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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040 vote 0 2014.08.14 (17:18:02)

 

    “내가 참선을 하기 전에는 산을 보면 곧 산이었고 물을 보면 곧 물이었다. 그후 어진 스님을 만나 선법을 깨치고 보니 산은 산이 아니었고 물은 물이 아니었다. 정진하여 깨달음을 얻은 지금 다시보니 처음처럼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더라. 대중이여, 이 세가지 견해가 같은 것이냐, 다른 것이냐. 이를 명확히 설명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를 만나러 가겠다.”(청원유신 경덕전등록)


    황벽버전에는 여기에 ‘중은 중, 속인은 속인.’이 추가되어 있고, 운문버전에는 ‘하늘은 하늘, 땅은 땅’,을 더하고 있다. 성철이 ‘산은 산, 물은 물’을 말하기 1천년 전에 선가에 널리 유행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 청원유신의 견해가 가장 그럴듯하다. 정반합 3단계로 가는 헤겔의 변증법과 통한다.


    이 공안이 큰 울림을 가지는 이유는 우리가 현실에서 이를 실제로 경험하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가 두어번 바뀐다. 소년은 어른들의 말을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교과서에 나오는 말은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곧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청년이 되면 세상 밑바닥에 또다른 존재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권이다. 권한, 권리, 권력의 메커니즘을 접하게 된다.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린다. 이제 세상 어른들의 말을 모두 의심하게 된다. 그러다가 자신이 어른이 되면 태도를 싹 바꾼다. 애들 모아놓고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니까 딴생각 품지말라고 윽박지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무엇인가? 세상은 저쪽에 있고 우리는 이쪽에 있다. 그 사이에 건널 수 없는 큰 강이 있다. 우리는 강 건너편에서 마주보고 있다. 그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상관없다. 움직이면 곤란해진다. 역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거대한 균열이 일어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깨진다. 그리고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청년은 뜨거운 열정을 품고 결단을 내려 그 세계로 넘어가게 된다.


    그 세계는 에너지의 세계다. 에너지로 보면 다 연결되어 한통속이 되어 있다. 사회에서는 그것이 권리와 권력의 함수관계로 나타난다. 정부는 정부, 기업은 기업이다. 돈줄로 보면 친일파들처럼 결혼관계로 전부 연결되어 있다. 재벌,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이 거미줄처럼 엮인 조중동 혼맥도와 같다.


    저 세계로 넘어가려면 맨손으로는 갈 수는 없고 뭐라도 하나 들고 가야 한다. 자기 방식의 주도권을 가져야 그 세계로 들어갈 자격이 생긴다. 무사는 칼을 얻었을 때, 선비는 붓을 얻었을 때, 예술가는 창의했을 때, 성인은 자식을 두었을 때 그 세계로 초대된다. 거기서 또다른 게임이 벌어진다.


    누구나 인생에서 두 번은 태도를 바꾸게 된다. 헤겔의 정반합과 유사하다. 하부구조에서 상부구조로 올라선다. 결정된 것을 집행하는 세계에서, 책임지고 결정하는 세계로 가게 된다. 그것은 배의 브릿지와 같고, 부대의 참모부와 같다. 생이라는 연극무대에서 관객에서 배우로 역할이 바뀐다. 거대한 전복이다.


    ◎ 정의 세계 - 산은 산, 물은 물.. 하부구조에 갇혀 결정된 것을 집행한다.
    ◎ 반의 세계 - 산이 물, 물이 산.. 상부구조에 올라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 합의 세계 - 산은 산, 물은 물.. 다시 진리의 하부구조에 속한다.


    정상에서는 또다른 정상을 보게 된다. 객석의 관객들은 웃거나 울거나 간에 배우의 연기력에 지배된다. 그러다가 배우에게 조종되는 자신을 발견하고 분노하게 된다. 자신이 배우가 되어야 하겠다는 마음을 품는다.


    전복을 일으킨다. 마침내 배우가 되고 보니 여전히 대본에 매여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다시 산은 산이고 물은 물로 되었다. 처음에는 사회의 의사결정구조에 얽매이고, 자연의 에너지에 얽매이고, 돈의 지배에 얽매이지만, 그 사슬을 끊으면 역시 진리에 얽매이게 된다. 그런데 다르다. 무엇이 다른가? 즐거움이 다르다.


