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의 게임이론은 드럽게 복잡하지만 큰 갈래로 보면 협력게임과 경쟁게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경쟁게임은 제로섬 게임으로, 협력게임은 넌제로섬 게임으로 지칭되죠. 그런데 이렇게 둘로 나누어놓으니 도무지 구조를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좀 쉽게 봅시다. 축구에서 두 팀이 시합을 한다고 합시다. 이때 두 팀 사이에는 경쟁이, 팀 내부의 선수 사이에는 협력이 성립합니다. 간단하게 통합되죠. 게임이론 끝.
그러면 이러한 게임이론에 따라 정부가 정책을 잘 펼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정부는 민간(들)에 대하여 절대적으로 주최측이 되어야 합니다. 민간에 대하여 상대적인 경쟁자가 되면 안 됩니다. 플레어어 하지 말라니깐요. 부동산을 예로 들어볼까요? 보유세니 뭐니 하는 구체적인 것은 제가 잘 모르니 패스하고, 큰 맥락으로만 논하겠습니다.
정부는 민간(들)이 서로 경쟁하도록 싸움을 붙여서 민간을 통제해야 합니다. 부동산의 경우 관련자들을 이간질해서 싸우게 만들어야 합니다. 서로 경쟁하여 가격이 조정되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이러한 이이제이는 사실 상당히 구조론적입니다. 가령 축구시합을 해도 경쟁하는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컵이라던지 돈이라던지 명예라던지 하는게 있어야 하죠.
젊은 시절에 이성을 두고 싸움 좀 해보신 분이라면 이 의미를 아실 겁니다. 인간은 목적을 공유하므로 경쟁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목적물을 공급할 능력이 있죠. 그러라고 정부인 거잖아요. 자, 그럼 부동산 시장에서의 정부가 민간(들)에 제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적물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런 차원으로 접근해야 답이 나옵니다.
실제로 게임이론에 따라서 현대의 국가정책은 정부의 적극개입으로 많이 선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방법론은 또 구조적이지가 않습니다. 대부분은 채찍질을 통해서 인간의 욕망을 잠재우려고 합니다. 그런데 원래 정부는 힘이 있으므로 채찍과 당근을 모두 쓸 수 있습니다. 이는 에너지를 다루는 두 방법론 입니다.
구조론에서 말하는바, 채찍질은 환경이 좋지 않을 때 사용하는 방법이고, 반대로 당근은 환경이 좋을 때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지금 한국 정부의 상황은 어떨까요? 역대급으로 돈이 남아돕니다. 세수가 무지무지 많습니다. 환경이 아주아주 좋은 거죠. 그러므로 지금은 당근을 써야 합니다.
21세기 한국에서 보릿고개 넘던 시절의 방법론을 고수하면 망하는 겁니다. 지금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도 떠오르는 태양입니다. 화끈하게 잘 나가고 있어요. 선배님들 어려웠던 거 이해합니다. 과거에 군사/독재정부와 대결구도를 유지했던, 지식인들이 처했던 상황도 이해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어요.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잖아요. 맥락이 바뀐겁니다.
새시대엔 새방법론을 사용해야죠. 과거의 논리나 예시 혹은 타 국가의 정책을 그대로 따라해서는 답이 안 나옵니다. 맥락이 달라졌는데 옛날 내용이 맞겠어요? 지금 세금 정책을 실시하면 건설업자랑 부동산업자, 거기에 개인주택보유자까지 모두 담합(협력)합니다. 민간과 정부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한경오 지식인들이 쉽게 빠지는 오류죠.
강자라면 어떤 방법을 쓸 것인가를 고민할 게 아니라,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 써야 할 당근 정책이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