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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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7600 vote 0 2015.04.23 (00:25:14)

     

    한국인이여! 역사를 공부하라.


    이 시점에 한국이 패권국가로 우뚝서려면 역사를 알아야 한다. 족보를 알아야 집안어른 구실을 할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권할만한 좋은 역사책이 없다. 필자가 정리해보려 해도 자료수집부터 만만치 않다.


    역사의 세부적인 내용보다 근본적인 역사관이 중요하다. 유럽인이라면 어느 나라 출신이든 기독교 문명이라는 커다란 울타리의 일원이다. 그들은 비교적 쉽게 국적을 바꾼다. 너나없이 근대문명의 주인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왜인가? 그들의 역사는 세계사이기 때문이다. 사실 유럽사는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다. 많은 일들이 국가 바깥에서 결정된다. 보통은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는 이렇게 한다’는 정해진 패턴이 있다. 그러므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유럽사는 그게 복잡하다.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는 이렇게 하고 이때 제 3자가 끼어들고 또다른 넘이 빈대붙고.. 이쯤 되면 뭐가 뭔지 알 수 없다. 평가할 수 없다. 뒤죽박죽이 되어서 오직 에너지의 강도만 측정된다.


    유럽사는 뛰어난 인물이 큰 정치적 성공을 이룬 사례가 많지 않다. 시스템에 의해 작동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왕이 비열하게 뒤로 패거리를 이룬 귀족에게 눌려 권력을 잃어버린 영국처럼 국가적 실패에 의해 더 크게 흥했다.


    프랑스 혁명도 국가의 관점에서 보면 몰락이다. 개념없는 부르조아들이 깽판을 친 것이다. 나폴레옹의 몰락, 히틀러의 패배, 아메리카 식민지를 잃어버린 영국의 좌절과 같은 큰 실패가 도리어 유럽사를 크게 일으킨 것이다.


    지난 수백년간 유럽에 일어난 일은 하나다. 그것은 어느 한 나라가 득세하면 여러나라가 동맹하여 몰매주는 것이다. 중국이라면 전국시대의 합종책에 해당된다. 합종은 연횡에 깨졌지만 유럽사는 그 합종책이 성공한 거다.


    나폴레옹이나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 스웨덴의 구스타프 2세 아돌프와 같은 걸출한 인물이 나타나 초반에 승승장구하지만 곧 집중타를 맞고 찌그러지는 패턴이 반복된다. 다만 여기서 비교적 예외적인 나라가 영국이다.


    영국은 바다건너 섬이라 몰매주기 어렵다. 영국이 대륙을 넘보다가 잔다르크에게 깨진 이후 몰매맞은 일이 없다. 대신 영국이 항상 몰매주기에 앞장선다. 스페인, 프랑스, 독일, 폴란드, 덴마크, 러시아 등은 돌아가며 일어났다.


    그때마다 영국을 중심으로 열강이 견제에 나서 다구리를 퍼붓곤 했다. 배후에서 균형자 노릇을 하는 영국부터 쳐부숴버려야 나폴레옹도 대업을 이룰 수 있는데 쉽지 않다. 무엇인가? 유럽사는 하나의 통짜덩어리 역사인 거다.


    역사공부에 게을렀던 촌놈 독일이 히틀러 앞세우고 뒷북쳤지만, 유럽인이라면 유럽 전체를 하나의 판도로 봐야 한다. 유럽에서 국가주의는 창피한 거다. 유럽인들은 그 판도의 균형를 깨는 절대자의 등장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은 고립되어 있다. 큰 울타리가 없다. 동북아에 소속된 느낌이 없다. 침략이나 당했을 뿐 대등한 파트너가 아니다. 중국은 중국이요 우리는 우리라고 분리해서 본다. 그러다보니 균형감각 개념이 없다. 유별나다.


    한국인들은 촌스럽게도 히틀러를 숭배하던 그시절의 독일인들처럼 메시아적인 역사관을 가지고 절대자의 출현을 고대한다. 에휴! 그런거 없다고. 지금은 중국이 떠오르는 판이다. 스케일을 키우자. 우리는 동아시아 일원이다.


