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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091 vote 0 2021.10.08 (23:56:46)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위로 못 가니까 아래로 가는 것이다. 자연의 성질은 단순하다. 이거 아니면 저거다. 상호작용의 선택지는 둘이다. YES 아니면 NO다. O 아니면 X다. 세상은 복잡한데 이걸로 감당이 되겠느냐고? 이렇게 단순해가지고 어떻게 거대한 자연의 무궁무진한 변화를 담보하겠느냐고? 고개를 갸우뚱할 만하다.


    신문지 백 번 접기를 떠올릴 수 있다. 신문지를 열 번 접으면 천배씩 커진다. 40번 접으면 달까지 가고, 50번 접으면 태양까지 가고, 백 번을 채우면 134억 광년까지 간다. 자연은 대칭이고 대칭은 2진법이다. 이거 아니면 저거다. 신문지 접기와 같다. 그런데 이거 아니면 저거를 열 번 할 때마다 1천배가 멀어진다. 


    가위바위보를 10번 연속 이기면 1천 명을 이기고, 33번을 이기면 70억 인류 중에 챔피언이 된다. 가위바위보로 로또 1등 당첨자를 정한다면 연속해서 23번을 이겨야 한다. 겨우 스물세번만 이기면 된다고? 쉬워 보이지? 그 숫자 장난에 속는 사람이 카지노에 돈을 바친다. 


    대칭의 힘은 막강하다. 의사결정의 대원칙은 그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연이다. 상호작용의 게임이 벌어지면 이기거나 지거나다. 이기면 하고 지면 못한다. 자연은 변하고, 변화는 움직이고, 움직이면 충돌하고, 충돌하면 이기거나 진다. 확율은 반반인데 103번만 이기면 관측가능한 우주 천억 광년을 가로지른다. 0.2밀리로 시작해도 그 정도 위력이다.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게 자연이다. 합치지 못하면 흩어진다. 움직이지 못하면 깨진다. 맞서지 못하면 틀어진다. 나아가지 못하면 밀린다. 이기지 못하면 진다. 간단한 2진법 규칙만으로 질, 입자, 힘, 운동, 량은 결정된다. 고작 이 정도의 간단한 프레임으로 이 복잡하고 거대한 우주를 넉넉히 감당해낸다. 


    세상은 에너지의 확산과 수렴 중에서 2진법적 대칭을 만들며 밸런스와 언밸런스를 오가는 것이다. 문제는 사건을 보는 눈이다. 주체와 객체를 나누어서 별도로 보는 사물의 관점을 버리고 둘을 합쳐서 하나의 상호작용으로 보는 사건의 관점을 얻어야 한다. 자연은 그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중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기를 반복한다. 닫힌계 안에서 의사결정비용을 조달할 수 있는 마이너스 방향으로 기동한다. 플러스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 밸런스의 대칭을 만들고 축을 이동시켜 또 다른 밸런스로 이동한다. 


    사물은 고유한 성질이 있다. 소금이 짜고 설탕이 달다. 자극적이다. 그런데 실체가 없다. 소금이 짜고 설탕이 달다는 것은 인간의 뇌가 만들어낸 환상이다. 불교의 제법무아와 같다. 사물의 고유한 성질은 없고 만나서 짝짓는 방식의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혀끝을 건드리는 것은 무엇인가? 자연은 짝짓기만 했을 뿐인데 거대한 힘을 만들어 낸다. 여름에 학교 운동장에 햇볕이 내리쬐면 공기가 뜨거워진다.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 진공이 만들어진다. 주변에 있는 나무 밑의 찬공기들이 진공으로 몰려든다. 가운데서 충돌하여 회오리 바람이 생긴다. 갑자기 맹렬해진다. 그것이 기세다.  


    A의 변화가 B의 변화를 끌어낼 때 양자를 통일하는 C의 변화가 기세다. 기세는 하나의 밸런스에서 또 다른 밸런스로 옮겨타는 힘이다. 그 힘이 막강하다. 신문지를 몇 번 접기도 전에 달까지 가고 해까지 간다. 


    기세야말로 세상을 이끌고 가는 근원의 힘이다. 우리는 자연계의 사대 힘을 알고 있다. 중력 강력 약력 전자기력이다. 기세의 힘이 진짜다. 사대 힘은 기세가 물질에 반영된 것이다. 지구의 중력이든 운동장의 회오리바람이든 대나무를 쪼개는 파죽지세든 원리는 같다. 이진법의 힘이다. 양의 되먹임이다. 시장에는 이윤이 있고 사회에는 권력이 있고 사람들 사이에는 의리가 있다. 


    기세는 하나의 사건을 또 다른 사건으로 연결시키는 힘이다. 기세를 조절하는 스위치는 시스템, 메커니즘, 스트럭쳐, 액션, 코드다. 우주는 다섯 가지 조절장치에 의해 기세가 조절되어 비로소 성질을 획득하고 모습을 드러낸다. 무릇 안다는 것은 기세를 안다는 것이다.


[레벨:11]큰바위

2021.10.09 (08:57:34)

결국 사람들은 Yes, No를 자기 입으로 말하지 못한다는 거. 

일상에서 짬뽕이냐 짜장이나를 시키는 데도, 주변 사람들 눈치보면서 많은 쪽을 따라간다는 거.

그러니 짬뽕과 짜장도 선택을 못하는 주제에 무슨 해삼탕에 온가족(전가복) 요리를 시킬 수 있겠는가?

더더구나 한국 사람들 중 대다수가 Yes는 잘하는 데, No 를 잘 못한단다. 
문제는 Yes도 무엇에 대한 Yes라고 질문하지 않는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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