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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338 vote 0 2021.03.02 (19:11:04)

    단을 완성하라


    운칠기삼이라고 말들 하지만 인생의 정답은 노력도 아니고, 운도 아니고, 기세다. 노력은 투입량에 비해 보상이 적다. 운은 좋을 때 좋고 나쁠 때 나쁘다. 항상 좋은 것은 기세다. 양의 피드백을 이루고 갈수록 좋아지는 선순환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기세를 얻었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었다. 거대한 에너지 흐름에 올라타고 달리는 말에 박차를 가했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기보다 잘되고 있는 것을 더 잘되게 하기가 쉬운 법이다. 최고의 자원을 모아서 드림팀을 이루고 최선의 성적을 뽑아내는 사람이 명감독이다. 그런데 어렵다.


    기세는 혼자 힘으로 안 되고 뒤패가 붙어줘야 산다. 내리막길을 질주하는 스키어처럼 파도를 타는 서퍼처럼 의지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 믿는 구석이 있어야 한다. 외부에서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버지 빽만 믿고 까부는 것도 기세라면 기세다.


    기세를 만들려면 단을 차지해야 한다. 일을 풀어가는 단서가 된다. 단은 꼭대기다. 일의 시작점이다. 사건의 원인이다. 버스의 운전석이다. 문제해결의 실마리다. 북극성처럼 우뚝하여 사유의 기준점이 된다. 모형이 되고 원형이 된다. 틀을 갖추고 거기서 무한복제 한다.


    꼭대기에서 기슭을 향해 눈덩이를 굴려야 기세가 붙는다. 대개 남들이 가는 것을 보고 어중간하게 묻어가려고 하므로 기세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명감독이라도 어중간한 선수들로는 드림팀을 만들지 못한다. 시너지 효과가 없다. 기세를 잃어 먹고 버벅거리게 된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단에서 시작해야 한다. 정상에서 출발해야 한다. 어떻게 꼭대기에 오를 것인가? 정상에 도달하는게 인생의 목표인데 정상에서 시작하라고? 어렵다. 인류는 만물의 영장이다. 동물 중에 정상이다. 이것의 정상에서 저것의 정상으로 갈아타자.


    무형의 정상에서 유형의 정상으로 갈아타라. 사유의 정상에서 실천의 정상으로 갈아타면 된다. 논리의 정상에서 실력의 정상으로 갈아타면 된다. 하나의 정상에서 또 다른 정상으로 건너 뛰기는 어렵지 않다. 드림팀에 들면 최고의 선수들에게 배우므로 시너지 효과가 난다.


    한 가지 핵심을 쥐고 있으면 누가 나를 부르러 온다. 최고의 선수는 아니라도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어야 한다. 전체의 단은 아니라도 그 분야의 단은 되어야 한다. 단을 차지했다면 방향성을 알아야 한다. 역주행 하면 시너지 효과는 없다. 방향이 틀리면 기세가 죽는다.


    단에 대한 개념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 머리에 모형을 그리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에 원형을 품지 않으면 안 된다. 컨셉을 잡고 자기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 생각하라. 존재의 북극성은 무엇인가? 논리의 산꼭대기는 무엇인가? 이념의 궁극적인 비빌 언덕은 무엇인가?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로 연동되어 일어난다. 중간 꼬리를 물면 좋지 않다. 맨 처음 일어나는 사건에 기세가 있다. 거기에 관성이 작용하고 있다. 가속도가 붙어준다. 스키를 타도 꼭대기에서 출발하고 파도를 타도 골이 아닌 마루를 탄다. 정상에 서면 방향을 안다.


    사람들은 원자처럼 딱딱하고, 보석처럼 단단하고, 서울대 졸업장처럼 알아주는 것에서 단을 찾는다. 양반 족보를 들고 와서 단이라고 우기는 자가 있는가 하면 믿을 것은 주먹밖에 없지 하며 물리력에서 단을 찾기도 한다. 그러다가 의리를 저버리고 친구를 잃고 고립된다.


    고립되면 단은 사라진다. 둘이 손을 맞잡아야 단이 세팅된다. 혼자서는 단이 될 수 없다. 맨 처음 스파크는 어디에서 일어나는가? 전극처럼 그곳은 어떤 둘의 만남에 있다. 전율하는 첫 키스처럼 둘이 마주치는 접점에 있다. 그곳이 뾰족하다. 만남의 접점은 뾰족하다.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지점은 뾰족하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서 하느님과 아담의 손끝이 만나듯이 뾰족하다. 예리하다. 전축의 바늘이 레코드판의 홈을 물듯이 맞물리어 있다. 1만 개의 눈동자가 만나는 소실점은 북극성이다. 정상은 뾰족하니 동쪽과 서쪽이 만난다.