    중국을 남으로 볼 필요 없다. 피해의식 버려라. 역사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뛰어난 인물이 좋은 소식을 가져오는 일은 없다. 있어봤자 이순신처럼 나라 지키는 일이고, 지켜야 할 정도로 몰렸다면 이미 틀어진 거다.


    구조론적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 앉아서 메시아를 기다리는 역사관을 버려야 한다. 착하고 유능하고 청렴한 인물이 나라를 맡으면 정치를 잘할 거라는 환상이다. 세계사에 착하고 유능한 인물이 나라를 살린 예는 거의 없다.


    세계사는 깡패와 강도와 정신병자들의 푸닥거리다. 중요한건 바른 판단이나 도덕심이 아니라 밑바닥의 에너지다. 그 에너지를 연출하는 것은 바람이다. 바람은 언제나 밖에서 불어온다. 혁신이 일어나면 흥분하는 꼴통들 있다.


    멋모르고 나대며 촐랑대다 기어코 사고를 친다. 그러다가 집단 다구리를 당하고 찌그러진다. 그 사이에 역사는 이미 진보해 있다. 그게 유럽사다. 판을 벌여놓고 에너지를 투입하면 와장창 깨지고 한참 시끄럽더니 진보해 있다.


    대부분의 좋은 소식은 여럿이 치고받고 하는 와중에 혁신이 일어나서 결과적으로 좋아진 것 뿐이다. 좋은 의도 따위 필요없다. 오직 열정이 중요하다. 흥분하여 광장에 쏟아진 무개념 군중들이 자기도 모르게 일을 벌이는 거다.


    모든 좋은 것은 혼돈이라는 이름의 자궁에서 잉태된다. 단 내부적으로 곪는게 아니라 외부와 주고받는 ‘열린 혼돈’이어야 한다. 한국인들은 얌전하게 앉아 메시아를 기다리는 순둥이 역사관을 버리고 푸닥거리에 나서야 한다.


    역사를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한다. 네로황제의 예를 보자. 인기영합적인 젊은 황제가 잇달아 사고를 치자 치를 떤 원로원이 네로를 자르고, 유능한 스페인 속주 총독 갈바 할배를 황제로 임명했다. 그러나 결과는 최악이었다.


    원로원이 이번에는 더 유능한 군단사령관을 임명했다. 결과는 더 최악이었다. 원로원이 더욱 유능한 장군을 임명했는데 더 더 최악이었다. 1년여 사이에 황제가 네명이나 되는 개판이 되었다. 그들은 모두 검증된 인물이었다.


    출신도 좋고 나이도 많고 야전에서 실력이 입증된 유능한 인물들이었다. 그런데 왜? 관료들을 장악하지 못해서다. 원래 관료는 불만이 있어도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틀어지고 난 다음에 이유가 드러난다. 어디가나 공무원 있다.


    정치는 시스템이다. 인물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네로가 로마화재를 기독교도 탓으로 돌린 이유로 기독교에 찍혀 악평을 얻었지만 네로의 시대가 팍스로마나의 시대였다. 원로원은 네로를 짜르고 나중 후회했다고 한다.


    박근혜가 정치를 망치는건 시스템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유능한 공무원들 많다. 일거리 던져주면 미친 듯이 한다. 그런데 그들을 부려먹지 못한다. 원래 그게 쉬운게 아니다. 박원순도 몇 년 걸려서 장악한 거다.


    유럽이 일어선 이유는 인물이 유능했기 때문이 아니라 균형이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섬나라 영국은 대륙에 패권이 등장하는 것을 싫어했다. 귀퉁이 반도국가들도 마찬가지. 견제와 균형이 유지되면 인간은 결국 진보하기 마련.


    영국이 바퀴축이면 덴마크, 스페인, 이탈리아 같은 귀퉁이 나라가 바퀴살이 되고 프랑스, 독일, 러시아는 수레의 몸통이 되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역사를 전진시켜 간다. 한국이 잘 되려면 그 수레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봐도 바퀴축은 커녕 바퀴살도 없다. 그렇다면? 주변을 넘어 세계를 봐야 한다. 주변에 없는 것은 세계에 있다. 중국이 수레의 몸통이 되면 미국이 바퀴축이 되고 한국은 적어도 바퀴살 정도는 해낼 수 있다.


