은 사회적 본성이 있고 악은 반사회적 본성이 없다. 악은 선의 실패다. 악은 사회를 향하여 다가서려는 행동인데 설계가 잘못되어 더 많은 적을 생산한 경우다.


    무의식이 의식을 이긴다. 본능이 동기를 이긴다. 무엇을 위하여라거나, 작위적인 동기와 목적, 의도, 야망, 희망을 주장한다면 보나마나 거짓말이다. 호르몬이 이기고 상호작용이 이긴다. 인간의 행위는 물에 빠지듯, 변화의 격랑에 휩쓸리는 것이다. 집단의 거대한 흐름을 읽고 거기에 묻어가는 것이다. 자신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힘의 출처가 무엇인지는 자신도 모른다. 설명할 수 없다. 남들이 물어보니까 동기나 목적이나 의도를 꾸며댄다. 드라마는 그것을 보통 사랑으로 포장하지만 환경이 변하고 때가 된 것이다. 가을에 열매가 익는 것은 때가 무르익었기 때문이지 농부를 즐겁게 하기 위하여가 아니다. 인간은 앞에서 유인하는 동기나 목적에서 답을 찾지만 사실은 뒤에서 밀어대는 무의식이나 호르몬의 영향 때문이다. 진중권은 이러쿵 저러쿵 논리를 끌어대지만 사실은 그쪽 동네 분위기에 편승한 것이다. 외롭지 않은 지식인은 가짜다.


    전면전이 국지전을 이기고, 총력전이 제한전을 이기고, 장기전이 단기전을 이긴다. 팀전술이 개인전술을 이긴다. 포메이션 전술이 개인기를 이긴다. 메시라면 따로 전술이 필요없지만 축구의 전술이라는게 원래 마라도나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유체가 강체를 이긴다. 한 번 싸우면 강체가 이기지만 전투를 반복하면 숙달되어 점차 유체의 한 지점에 힘을 몰아주는 성질을 획득하게 된다. 유체는 모든 자원을 승부처가 되는 한 지점에 집중한다. 밸런스를 움직여서 지렛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호나우두나 마라도나의 타고난 몸은 강체다. 빌드업과 티키타카는 유체다. 사물이 모이면 사건이 된다. 처음부터 안 되고 내부에 축과 대칭의 밸런스가 갖추어져야 사건이 된다. 그럴 때 강력하다. 처음에는 손자가 이기지만 유체로 바뀌는 시점부터 오자가 손자를 이긴다. 강한 한신이 무른 유방에게 잡힌 이유다. 처음에는 독재가 민주를 이기지만 우리는 강체를 유체로 바꾸어 독재를 제압한다. 우리 내부에 개혁세력과 지역세력간 균형을 갖추었는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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