    그럴 때 기업은 이윤이 나고 흥행은 입소문이 나고 유행은 번져간다. 망외의 플러스알파가 주어진다. 아뿔싸! 기세는 산꼭대기에 있지만 산꼭대기에 없고 기슭에 있지만 기슭에 없다. 산꼭대기에서 기슭으로 내려오는 방향성에 있다. 방향성을 아는 것이 모두 아는 것이다.


    좌파는 단을 찾아 산꼭대기에 오르려 할 뿐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으므로 기세가 없다. 낮은 곳에 머무르는 민중을 바라보지 않는다. 노빠니 문빠니 하며 대중을 혐오하고 조롱한다. 우파는 산기슭에서 기세를 찾으므로 찾지도 못한다. 눈덩이는 산밑으로 굴러 내려온다.


    기세는 정상에서 시작하여 기슭에서 완성되지만 기슭에는 기세가 없다. 눈덩이는 거기서 멈춘다. 우파는 기슭을 배회하다가 거기까지 굴러온 남의 기세를 약탈한다. 그들은 도무지 방향성을 모른다. 하늘만 쳐다보는 좌파들도 모르고 땅만 뒤지고 다니는 우파도 모른다.


    기세는 원인에 없고 결과에 없고 원인에서 결과로 가는 방향성에 있다. 방향이 맞으면 순풍이 불고 방향이 어긋나면 역풍이 분다. 방향을 모르므로 결과는 의도와 반대로 된다. 수고하여 남 좋은 일만 시킨다. 물고기를 저리로 쫓아놓고 소쿠리를 엉뚱한 곳에 가져다 댄다.


    그물 뒷쪽에서 물고기를 몰고 있다. 사슴이 달려가는 반대쪽에 포수가 매복한다. 방향을 모르면 실패한다. 단은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고 산처럼 우뚝하지만 혼자 되는 것은 아니다. 보석도 무대를 휘어잡는 프리마돈나의 가슴에서 눈부신 포커스를 만나야만 빛이 난다.


    단은 둘의 만남에 있다. 견우와 직녀처럼 만나고 몽룡과 춘향처럼 만나야 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대중을 혐오하는 좌파는 만나지 못한다. 엘리트가 연주자라면 대중은 악기다. 악기를 탓하는 연주자는 만나지 못한다. 차별하는 우월주의 우파들은 만나지 못한다.


     새로운 만남을 거부하고 과거의 만남을 리바이벌 하려고 하므로 우파는 만나지 못한다. 나이가 들면 자신감을 잃고 설레임이 사라져 낯가림이 심해지기 때문에 우파가 된다. 낯설음을 겁내고 익숙한 것을 찾아 만난 사람을 또 만나려 하다가 하나씩 떠나고 쓸쓸해진다.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처음 연결될 때 큰 울음을 토하며 단이 일어난다. 진정한 만남은 그곳에 있다. 찾아야 할 정상은 그곳에 있다. 같은 것이 모여서는 단이 되지 않는다. 결함있는 천재들이 서로를 간절히 필요로 할 때 단은 이루어진다. 유비와 관우와 장비처럼 만난다.


    사유의 높은 언덕은 무엇인가? 모든 이야기의 출발점은 어디인가? 거기에 기세가 있다. 서양의 원자론이든, 유교의 하도낙서에 사단칠정이든, 도교의 음양오행이든, 불교의 고집멸도든, 플라톤의 이데아든, 기독교의 삼위일체에 창조설이든, 과학의 진화론이든 그게 단이다.


    단을 찾으려는 고대인의 다양한 모색이다. 그러나 찾지 못했다. 원자는 쪼개지지 않는다. 단은 쪼개지지 않는다. 원자는 크기가 작다. 단은 크기가 작다. 만남은 쪼개지지 않는다. 만남의 접점은 작다. 유형의 단을 찾지 말고 무형의 단을 찾자. 단은 연속사건의 시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사건의 하나뿐인 머리가 단이다. 성냥개비의 유황과 성냥곽의 적린이 마찰하여 불꽃을 튀기듯이 단은 작게 일어난다. 양의 되먹임에 의해 커다란 불꽃의 기세를 만들어낸다. 단단한 물질의 단을 찾지 말고 예리한 사건의 단을 찾아야 한다. 


