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몽상가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에서 지고 보니까 내가 얼마나 현실적인 인간인이었던가 깨달았다.
현실이 사라지니까 이상을 잘 떠올릴 수가 없다.
발 딛고 설 땅이 사라진 것 같다.
선생님은 나라를 버리라고 했지만 그게 잘 안 될 것 같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우리의 나라를 너무 사랑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사실은 모두 끔찍히 사랑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수가 없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한국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 이건 내 솔직한 심정이다.
충격이 크다. 무조건 이길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그게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닭이 대통령을 할 수 없다는 생각.
근데 닭이 대통령이 됐다. 오일육퍼센트였다. 2340이 사람을 뽑았으나 560이 닭을 선택했다.
부모가 자식을 절벽에서 떠밀었다. 한국이라는 배가 어디까지 떠내려갈지 알 수가 없다.
난 이번에 확실히 느꼈다. 정말 이번이 갈림길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의 선택으로 완전히 달라진 세상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이상하게도 져볼거라는 생각을 하질 않았다. 출구조사가 나와도 믿지 않았다.
언론에서 당선유력 당선확실이라고 해도 끝까지 봐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성을 잃었던 것이다.
어차피 문제는 하나다. 투표율은 75.8이었다. 진보는 모든 걸 쏟아부었고 표 차이는 100만표였다.
100만표. 이 3.6%의 차이는 좁힐 수 있을까.
우리의 이번 패배는 실수일까? 명박도 실수로 뽑은 것이고 닭도 실수로 뽑은 것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5년 후에 몸집을 키우고 제대로 연대하면 이길 수 있을까?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선생님의 글을 읽고 주위를 다시 둘러봤다.
트위터에서 누군가가 말한 것 처럼
선거에서 패했다는 사실보다 나의 친구와 나의 이웃들이 닭을 뽑았다는 사실이 더 슬프고
이번 대결에서 패했다는 사실보다 앞으로의 대결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예감이 가슴을 찌른다.
바라건대 내가 이번 선거에서 한국의 미래를 모두 읽어낸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아직 늦지 않았기를 또 내가 해야 할 일이 남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