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어떤 천재의 최후 길바닥에 황금이 떨어져 있다면 얼른 주워야 한다는게 구조론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길바닥에 떨어져 나뒹구는 것은 보나마나 돌이라는게 구조론이다. 물론 별 볼 일 없는 당신에게는 당연히 돌이다. 황금이 제대로 황금노릇을 하는 경우는 참으로 드물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구글과 소프트뱅크를 거쳐 의선이 품에 안겼다. 의선이가 길 가다가 주운 것은 돌일까, 황금일까? 구글도 손정의도 주울 때는 황금이었다. 줍고 보니 돌이었다. 그래서 돌값 1조 원에 팔았다. 까놓고 말하자. 의선이 수준에 그것은 돌이다. 여우와 신포도의 우화에 대해서는 들어봤을 것이다. 그 포도는 확실히 신포도가 맞다. 인간이 관측하기 전까지는 무효다. 로또 당첨과 같다. 공에 씌어진 것은 그냥 잉크다. 숫자는 인간이 관측하는 순간에 성립한다. 지금까지는 돌이다. 양자의 이중성이다. 왓챠에 '파운더'라는 영화가 올라와 있다. 맥도날드 창업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레이 크룩은 별 볼 일 없는 세일즈맨이었다. 한꺼번에 다섯 잔 뽑는 밀크셰이크 기계를 팔러 다녔는데 당연히 팔리지 않았다. 왜? 밀크셰이크라는 것이 원래 잘 안 팔리는 거다. 믹서기 돌리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다섯 잔 뽑는 기계는 필요 없다. 그렇지만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미리 만들어 놨다가 주문하자마자 내놓는다면 어떨까? 그런 식당은 그 시대에 없다. 보통 음식을 주문해놓고 느긋하게 십 분씩 기다린다. 그런데 한꺼번에 기계 6대를 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깜짝 놀라서 직접 찾아가 보니 맥도날드 형제 맥과 딕이 경영하는 햄버거가게다. 두 대 추가해서 믹서기를 8대나 주문했다. 주방을 포드시스템으로 자동화 해놓고 햄버거를 대량생산하고 있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런 좋은 식당을 왜 프랜차이즈를 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해봤는데 실패했다는 거다. 그래서 뛰어들었다. 0.4퍼센트를 받기로 하고. 이상은 영화의 설정이고 실제로는 믹서기도 잘 팔렸다. 그에게는 좋은 물건을 단박에 알아보는 눈이 있었던 것이다. 영화에 고성능 믹서기 팔려고 애먹는 장면을 집어넣은 이유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이론 때문이다. 밀크셰이크가 안 팔리니까 기계가 필요없는게 아니라 기계를 안 쓰니까 밀크셰이크가 안 팔리는 거다. 영화에는 안 나오지만 구조론으로는 닭이 먼저다. 하여간 이거 아는 사람이 천재다. 맥도날도 형제 맥과 딕 중에 천재는 동생 딕이었다. 딕이 포드시스템을 주방에 적용했고 맥도날드의 상징인 황금아치 디자인을 만들었다. 맥도날드라는 이름도 미국인의 기질에 맞는 멋진 이름이다. 그 외에도 멋진 것이 많다. 주방의 자동화, 서빙의 제거, 품질의 균일화, 황금아치 상징물, 맥도날드라는 이름을 비롯하여 무수한 혁신이 있었다. 단지 나이가 좀 있고 성격이 소극적이라서 나서지 못했을 뿐이다. 영화에서 레이 크룩은 말한다. 천재? 비운의 천재는 길바닥에 널려 있다구. 결국 레이 크룩은 계약서를 가지고 애를 먹이는 맥과 딕 형제와 결별한다. 그리고 약점을 잡아 맥도날드를 집어삼킨다. 맥과 딕 형제는 270만 달러에 맥도날드를 넘겼다. 1959년에 햄버거에 감자칩과 콜라가 35센트였으니 지금은 500억쯤 되겠다. 꽤 큰 돈이다. 가게가 레이 크룩에게 넘어간 이후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음은 물론이다. 영화에서 레이 크룩은 맥과 딕 형제의 천재성을 폄하하며 재능이나 천재성이나 교육은 필요 없고 오로지 노력, 인내, 끈기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개소리다. 사실은 레이 크룩이 천재다. 이 양반은 자기가 천재라는 사실을 모른다. 모든 것은 나의 노력과 인내심 덕분이야! 개소리다. 시골 농부들은 다 인내심이 있다. 노예들도 인내심을 가지고 주인의 명령을 기다린다. 맥과 딕의 가게를 뺏고 본점을 망하게 만든게 양심에 찔려서 하는 소리겠다.