    징비록이 방영되고 있지만 일본을 막아낸건 이순신 한 사람의 천재적인 능력 덕이 아니라 이순신을 발탁하고 투입한 여러 인물이 각자 바퀴축과 바퀴살 역할을 했던 거다. 그 시대는 역적노릇을 한 정여립도 재평가 되어야 한다.


    악역도 필요하고 선역도 필요하다. 에너지의 총량이 중요하다. 분위기 띄우는게 중요하다. 분위기 가라앉으면 인물은 사라지고 책임을 물을 대상도 없다. 율곡과 퇴계 이래 유성룡, 김성일, 권율, 선조 등 모두가 역할을 했다.


    그 시대는 유명한 인물이 떼로 등장한 조선사에서 드물게 역동적인 시대였다. 흥분되는 시대다. 그 에너지 총량에 점수를 줘야 한다. 무대를 세팅하는게 중요하다. 그러나 역사를 보는 관점이 다르면 그냥 패배로만 남게 된다.


    ◎ 구조론적 관점 – 그 사람은 공동체에 소외되어 상처입은 사람이다.
    ◎ 비구조론적 관점 – 그 사람은 게으르기 때문에 가난하다.


    구조론이란 무엇인가? 가난한 사람을 보고 ‘게으르기 때문이다.’ <- 이렇게 말하는 것이 반구조론적인 태도다. 그들은 언제나 사람 내부에서 원인을 찾는다. 틀렸다. 세상에 게으른 사람은 없다. 상처입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인간은 공동체적 동물이다. 공동체의 문제가 개인에 투영된다. 공동체에서 배척된 상처입은 사람이 양심이 찔린 부도덕한 자에 의해 게으런 사람으로 손가락질 당하는 것이다. 게으르다고 남을 비난하는게 양심이 찔린 증거다.


    어떤 사람이 일하지 않는다면 그는 가족과 친구와 선후배와 동료와 국가와 지역사회로부터 관리되지 않은 소외된 인물이다. 그 사람은 상처입은 피해자이며 국가와 이웃의 잘못이다. 이것이 상부구조를 보는 구조론적 관점이다.


    개별사람 내부에서 답을 찾으면 끝내 답을 찾지 못한다. 답은 언제나 상부구조에 있다. 바깥에 있다. 개인을 넘어 사회로, 사회를 넘어 국가로, 국가를 넘어 더 큰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개인을 탓하는 자는 개인을 숭배하게 된다.


    구조를 보는 사람은 악역조차도 집단에 활력을 불어넣는 쓸모있는 존재로 본다. 분위기 띄우는데 쓸모가 있다. 연예인이 사고를 치면 흥분하여 비난하는 자는 상처입은 자다. 사고치는 연예인조차 집단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군중을 화나게 하는 것도 상호작용의 밀도를 높여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그 에너지를 좋은 방향으로 쓰는 것은 정치가의 능력이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집단의 상호작용 총량을 증대시켜 가는게 중요하다.


    근엄하게 도덕을 앞세워 사람을 위축시키고, 도덕으로 사람을 제압하고, 사람을 어떤 정해진 틀에 가두는 자가 나쁘다. 팀플레이 없이 혼자로는 절대 나라를 발전시킬 수 없다. 팀플레이는 무작정 협력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그냥 모여서 ‘우리 잘해봅시다’ 하고 손잡고 악수한다고 잘될까? 천만에. 경쟁과 시기와 질투와 분노와 흥분과 폭주와 오버와 뻘짓이 다 필요한 거다. 밖으로 열고 흔들어버려야 한다. 용광로처럼 녹여서 마구 휘저어버려야 한다.


    우리 일본을 미워하고 중국을 비웃는 쫌생이는 되지 말자. 그런 자세로는 역사의 팀플레이를 못한다. 분위기도 띄우지 못한다. 에너지를 가라앉힌다. 생각을 열고 넓게 보면 모두가 바퀴의 축이거나 살이거나 수레의 몸통이다.


    역사가 주인이고 인물은 조연이다. 역사 자신의 호흡에 맞추라. 역동적인 시대, 활력있는 시대가 있다. 시끌벅적하게 분위기 뜨는 시대가 있다. 그 시대에 점수를 주어야 한다. 역사는 시대의 에너지의 총량으로 판단해야 한다.