    처음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일 때는 거기에 얽매여 있다. 그러나 진리에 얽매이면 다르다. 그 진리를 연주하게 된다. 왜냐하면 알기 때문이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두렵지 않다.


    곡 전체를 외우고 있기 때문에 연주가 두렵지 않다. 얽매인 상태가 고통인 이유는 모르는 채로 일방적으로 보직을 통보받기 때문이다. 이리 가라면 이리가야 하고 저리 가라면 저리가야 한다. 그러나 진리에 얽매인 세계는 예측가능하다. 대비할 수 있다. 즐길 수 있다.


    인생에 누구나 두 번은 태도를 바꾼다. 처음에는 선배에게 두들겨 맞는다. 그 세계는 고통의 세계다. 그 고통을 견디려 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힘을 기른다. 어느 시점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분노를 폭발시킨다.


    반발하게 된다. 선배에게 대든다. 마침내 자유를 획득하게 된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뿐이고 다시 괴로워진다. 그러는 새 자신이 선배가 되어 있다. 그때는 진리에 두들겨 맞는다. 그러나 그 매는 아프지 않다. 알고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제 1세계 – 지속적 억압의 세계.
    ◎ 제 2세계 – 일시적 자유의 세계.
    ◎ 제 3세계 – 유연한 연주의 세계.


    처음에는 돈이 없어서 힘이 없고 억압당하지만, 다음에는 힘이 있고 돈이 있어서 자유롭다. 그러나 자유로운 정도에 비례하여 급속하게 힘이 사라진다. 월급받으면 일주일 정도는 매우 즐겁다.


    그러나 곧 통장의 잔고가 바닥을 친다. 다음 월급날을 기다리며 전전긍긍하게 된다. 그럴 때 다시 한번 턴해야 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면 거기서도 즐길 수 있다. 인생은 원래 그렇다.


    누구나 인생에서 두 번은 포지션을 바꾸게 된다. 처음에는 타인에게 억압당하지만 나중에는 진리에 억압당하게 된다. 여전히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지만 그 산은 매우 즐거운 산이고 즐거운 물이다. 진리를 연주할 수 있는 자의 특권이다.


[레벨:11]큰바위

2014.08.14 (17:43:13)

영어권에서 Be yourself

라는 말이 한 때 유행했다. 


섣불리 남들이 하는 것 흉내내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보물을 찾아내라는 말이다. 

신이 나에게만 준 나 자신이 되라는 거다. 


자신의 것이 뭔지도 모르고 여기 저기 흉내나 내려할 때, 

특히 예술가의 길을 걸을 때, 스승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Be yourself.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그런데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닌 모습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러다가 다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 되어 나타난다. 


그게 인생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노랑고구마

2014.08.14 (19:29:41)

그것을 정치와 인생에서 보여준 인물이 바로 노무현이란 생각이 드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11]까뮈

2014.08.14 (22:18:03)

존 레논 또한 그랬지요.결국 총탄에 사라졌지요.세상을 흔드는 자의 패턴은 같은가?

프로필 이미지 [레벨:11]노랑고구마

2014.08.16 (17:47:55)

참여정부평가포럼중 노무현의 발언중에서


'엘리트주의를 반드시 버려야 합니다. 여러분에게 저는 아무 것도 불안하지 않습니다. 딱 한 가지 제가 옛날에 경험했던 엘리트주의를 여러분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제가 초선 국회의원하던 시절에 추호도 타협하지 않는 그런 원칙을 가지고 있었고 모든 사람을 좀 우습게 보는 그런 자만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려움을 무릅쓰고 손해 보면서, 바보노릇 하면서 원칙을 관철하는 사람의 눈에 보통 사람들은 좀 우습게 보이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 사람이 된다는 것 같습니다.'

[레벨:5]msc

2014.08.15 (11:04:23)

산,,나무 같이 자라는 것이 삶인가요,,,,아니면 물흐르듯이 가는 것이 삶인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9]무득

2014.08.16 (22:20:58)

어디에다 점심(點心)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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