비슷한 경우는 많다. 워즈니악과 잡스, 누가 더 천재일까? 둘 다 천재지만 구조론으로 보면 잡스가 더 천재다. 워즈니악은 그냥 기술자고 뛰어난 기술자는 널려 있다. 테슬라와 에디슨 중에 누가 천재일까? 둘 다 천재다. 맥과 딕 형제 중에는 딕이 더 천재였다. 우선 맥도날드라는 이름을 잘 지었다. 미국적이잖아. 황금아치도 히트작이다. 그런데 그냥 천재다. 레이 크룩은 비범하다. 그는 가게를 어디에 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음식장사보다 땅장사가 더 중요하다는 본질을 알았다. 이게 구조론과 맞아떨어진다. 질은 결합한다. 땅이야말로 결합의 원천이다. 땅을 틀어쥐고 가게를 임대한다. 입자는 독립한다. 가게가 독립하면 안 된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엉뚱하게 치킨이나 부리토 파는 가게가 나온다. 음식장사는 불균일해지면 망한다. 청결하지 않은 식당 나온다. 질이 입자를 장악하려면? 땅을 틀어쥐고 있다가 임대 해지하면 된다. 맥도날드 가게가 도로가의 요지에 들어서는 이유다. 맥도날드가 들어서면 묻어가려는 경쟁 햄버거 가게와 피자집이 들어선다. 커피집도 따라온다. 상가 전체가 살아난다. 돈은 거기서 번다. 보편성의 천재와 특수성의 천재가 있다. 딕은 특수성이다. 기발한 생각을 한 것이다. 레이 크룩은 보편성이다. 평범해 보이지만 실제로 그걸 해내는 사람은 잡스, 에디슨, 포드 정도가 있다. 다만 사람들이 천재는 괴상한 것을 한다는 편견 때문에 몰라본다. 레이 크룩 자신도 몰랐다. 의지와 신념과 노력과 끈기는 개소리다. 시골 농부들도 끈기있다. 중요한건 에너지다. 사람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은? 천재의 번뜩임이다. 시큰둥하면 안 된다. 길바닥에서 굴러다니고 있는 황금을 봤다면 심장이 뛰어야 하는 것이다. 보통사람이 실패하는 이유는 심장이 뛰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아침에 늦게 일어난다. 설레임이 없기 때문이다. 천재는 직관력이 있고, 직관력이 작동하면, 호르몬이 나오고, 호르몬이 나오면 설레임이 있고, 설레이면 심장이 뛰고, 심장이 뛰면 멈추지 못한다. 맥과 딕은 많은 사람에게 가게를 보여줬지만 다들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다. 심지어 맥과 딕도 핵심을 놓쳤다. 황금을 알아보는 사람이 천재다. 그들은 심장이 뛰므로 거기서 멈추지 못한다. 계속 간다. 남들은 열심히 가는 것만 보고 우직한 사람으로 여긴다. 천재만 가능한 공식이 있다. 천재 특유의 직관력에서 확신이 나온다. 백퍼센트 확신이 없으면 속도를 내지 못하고 망설이기 마련이다. 그냥 될지도 모른다와 절대로 된다는 확신은 다르다. 자기 심장의 고동소리를 듣는 사람이 천재다. 에너지가 있어야 천재다. 레이 크룩의 천재성을 증명할 수 있는 에피소드는 매우 많다. 다만 영화에서는 레이 크룩을 나쁜 놈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렇다. 사실 나쁜 놈이 맞다. 나쁜 천재도 역사에 무수히 많다. 뉴턴도 동료와 불화한 나쁜 천재다. 노이만도 성격이 괴팍한 나쁜 천재다. 위인전 쓰는 작가들이 굳이 천재의 나쁜 점을 들추어 험담하지 않을 뿐이다. 털면 다 나온다. 김기덕은 천재 딕과 같다. 그런데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 레이 크룩을 만나지 못했던 거다. 한국인들은 김기덕의 천재성에 대해 무관심하다. 왜? 쪽팔리기 때문이다.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황금을 알아보지 못하는 바보라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으니까. 우리나라에 김기덕의 천재성을 이해하는 사람이 적어도 백 명은 된다. 그중에 김기덕은 없다. 본인도 핵심은 모른다. 레이 크룩이 자신이 진짜 천재라는 사실을 모르듯이. 그는 '천재가 별거냐. 노력이 최고지.' 하고 투덜거렸다. 특수한 것을 만드는 사람은 많다. 그걸 보편화 시키는 사람이 진짜 천재다. 포드시스템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해낸 사람은 헨리 포드다. 잘 안 된다. 천재의 확신을 가진 사람이 해낼 수 있다. 노무현 인생의 가장 가슴 저미는 장면은 사법연수원을 나오며 찍은 기념사진에서 다들 양복을 입고 있는데 혼자 잠바를 입고 있는 사진이다. 그 사진을 보고 필자는 비극을 직감했다. 이러면 안 되는 거다. 노무현은 왜 그런 중요한 자리에 잠바를 입고 나왔을까? 평생 가는 사진인데. 동료들은 부끄러워한다. 잠바 입은 촌놈이 우리들 사이에 끼어있다니 에구 쪽팔려. 