    왜구가 쳐들어와서 사람을 죽였다거나 혹은 도공을 잡아갔다거나 하는 식의 소박한 감상주의로 역사에 접근하면 곤란하다. 피해망상증 역사관 버려야 한다. 그거 초딩 마인드다. 호연지기가 필요하다. 우리가 유쾌해져야 한다.


    똥폼잡는 비장한 자세 버려라. 우리가 일본에 도자기 기술을 전수해 주었다니 하는 식의 우쭐하는 태도는 정말이지 유치발랄한 거다. 창피한줄 알아야 한다. 중국에 사대하여 조공을 바쳤다니 하는 따위도 다 모르는 소리다.


    진실을 말하자. 임진왜란은 동아시아에 파도가 일어 물결이 한 번 출렁인 것이다. 그 파도가 징기스칸에 의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징기스칸이 아랍을 치자, 지브롤터 건너 유럽을 건드렸던 무어인을 축출하는


    레콘키스타가 일어나고 그 여파로 신대륙이 발견되고, 내친 걸음에 네덜란드인이 일본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그 와중에 명조가 망하고 청조가 들어섰으니 정확히 한 바퀴다. 만족이나 몽골이나 중국 관점에서는 같은 집단이다.


    임진왜란이 인류차원의 지구 한 바퀴 소동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역사 헛 배운 거다. 한국사도 세계사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세계사적 관점으로 한국사를 사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쫄지 말고 대인배의 기질을 가져야 한다.


    중국의 인구수에 쫄지 않고 일본의 섬세함에 넘어가지 않는 호탕한 기개를 가진 집단은 한국인 밖에 없다. 중국과 일본을 한국이 아니면 누가 컨트롤하랴? 세계사가 우리에게 맡긴 임무가 있다. 콤플렉스를 벗고 친해져야 한다.


    DSC01488.JPG 


    스마트 시대입니다. 이제는 스케일을 키워야 합니다. 알리바바의 약진에 놀라 입을 헤벌리고 쳐다보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이제는 짜장면 한 그릇을 팔아도 세계를 상대로 팔아야 하는 시대입니다. 지구가 꿈틀거리며 호흡할 때의 진동을 느껴볼 수 있어야 합니다. 징기스칸이 별 거 아니고, 로마제국이 별 거 아닙니다. 그들은 단지 네거리에 있는 신호등을 뜯어고쳐 쌍방통행을 일방통행으로 슬쩍 바꿔놓고 속도를 올려서 잠시 재미봤을 뿐입니다. 지도를 넓혀서 독점의 무대를 만들어온 거죠. 요즘 구글이 잘 하는 짓입니다. 간단히 아우토반의 속도를 올리면 됩니다.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무득

2015.04.23 (11:18:14)

한국인은 세계를 컨트롤할 힘이 있습니다.

쫄지 않고 당당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나라가 이렇게 부패했어도 한국 경제 끄떡 없습니다.

부분적인 시스템과 개개인이 강하다는 증거라고 봅니다.

여기에 국가적인 시스템이 갖추어지면 한국의 발전은 훨훨 날 수 있습니다.

그리기 위해서는 북한과 어떻게든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추어진다고 봅니다.

[레벨:10]다원이

2015.04.23 (14:56:00)

상호작용의 총량. 깊게 새기고 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5.04.23 (17:06:21)

겉껍질이 벗겨지는 기분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탈춤

2015.04.23 (21:49:27)

시공간을 넘어 역사전체를 모형화 하든가

아님 깔끔하게 무지를 인정하든가 입니다.

방향바꿔 다시 시작한다면 방법은 구조뿐.

 

 

[레벨:1]긴 호흡

2015.04.24 (14:48:21)

징기스탄이 아랍을 친거보다 무어인들의 이베리아 반도 장악이 먼저 인듯 한데요?

확인 부탁드립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5.04.24 (16:52:04)

그게 순서대로 되었다는 말은 아니고

징기스칸의 침략과 아랍의 퇴조가 관련이 있다는 거죠.

고칠까 고민하다가 문장을 자연스럽게 한다고 놔둔게 화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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