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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004 vote 0 2020.07.07 (16:38:54)

    일원론이 핵심이다


    어떤 주장을 하든 왕의 비위에 맞아야 한다는게 조선 시대 학자의 한계다. 일원론은 왕이 좋아하는 것이다. 일원의 일은 왕이라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귀족 빼고 왕이 권력을 독점하니 좋잖아. 율곡의 과거시험 답안 천도책은 왕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알고 보니 일원의 일은 선비집단이었다. 왕은 선비집단의 대표자에 불과한 것이다. 율곡이 정도전이 설계한 조선왕조에 부족했던 철학을 뒷받침했다. 율곡사상에 따르면 조선의 주인은 사대부의 공론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부르주아 계급이다. 혹은 촛불세력이다. 


    이후 조선왕조의 모든 개혁정책은 율곡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퇴계는? 없다. 그러한 율곡사상의 전통은 알게 모르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 정치의 핵심 키워드는 엘리트주의다. 촛불혁명은 대졸 엘리트가 마침내 세력화되어 박정희를 추종하는 고졸세력을 엎은 것이다. 


    조선왕조의 철학은 간단하다. 선비를 기르면 된다. 백성을 가르치면 된다. 끝! 좋은 정치는 올바른 지식에서 구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국가는 선비를 양성해야 하며 선비는 백성을 계몽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느 시대든 변화를 주도하는 세력이 있다. 주체가 있다. 반드시 있다. 그 세력은 1로 존재한다. 그리고 세상이 바뀐다. 일원론이 좋지만 왕과 신하의 구분이 없어진다. 점차 신하가 기어오른다. 송시열의 명성이 왕을 압도할 정도가 된다. 그래서 왕이 이원론으로 돌아서는 것이다.


    이원론은 왕과 신하가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그런데 점점 신하가 기어오른다. 왕은 군림할 뿐 통치하지 않는다. 결국 신하가 권력을 잡는다. 이는 물리법칙이다. 구조론으로 보면 마이너스 원리에 의해 질, 입자, 힘, 운동, 량으로 내려간다. 점차 현장 실무자에게 권한이 넘어간다.


    이원론을 해도 골치요 일원론을 해도 골치다. 이 문제로 티격태격 하는게 조선왕조다. 문제는 언제나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형태로 존재한다. 진보와 보수든, 개화와 쇄국이든, 전쟁과 화친이든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해도 나빠진다. 선택하는 자는 게임에서 을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게임을 설계하고 주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답은 에너지에 있다. 숫자가 증가해야 한다.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해결된다. 수레를 끌고 간다. 돌이 있다면 비켜 가야 한다. 그러나 엔진이 세다면 그냥 치고 나간다. 운전실력을 발휘해서 요리조리 비켜 가는 수도 있긴 하다.


   그러나 오래 가지 못한다. 시간벌기에 불과하다. 비스마르크는 운전의 달인이었다. 그의 전성기 때 독일이 잘 나갔지만 그럴수록 자산계급은 성장했다. 정치를 잘하면 더 빠르게 위기가 찾아온다. 운전 잘하면 더 빠르게 위기가 온다. 더 많은 인원이 그 자동차에 탑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대부분 낙후한 나라들의 특징은 글자 아는 사람의 숫자가 적다는 점이다. 폴란드가 독일에 씹힌 이유는 국민의 1/3이 문맹이었기 때문이다. 폴란드가 영토를 확장하는 과정에 새로 편입된 우크라이나 사람과 벨로루시 사람들을 교육시킬 여유가 없었다. 


    다민족국가의 불리함이다. 한국은 산악이 많고 평야가 없어 생산력이 절대 부족했다. 교육받은 중산층이 없으면 나라가 작동하지 않는다. 인도는 계급 때문에 개혁주체를 형성할 수 없다. 다수인 달리트와 지정부족은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다. 구조적으로 일원론이 안 된다.


    미국은 다인종의 불리함이 있지만 어떻게든 일원을 이끌고 갈 주체세력을 만들어냈다. 트럼프의 당선은 교육실패로 그 주체가 상당히 깨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 주체세력이 없어서 한동안 군부가 그 공백을 메웠다. 한국의 민주화는 교육받은 중산층들의 세력화 과정과 일치한다.


     지방세력과 고졸세력이 반기를 든다. 일본은 지나친 분권으로 강력한 시민세력이 등장하지 못한다. 중국은 독재교육과 감시에 의해 중산층이 세력화에 성공하지 못한다. 중국의 공산화는 장개석의 분열된 군벌세력에 비해 공산당이 상대적으로 일원성을 이루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마이너스는 쉽고 플러스는 어렵다. 쪼개기는 쉽고 합치기는 어렵다. 반대하기는 쉽고 찬성하기는 어렵다. 쉬운 길로 가면 그 길이 망하는 길이다. 일원을 형성할 만큼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만 문제가 해결된다는 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답은 언제라도 물리학에 있다.


