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몇 년 전 4학년 남학생이 쉬는 시간에 여학생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고, 상대 학생은 덧니에 얼굴 피부가 천공되고 피를 흘렸다. 그로 인해 이 남학생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교내봉사와 특별교육 처분을 받았다. 이후 6학년 때 반 대항 스포츠 경기에서 지고 나서 다른 반 학생과 다투었고, 이를 지도하던 다른 반 교사에게 욕설과 폭력을 가해서 학생선도위원회에서 출석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몇 개월 뒤 자기보다 나이 적은 학생에게 시비를 걸고 추가적인 폭력을 가해서 결국 강제전학을 당했다. 

 

위에서 언급한 학생은 감정조절을 못 하고, 욱하는 성미로 폭력성이 매우 심해 보인다. 누가 맡아도 교육하기 힘든 아이일 것이다. 그런데 여러 교사가 이 학생을 맡았지만, 언제 감정을 폭발하고 폭력을 가하는지는 몰랐다. 폭력성이 심하고 반성하지 않는 아이로 기억했다. 

 

다행히 필자는 인성부장으로서 이 학생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학생은 한 번에 감정을 폭발하는 학생이 아니었다. 맨 위의 경우, 자기 잘못이 부끄러워 책상에 엎드렸는데 친구들이 속상한 마음을 풀어주려고 간지럼을 태울 때 불쾌감을 느끼고 주먹을 휘둘렀다. 두 번째 경우, 교사에게 공개적으로 면박을 몇 차례 당하자 교사가 들고 있던 티볼 방망이를 휘둘렀다. 세 번째는 친구들과 함께 운동하다가 근처에서 놀던 후배에게 시비를 걸었는데, 후배가 위축되기는커녕 자기에게 대들고, 자신이 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행동하자 화를 내며 주먹으로 때렸다. 

 

세 가지 일의 공통점은 이 학생은 한 번에 감정을 폭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엔 불쾌한 감정이 한 번 있고 나서 잠시 잠복기가 있고, 이어서 불쾌한 일이 더해지면 화가 폭발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자신과 상대방 둘만 있을 때 생기지 않고 주변에 여러 명이 지켜보고 있을 때 발생한다. 평소에 이 학생은 자신이 가진 능력보다 뭔가 더 잘하는 것처럼 말과 행동을 한다고 주변 친구들이 얘기한다. 그런데 다수 앞에서 자신의 무능한 점이 드러나고 부끄러움을 느낄 때 감정이 폭발하고 폭력을 사용하는 패턴을 보인다.

 

일이 일어난 상황과 앞뒤 사건을 밝히고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하면 비로소 학생의 문제행동의 패턴이 보인다. 그렇다고 학생의 문제점만 보면 학생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고착되고 생활지도는 더 어려워진다. 학생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중립적인 말과 행동을 할 때도 관찰하고 기록한다. 부정적인 행동과 중립적인 행동 이외에 긍정적인 행동도 기록한다. 이렇게 해두면 학생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어, 학부모를 상담할 때도 풍부한 자료를 가지고 상담하고 학생에 대한 교사의 신뢰를 전할 수 있다. 

 

관찰은 혼자보다 같이 하면 더 효과적이다. 학급에서 지도하기 힘든 학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굴까? 의외로 담임교사가 잘 모르는 부분을 보건교사가 잘 알 수도 있다. 보건실에서는 아이들이 긴장이 풀려서 평소 모습이 나타난다. 보건실에 얼마나 자주 오는지, 어디가 아프다고 하는지, 보건교사에 대한 태도나 대화의 패턴이 어떤지, 주로 누구와 같이 오는지 알면 학생 이해에 유용하다. 교과전담교사나 예전 담임도 주요한 정보원이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Not Knowing'의 자세이다. 교사가 아이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아이는 끊임없이 바뀌고 성장한다. 이 때문에 교사는 아이에 대한 희망을 놓을 수 없다. 그 희망의 시작을 아이에 대한 관찰과 기록으로 열어 가면 좋겠다. 


http://news.eduhope.net/sub_read.html?uid=20651&section=sc4&section2=학급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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