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959 vote 0 2020.12.03 (17:57:52)

    수정 및 보완하여 다시 올리는 글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관계다


    우주에 무엇이 있는가? 변화가 있다. 나란한 변화와 나란하지 않은 변화가 있다. 예측가능한 변화와 예측불가능한 변화가 있다. 변화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을 말할 수 있다. 외부에서 관측자 기준으로 보면 나란한 변화와 나란하지 않은 변화가 있고, 내부에서 돌아가는 자체의 질서로 보면 예측가능한 변화와 예측불가능한 변화가 있다. 곧 안정(양)과 불안정(음) 그리고 질서와 무질서다.


    외부 관측자의 안정-불안정 관점


    – 안정(양)된 변화와 불안정(음)한 변화가 있다.
    - 안정은 관측자와 나란한 변화이고 불안정은 관측자와 나란하지 않은 변화다.



    내부 구조의 질서-무질서 관점


    – 질서와 무질서가 있다.
    - 질서는 예측가능한 변화이고 무질서는 예측 불가능한 변화다.


    관측자와 나란한 변화는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변한다. 우리는 안정과 변화 혹은 양과 음으로 분별하지만 사실은 모두 변한다. 양도 변하고 음도 변한다. 우주 안에 변하지 않는 것은 절대로 없다.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하는 시공간 속에서 자기 존재를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은 흐르고 공간은 팽창한다. 존재는 시간과 공간의 변화흐름과 나란해야 자기 존재를 성립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변하지 않는 것은 우주 안에 없다. 


    지구가 태양을 돈다. 궤도는 바뀌지 않는다. 마치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태양도 변하고 지구도 변하고 관측자도 변한다. 불변하는 것은 태양과 지구의 관계 혹은 관측대상과 관측자의 관계다. 우리는 관계의 불변을 존재의 불변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변하며 변하지 않는 것은 관계뿐이다. 


    그런데 관계도 변한다. 관계가 변하지 않으면 우리는 다음 단계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고 예측을 토대로 대상을 통제할 수도 있다. 개입할 수 있다. 다룰 수 있다. 관계가 변하면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고 대상을 통제할 수도 없다. 여기서 인간의 전략과 전술이 등장한다. 관계의 불변성을 이용할 것인가 혹은 반대로 관계의 변화에 따른 통제불가능성을 이용할 것인가다. 이후 가는 길은 완전히 달라진다. 한 번 길을 정하면 이후 한 방향으로 계속 가게 되기 때문이다.



    관계의 방향성에 따른 주체와 타자 관점


    - 주체의 연결과 타자의 단절이 있다.
    - 주체는 관계가 연결되므로 예측과 통제가 가능하지만 타자는 관계가 단절되므로 예측도 통제도 불가능하다.



    주체의 전략과 타자의 전술

    - 관계를 연결하는 진보의 공격전략과 관계를 단절하는 보수의 방어전술이 있다. 

    - 관계가 연결될 때 예측가능하며 선제대응하여 대상을 통제할 수 있다. 그것이 진보다. 반면 관계가 단절될 때 예측불가능하며 대상을 통제할 수 없다. 단 상대방의 통제의도에 맞대응하여 자신을 방어할 수는 있다.



    사건의 방향성


    - 마이너스 원리에 의해 단절비용이 연결비용보다 싸고 효율적이다.

    - 비용문제 때문에 한 번 연결하면 계속 연결해야 하고 한 번 끊으면 계속 끊어야 한다. 한 번 큰 방향이 정해지면 그 쪽으로 계속 가게 된다. 되물릴 수 없다. 이에 진보와 보수의 끝나지 않는 싸움이 일어난다. 


    인간들이 서로 사이좋게 지내면 되는데 진보니 보수니 하며 파당을 지어서 싸움에 골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게 원래 잘 안 된다. 구조적으로 안 되게 되어 있다. 늑대무리에 쫓기는 사슴은 직진만 계속한다. 방향전환은 불가능하다. 늑대무리는 사슴의 이 약점을 이용하여 노련한 대장이 지름길로 가서 잠복하고 있는 수법을 쓴다.