    단은 보석처럼 빛나지만 보석의 견고함은 단의 비유가 될 뿐 단이 아니다. 춘향과 몽룡의 마음이 더 견고하다. 서로 다른 두 계급의 연결이기 때문이다. 같은 양반끼리 모이면 단이 없다. 같은 남자끼리 모이면 단이 없다. 같은 투수끼리 모이면 단이 없다. 조합의 실패다.


    장단을 쳐도 그렇다. 서로 다른 칼라와 빠르기와 깊이와 향을 품고 고저장단으로 어울려 시너지 효과를 내는게 단이다. 세상은 복잡하다. 복잡한 것은 다름 때문이다. 다름은 도무지 어디서 유래하는가? 원자론은 다양성을 담보할 수 없다. 많은 성질을 생산할 수 없다.


    가속도가 붙어주지 않는다. 생산력이 약하다. 둘의 만남에서 접점의 간격이 다름을 만든다. 빨강, 노랑, 파랑이 어울려 백만 가지 색상도 만들어낸다. 원자는 단에 대한 고대인의 직관적 판단이며 그럴듯한 단서가 몇 가지 숨어 있지만 유형의 물질로는 단이 되지를 못한다.


    형이 있으면 형에 막히고 변화를 생산하지 못한다. 단은 어떤 둘의 만남 형태로만 존재한다. 스키어는 눈과 만난다. 설질이 좋아야 한다. 2월의 퍽퍽한 눈으로는 신기록을 뽑아내지 못한다. 늦겨울 함박눈은 좋지 않고 1월의 싸락눈이어야 한다. 좋은 만남이라야만 한다.


    서퍼는 파도와 만나고, 기수는 말과 만나고, 운전자는 슈퍼카와 만나고, 노무현은 민중과 만나고, 연주자는 악기와 만나고, 배우는 무대와 만나서 단을 이룬다. 하나가 만나면서 또 다른 만남을 잉태한다. 포드시스템처럼 국수가락 줄줄이 뽑아낸다. 닦아진 길을 질주한다.


    이 정도면 모든 것의 원형이 되고 복제본의 원본이 되는 단에 대해서 적절히 개념을 잡았지 싶다. 어미가 새끼를 치듯이 단은 번식한다. 망라한다. 너른 세상을 넉넉히 채워낸다. 생산력이 있기 때문이다. 작더라도 정상을 찾아야 한다. 남들이 선 줄 뒤에 서지 말아야 한다.


    한 가지 정상을 움켜쥐고 있으면 누가 나를 부르러 온다. 만날 사람이 만날 때 단은 보석처럼 이루어진다. 그리고 환한 빛을 낸다. 잡스가 워즈니악을 만나듯이 만나야 한다. 만날 수 있는 뾰족한 곳에 가서 기다려야 한다. 만나서 도원의 의리를 이루고 우뚝해져야 한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 힘들 때다. 사람들은 이게 힘들다 저게 힘들다고 말들 하지만 대략 와닿지 않는다. 내가 겪은 것으로 말하자면 힘들 때가 가장 힘들었다. 이것이나 저것은 힘들지 않다. 이것은 이것대로 저것은 저것대로 어떻든 굴러가기 마련이다.


    군대생활 2년 몇 개월이라도 힘들지 않았다. 국방부 시계를 믿기 때문이다.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받아도 견딜 수 있다. 간호사도 힘들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이 힘들 때,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숨이 쉬어지지 않을 때 힘들다. 왜 힘이 드는가? 힘을 주므로 힘이 든다. 


    때리면 맞고 죽이면 죽는다. 그것은 힘들지 않다. 죽이라면 죽인다. 그것도 힘들지 않다. 이 길이 아닌게벼. 왔던 길을 되돌아갈 때가 가장 힘들다. 했던 일을 두 번 할 때가 힘들다. 지름길을 놔두고 둘러 갈 때가 힘들다. 오락가락하며 힘이 소모되므로 힘이 드는 것이다. 


    행복도 불행도 중요하지 않다. 고통도 좌절도 극복한다. 오락가락 하지 않고 일직선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진리를 보면 달려들어야 한다. 힘들게 뺑뺑이 돌지 않고 일직선으로 달려가게 하는게 단이다. 


    등대처럼, 북극성처럼 마음속에 그것이 있어야 한다. 좌고우면 하지 않고 우물쭈물 하지 않고 제자리를 맴돌지 않고, 한눈 팔지 않고 일직선으로 달려가게 하는 그것 말이다. 모든 판에 올인하게 하는 그것 말이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다음 단계의 복제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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