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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237 vote 0 2021.03.05 (11:29:01)

    생각을 잘하자


    생각은 그냥 하는게 아니다. 머리에 힘주고 앉아있어봤자 두통을 앓을 뿐 방법적 사유가 아니면 안 된다. 진짜는 원형에서 복제되는 것이다. 근대과학의 기반은 수학이고 수학은 연역이다. 연역은 모형을 사용한다. 1이 자연수의 모형이고 2와 3은 복제된 것이다. 


    학계는 데이터나 붙잡고 귀납할 뿐 연역하지 않는다. 모형이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모색들이 있어 왔다. 플라톤의 이데아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설, 유교의 사단칠정론, 도교의 음양오행설, 불교의 사성제, 기독교의 삼위일체, 헤겔의 변증법 따위가 알려져 있다. 


    조악하지만 나름대로 모형을 만들어본 것이다. 일정부분 사유의 모형으로 기능하고 있다. 없는 것보다는 낫다. 그래서 먹힌 것이다. 유클리드의 원론과 수학의 논리인 인과율이 그럴듯하고 나머지는 허당이다. 진화론도 모형으로 기능하고 있지만 대체로 엉터리다. 


    자연선택이란 말은 어처구니없는 비문이고 진화의 핵심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따른 유전자의 복제전략이다. 유전자는 플랜이 있다. 부단히 환경변화에 맞대응하며 하나씩 스테이지를 깨나간다. 농부가 양떼를 기르듯이 유전자가 능동적으로 환경을 경영하고 있다.


    마르크스의 혁명론이나 공리주의의 최대다수 최대행복, 아담 스미스와 케인즈의 경제이론, 노이만과 내쉬의 게임이론도 사유의 모형이 될 수 있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및 뉴턴의 기계론, 결정론도 있다. 철학자는 보편적인 사유의 모형을 만들어내려고 시도한다.


    성공한 예는 없지만 부스러기가 수확된게 수학이다. 왜 인간은 연역하지 못하는가? 원래 연역은 자동으로 된다. 의식적으로 안 된다. 무의식적인 연역을 직관이라고 한다. 변화에서 패턴을 찾는 것이다. 인간의 사유란 대개 추론이 아니라 경험을 떠올리는 것이다.


    동물은 사람이 친절하게 대해주면 따른다. 잡아먹든가 돌봐주든가 둘 중에 하나인데 아직 잡아먹지 않았다는 것은 돌봐주는 사람이라는 증거다. 개 훈련은 쉽다. 때린 사람은 또 때리고 돌봐준 사람은 또 돌봐준다는게 개의 생각이다. 경험을 리바이벌하는 것이다.


    인간은 많은 경험 중에서 공통요소를 뽑아낼 수 있다. 그게 추상화다. 서로 다른 경험들에서 공통요소를 추출하여 같은 사건으로 치환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걸 못 하기 때문에 연역을 못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직관적으로는 한다. 무의식적으로 공통요소를 잘 뽑아낸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패턴이 느껴진다. 감이 온다. 촉이 좋은 사람은 패턴을 추출하여 경마장에서 우승마를 맞추고 증권시장에서 오를 종목을 찾아내고 카지노에서 돈을 딴다. 그런데 말로 설명하라면 못한다. 분명 공통요소가 있다. 패턴에 구조가 숨어있다.


    구조론은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무형의 공통요소를 뽑아 패턴을 찾아내지만,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끈덕지게 설명하려고 노력해온 결과다. 나는 이 작업을 50년 동안 해왔다. 뇌 감지럼증 탓이다. 말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감이 와줘서 입이 근질근질 한데.


    그것은 방향성이다. A의 변화가 B의 변화와 나란할 때 서로 대칭된 A의 변화와 B의 변화를 통일하는 축이 되는 C의 변화를 찾아내는 것이 방향성이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흘러가는 방향성이 보이면 다음번 우승마를 찍기는 쉽다. 좋은 주식 찾아내기 쉽다.


    안철수가 이길지 오세훈이 이길지 판단하기는 쉽다. 며칠 전 과격파 나경원이 온건파 안철수에게 진다고 예견했다. 오세훈에게 졌지만 패턴은 같다. 과격파가 온건파에게 지는 법칙은 역사적으로 정해져 있다. 그게 방향성이다. 이는 유권자들의 권력의지 때문이다.


    유권자는 과격파보다 온건파가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온건파를 찍지만 안철수는 안 된다. 대책 없이 물렁한 자는 적에게도 고분고분하기 때문이다. 내게 고분고분해야지 적에게 고분고분하면 되냐? 과격파의 지지를 받는 온건파가 먹는다.


    과격파의 변화가 온건파의 변화와 연동될 때 국민의 변화는? 이것이 A의 변화와 나란한 B의 변화에서 양자를 통일하는 C의 변화다. 이걸 알면 예측이 가능하다. 무엇을 예측하는가? 기세를 예측한다. 에너지 투입에 따른 양의 피드백인지 음의 피드백인지 판단한다.