    전략과 권력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어떤 둘의 관계다.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관계를 이용하여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대상을 통제할 수도 있다. 사건에 개입할 수 있다. 뜻대로 할 수 있다. 요리할 수 있다. 그것이 권력이다. 


    권력은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전건이 후건을 제한하는 원리를 따른다. 사건은 연결되며 효율성을 생산한다. 이때 먼저 일어난 사건이 다음 연결될 사건을 제한할 수 있다. 연결을 차단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다. 그만큼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내가 먼저 와서 길을 닦아 놨는데 누가 거기에 집을 지으면 효율을 얻는다. 길을 닦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다. 맹지는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는데 말이다. 이때 먼저 온 사람이 길을 막아버리면 어떨까? 집을 지으려는 사람의 계획을 무산시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상대가 부탁하면 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것이 권력이다.


    권리와 권력은 자연법칙이다. 국민에게 권리가 있는 것은 국민이 먼저 왔기 때문이다. 물론 권력은 제한되어야 한다. 권리가 인정되는 것은 그만한 효율이 있기 때문인데 효율을 넘는 로열티를 무리하게 요구하는 기득권은 널려 있다. 기득권은 자신이 창조한 가치 이상의 로열티를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권력이 작동하는 이유는 변하지 않는 관계에 의해 사건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건의 연결을 차단하면 상대방의 개입하려는 의도를 무력화 시킬 수 있다. 문제는 이 방법은 항상 후수가 된다는 점이다. 연결된 것을 끊을 수는 있지만 이미 끊어진 것은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선연결 후차단이다. 


    반대로 연결은 비용이 많이 든다. 단절은 1의 결정으로 가능하지만 연결은 2의 결정으로 가능하다. 단절은 그냥 메신저를 씹으면 된다. 읽씹으로 끊을 수 있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프로포즈는 약속부터 잡아야 하므로 비용이 많이 든다.


    여기서 딜레마다. 연결측과 단절측이다. 연결측은 비용이 많이 드는 대신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단절측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대신 선택지가 적다. 바둑을 두어도 흑을 쥐고 선수를 놓는 자는 확률적으로 바둑알 반개를 더 둔다. 그만큼 유리하다. 오목이라면 선수와 후수의 차이는 캐우 크다.


    선수를 두는 자는 권력을 쥐고 어디에서 싸울지 전장을 고를 수 있다. 어느 위치에서 싸울지 결정할 수 있다. 후수를 두는 자는 상대방의 수를 보고 두므로 의사결정비용을 절감한다. 권투를 해도 먼저 공격하는 사람이 잽을 날려 조금 더 움직인다.


    전략과 전술이 있다. 진보가 전략이면 보수는 전술이다. 변하지 않는 관계를 이용하여 연결하는 선제대응이 전략이라면 그 관계를 깨뜨리는 맞대응이 전술이다. 여기서 방향판단 들어간다. 인간사의 모든 논쟁은 전략에 설 것인가 전술에 설 것인가다.


    선제대응할 것인가 받아칠 것인가다. 관계를 개설할 것인가 아니면 관계를 단절할 것인가다. 선제대응의 전략은 관계를 개설하는 것으로 시작되고 맞받아치는 전술은 관계를 차단하는 것으로 달성된다. 진보는 전략에 서고 보수는 전술에 선다. 여기서 질서는 선전략 후전술이다. 선진보 후보수다. 왜냐하면 후건이 전건을 칠 수 없기 때문이다.


    관계가 만들어져야 그 관계를 깨뜨릴 수 있다.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이혼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보수는 진보에 종속된다. 전술은 전략에 종속된다. 맞대응은 선제대응에 종속된다. 그러므로 전략가는 항상 진보에 서는 것이며 선제대응하는 것이며 상대가 맞대응해 오면 그 맞대응에 다시 맞대응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하나의 사건 안에서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5회에 걸쳐 일어나며 결국 3 대 2로 진보가 이기게 되어 있다. 물론 진보가 질 수도 있지만 바둑을 계속 두면 무조건 흑이 이긴다.