    핸들을 꺾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만 핸들은 돌린 만큼 도로 풀어야 한다. 핸들의 최대각도는 45도에 불과하다. 3바퀴를 돌리지만 실제 꺾이는 각도는 적다. 심리적 접근은 물리적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쓰는 보조수단이다. 간단하다. 외국군대를 끌어오면 전쟁에도 이길 수 있다.


    독일군이 침략해오면 폴란드군은 영국과 프랑스에 구원을 요청해야 한다. 영국군과 프랑스군이 루마니아를 통해 물자를 보내오는데 시간이 걸린다. 두 달만 버티면 되는데 소련에 뒤치기를 당해서 망했다. 폴란드 동부는 원래 소련땅인데 폴란드가 정복한 땅이라서 소련에 털릴 만했다.


    러시아 혁명기에 뺏은 땅이다. 정신력은 시간벌기에나 소용된다. 세상을 에너지 일원론으로 보는 눈을 얻어야 한다. 에너지는 늘릴 수 있다. 생산력을 증대하고 중산층을 늘리고 교육수준을 높이면 된다. 선택을 잘해서 민주화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숫자가 늘어서 민주화가 되었다. 


    도덕이니, 윤리니, 정의니, 평등이니, 평화니 하는 것은 심리학적 기동은 시간벌기에 불과하다. 세력이 늘면 민중은 갑자기 확 돌아선다. 조선이 망한 것은 유교 탓이나 누구 탓이 아니다. 사람 탓이나 종교 탓은 비겁한 것이다. 생산력 탓, 지정학적 구도 탓, 교육받은 중산층 숫자 탓이다. 


    굳이 말하자면 중국 탓이다. 상부구조는 탓해도 된다. 조선이 에너지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가 망했다. 일본을 추종해서 개화한다며 친일했다면 더 일찍 망했다. 문제는 어떻게 에너지를 조달하는 가다. 지정학적 구도가 중요하다. 항구가 없는 나라는 망한다. 에너지는 항구로 온다.


    보통은 감성적 태도로 접근한다. 가렴주구, 착취, 억압을 말한다. 민중의 분노를 말한다. 거짓말이다. 심리학적 기동에 불과하다. 억압받는 사람은 대항할 힘이 없으므로 개혁을 못 한다. 인도의 달리트들 처럼 말이다. 지금도 억압받고 있다. 그런데 힘이 없어서 대항조차 못 하고 있다. 


    에너지는 구조를 따라 흐르므로 구조를 어떻게 디자인하는가에 따라 목표가 쉽게 달성될 수 있다. 지정학적 구조가 가장 중요하다. 석유가 터지면 완벽하다. 인구구조, 종교와 관습과 언어와 피부색도 문제가 된다. 그런 구조를 잘 디자인해서 에너지라는 강물이 흐르게 해야 한다.


    기레기는 항상 이원론적 대립구도를 만든다. 추미애와 윤석열의 대결. 이런 식이다. 진중권류 똥들이 전매특허로 쓰는 속임수다. 국민의 변화는 절대 논하지 않는다. 성장한 문민권력이 군벌세력을 토벌하고, 지역세력을 억누르고, 관료세력을 제압하여 일원화하는 과정인데 말이다. 


    지금은 마지막 남은 관료세력의 토벌단계다. 검벌세력을 토벌해야 민주주의가 완성된다. 기레기는 SNS에 밀려서 자연히 해결될 것이다. 국가의 간판만 내건다고 바로 국가로 되는게 아니다. 할거하는 토착세력을 토벌하여 의사결정구조를 일원화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답은 두 가지다.


    1) 자본과 교육으로 에너지를 형성하라.

    2) 종교, 관습, 지역, 학력, 인구 따위를 구조에 맞게 디자인하라.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7.08 (03:39:40)

"성장한 문민권력이 군벌세력을 토벌하고, 지역세력을 억누르고, 관료세력을 제압하여 일원화 하는 과정"

http://gujoron.com/xe/1217362

프로필 이미지 [레벨:2]세렝게티

2020.07.08 (09:39:55)

오만해보였던 유대인들의 활약도 교육 및 일원론과 맞닿아 있는 탈무드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0.07.08 (17:48:57)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그들에게는 강자의 철학이 있습니다.

세상을 문제해결의 관점으로 보는 거지요.

탈무드는 어떤 대립되는 둘의 교착상태를 제시하고

이를 동시에 타개하는 제 3의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형식입니다.

상인들은 둘 중에서 선택하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금융인은 이득을 남기는 구조를 설계하고 들어갑니다.

둘을 서로 싸우게 만들고 자기들은 절대 다치지 않는 구조.

진짜 유태인은 베니스의 상인처럼 엉뚱한 계약을 안 하지요.

어떤 경우에도 돈을 털어가지 살이나 피를 받아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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