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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79 vote 0 2020.10.20 (19:28:48)


    트럼프가 못 이기는 이유


    지난번에 트럼프가 이긴 이유는 정의당스러운 민주당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샌더스 지지를 표방하는 이들이 힐러리를 찍어야 할 이유를 발견 못 한 것이다. 이들은 입으로는 이것들은 급진적인 정책을 주장하지만, 빈말이고 실제로는 정치혐오 세력이다.


    한국의 정의당도 마찬가지다. 급진적인 정책은 마이크 잡을 목적이고 실제로는 다수는 정치혐오 안철수 패거리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정책이지만 실제로 원하는 것은 권력이다. 이들이 정치를 혐오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진중권서민이 정치혐오를 부채질하는 이유와 같다.


    그들에게 권력은 못 먹는 감이다. 못 먹는 감은 찔러나 본다. 내가 못 먹는 것은 남도 못 먹게 해야 한다. 진중권 법칙이다. 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현장에서 실질권력과 멀다. 반대로 보수는 실질권력을 쥐고 있다. 그들은 가부장, 엄마, 형님, 선배, 간부, 사장, 보스, 두목이다.


    현장에서 권력서열 1위에 해당한다. 지역이 벼슬이지. 경상도 출신은 경상도가 권력서열 1위라고 여긴다. 나이가 벼슬이지. 노인은 할배가 권력서열 1위라고 생각한다. 목사들은 특별한 권능을 받았다고 여긴다. 검사들도 같다. 대통령도 절벽에서 뛰어내리게 만드는 검사님이다.


    기레기들도 간뎅이가 부었다. 민주화 시대에 여론을 쥐고 있는 기자가 제일 세지. 의사라고 가만있나? 감히 의사를 건드릴 넘이 있어? 이런 식이다. 국힘당 찍는 자들은 자신이 현장에서 서열 1위라는 근거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정 안 되면 주먹이나 악으로 깡으로 밀어본다.


    악질로 따지면 내가 일등이지. 조폭은 국힘당 찍는다. 자기가 서열 1위인데 밀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자가 보수다. 민주당은 서열 1위에 도전하는 세력이다. 정의당은 어차피 서열 1위는 가망 없고 도전할 생각도 없다. 정치는 있는 놈들 게임이고 자기는 소외된 아웃사이더다.


    그 경우 차라리 트럼프가 집권해서 미국을 망쳐버리면 찬스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도박이다. 최소한 구경거리는 되잖아. 차라리 이명박근혜가 나라를 망쳐버리면 우리에게 기회가 올지도 몰라. 이러고 투표장 안 가는 젊은이들 많다. 그들이 냉소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어떻게 보면 냉소할 만하다. 그러나 나라를 바꾸는 사람은 따로 있다. 어차피 세상을 바꾸는 것은 신무기다. 신무기는 산업에도 있고 문화에도 있다. 미디어도 무기가 된다. 정책은 거짓말이고 이념도 거짓말이고 권력이 본질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 솔직해져야 한다.


    권력을 쥔 자와 권력을 쥐려는 자와 권력게임에서 소외된 자가 있다. 정책은 말을 거는 수단일 뿐 본질이 아니다. 국힘당의 인간사냥도 문재인의 힘을 테스트하는 수단일 뿐 본질이 아니다. 국가는 밥을 공급하듯이 권력을 공급해야 한다. 권력의 생산력에서 이겨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외국을 이기는 것이다. 박정희는 북한을 이겼고 지금은 일본을 이겨서 먹는다. 세계를 이겨야 한다. 산업으로는 미국을 못 이기고 문화로 이겨야 한다. GDP로는 북유럽 소국을 못 이기고 의사결정능력으로 이겨야 한다. 그 길은 백범의 길이고 노무현의 길이다.


    환경이 좋다. 아시아가 뜨고 중국이 뜨는 시점에 서구와 아시아의 가교가 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다. 탈아입구를 주장하며 아시아의 문화를 경멸하는 일본인은 리더가 될 수 없다. 방어자와 도전자와 방관자가 있다. 유럽은 방어하고 아시아는 도전한다. 일본은 이미 끝났다.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이 약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도전자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너무 일찍 도전자의 위치를 벗어났다. 중국은 도전자도 못 되는 주제에 제왕처럼 거드름을 피우고 있다. 씹힌다. 너무 큰 덩치 때문이다. 한국처럼 뭣도 없이 덤비는 자가 귀여운 거다.


    뭣도 없이 맨몸으로 덤비는 노무현을 다들 주목했듯이 말이다. 노무현은 쪽수의 지지도, 기득권의 지지도, 이념의 지지도 없이 맨몸으로 덤볐다. 한국 역시 중국과 인도 같은 쪽수도 없이, 미영의 제국주의 기득권도 없이, 북유럽의 이념적 편향도 없이 맨몸으로 덤벼서 귀엽다.


    세상은 이념이 아니라 역할이다. 한국이 뜨는 이유는 우연히 적절히 역할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것이 제격이라고 믿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캐릭터의 힘이다. 세상은 사건이다. 위하여가 아니라 의하여다. 이념은 위하여다. 의하여는 포지션이다. 21세기의 질문과 답변이 있다.


    문명의 시작과 종결이 있다. 사건의 원인과 결과가 있다. 주인공의 부름과 응답이 있다. 불렀을 때 응답한 사람이 주인공이다. 역사의 부름에 한국이 응답한 꼴이 된 것이다. 그 기회는 오래 가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이 주목받았고 도전자 포지션에 올랐고 민주당이 거기에 있었다.


    세상은 이념이 아니라 역할이다. 그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왜? 역할이 주어졌기 때문에. 그 역할을 주는 것은 인류문명이다. 문명의 진보가 만들어낸 밸런스다. 트럼프는 잠시 그 역할을 받았고 힐러리의 역할은 애매했다. 순전히 시대 앞에서의 역할이 정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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