    이론적 판단이 중요하다. 이론은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고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보편성을 채택하고 특수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덤이 없다. 덤이 없으면 무조건 흑이 이긴다. 한 번은 이세돌이 이기지만 계속 두면 알파고가 이긴다.


    그런데 의사결정비용은 단절이 싸다. 연결은 두 번의 의사결정으로 성립하지만 단절은 한 번 의사결정으로 성립되기 때문이다. 프로포즈는 먼저 약속장소를 정하고 다음 만나서 고백해야 한다. 반대로 이별은 그냥 통보하면 된다. 이별식은 필요없다. 


    제한된 장소에서는 단절이 이기고 보수가 이긴다. 이때 진보는 다른 곳에서 새로운 전단을 열 수 있다. 왜냐하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길이 뚫렸으므로 이쪽이 안 되면 저쪽에 재도전한다. 반면 보수는 자기 손으로 길을 끊었기 때문에 여기서 실패하면 끝이다. 다음 카드는 없다.


    보수는 이기지만 선택지를 잃고 진보는 져도 선택지를 얻는다. 그러므로 진보는 계속 잇기만 하고 보수는 계속 끊기만 한다. 첫 단추를 연결로 가면 단기적으로 보수에 패하므로 계속 다른 곳을 연결할 수 밖에 없고 첫 단추를 끊기로 가면 진보가 계속 연결하므로 계속 끊으러 다닐 수 밖에 없다.


    상대가 끊으면 계속 이어야 하고 상대가 이으면 계속 끊어야 하므로 진보든 보수든 본의 아니게 한쪽 방향으로 계속 가게 된다. 한 번 보수로 간 사람은 다시 진보로 오지 못한다. 에너지가 궁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진보로 가는 사람이 보수로 변절할 수는 있다. 에너지의 여유가 있다. 상대방의 추격이 느슨해지면 한 숨 돌리고 역으로 상대방을 끊으면 된다. 그러므로 언제나 진보가 보수로 변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세렝게티

2020.12.04 (09:42:59)

변하지 않는 것은 관계다  -> 관계는 구조이다  -> 구조는 대칭이다 -> 대칭은 갈등이다 -> 갈등은 에너지이다 -> 에너지는 힘이다 -> 힘은 운동이다 -> 운동은 진보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0.12.04 (11:25:24)

명쾌한 정리네요.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설의 어원 update 김동렬 2024-12-25 4171
5071 사색문제의 접근 image 4 김동렬 2020-12-08 3779
5070 의리 없는 홍정욱 image 5 김동렬 2020-12-08 4237
5069 국힘당이 사과할 이유는 없다 김동렬 2020-12-07 4012
5068 전략균형론 1 김동렬 2020-12-06 3735
5067 향원을 토벌하라 김동렬 2020-12-06 3663
5066 전략론 1 김동렬 2020-12-05 3656
5065 전략의 기본 1 김동렬 2020-12-04 4350
5064 하남 위례성의 비극 image 1 김동렬 2020-12-04 4909
» 변하지 않는 것은 관계다 2 김동렬 2020-12-03 3959
5062 박근혜와 문재인 5 김동렬 2020-12-03 4772
5061 진보의 전략과 보수의 전술 김동렬 2020-12-02 3988
5060 윤석열의 본심 2 김동렬 2020-12-01 4965
5059 변화 질서 전략 김동렬 2020-12-01 3228
5058 사건과 전략 1 김동렬 2020-12-01 3276
5057 사건과 게임 김동렬 2020-11-30 3544
5056 공자의 위대함 김동렬 2020-11-29 4268
5055 정의당의 몰락법칙 1 김동렬 2020-11-29 3917
5054 게임과 의리 김동렬 2020-11-28 3951
5053 마이클 샌델의 정의는 없다 김동렬 2020-11-27 3830
5052 추미애 윤석열 마이클샌델 김동렬 2020-11-26 4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