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788 vote 0 2019.06.18 (19:59:34)

      
    답은 언어에 있다

   
    구조론이 다른 것과 구분되는 지점은 확실하게 단정하여 말한다는 점이다. 구조론의 방법론은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이미 확보되어 있는 것으로부터 연역한다. 복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검증되어 있다. 확실한 것으로 예를 들 수 있는 것이 열역학 1법칙과 2법칙이다. 


    사실 둘은 같은 것이다. 인간의 눈이 서로 다른 두 지점을 바라볼 뿐이다. 자연의 사정이 아니고 인간의 사정에 따른 구분이다. 두 가지 법칙이 있는 게 아니고 두 가지 인간의 사정이 있다. 그 사정은 인간이 개입해서 일을 벌였을 때와 자연이 스스로 일을 벌이고 진행시킬 때다. 


    그러므로 자연의 법칙이 아니고 인간의 법칙이다. 인간의 사정이므로 실험하고 증명할 필요도 없다. 수학과 같다. 1이 1인 것은 자연을 관찰해서 알아낸 지식이 아니고 인간이 그렇게 약속한 것이다. 왜? 약속이 지켜져야 언어가 성립하니까. 만약 1이 1이 아닐 수도 있다면? 


    사회의 약속이 깨지고 언어가 파괴되고 인간의 의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1법칙의 의미는 한마디로 건드리지 말자는 거다. 무에서 유가 생겨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는 게 아니고 화학실험 중에 뭔가 사라지거나 생겨나는 것으로 보여도 그 부분을 무시하기로 합의한 거다. 


    자연의 법칙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화학실험 중에 일어나는 언어적인 혼선을 막자는 것이다. 실험 중에 물질이 사라졌다면 보통 열로 변해서 주변에 있다. 물질이 새로 생겨났다면 열이 감소해 있다. 열은 보이지 않으므로 마치 물질이 사라진 것처럼 여겨질 수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을 곧이곧대로 기술하면 혼선이 일어난다. 사라졌으니까 사라졌다고 썼는데 뭐가 잘못이냐? 내 눈앞에 딱 있던 게 사라진 것은 확실하잖아. 이런 식으로 시비를 걸면 멱살잡이 소동이 일어날 것이 뻔하다. 언어를 정립하여 불필요한 의사소통의 혼선을 막자는 것이다. 


    실험을 해서 뭔가 법칙을 알아낸 것이 아니고 사라지거나 생겨난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소동이 주로 화학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2법칙도 마찬가지 주로 열역학 분야에서 헷갈린다. 열이라는 것이 눈에 안 보이기 때문이다. 열역학 1법칙, 2법칙은 확실하게 맞다.


    자연의 법칙이 아니고 인간의 언어문제이므로 확실히 맞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거다. 신은 전지전능하다. 그런데 하루는 신이 실수로 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전지전능한 능력에 의해 신이 곧장 없어져 버렸다면 어떻게 될까? 이건 정말이지 골때리는 상황이다.


    신은 전지전능하므로 신 자신을 없앨 수도 있을까? 3초 이상 생각하는 사람은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이다. 언어적 모순이다. 그런 언어 없다. 전지전능이라는 언어는 없어야 한다. 학문의 영역에서 그런 모순된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 뭐든 가능하면 자기부정도 가능한 거다.


    A는 비A가 아니다. 이는 확실한 법칙이다. 사과는 사과이면서 동시에 사과가 아니라는 모순된 말은 언어적으로 불성립이다. 그것은 언어가 아니라 개소리다. A는 A다로부터 언어는 시작된다. 언어는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약속의 불일치를 지우고 일치만 남겨둔다.


    열역학 1, 2법칙은 이런 식으로 언어적인 모순을 제거했을 때 얻어지는 확실함이다. 전지전능하려면 전지전능하지 말아야 한다. 뭐든 가능하려면 반드시 제한을 걸어야 한다. 1이 1이라면 1은 1이 아닌 것이 아니어야 한다. 이는 언어의 제 1법칙이고 모든 법칙의 어머니다.


    열역학 1, 2법칙은 여기서 파생되는 것이다. 자연의 법칙은 언어로 기술되는 한 언어의 법칙에서 유도된다. 왜냐하면 인간이 언어로 소통하듯이 자연도 언어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그 자연의 언어가 바로 구조다. 언어의 법칙에 따르면 타임머신이니 유령이니 내세니는 없다. 


    천국이니 귀신이니 사탄이니 하는 잡다한 것은 없어야 한다. 그런게 있으면 언어가 죽는다. 반언어라 하겠다. 의사소통을 방해한다. 무언가를 하는 것은 명사로 얽힌 것을 동사로 푸는 것이다. 풀지 않고 도로 감으면 하는게 아니라 망하는 것이다. 전지전능은 전지멸망이다. 


    망하는 것은 하는 것이 아니다. 실이 감긴 만큼 풀 수 있으며 거기서 더 풀면 안 된다. 망치는 거다. 언어는 전제와 진술이 세트이므로 진술은 언제나 전제에 의해 제한된다. 진술이 전제를 치면 언어도단이다. 즉 언어가 아닌 것이다. 실패에 감긴 실이 풀리는게 하는 것이다. 


    실패에 감긴 것이 전제가 되고 그 실을 풀어내는 것이 진술이다. 이 외에는 언어가 없다. 전지전능은 진술이 전제를 쳤으므로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언어가 아니게 되었다. 농담으로는 그런 말을 할 수도 있지만 진지한 말을 하는 사람은 쓸 수 없는 단어다. 말장난은 곤란하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6.19 (03:46:19)

"언어는 전제와 진술이 세트이므로 진술은 언제나 전제에 의해 제한된다. 진술이 전제를 치면 언어도단이다."

http://gujoron.com/xe/1098613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468 볼츠만과 칸토어의 죽음 1 김동렬 2019-06-19 3880
» 전지전능은 없다 1 김동렬 2019-06-18 3788
4466 엔트로피는 확률이 아니다 1 김동렬 2019-06-18 3771
4465 자기소개의 문제 1 김동렬 2019-06-18 3657
4464 구조압과 구조손실 1 김동렬 2019-06-17 3518
4463 인간의 멍청함 1 김동렬 2019-06-17 4011
4462 방향성의 이해 2 김동렬 2019-06-16 5644
4461 엔트로피와 구조론 1 김동렬 2019-06-14 4916
4460 엔트로피는 쉽다 1 김동렬 2019-06-13 4078
4459 엔트로피의 진실 6 김동렬 2019-06-13 5744
4458 연역하는 방법 3 김동렬 2019-06-12 4332
4457 엔트로피의 이해 4 김동렬 2019-06-11 4599
4456 에너지는 대칭과 호응이다 1 김동렬 2019-06-10 3753
4455 구조적 우위를 이룬 팀이 이긴다. 1 김동렬 2019-06-09 3824
4454 신의 편에 서야 하는 이유 3 김동렬 2019-06-09 4437
4453 에너지의 통제가능성 1 김동렬 2019-06-09 4995
4452 구조의 효율성이 세상을 통제한다 1 김동렬 2019-06-08 5672
4451 태초에 무슨 일이 있었다 2 김동렬 2019-06-07 3973
4450 인생에는 규칙이 필요하다 1 김동렬 2019-06-07 4388
4449 세상은 구조다 1 김동렬 2019-06-05 4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