 

    양의 피드백이 확정되면 무조건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면 된다. 도박은 밑천이 많으면 이긴다. 대결을 첨예하게 만들어 신경이 곤두서면 법칙대로 된다. 투표율만 높이면 이긴다. 너 죽고 나 죽기로 촛불 백만 받고 태극기 이백만 받고 사백만을 더 때리면 이긴다. 


    이데아, 원자, 원형이정, 하도낙서, 사단칠정, 음양오행, 사성제 팔정도 12연기, 창조설, 삼위일체, 변증법, 진화론, 공리주의, 자본론, 정신분석학, 상대성이론, 양자역학에 이런 구조가 반영되어 있는가? 연역할 수 있는가? 잘 찾아보면 희미한 모색들은 숨어 있다.


    헤겔의 정반합, 마르크스의 토대와 상부구조, 유교의 사단칠정과 플라톤의 이데아와 그림자가 모두 비슷하게 A와 변화에 따른 B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불빛이 피사체를 비추면 스크린에 그림자가 생긴다. 불빛이 토대라면 피사체는 상부구조다.


    스크린에 혁명이 그려진다. 개코나. 그럴 리가 없잖아. 하여간 아이디어의 구조는 비슷하다. 살펴보면 죄다 이런 구조다. 음양오행이든 사단칠정이든 플라톤이 말하는 동굴의 비유든 모두 불빛과 피사체와 스크린의 3자관계다. 유전자의 복제구조라도 정확히 같다.


    세포와 미토콘토리아의 관계나 DNA와 RNA의 관계나 구조가 같다. 컴퓨터의 메모리 사업과 파운드리 사업도 같다. 보존자와 전달자와 실무자의 3자관계다. 한미일 분업도 같다. 미국이 보존, 일본이 전달, 한국이 생산한다. 다른 경험 속에 같은 경험이 숨어있다. 


    A와 B는 변하는데 C는 변하지 않는다. C도 변하면 방향성이 성립한다. A와 B가 대칭을 이루면 공유하는 토대 C가 축이다. 여기에 에너지 입출력을 더하면 구조론의 질 입자 힘 운동 량이다. 여당은 변하고 야당도 변하는데 국민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변한다.


    여야가 집권을 번갈아 하며 변하는데 국민은 집권하지 않는다. 국민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결국 국민이 변하는게 진보라는 방향성이다. 여야가 치고받는 중에 국민이 전보다 똑똑해졌다. 이거 하나 알아내려고 그 많은 철학자가 되도 않게 짱구를 굴렸던 것이다. 


    구조가 같으므로 입력하면 출력된다. 문제를 넣으면 답이 나온다. 대신 난이도가 올라간다는게 함정이다. 우주 안에는 흥하거나 망하거나 유지되거나 셋뿐이다. 유지되는건 갇힌 상태에서 영구운동을 하는 것이다. 대칭의 균형이 맞아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망하는건 음의 피드백이다. 남의 에너지를 약탈하는 방법으로 일시적으로 기세를 올리지만 곧 숙주가 말라 죽고 에너지가 고갈되어 지속가능하지 않다. 보수꼴통의 길이다. 계속 흥하는 것은 양의 피드백이다. 문제는 갈수록 속도가 빨라져서 현기증이 난다는 점이다.


    흥하면 흥할수록 더 쉽게 흥하지만 쿠팡의 폭주처럼 이젠 나도 내가 무서워. 누가 나 좀 말려줘. 이렇게 된다. 영화에 많다. 무한한 힘을 얻은 주인공의 무한폭주. 빌런이 나타나서 브레이크를 걸어주지 않으면 곤란해진다. 결국 우주의 문제는 속도 조절의 문제이다.


    자연의 생태계든 인류의 문명계든 속도조절 문제에 걸려 있다. 간헐적으로 대멸종이 일어나는 이유다. 이제 방향성을 알았다면 당신은 전략을 세울 수 있다. A의 변화와 B의 변화가 나란할 때 둘을 통일하는 C의 변화를 알았다면 이제 바둑의 수순을 정할 수 있다.


    문재인의 플랜 1, 플랜 2, 플랜 3을 마련할 수 있다. 윤석열로 개혁하는 플랜 1, 윤석열이 배신하면 이를 역이용하는 플랜 2, 윤석열의 역할이 끝나면 토사구팽하는 플랜 3을 모두 준비할 수 있게 된다. 검찰의 변화로 정당의 변화를 끌어내서 결국 국민을 변화시킨다.


    검찰이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마지막에 국민이 변해야 민주주의가 성공한다. 국민이 전면에 나설 때까지 윤석열을 버리는 카드로 써서 자극하는 것이다. 너와 내가 공유하는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게 방향성이다. 여와 야가 공유하는 국민을 일깨운다.


    어디에든 그것은 있다. 당신이 선제공격하는 A의 변화와 이에 맞대응하는 B의 변화와 둘이 공유하며 변하지 않는 C의 변화를 봤다면 뇌간지럼증에 걸린다. 표현하고 싶어진다. 흥분하고 설레인다. 호르몬 나와준다. 천재들이 밤잠을 자지 않고 집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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