노무현은 그때 무슨 생각이었을까?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평소대로 했다. 그래서 아직도 바보 노무현 소리를 듣는 것이다. 어릴 때 나는 꽤나 멍청했다. 내가 비록 지금까지 양치질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지만 좋은 소녀라면 이해하겠지. 집안이 가난해서 치약 구경도 못 했다는 내 속사정을. 천만에. 그럴 리가 없잖아. 집안이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무시하는 안하무인의 행동이 정당화 될 리가 없잖아. 일본에서는 가난을 드러내는 것을 무례한 행동으로 친다. 밥은 굶어도 책가방은 비싼 명품 책가방으로 사준다. 좋은 옷에 명품 가방 들고 다니는데 영양실조로 죽는 사람이 일본에 많다. 어릴 때 고향마을에도 그랬다. 우리집보다 가난하게 사는 사람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우리집이 제일 가난한 줄 알았다. 돈 주고 산 내 옷이라는게 없었다. 교복도 빌려 입은 헌옷이었다. 허리띠도 빌려온 것이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330원짜리 신발만 유일하게 내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들 가난을 범죄인 양 감추고 있었다. 노무현이 잠바 입고 사진을 찍은 것은 천재 특유의 오만함 때문이다. 자기중심적 사고다. 원래 천재는 남의 시선 따위에 신경쓰지 않는다. 남을 배려해서 양복을 입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내가 돈이 없어서 잠바 입는데 니가 무슨 상관이야? 이렇게 나온다. 노무현이라는 황금을 주운 사람은 문재인이다. 워즈니악이라는 황금을 주운 사람은 스티브 잡스다. 테슬라라는 황금을 놓친 사람은 에디슨이다. 에디슨과 테슬라의 대결구도는 기레기들이 만들어낸 거짓말이다. 싸움은 테슬라가 손을 뗀 이후에 일어난 일이다. 맥과 딕 형제와 레이 크룩은 결말이 좋지 않았다. 레이 크룩은 원조집 앞에 맥도날드 가게를 차려서 원조를 망하게 만들었다. 원조집을 사들여 맥도날드 박물관을 지은 것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한 행동이고. 그런데 자신을 알아준 사람에게는 잘해줬다. 맞대응하면 죽이고 도와주면 챙겨주고 그런 자다. 만약 김기덕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이 한국에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결말은 똑같다. 원래 천재 예술가들은 사람 말을 안 듣는다. 게다가 장벽이 있다. 양복 입은 사람들 속에 잠바 입은 사람은 포기하라. 레이 크룩도 딕의 훼방놓기에 질렸다. 햄버거를 예술이라고 생각한 딕은 레이 크룩이 프랜차이즈를 공장식으로 돌리는 수완을 받아들일 리가 없다. 공장은 자기가 시작해놓고도. 말은 골수 공화당원이라고 주장하면서 생태운동 하는 좌파꼴통처럼 행동했다. 점장을 착취하지 않겠다며 로열티를 1.4퍼센트로 낮춘 것이 그러하다. 둘이 잘 대화하면 되지 않았을까? 안 된다. 워즈니악과 잡스도 틀어진 마당에 말이다. 천재와 천재가 정면으로 붙으면 보통은 둘 다 망가진다. 비극은 예정되어 있었다. 말을 들어야 말이지. 말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완성도는 30퍼센트다. 황금은 황금인데 앞길이 멀다. 1조 원은 똥값이다. 첫째, 이족보행 로봇은 1퍼센트가 전체 중량을 감당해야 한다. 자동차는 볼 베어링으로 힘을 분산하는데 로봇은? 일단 여기서 망가진다. 관절이 닳아서 고장난다. 둘째, 직립보행을 하려면 한 다리로 서야 한다. 네 다리로 서는건 트릭이다. 한 다리로 계단을 올라야 진짜다. 혼다의 아시모군도 눈속임에 불과하다. 그거 로봇 아니다. 자이로스코프 문제다. 셋째, 고관절이 문제다. 다리가 길어야 한다. 일단 관절 하나를 만들고 로봇이라고 우겨야지 지금은 바퀴 없는 수레다. 가마는 수레가 아니다. 관절이 없으면 로봇이 아니다. 유압식 관절은 일단 로봇이 아니다. 그런 로봇은 중국 시골농부가 혼자 뒷마당에서 만든다. 모터식은 동력집중 문제가 제기된다. 그 외에 배터리 문제가 있다. 그다음은 인공지능 문제다. 인공지능+차세대 배터리+고성능 분산식 모터+관절문제+자이로스코프. 이 다섯 가지 장벽을 의선이가 넘을 수 있을까? 그럴 리가 없잖아. 현재 스코어로 돌이다. 그러나 천재는 거기서 금을 찾아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